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it 블록체이너 인터뷰: 온더 대표 정순형님 2부 — Steemkr

Jin.S
Tokamak Network
Published in
17 min readDec 19, 2017

안녕하세요! Keepit입니다.
오늘은 블록체이너 정순형님과의 인터뷰 1부에 이어서 2부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2부에서는 정순형님 철학의 정수가 담겨 있는, 블록체인과 철학, 그리고 인공지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1부를 아직 못읽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타고 1부를 먼저 읽고 오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정순형님과의 두번째 대담 시작하겠습니다.

Keepit 블록체이너 인터뷰: 온더 대표 정순형님 1부

목차

1부

1.정순형, 그는 누구인가?
2.이더리움에 빠지다
3.온더를 설립하다

2부

4.비트코인 초기의 역사
-비트코인 포럼
-긱들의 놀이터

5.철학자의 도구
-도구가 인간의 외연을 확대시킨다
-블록체인은 나의 도구다
-데카르트의 의수, 철학
-블록체인이라는 도구, 탈중앙화라는 철학

6.인클로저 운동과 소유권, 그리고 블록체인
-21세기 인클로저 운동
-소유권 관리의 탈중앙화

7.인간이 만든 도구의 끝판왕, 인공지능
-블록체인은 인공지능 프로토콜이다

3부

8.ICO에 대해서
9.Devcon3 참관기
10.블록체이너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4. 비트코인 초기의 역사

Q. 2013년 당시 비트코인 정보는 어디서 접하셨나요?
지금은 매체가 굉장히 많은데, 그때는 뻔했어요. 비트코인 포럼( https://bitcointalk.org/)과 비탈릭이 직접 만든 비트코인 매거진 등 몇 개의 소규모 매거진만 봐도 됐어요. 비트코인 포럼이 중심이었죠. 이더리움도 거기서 발표를 했고, 지금도 알트코인은 비트코인 포럼에서 의례적으로 발표를 해요. 네, 비트코인 포럼에 피자 데이 글( https://bitcointalk.org/index.php?topic=137.0)도 아직 있어요. 제가 갔을 땐 사토시는 종적을 감췄을 때였어요. 좀 옛날 플랫폼이에요.

비트코인 피자 데이: 2010년 5월 18일 미국 플로리다 주 잭슨빌에 사는 laszlo라는 닉네임의 비트코인 포럼 이용자가 자신에게 라지 사이즈 피자 두 판을 주문해주면 1만 비트코인을 주겠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4일 뒤인 5월 22일 거래가 성사되었고, 이 거래는 비트코인으로 실제 상품을 거래한 첫 사례가 되었다. 이후 비트코인이 폭등하자 사람들이 이 글을 보기 위해 몰려들어 이 글은 일종의 성지순례를 하는 곳이 되었다. 지금도 사람들은 매년 5월 22일을 비트코인 피자 데이라 이름 짓고 이 날을 기념하고 있다.

Image 1 from https://www.cryptocoinsnews.com/

무슨 옛날 전설 이야기 듣는 거 같은데요? 사토시가 종적을 감추고, 그 유명한 피자데이 글이 올라오고. 사토시 이야기야 저도 겪은 건 아니고, 들은 거죠. 그리고 얼터너티브 서비스들이 되게 많았어요. 특히 인기가 많았던 서비스들이 카지노 관련 서비스였어요. 당시에 규제도 없고, 법테두리 망에도 없었으니까. 2010년, 2011년 당시 비트코인 물동량의 1/3이 사토시다이스( https://satoshidice.com/)라는 하나의 서비스에 모였던 적도 있었어요. 비트코인의 성장에 기여를 하고, 비트코인을 키운 것이 사실은 이런 지하경제, 검은 돈에서 비롯된 거라 볼 수도 있겠네요? 인터넷의 역사랑 거의 동일해요. 포르노, 카지노, 게임 결제 수단 등 ‘긱(Geek)들의 놀이터’에서 시작을 하다가 기술의 장점들이 하나 둘 알려지면서 주류로 올라온 거죠.

