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과 크립토 이코노믹스 : 블록체인 인센티브 디자인

엔프티(ENF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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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min readAug 30, 2018

Elad Berbin 과 Al Esmail 의 글 “Behavioral Crypto-Economics: The Challenge and Promise of Blockchain Incentive Design”을 토대로 번역 및 해설을 했습니다. 저의 결에 맞게 문장 구성과 문단을 빼고 수정하는 방식으로 글을 풀어 썼습니다.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는 컴퓨터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만들었습니다. 2018년, 우리는 인간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서 인간이 지혜롭고 시장은 항상 효율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가정했습니다 . 그런데 만약 대중들이 이성적이지 않다면 어떨까요?

비트코인의 크립토 이코노믹스 인센티브 설계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고, 이것은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첫 번째 화폐를 만드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러한 패러다임은 여러 프로젝트에 차용되어 사용되었을 정도입니다. 대표적으로, 미래 예측(Gnosis, Augur), 소셜 미디어(Steemit), 명성도, 거버넌스와 셀프 조직(Colony, Boardroom, Democracy.Earth), 데이터 콜라보와 인사이트(Ocean, Numerai) 등등의 프로젝트를 탄생시켰습니다.

그러나, 간단한 시스템을 위해 개발된 것을 확장시켜 복잡한 곳에 적용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규칙에 따라 움직이게끔 만드는 인센티브 알고리즘을 사람에게까지 적용시킨 것이죠. 여기서 우리는 사람들이 이성적이고, 최고의 수익을 내기 위해 행동할 것이며, 효율적인 시장을 형성할 것임을 암묵적으로 가정했습니다. 그러나 행동경제학계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사람들이 현명하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에 따르면, 인간이 내리는 대부분의 결정은 직관적 추론과 대략적인 판단에 기반합니다. 보통의 상황에서는 이런 방식이 효과가 있기 마련인데, 운전이나 투표 그리고 복잡한 금융시장에서의 거래와 같은 경우에서는 재앙적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이 게시물에서는 행동적 요소와 심리적 요소가 크립토 이코노미 설계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음을 말할 것입니다. 인간의 경제적 행동에 대한 전문가들 — 가령 공공 정책 전문가 — 행동경제학자- 사회과학자 등이 크립토 이코노미 디자인 팀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으며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해선 그들의 협력이 필요한 것이죠.

1. 서론 : 비트코인, 행동경제학 그리고 크립토이코노믹스

비트코인부터 알아보도록 합시다.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인센티브 디자인 컨셉은 나카모토 사토시가 쓴 비트코인 백서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나카모토는 인센티브 모델을 사용함으로써 여태껏 풀지 못했던 숙제를 해냈습니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었으며, 보안성 그리고 탈중앙화 구조까지 달성한 디지털 화폐를 만들어 낸 것이죠.

나카모토는 채굴자들이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게끔 인센티브를 부여했고, 악의적인 시도를 하는 공격자에겐 손해가 나게끔 프로토콜 단에서부터 설계를 했습니다. 게다가, 이는 채굴자, 유저, 개발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인센티브를 합리적으로 조정했습니다. 다른 방면으로 보자면, 나카모토는 비잔틴 장군 문제를 해결할 기발한 게임이론적 솔루션을 찾아낸 것이죠. 정직하게 행동하는 한 장군들에게 월급을 주고, 그릇된 행동을 하려다 걸리면 더 이상 월급을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나카모토의 게임 이론적 가정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합니다. 사실 비트코인은 단 51%의 마이닝 파워가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에 굉장히 취약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은 인간이 합리적이고 최고의 효율을 추구한다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정에 기반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사람들이 게으르더라도, 악의적인 연합체가 형성되더라도,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죠. 스팀잇이나 어거와 같이 좀 더 최신의 가정들과 비교해보아도, 비트코인의 훨씬 현실적이며 논쟁의 여지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의 보안은 수학적으로 증명되었음)

2009년부터 인센티브 디자인은 훨씬 정교해 졌습니다. 오늘날의 블록체인은 더 복잡한 시스템에 더욱 정교한 인센티브 구조를 적용하는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 ZCash와 다른 암호화폐는 비트코인이 사용한 가장 기본적인 인센티브 구조를 차용함. 이더리움이나 다른 2세대 블록체인도 마찬가지.

- Gnosis, Augur와 같은 예측 시장 프로젝트들은 미래에 있을 가격 형성 메커니즘을 이용했다. : 정확한 미래를 예측하는 유저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해당 예측에 베팅하게 만듦.

- Steemit은 사용자들에게 흥미로운 글을 올리고, 다른 글들의 퀄리티를 평가하게끔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가치 있는 글을 쓰는 사람에게 ‘추천’을 하게끔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사실상 명성도 시스템을 구축했다.

