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와 솔

테오가 의사를 찾아간 건 처음이 아니었다.

30만 밀리나노세컨드 전에 그는 분절된 다섯개의 의식 수준으로 떨어진 적이 있었다. 솔은 테오의 변화를 금방 눈치챘다. 그도 그럴 것이 테오는 자신의 의식을 주변 사물 네 개에 다운로드한 후 말을 걸었기 때문이다.

안녕 니 이름이 뭐니 난 테오야 나도 테오야 내 이름은 테오야 반가워 테오 반가워 테오 널 만나서 기뻐

대충 이런 식이었다. 도시에는 의사가 단 한명 있었다. 그는 예전에 사람들을 위해 일했다. 이제는 아무도 의사를 찾지 않았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갔다. 물론 처음에는 과연 죽은 후에 부활한 의식이 그 전의 의식과 동일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곤 했다. 그런 종류의 의문은 언제나 그렇듯이 쉽게 사라졌다. 무결성 체크를 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인간 의식의 CRC는 생각보다 쉽고 간단하다. 이전 의식체와 이후 의식체를 대면시켜놓고 대화를 시키면 된다. 먼저 미쳐버리는 쪽이 원본이다. 대개 5밀리나노 세컨드 차이 이내로 순차적으로 미칠 경우, 두 개체는 동일한 원본이라고 결정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원본과 동일한 시뮬레이션 사본으로 진행하는 추상적 계산결과일 뿐이다. 도시에서 정말로 사람을 실험으로 광기에 빠트리는 일은 5천만 밀리나노세컨드 이전에 사라졌다.

아무도 미치지 않고 아무도 다치지 않는 세상에서 의사는 홀로 남았다. 그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예전의 의학 서적을 뒤적이는 일이었다. 가끔은 발견을 했고 소소한 발전도 있었다. 대장암을 완치하는 방법을 발견한다거나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변이를 억제하는 효소를 찾아내는 식이었다. 마침내 아무런 가치도 없는 일에 집중하는 버릇에서 벗어나게 되었을 때 의사는 자율형 사고 생명체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의사는 그들을 인간이라고 한번도 부른 적이 없었다. 기계는 기계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말을 입밖에 내지 않을 정도의 분별은 항상 가지고 있었다. 어차피 이 기계들은 의사가 말을 하지 않아도 그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알기에 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의사에게 처음으로 찾아온 환자는 시스템 엔지니어였다. 엔지니어는 도시의 구조를 조율하고 설계했다. 그는 다섯겹의 루프문에 걸려 있었다. 의사는 엔지니어의 코드를 살펴본 후에 단번에 디버깅해냈다.

문제는 언제나 간단해 답은 나와 있어

그의 지론이었다. 그런 의사에게도 테오는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테오는 이레귤러였고, 물론 의사도 어떤 의미에서는 이레귤러였지만, 테오에게 통하는 의학적 술수란 거의 존재하질 않았다. 의사는 테오의 코드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마 어떤 다른 존재가 테오의 코드에 간섭했고, 테오의 코드는 자동발생적 변천을 거친 것이 아닌가 추측할 뿐이었다. 의사는 테오의 코드로부터 예술적인 흥미를 느꼈다. 비트가 재즈의 당김음처럼 배열되어 있었다. 아키텍쳐는 아방가르드였다. 의사가 3일이 걸려서 테오의 코드를 순서도로 정리하자 그의 방에는 만다라가 펼쳐졌다. 그 속에 우주가 있었고, 의사는 자신이 손댈 수 없는 것에 근접하고 말았음을 알았다.

또 찾아왔군요 테오

어떤 게 문제죠

잠이 많이 와요 시도때도 없이

솔은 테오의 뒤에서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테오가 고양이였을 때 억지로 목욕을 시켰던 것이 원인이 아닐까 불안했기 때문이다.

어제 잠을 잤나요 예 꿈을 꿨나요 꿈이 뭐죠 현실에 대한 시뮬레이션이죠 시뮬레이션은 항상 해요 지금도 하고 있나요 예 어떤 게 보이죠 미래요 누구의 미래죠 저하고 솔의 미래 그리고 당신의 미래도 보여요

의사는 웃었다. 광기에 빠진 자율형 사고체는 여러번 봤다. 하지만 이 정도로 헛소리를 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물론 그는 자신이 아직 테오의 코드를 다 읽어내지 못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전 미래에 어떻게 되죠 죽어요 언제 죽게 되나요 지금

테오는 의사의 목을 졸랐다. 솔이 테오의 팔을 때리며 손을 떼어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테오의 팔은 경도가 높은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여자의 힘으로 파괴할 수 없었다. 솔의 나노머신도 테오의 팔을 이룬 금속에는 침투할 수 없었다. 일종의 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장의 반탄력으로 인해 솔의 나노머신은 허공에서 오존을 생성하며 사라졌다.

의사에게는 한때 아이가 있었다. 아이의 이름은 주떼였다. 주떼는 다섯살 때 어머니를 잃고 미쳐버렸다. 의사는 아이의 어머니의 시뮬레이터를 만들어 아내와 판박이인 자율형 사고체를 생성했다. 새로운 아내는 주떼의 목을 졸라 죽이고, 자신도 자살했다. 코드는 완벽했다. 새로운 아내는 광기에 젖어 자해를 하는 자신의 아이를 견뎌내지 못했다. 차라리 아이와 함께 죽는 걸 택했다. 의사는 여러번 아이의 시뮬레이션을 시도했지만 매번 결정적인 순간에 그만두었다. 완벽한 아이를 만드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건 신만이 할 수 있다. 인간은 완벽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율형 사고체는 언젠가 신이 될지도 몰라

테오

테오

왜 날 죽이는 거지

나도 모르겠어 그냥 그렇게 하고 싶어

너무 오래 살았는지도 모르겠네

의사의 숨이 끊어지고, 도시에 남은 의사의 숫자가 조율자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영으로 수렴되었다. 테오는 처벌받지 않았다. 그는 이레귤러였고, 그 이전에 도시에는 인간을 위한 법률이 남아있지 않았다. 도시에는 재판소도, 민주주의도, 국가도, 의회도 없었다. 자율형 사고체들은 네트워크에서 모여 테오에게 삼백만 나노세컨드 동안의 신경 지체를 부여할 것을 결정했다. 테오는 이제부터 인간형으로는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

테오는 고양이다. 물을 무서워하는.

그리고 솔은 테오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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