Geek: 하나의 분야에 심취한 괴짜들을 이르는 말. 일반적으로 한 사회 내에서 긱은 비주류에 속한다.

Image 2 from https://satoshidice.com/

5.철학자의 도구

Q. 순형님 커뮤니티 닉네임이 ‘철학자’잖아요? 원래 철학도 공부하시고 관심이 있으셨나요?
“깊이 한다기보다는 그냥 취미로 개론서 정도를 봤죠. 좋아하는 철학자는 ‘플라톤’이고요. 플라톤을 좋아하긴 하는데 그 사람의 철인 정치 사상에 동의하진 않아요. 철인 정치가 요즘으로 따지면 똑똑한 사람들이 통치를 해야한다는 거니까, DPOS(Delegated Proof Of Stake)이자 의회민주주의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죠. 대중은 우매하고 엘리트가 끌어가야 한다는 일련의 논린데, 미국 패권주의자들이 많이 주장하죠. 패권 국가들이 플라톤을 많이 인용해서 주장하는데, 거기에 동의하진 않아요, 다만 플라톤이 여러 분야에 깊이 관심을 가졌고,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 자기 생각을 정리해 나갔다는 거에 대해서 좋은 거죠. 플라톤의 <향연> 같은.”

“철학이란게 기본적으로 바탕에 깔고 가는 사고들이 있고, 큰 의사결정을 할 때 일련의 사고들이 트리 구조로 이뤄져있다고 생각해요. 또는 피라미드 구조로도 볼 수 있겠죠. 가장 근간으로 자기가 추구하는 바가 있고, 모든 행위나 사상이나 도구로 쓰는 건 바닥에 깔려 있는 거죠. 근간으로 생각하는 게 있으면 그게 철학이고, 자기가 생각하는 바가 있으면 그대로 행동하기 마련이잖아요. 그 사람의 일련의 행동을 보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추정을 할 수 있게 되고. 그런 의미의 철학자죠.”

Q.그 중에서 좋아하는 철학자가 플라톤이구요?
“네. 당시 사람들이 별로 관심 안가지던 거에 플라톤이 많이 관심을 가졌잖아요. 이러면 어떻게 될까, 저러면 어떻게 될까. 사고 실험도 굉장히 많이 했고.진짜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간 사람인 거 같아요. 이데아 자체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이나 관념 같은 것들인데, 이런 추상적인 가치들을 현실에 실현시키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을 했잖아요. 거기서 나온 현실적인 방법론 중 하나가 철인 정치구요. 굉장히 컴퓨터랑 관련이 많은 사람이기도 해요. 이데아론이란 게 프로그래밍에 굉장히 많이 쓰여요. 어떤 큰 구조를 짜놓고 그걸 계속 재사용해나가는 내부적인 소프트웨어적인 철학들이 플라톤의 영향을 많이 받은게 아닌가 생각해요. 오히려 현실적인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고. 궁금한게 많아서 만나면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아요. 왜 이렇게 생각했느냐? 그 생각은 어디서 왔느냐?”

네, 거의 최초로 그런 생각들을 한 사람이니까. 이 사람이 진짜 서양 철학의 시작이잖아요. “씨를 다 뿌려놨죠. 단지 이 사람이 생각하는 틀을 만들어줬고, 거기서 뿌리가 서로 다르게 자라나간 거죠. 데카르트나, 칸트 등 플라톤 이후의 서양 철학자들이 그렇죠. 그 사람이 한 생각이나 글이나 이런 것들은 그 사람이 남긴 도구고 그 사람 그 자체에요. 왜 그렇게 생각하냐면, 팔이 잘린 사람의 경우에 이 사람이 의수를 달잖아요. 의수를 다는데 자기가 팔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의수를 쓸 수가 없어요. 옆의 근육들이 팔이 있다고 생각하는게 기시감이라고 하는데, 기시감이 없으면 의수를 쓸 수가 없어요. 심지어 팔이 잘린 사람이 여기 팔이 있다고 생각하고 굉장히 오랜 시간동안 고통을 받아요. 마치 손이 있는 거 같아서. 잘린 팔에 의수를 달면 그건 그 사람의 도구가 되는데, 실질적으로 그 사람 그 자체잖아요.”