- Numerai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이 좋은 알고리즘을 고안하고 그것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 Futarchy는 좋은 결정은 고수하게끔 장려했다.

- Ocean은 현존하는 데이터에 가치를 부과하기 위하여 좋은 데이터셋을 올리는 유저에게 인센티브 부여

  • Polkadot은 네트워크 상의 유저들이 정직한 결정을 내리고, 악의적인 유저들을 찾아내고, 믿을 만한 사람을 정하게끔 인센티브 부여했다.

“인센티브 디자인은 블록체인에서 가장 강력한 특징이라 여겨진다.”

전반적으로, 인센티브 디자인은 여러 어플리케이션에 적용되어 있고, 블록체인에서 가장 강력한 특징이라 여겨집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핵심 기능은 잘 조직된 인센티브가 여러 방면으로 다른 곳에도 적용된다는 것. 확장성이 있다는 것). 이 성향은 뛰어난 블록체인 혁신가들의 수려한 문장으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Trent McConaghy가 블로그에 쓴 글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블록체인이 토큰 홀더 간의 인센티브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모든 토큰 홀더들은 이것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 재미있는 건, 이 블록체인의 효용은 단순히 인센티브를 주는 것보다 더 일반적인 것에서 온다. 다시 말해, 토큰을 줌으로써 사람들이 특정한 것을 하게끔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블록체인의 인센티브 시스템이다.

나는 이것이 엄청난 힘이라고 본다. 블록 보상 기능은 네트워크 참여자가 수행해야 할 작업을 정의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 “당신은 네트워크 상에서 사람들이 무얼 하기 원하는가?”. 이 질문은 또다시 다음 질문들로 귀결되게 된다. “기계에 그 의도를 얼마나 잘 전달할 수 있는지” 마지막으로 “그 인센티브를 설계할 방법을 아는지”.

2. 사토시에서부터 스팀잇까지

비트코인에서부터 더욱 확장된 인센티브 시스템들을 분석해 볼 것입니다. 그림 1에서는, 두 개의 축으로 현재 인센티브 디자인의 확장된 양식을 살펴보겠습니다.

- ‘자율성’ 축은 토큰 홀더가 보상을 얻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작업을 직접 해야 하는지를 나타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비트코인은 컴퓨터가 대부분의 결정을 내리는 반면, 스팀잇에서는 인간이 결정을 내립니다.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냥 컴퓨터가 정직하게 채굴하게 놔둠으로써 보상을 받습니다. 반면, 스팀잇이나 어거 같은 경우, 인간이 직접 예측을 하거나, 게시물을 올려야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중간쯤에 해당하는 Polkadot과 PoS 시스템은 네트워크에 지장을 주지 않는 곳에 지분을 고정시켜 놓기를 요구합니다.

- ‘행동반경’ 축은 보상액을 극대화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방법들이 있는지를 말합니다. 스팀잇에서는 사람들의 포스팅 개수만큼 다양한 행동들이 있는 반면, 비트코인에서의 효율적인 행동은 그저 ‘정직하게 채굴하고 검증하기’ 뿐이죠. Numerai에서는 좋은 알고리즘을 만들기가 요구되며, 그것의 성능에 따라 보상을 받게 되는 구조입니다.

“블록체인의 인센티브 설계는 과학자 뿐만 아니라 공공 정책 전문가 또한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간의 본질적인 행동까지(ex, 블로그에 글쓰기) 장려하게끔 인센티브 설계의 영역이 확장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 크립토 이코노미에서 널리 인정받는 인센티브의 힘에 대한 믿음은 비트코인의 뛰어난 실적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트코인 패러다임은 도표의 좌측 하단 부분에 정당성을 부여하여, 우측 상단 부분에 위치하는 시스템까지도 동일한 신뢰성을 누릴 수 있을 정도로 확장되었습니다. 우측 상단에 있는 스팀잇과 같은 시스템도, 비트코인과의 아무런 구분 없이 일반적인 블록체인 기반 크립토이코노믹스 시스템으로 취급됩니다.

그들의 크립토 이코노미 모델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확장되었죠. 이는 실질적인 인센티브 구조를 위한 종합적인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음을 나타냅니다. 여기서 말하는 종합적인 전문성에는 메커니즘 디자인, 암호학, 엔지니어링, 그리고 행동경제학과 인문학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복잡하고, 대략적이면서도, 비논리적인 방식으로 행동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죠. 그래서 블록체인의 인센티브 구조는 과학자 뿐만 아니라 공공정책 전문가 또한 필요한 것입니다.

