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

Yoonseo Kim
The ARCHive
Published in
4 min readJan 23, 2021

블루존이란 주민 평균수명이 매우 높고 건강하게 장수하는 지역을 의미한다. 이 지역 주민들은 운동, 식이조절, 정서적 안정, 사회적 관계유지 등을 바탕으로 장수생활을 한다. 블루존에는 헬스장이 곳곳에 있지 않다. 장수할 수 있었던 이유. 바로 주민이 움직임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다.

주민은 정원을 가꾸거나 하루 종일 걷는다. 가정에서 기계 사용은 최소화한다. 블루존 연구자는 일상적인 움직임이 수명을 늘려준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어떠한가? 컴퓨터나 스마트폰 화면을 앉아서 보는 생활이 익숙하다. 정선근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이를 좌독이라 표현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 8시간 이상 앉아서 생활한다. 좌독이 차곡차곡 몸 안에 쌓인다. 노르웨이 스포츠과학학교 울프 이켈룬드 박사가 ‘TV 시청시간에 따른 사망률’을 장기 추적한 논문 16편의 기초 데이터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가 있다. 신체 활동량이 가장 많은 그룹에 비교했을 때, 신체 활동량이 가장 적은 그룹의 사망률이 59% 높았다. ‘좌독’의 무서움이다.

현대 사회에서 일과 공부는 떳떳하게 내세울 수 있는 가치다. “하루종일 일했어. 하루종일 공부했어”는 주변 사람의 인정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몸은 점점 망가지고 있다. 신체 건강은 30대에 절정이고 이후 내리막길을 걷는다. 나는 말년에 병상에 눕거나 휠체어를 타고 다니고 싶지 않다. 건강할게 살고 싶다. 그렇다면 바쁜 일상 속에서 움직임을 더할 방법은 무엇일까. 다시 수렵인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한 두 정거장 일찍 내려서 걷는 방법이 있다. 만보기를 사서 걸음수를 측정하는 것은 별로다. 일상 속의 움직임은 자연스럽게 나와야한다. 헬스장 가야지, 달리기 30분 해야지하면 죄책감이 뒤따른다. 아 오늘 못했어. 나는 구제불능이야.. 내일 할 수 있을까? 나중에 하자. 지금은 바쁘니까.. 이렇게 된다. 일상 속 움직임을 늘린다는 것은 일상 속 공간에 대한 관찰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언덕을 거닐고, 걷는 것이 즐거운 공간이 펼쳐져야 한다.

학교의 모래 운동장과 스테레오타입의 놀이기구는 바뀌어야 한다. 스릴이 넘치면서 안전까지 챙긴 놀이터가 필요하다. 어렸을 때 뛰놀던 아이는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도 뛰놀 것이다. 공원의 이상한 운동기구도 바뀌어야 한다. 다양한 난이도를 갖춘 기구를 설치해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찾아오고 싶은 공원과 놀이터는 국민건강 향상에 첫걸음이다.

모두의 움직임이 늘어난다는 것은 사회에 큰 혜택이다. 보험 회사와 정부 모두 환영할 일이다.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다. 저성장시대인데다가 저출산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래 인구 그래프는 역삼각형이다. 노인이 된 베이비부머 세대들을 부양해야 한다. 예전에는 은퇴 이후 쉬엄쉬엄 살다가 죽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제는 늙어서도 일할 판이다. 제2의 인생을 설계해야 한다. 그렇다면? 건강이 1순위다. 아픈 사람은 이러나저러나 억울할 뿐이다.

초등학교나 단지에 있던 놀이터를 떠올려보자. 고정된 기구가 떠오른다. 우리가 접했던 놀이터는 제조된 공간이다. 재미가 없다. 어렸을 때 신체활동은 중요하다. 어릴 때 잘 놀면 커서도 잘 논다. 학원과 과외에 시달리며 스마트폰을 하면 늙어서도 운동을 안 할 확률이 크다.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놀이터의 변화가 시급하다.

해외에는 모험놀이터는 사례가 있다. 이 놀이터는 비형식적이다. 놀이터가 놓이는 지역의 특성을 적극 이용한다. 또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한다. 모험놀이터에는 ‘플레이 리더’라는 놀이활동가가 있다. 안전상의 이유로 근무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잘 놀 수 있도록 도와주는 리더다. 감시자가 아니다.

유럽의 모험놀이터는 1000여 개쯤으로 확인된다. 그중 절반 이상이 독일에 있다. 독일의 모험놀이터는 어린이 농장과 함께 운영된다. 아이들은 동식물 친화적 환경에서 놀며 생명의 가치를 배운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모험놀이터를 조성했다. 400여 개의 모험놀이터 단체는 다양한 놀이 활동을 지원한다. 한국은 2000년대 말부터 놀이터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시작했다. 순천시의 ‘기적의 놀이터’가 그 예시다. 아동 문학가 편해문은 일찍이 어린이 놀이터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를 중심으로 시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기적의 놀이터 1호와 2호가 완성되었다.

어떤 논문에 의하면 한국도 1980년대부터 모험놀이터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도입이 왜 늦었을까? 운영 및 관리의 주체 때문이다. 모험놀이터는 시민이 적극적으로 관리에 참여하는 것이 필수다. 해외의 모범 사례를 보면 행정이 공간 제공만 맡고 나머지는 시민이 자발적으로 책임진다. 영국, 독일, 일본은 모험놀이터 관련 기구가 잘 설립되어 있다. 놀이활동가와 모험놀이터 정보를 활발히 공유한다. 놀이터의 변화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움직임을 늘려야 한다는 말에 모두가 공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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