“도구가 그 사람 자체가 되는 거죠. 군인이 총을 가지고 훈련을 계속 받게 되면 그 총은 사실상 그 사람 그 자체가 되요. 자기의 외연이 도구를 통해서 확대되는 거에요. 스티브 잡스가 옛날에 했던 말 중에 ‘인간은 컴퓨터를 통해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을 극대화시킨다’가 있어요. 예를 들어서, 말은 한 시간에 몇십 킬로를 가는데, 그런데 사람은 뛰어서 가봐야 한 시간에 삼십 킬로를 못간다는 거죠. 그런데 사람이 자동차를 타면 한 시간에 백 킬로를 넘게 가거든요. 도구가 인간의 외연을 확대시켜나가는 거죠. 그리고 사실 도구의 출발점은 생각이라는 거죠.”

“도구가 인간의 능력을 계속 확대시켜나가고, 군인이 총을 통해서 자기 몸을 지킬 수 있는 범위를 소총의 유효 사거리 안으로 확대시켜나가고, 사상가들은 본인이 쓴 책과 글과 생각을 통해서 세상에 그 사람의 도구들을 남겨요. 그리고 그 사람은 죽어서도 그 사람의 생각이 계속 남아있는 거죠. 우리는 플라톤의 영향력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거에요. 그 사람은 실질적으로 살아 있는 거에요. 어떤 공학자들이나 사상가들이 자기 사상을 남기면 사상이 아직까지 살아있고 남아있잖아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자유주의자의 이론으로 아직까지 존재해서 살아 있고. 제가 그런 거를 하려고 해요.”

블록체인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구현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겠다는 거죠?
“괜찮은 도구를 하나 만들어서 영생하고 싶은 거죠.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이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면서. 그런 의미의 철학자에요. 플라톤이 아직도 살아남아서 영향력을 미치듯이, 내가 만든 아이디어와 도구들이 세상에 남아서 선한 영향력을 내가 죽은 뒤에도 계속 끼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죠. 그리고 그 와중에서 블록체인이란 좋은 도구를 만난 거고, 저는 그걸 잘 활용하고자 하는 거죠.”

Q. 내가 가진 철학을 도구를 통해 구현하겠다는 의미에서 닉네임이 철학자고, 플라톤을 좋아하신다는 거죠?
“사실 데카르트를 더 좋아해요. 현실적인 사람 같아요. 함수도 만들고, 처음으로 자기 스스로에 대해 자각한 사람이기 때문이죠.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데카르트가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나오면서 많이 까이기도 했죠. ‘존재한다,그러므로 생각한다.’ 네, 존재하기 때문에 생각한다로 많이 바뀌었죠.”

그런데 데카르트의 말은 사실 그런 의미가 아니잖아요. 신으로부터 벗어나서 생각의 힘, 이성의 힘을 강조한 최초의 철학자잖아요. “당시에는 신권사회였어요. 예를 들어, 오늘 걸어가다가 돌에 까여도 그건 내 의지가 아니라 신이 점지해준거다. 그러니까 자기 의지대로 뭔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어요. 중세엔 현실에 대해 굉장히 수동적이었고 개선을 해나갈 여지들이 보이면 기도를 했지, 내가 이 세상에 주인이고 내가 이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다라는 세상이 아니었던 거죠. 그 때 뿌리를 딱 던진게 데카르트였고, 세상의 중심이 신에게서 인간으로 옮겨왔을 때. 당시에 소설가들은 이런 생각을 했었대요. 예를 들어, ‘어떤 영감이 떠올라서 글을 쓰면 자기 머리속에서 생각이 터져서 나온 글이 아니라, 어떤 요정 하나가 와서 자는 동안 머리에다가 중요한 이야기들을 던져놓고 갔다’ 이런식으로 생각했대요. 그러니까 지금이랑 많이 달랐던 거죠. “

