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테슬라의 성공 방정식, 그리고 시작도 하지 않은 부동산의 미래

Jongho Danie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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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in readJan 9, 2021

부동산/공간비즈니스에 대한 스터디를 하는 모임에서 이야기했던 내용 중 일부를 공유합니다.

(아직 공부중인 내용이라 부정확한 내용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IT기기와 반도체 업계에 관해 틀린 점이 있으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사실상 애플이 맥에서 활용하는 M1 프로세서도 ARM의 기본 아키텍쳐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순수 애플의 내재 역량이라 보기 힘듭니다. 칩 생산 부분에 있어서는 최근 5nm 공정에 돌입한 TSMC와 강력한 본딩을 가지고 있구요, 생산도 홍하이(폭스콘)를 통해 진행됩니다. 한 마디로, 필요한 내재 역량을 제외한 모든 기술을 아웃소싱하며 시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타이탄 프로젝트가 알려지며 애플카와 LG-마그나 JV간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는 글들이 많이 보입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내놓는 반응은, 애플이 라이다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핵심 기술 역량은 내재화할 것이나, 이를 제외한 생산 단의 얼라이언스는 지금 애플의 다른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반도체 파운드리 — 제품 생산의 주요 업체들로 이루어지고, 업역을 확대하며 마그나도 그 얼라이언스에 포함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이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이 있는데요, 바로 테슬라입니다. 테슬라는 FSD(Full Self Driving-완전자율주행) 칩 설계 및 생산, 배터리 설계, 원재료 조달 및 생산, 차체 설계 및 생산, 직영 리테일, 직영 인슈어런스 등 설계와 생산 및 조달, 사후 관리 영역을 수직계열화하여 하나로 통합한 기업입니다. ‘하나만 잘 하자’로는 시장을 뒤집을 수 없으니 ‘모두 잘 하는’ 방법으로 업계를 선도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인데요, 그렇기에 연간 판매량이 50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와중에도(큰 기업은 천만 대 정도 생산합니다) 기존 완성차 업체 (도요타, 폭스바겐, 다임러 등)들의 시총을 합친 것 이상으로 밸류에이션을 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나저러나 기술에 대한 장벽은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이외의 역량은 단단한 얼라이언스를 만들어 확보하냐, 모든 역량을 수직적으로 내재화 시키느냐 양 단의 선택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쉽사리 선택을 내리지 못하는 기업들의 상황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최근에 큰 폭으로 하락을 경험한 IDM(종합반도체) 업체 인텔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반도체 업계의 경쟁이 심화되며 팹리스(설계)와 파운드리(생산)의 경쟁력이 커졌고, 제국을 향한 인텔의 욕심은 온데간데 없이 각 분야의 최고들에게 살을 뜯기며 몇 걸음 후퇴하는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물론 전 CEO의 리더십 문제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으나, 애매한 위치에 있던 기업의 한계라고 해석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NAND 사업부 매각과 파운드리 포기 선언 일보 직전까지 가면서 반도체에는 테슬라보다는 애플과 같이 ‘핵심 역량 집중’이 더 나은 선택이었던 것으로 일단락되었네요.

부동산/건설업에서는 아직 금융을 제외하고 이정도 크기의 공룡들이 나타나지 못했습니다. 제가 부동산/건설업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필수재 중 가장 비싼 재화임에도 불구하고 지역화가 심하기 때문에 플랫폼화 되기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부동산/건설업계 공룡들의 성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시작된 지금부터가 시작일 것입니다. 업계 최고 수준의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고 얼라이언스를 구축해 시장을 지배하거나, 모든 역량을 경쟁자들보다 한발 앞서가는 방식으로 파이를 가져가거나 어떤 방식을 택하든, 각각의 방법에서 최고가 되는 기업들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동산/건설 업계에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하겠습니다. 지금 부동산/건설 업계의 업역은 굉장히 세분화되고 지역화되어있기 때문에, 실물자산을 금융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기술기반의 플랫폼 기업들만이 제한적으로 먼저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조 단의 혁신이 이루어지고, 운영 과정에서 오프라인의 정보가 온라인으로 데이터화 되는 과정을 겪으며 어떤 기업이 나타날지는 아직 알 수는 없습니다. 공간을 단순히 ‘거래’하는 플랫폼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설계, 제조 및 운영을 통합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기업이 나온다면, 그 기업은 화면이라는 작은 공간을 파는 애플, 그보다 조금 큰 차량이라는 공간을 파는 테슬라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지 않을까요? 워낙 큰 시장이라 특정 용도나 단계에서의 마켓을 먼저 확보하고 확장해나가는 전략이 유의미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스타트업 중에서는 입이 아프도록 패스트파이브와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를 거론하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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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ho Danie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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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a non verba. Investment & Research at Hashed. All opinions are my own. t.me/jonghodaniel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