결정적으로, 인간이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장애물이고 가장 유명한 예시로서 최후통첩 게임이 있습니다. 최후통첩게임은 다음과 같은 규칙으로 진행됩니다.

A라는 사람에게 100달러를 주고 B에게 특정 양의 돈을 나눠주게 한다. 대신 B라는 사람은 해당 제시를 ‘수락’ 및 ‘거절’을 할 수 있다. B가 거절을 한다면 두 사람 모두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 만약 수락한다면, B는 A가 제시한 만큼의 돈을 받고, A는 그 나머지를 얻는다.

게임이론에서 B의 이성적인 선택은 A가 0.01$만 나눠주더라도 항상 ‘수락’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는 30$ 미만의 금액이 제시되었을 때 대체로 ‘거절’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A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20~30$가량은 B에게 제시했습니다. 위의 경험적인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두 참가자 모두 차선의 전략을 채택했습니다(게임 이론의 관점에서). 우리는 이런 효과가 스팀잇처럼 정교한 시스템에서도 일어날 것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실질적 요소를 포함하는 크립토 이코노믹 시스템에 기반하는 설계 원칙을 무효로 만드는 비합리성은 무엇인지 알아봐야 합니다.

특별히, ‘행동경제학적’사고를 위의 도표에 적용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 인센티브 구조가 덜 자동화될수록 설계하기가 어렵고, 확증편향, 매몰비용의 오류, 여론과 같은 인간의 비합리성에 더 많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 행동반경이 넓을수록, 최적화와 옳은 선택을 하기가 힘들다. 컴퓨터는 대개 많은 것을 검색할 수 있지만, 그럴수록 비용은 더욱 많이 소모된다.

인간이 한다면 더욱 비효율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사람들은 결정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질수록, 인지적 비용이 더 들고, 결과적으로 나쁜 선택을 초래한다.

그래서 ‘덜 위험한 구간’(도표의 핑크색 부분)이외의 부분을 살펴보았는데, 참여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극대화시키는지 알기 힘듭니다. 이는 시스템 설계자에게는 더욱 어려운 숙제로 다가옵니다. 참여자들이 결정을 내리기 힘들수록, 설계자로서는 예측 하기 힘들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만들기도 어려워 지는 것이죠.

3. 견고한 인센티브 시스템 만들기?

여태껏, 정교한 크립토 이코노믹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것은 어렵고 제대로 이해도 안 된 영역이라 말했습니다. 그래서 인센티브 시스템은 대체로 망가진 상태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수정해가면서 향상시켜 나갔던 것이죠. 사실 이는 기술적인 시스템이 항상 해왔던 방식입니다. 불의 발명에서부터, 우주 경쟁,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의 경쟁까지. 모든 이러한 과정들은 결함이 있는 상태에서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 나아져 갔습니다.

불행하게도,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체계에서의 상황은 다른 기술들과 달리 그렇게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그 이유로 첫 번째, 블록체인은 설계될 때부터, 한 번 배포되고 나면 수정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 변화(ex, 포크)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이해관계자의 지지를 받아야 하고, 다른 이해당사자와는 싸워야 합니다. (ex, 비트코인 블록 사이즈 논의)

둘째, 블록체인의 취약성이나 시스템적 결함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기 전까지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쯤 되었을 땐, 이미 수백만 달러의 시가총액을 달성했을 것이며, 네트워크 효과는 이해관계자들을 더욱 뭉치게 만들어 변하기 힘들게 만듭니다. 설계상의 결함에 의해 해당 커뮤니티의 유저가 이익을 보는 상황이더라도, 그들은 ‘특징이지 버그가 아니야’라고 말할 것이기 때문이죠. 이는 공공정책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난제이며, 탈중앙화 구조에서도 언제든지 나타날 현상입니다.

요약 : 좋은 인센티브 시스템은 최상의 상황에서도 만들기 힘듭니다. 블록체인에서는 코드가 곧 법이고, 영구 박제되며,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배포되기 때문에, 좋은 인센티브 시스템을 설계하기가 힘듭니다.

비트코인의 성공으로 낙관적이고 희망적으로 보면 안 됩니다. 추후의 인센티브 디자인 패러다임은 견제와 균형의 틀을 가져야 하며, 느리게 성장해야 하고, 세심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코노미 구조를 제대로 짜지 못한다면 이전의 금융위기 때처럼 시스템이 비틀거리기 시작하면서 하락장을 길고 깊게 끌고 갈 것입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이라면 이코노미 모델을 만드는 단계부터 주의를 하라고 충고를 할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실패한 경제 모델들을 보고 배울 자료들이 많습니다. 블록체인은 세계에서 가장 급진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전례 없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인센티브를 조정하고 기득권을 해체함으로써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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