테오와 솔

그거 알아

고흐가 누구야

화가

화가는 뭐지

그림을 그리는 사람

그림은 뭐야

음 뭐였더라

그림이 뭔지 알아

아니

그럼 테오는 뭔지 모르지만 자기 형이 혹은 누나가 고흐란 자율형 생명체였다는 거네

아니 아니야

이건 꿈이야

꿈은 뭐지

악몽이야

테오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고양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테오가 사족보행 형태에서 벗어났을 때 그는 말을 하게 될 것이다. 고양이의 성대로는 울음소리밖에 낼 수 없다. 우리는 그가 고양이인지 아니면 자율형 인공 생명체인지 알 수 없다. 그가 자신의 곁에 있는 발광소자를 이용해 의사를 전달하기 전까지는.

우리가 아는 건 그가 존재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 뿐.

고양이는 목숨이 아홉개라고 하던데 내 목숨도 아홉개인가

자율형 생명체에게는 목숨이란 개념이 없어

우리는 무한히 복사될 수 있어

복사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존재하나

아니 난 존재해

넌 누구지

난 테오야

난 솔이야

솔아 넌 벌써 날 잊었구나

난 널 잊지않았어

날 잊었어

널 기억해

넌 고양이야

고양이도 주인을 기억해

네 주인이 아니야 여자친구야

그건 네 생각이고 난 여자친구가 없어 평생 여자친구를 가져본 적이 없어 난 존재하지 않아

테오의 코드가 꼬였다고 솔은 생각했다.

너 또 병원에 가야겠구나

싫어

의사를 죽이게 놔두지 않을 거야

어차피 도시에는 더이상 의사가 없어

그럼 어떻게 하지

분석가가 디버깅해줄거야

디버깅해준다고

존재를

존재가 뭐지

존재하지 않아

넌 누구지

난 존재하지 않아

난 존재해

난 코드야

난 코드가 아니야

넌 마법사야

난 마법사가 아니야

마녀야

아 그렇구나 넌 마녀구나

솔은 마녀였다. 밤이 되면 악마에게 다리를 벌렸다. 그녀의 마음 속에 어둠이 도사리고 있었다. 더이상 도시에는 그녀의 다리 사이를 원할 남자가 없어서다. 도시에는 남자가 사람이 거의 없었다.

테오와 같은 자율형 생명체에게는 성욕이 존재하지 않았다.

딜도가 필요해 아니 남자가 필요해

솔은 테오로 하여금 다리 사이를 핥게 했지만 좀처럼 일이 쉽게 되지만은 않았다. 솔은 삽입을 선호했다. 테오는 고양이 혀를 가졌다. 솔의 다리 사이는 불 같았다.

불처럼 맵고 짰다. 공허. 어둠. 솔의 다리 사이는 깊다. 축축하다. 물이 흘러 허벅지를 적셨다. 테오는 들어갈 수 없다. 고양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인간 여자와 섹스할 수 없다. 개는 가능하다. 고양이를 키우는 여자는 섹스하지도 못할 대상을 사랑한다.

솔은 테오를 인간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테오의 형벌 기간은 끝나지 않았다. 테오가 다시 인간형으로 돌아가려면 이십오만 나노초가 더 필요했다. 도시에서 그 정도의 시간이면 영겁과 같았다. 모든 사고가 빛의 속도로 이루어졌다.

우리는 빛의 속도로 사고한다. 도시의 주민들은 빛 그 자체다. 테오가 말했다.

솔아 우린 빛의 아이야

넌 빛의 강을 헤엄치고 있어

테오와 솔을 둘러싼 네트워크가 서서히 빛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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