생각 체계 자체가 다른 거죠. “그러니까 세상 일을 설명할 때 천둥이 치거나 비가 내려도 신이 던진다고 생각했지 어떤 어떤 원리 때문에 이렇다라고 신의 진노라고 생각한 거지 자연의 원리라고 생각하진 않은 거죠. 저는 세상의 중심을 나 바깥에서 나 자신으로 돌려놓은 사람이라고 평가를 해요. 그래서 제가 항상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게, 사실은 이 사람의 영향을 받은 게 있어요. 그래서 제가 철학자를 좋아하는게, 사람들이 데카르트의 존재를 몰라도 이런 생각은 다하고 있어요. 은연 중에, 그리고 교육과정 중에. 부모들이 자식에게, 그 다음 각종 채널을 통해서. “당연한거 아냐? 세상의 주인은 나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어. 지금은 21세기 아닌가?” 이렇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의 씨를 뿌린 누군가가 있었다는 거죠. ‘데카르트의 의수’가 아직 세상에 남아있는 거죠.”

이 사람 함수도 만들고 의사도 하고 여러가지 했었잖아요. 저는 이 사람을 신의 시대를 끝내고 르네상스 시대를 연 철학자이자 과학자로 보거든요. 생각의 힘을 어디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가를 보여준 사람이라고 봐요. 네, 논증과 합리적인 태도를 보여줬죠.

과학은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지식을 대하는 태도라고 보는데, 그걸 한 마디로 말하면 반증 가능성이잖아요. 그 전에는 신의 말을 거부할 수 없고, 무조건 절대적인 거였는데, 상대적인 걸 가져왔다는 거죠. 반박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은 과학이고, 아인슈타인이 등장하기 전까지 뉴튼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옳았지만,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가지고 나오니까, 만유인력의 법칙에서 일정 부분이 수정이 되버리는 것이죠. 더 합리적인 이론이 나오면 뒤집힐 가능성이 있는 거죠.

그렇죠. 반박 가능성이죠. 상대성 이론도 양자역학에 의해서 또 일정 부분 뒤집혔고, 양자역학 다음도 있겠죠. 가장 유력한 가설일 뿐인 거죠. 그게 많은 걸 바꿨다고 봐요. 저도 이런 과학의 위대함에 놀라거든요. 블록체인도 세상을 바꿀 만한 도구라고 봐요.

아주 쓸만한 도구죠. 저는 향후 한 10년 안으로 블록체인이 세상을 변화시킬 거라 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향후 10년 안으로 금융 프로토콜을 대체할 거고, 물류 프로토콜을 대체할 거고. 30년 까지는 갈 거라고 봐요. 그 이후엔 뭐가 나올지 모르죠. 그 이후엔, 저희는 ‘사토시 세대’지만, 그 다음 세대가 나와서 해결할 문제겠죠.

그래서 사실은 기술의 외연이나 내용 자체는 바뀔 수 있는데, 크게 보면 이 사상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고 봐요. 대부분의 시스템은 중개자가 없고, 누군가가 명령을 딱딱 내려주고, 전체를 검증해야 하는 절대자가 한 명 존재하는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블록체인은 사상 하나로만 보면 그런 것들을 싹 없애버리고 모든 것들을 수평적인 선상에 놓아버렸으니까. 블록체인에서 자기 자산에 대한 진정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됐고, 개인키를 본인이 관리하잖아요. 진정한 의미의 탈중앙화라고 봐요.

6. 인클로저 운동과 소유권

“영국의 인클로저 운동이 있었잖아요. 최초의 사유재산이 나타났던 시기였죠. 공동경작지, 공동경유지에서 울타리를 치게 되면서 사유재산으로 바뀌게 되는 시점. 지금 IT 분야가 조금 그래요. 인프라 시설이라는 게 인클로저 운동 이전의 세계, 영국의 모습이랑 되게 닮았다고 봐요. 재산이라는 가치들이 누군가에게 귀속되지 않은 상태, 공공재처럼 활용되는 상황에서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의 혁신이 21세기 인클로저 운동의 시작 아닌가. 여기까지가 내 거고, 여기까지가 상대방 거다라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준 거죠. 그래서 가치의 인터넷이라는 말을 하기도 해요. 네 것과 나의 것을 가르는 좋은 수단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클로저 운동 이후에 사유재산화, 자기 것이 명확해지면서 산업 혁명, 과학 기술이 훨씬 더 발전해 나간 부분이 있죠.”

