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통해 본 한국사회

 시간은 금이라구…

Yongho Hwang (황용호)
Life, Game and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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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회사 일로 스트레스가 심해 연휴를 전후로 해서 게임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게임은 자체에서 주는 재미가 한시적이고 금방 식상해지는만큼 게임을 하는 사용자들의 커뮤니티 기능이 한 몫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용자들의 특성에 따라 게임의 성격이 결정되어지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제가 즐긴 게임은 MMORPG 장르의 대표적인 게임인데 자신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생성하고 사냥과 각종 미션을 수행하면서 허용하는 최고의 수준으로 성장시키는 게임입니다. 이미 이런 종류의 게임에 익숙한 사람들은 게임 내의 특정 기능이나 시나리오를 이용해서 레벨을 빠르게 상승시키거나 캐릭터의 능력을 상승시키는 아이템(무기,방어구)을 얻기위해 특이한 게임 진행 방식 (각종 런)을 개발합니다. 그리고 커뮤니티를 통해서 빠르게 확산됩니다.

런(run)이란 단어에서 느껴지듯이 게임 제공자가 제공하는 다양한 컨텐츠는 무시되고 이벤트의 시작에서 끝까지 최고의 속도로 달리게 됩니다. 혼자 게임하는 경우 (솔플, 솔로 플레이) 뿐 아니라 단체(파플, 파티 플레이)로 하는 경우에도 대화 창에 “고고” 로 시작해서 “수고하셨습니다” 외의 별 대화없이 진행되는 모습을 흔히 발견합니다. 모두들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을 이용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의 필요를 충족하기위해 필요한 커뮤니티가 그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경우에는 파티를 모아도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뿐, 그에 필요한 비용을 회피하기도 하고 멤버의 수준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면 바로 떠나버리는 상황도 종종 발생합니다. 뭐 자신이 즐기는 게임이니 갑론을박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 하겠지만 그런 식으로 최고의 수준에 도달한다 해도 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합니다. 실제로 이미 한계 수준에 도달한 게이머들은 벌써 게임의 재미를 잃었다고 합니다.

그에 반하여,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무는 게이머들은 고사양의 아이템을 보유한 게이머들을 부러워하고 그들과 함께 플레이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게임 내에서 상거래가 활성화 되어 있는데 현금으로 게임 아이템을 사고 파는 것이 이러한 이유에서 생겨난 것이고 이를 직업으로 삼은 게이머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 과정에서 매매 중에 발생하는 각종 사기 행위들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과 또 이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제가하는 게임에서는 아예 상거래 기능을 제거하기도 하였습니다.

돌이켜보면 게임은 즐기자고 있는 것인데 또 하나의 적자생존의 사회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합니다. 게임에 접속하면 논다기 보다 일하러 왔다는 느낌이 더 드는 것은 뭘까요? 아이템 습득에는 확률에 따른 시스템이 동작하기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면 더 좋은 것을 얻을 수 있는 확률도 올라갑니다. 저도 몇일 집중했더니 중간 수준의 난이도에서 진행이 가능하더군요. 그러면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려면 얼마나 더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일까요?

열심히 달려서 왜 그토록 빠르게 게임의 컨텐츠를 소모해 버리고 목표를 잃어버리는 걸까요? 가끔 너무나 빨리 달려서 인생을 허비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치 다음 확장팩이 나올 때까지 2,3년 즐길 게임을 1,2개월만에 다 소비하고 허탈해 하는 것처럼 우리는 인생을 그렇게도 재미없게 살아가는 것일까요?

목적지에 도달하고 나서야 못 보고 지나친 아름다운 광경들이 그렇게 많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일까요? 우리 수준에 맞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이 있습니다. 나보다 좋은 조건,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먼저 보이지만 그들처럼 살아가면 주위에 널려있는 행복을 놓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 레벨의 사람들을 부러워 말고 같은 레벨의 사람들끼리 친해봅시다. 낮은 레벨의 사람들이 종종 끼여도, 뒤쳐져도, 돌아보고 가던 길을 돌아가기도 합니다. (다행히 제가 속한 커뮤니티 사람들은 그런 분들이 많아서 좋습니다.) 인생에서도 그럼 사람들이 많죠. 가족이고 아이들이고 우리의 이웃들입니다. 이제 게임에 불편함이 없는 정도에 만족하고 조금씩만 하려 합니다. 그래도 환영해주는 커뮤니티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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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gho Hwang (황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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