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엄(Medium): 출판의 미래

Finding the Medium for Writing in Post-blog Era


한때 블로그가 출판을 대신할 것이라고 믿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블로깅 툴 및 제반 생태계가 글을 쓰고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소통하는 전 과정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도 2007년부터 블로그를 운영하였고, 이를 통해 전문가로 인정을 받고 출판을 하게 되는 경우도 주변에서 많이 보았습니다.

지금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활발히 글이 올라오고 독자들이 참여하는 블로그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 서비스를 통해 정보를 얻고 공유하니, 블로그 운영에 드는 노력에 비해 보상이 예전같지 않은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SNS 서비스는 주로 짧은 글이나 링크 형태의 컨텐츠를 소비하고 공유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긴 호흡으로 글을 쓰거나 읽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읽기를 도와주는 서비스나 앱은 많이 나와 있지만, 쓰기의 전과정을 도와주는 서비스는 없었습니다.


미디엄이라는 서비스를 처음 접했을 때의 인상은 좋은 글을 쉽게 찾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서비스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겠다는 목적으로 사용해보니, 창업자인 Evan Williams가 말하는 ‘출판의 미래’가 눈에 보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우선 변경사항이 자동으로 저장되는 풀스크린 인터페이스에서 글을 쓰는 경험이 기존의 블로깅 툴의 답답한 편집창에 글을 쓰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글 중간중간에 Note를 남길 수 있고, 초고를 Reviewer에게 즉시 보낼 수 있는 것도 작가의 Workflow를 고려한 편리한 기능입니다.

하지만 블로그와 미디엄의 결정적인 차이는 집필과 출판이 전적으로 한 개인에 의해 이루어지느냐 (블로그), 저자와 편집자의 역할이 분리될 수 있느냐 (미디엄)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미디엄은 전통적인 출판의 형식을 따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실제 오프라인 세계의 책이나 전집에 비견할만한 컬렉션 기능입니다. 미디엄에서는 자신이 출판한 글을 자신이 선택한 컬렉션에 ‘투고’할 수 있습니다. 투고된 글을 컬렉션의 오너나 편집자가 승인 여부를 결정하며, 승인된 글은 컬렉션의 모든 구독자(follower)들에게 전송됩니다.

이런 컬렉션 기능은 독자의 관점에서는 양질의 컨텐츠를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어줍니다. 요즘은 좋은 블로그를 발견하기도 어렵고, 기껏 발견한 블로그가 운영이 중단되는 경우도 많지만, 미디엄의 컬렉션은 편집자에 의해 글의 양과 질이 어느정도 보증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자의 관점에서 컨텐츠 분배의 문제를 우아하게 해결해줍니다. 블로그는 자신이 쓰고 마음껏 출판할 수 있지만, 애써 쓴 글이 사장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미디엄에서는 자신이 쓴 글을 투고하여 수천명이 구독하는 컬렉션에 포함시킬 수 있다면 전달의 문제는 해결됩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소유 대상으로서의 성격이 강한 블로그에 비해 공유된 플렛폼인 미디엄은 협업을 용이하게 합니다. 예전에 팀블로그를 만들고 운영하는 노력에 비해 뜻이 맞는 사람들과 미디엄에서 컬렉션을 시작하는 것은 훨씬 쉽습니다.

반면에 자신이 여러 토픽에 대해 글을 쓰고 싶다면 그때그때 적절한 컬렉션을 찾아 원고를 보내면 됩니다. 예전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의 성격에 맞는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는데, 이제는 글을 쓰는데 집중하고 나머지는 편집자에게 맡길 수 있습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미디엄은 아직 한창 성장하고 있는 서비스이고, 저 역시 아직 배우는 단계입니다. 미디엄의 장점인 협업의 묘를 살려보고자 저의 관심분야 및 최근에 쓴 글을 바탕으로 몇개의 컬렉션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제 개인 페이지와 달리, 위 컬렉션은 관심있는 분들에게 모두 열려있습니다. 관련 컬렉션 소개, 원고 투고 등 모두 환영합니다. ☺

p.s. 다 아시겠지만, 이찬진님께서 한국 사용자를 위한 미디엄 문서 컬렉션을 운영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