인클로저(Enclosure) 운동: 산업혁명 시기 영국에서 자신의 소유권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일어난 울타리 치기 운동. 16~17세기 튜더 시대에 1차 인클로저 운동이, 18~19세기에 의회가 주도한 2차 인클로저 운동이 있었다. 소유 개념이 모호한 공유지(共有地)나, 서로 간의 경계가 모호했던 사유지 간에, 양이나 가축이 도망가지 못하게, 혹은 자신의 소유권을 명확히 하기 위해 울타리를 쳐서 자신의 영역을 확인했다.

Q. 블록체인이 국경없는 화폐라는 비트코인처럼 쓰이는 경우도 있고, 이더리움처럼 오픈 소스로 아예 다 개방되어버린 블록체인도 있고, EOS 같이 어느 정도 대역폭(bandwidth) 지분을 가지고 임대하는 형식의 경제구조를 띈 블록체인도 있잖아요. 어떤 블록체인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 내가 건물주처럼 따박 따박 임대료를 받아먹을 수 있는 시대가 온다고 보시는 건가요? 아니면 어떤 의미에서 사유재산이 정착이 된다고 보시는 거죠?

“이런 거에요. 사유재산 관리는 하고 있었죠. 예를 들면, 내가 사냥해서 10골드를 먹었다. 그럼 10골드는 내 거잖아요. 내 거를 누가 관리하냐 이거죠. 서버관리자? 문제가 생기면 서버관리자가 되돌려주거나, 없는 걸 만들어버리잖아요. 인클로저 운동 이전에 영주들이 자기 소작농들한테 문제가 생기면 땅을 빼서 주기도 하고, 옆에 재산 옮겨서 주기도 하고. 니거 내거 개념없이 영주 소유였던 거죠. 자본가들 없이 대대손손 내려오는 지역 공동체에서 생활하는 모습. 인터넷도 원래는 그런 모습이었다고 봐요. 예를 들어, 정부 관련된 인터넷 서비스를 정부에서 다 관리하고 있잖아요. 회원가입 하면 돈 내고 쓰고. 그 돈도 네트워크도 은행망에서 다 관리하고 있고. 그런 부분들이 명확해진 거죠. 여기까지가 내 거고 여기까지가 네 거다. 기존의 중앙집중화된 영주,관리자가 아니라 탈중앙화된 룰에 의해서 소유권이 명확해졌다고 봐요. POS나 POW, DPOS 방식으로 이자가 들어오는 방식으로 개인재산이나 소유권이 생겼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보,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이 생긴거죠.

소유권이 명확해졌다는 뜻에서 인클로저 운동을 말씀하신 거죠?
“나머진 사실은 다 부차적인 거죠. 어떤 서비스를 만들었을 때, 비지니스가 돌아가고 있고, 그 소유권을 증권화된 크립토토큰을 통해서 주장할 수 있다는 건, 기존의 방식에 비해서 어마어마한 진일보에요. DAO 때도 그랬지만은, 그 비지니스가 내는 부가가치가 명확하게 블록체인 상에 올라가고 ,그 올라간 수익을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토큰의 지분을 통해서 가져갈 수 있다는 게 정말 많은 비효율을 줄일 수 있고 세상의 많은 부분이 굉장히 편해지는 부분이거든요.”

“주식에 대한 소유권을 따로 관리하는 조직이 있어요. 백여 명이 넘는 사람이 그 업무만 해요. 누가 어떤 회사, 어떤 주식을 얼마 가지고 있고, 그런 업무를 독립된 기관 하나가 담당하고 있어요. 그게 필요 없어져버리는 거에요. 사람이 할 일을 적은 비용으로 기술이 대체할 수 있게 된 부분이기 때문에 저는 그거 자체가 진보라 보거든요. 자동화인거죠? 네, 일종의 자동화인거죠. 컴퓨터 과학자 사고방식이 간단해요. 사람이 반복적으로 하는 일을 기계가 대신할 수 있다면 그건 진보다.”

7. 인간이 만든 도구의 끝판왕, 인공지능

저는 그 점에서 AI가 도구의 끝판왕이라 봅니다. 이제 인간이 노는 시대가 올 거라 봅니다. 그냥 놀면서 예술하고, 애들 키우고.
“그렇죠. 좋은 방향으로 AI가 된다면 가능하죠. 저는 블록체인도 AI의 일종이라 봅니다. 인공지능이 강인공지능이 있고, 약인공지능이 있어요. 자기 존재에 대해 자각하면 강인공지능이고, 그렇지 않으면 약인공지능인데, 강인공지능은 아직 안나왔죠. 크게 보면, 지하철에서 표 찍어주는 기계도 인공지능이라 볼 수 있어요. 이 사람이 여태까지 얼마를 썼는지 쓴 돈을 확인해서 다시 뱉어주고, 이만큼 썼으니 이만큼 남았다고 알려주는, 일련화된 규칙을 가진 인공지능인 거죠.”ATM(Automated Teller Machine, 현금 자동 입출금기) 같은 것도 자동화된 기계, 기초적인 수준의 인공지능이니까요.

“블록체인 상에 올라가는 탈중앙화된 조직, 탈중앙화된 기업은 전형적인 인공지능의 형태를 띄고 있어요. 예를 들어서, 비트코인 같은 경우는 굉장히 흥미로운데, 비트코인의 운영주체가 따로 없잖아요. 비트코인 재단은 비트코인의 프로토콜 코드를 관리하는 데지, 비트코인의 주인이 아니잖아요. 비트코인이란 프로토콜이 채굴자를 고용해서 비트코인을 쓰고 있는 사람에게 거래의 안정성이란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봐요. 비트코인을 포함한 블록체인이 사람들을 고용해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는 거죠.”

블록체인은 인격은 아니지만 하나의 지성이라 볼 수 있겠네요? “자기 스스로를 자각하는 강인공지능은 아닌거죠. 일련의 잘 정리된 규칙을 따라서 사람들한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인 거죠. 그렇게 봤을 때 비트코인 프로토콜, 비트코인이 가진 규칙, 이 자체가 거대한 회사가 되버린 거죠. 경영진도 없고 주주도 없는데, 수요와 공급을 이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거죠.”

하나의 초자아(Superego)네요? 개인의 인격을 넘어선, 여러 사람들이 만든 집단지성이라 할 수 있겠네요. 심지어 탄생 자체도 집단지성적으로 만들어졌죠. 오픈소스로 만들어졌고, 삼백 명, 사백 명이 달려들어서 비트코인 프로토콜을 만들었으니까요. 그리고 이런 개념들이, 실질적으로 실패를 했고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클래식 포킹을 만든 주인공이기도 했지만, The DAO가 사실 그 정점을 찍었어요. 사람이 아닌, 일련의 규칙에 의해서 돌아가는 집단 말씀이시죠? 500억이 넘는 돈이 당시 다오에 모였었고, 다오가 쪼개져나가면서 기타 DAPP 관련 프로그램에 투자를 하고, 거기서 나온 투자 수익금이 다시 다오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일련의 비지니스 구조. 이 구조를 운영하는 주체 없이도, 정말 살아있는 생물처럼 조직이 계속 쪼개져나가면서, 각자가 부가가치를 일으켜내는 거대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다오가 정점이죠. 그런 식의 다오를 누구든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 이더리움의 시작이었고요. 튜링 완전하다는 것이 뭐 어려운게 아니고 원하는 걸 만들 수 있다는 거에요.

3부에서 계속됩니다.

Originally published at https://steemkr.com on December 1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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