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000억', 혹은 scalability에 관하여

아직 대외적으로 발표된 우리 회사의 투자 건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우리 회사가 아직 vaporware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그렇지만 지금도 적극적으로 투자 검토를 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점을 공유하는 것이 서로의 이해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정리해 보았다.
또, 이 기준은 우리 회사가 시리즈 A 투자자의 하나로서 고려하는 기준일 뿐이고, 다른 투자사는 같은 시리즈 A 투자를 하더라도 나름대로의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반화하지는 않기 바란다.

예전 2016년 트랜스링크의 투자 방향의 말미에 Scalability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트랜스링크 코리아는 (모든 투자자가 cliche처럼 이야기하는) 팀, 정확히는 그 팀의 실행력을 보는 것 뿐 아니라, 그 비즈니스 구조를 scalable 하게 만들 수 있는가 하는 점도 중요하게 볼 것이다.

그 Scalability의 의미를 가장 단순화하면 “매출 1,000억이 잠재적으로 가능한가”라는 표현으로 설명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사업 계획서에서 비즈니스의 구조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매출 1,000억이 잠재적으로 가능한가”를 가장 먼저 따져 본다.

(여기에서 매출은 GMV가 아닌 net revenue를 의미한다. 실 거래액을 매출로 인식하는 전자 상거래, 일부 O2O 서비스의 경우에는, GMV에서 발생되는 수수료를 계산하여 이를 기준으로 다시 따진다. 여기에 사족을 달자면, 어느 비즈니스가 disruptive business가 되려면 (매출이 일정 규모에 도달한 이후 구조적으로) Gross Margin이 60%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GMV를 매출로 인식해야 하는 경우는 G/M이 10% 내외를 넘지 못한다. 제조업도 일반적으로 G/M이 최소한 30%는 넘는다. )

예를 들면, 국내 배달시장이 10조 규모라고 한다. 배달의민족과 같은 배달 중개 플랫폼의 미래 매출을 추정해 보자면, 10조 시장 (TAM) 중 50%가 온라인/모바일화하면 5조 시장이 되고 (SAM), 이 시장에서 1위가 되면 M/S가 최소 30%정도 될 것이고 그러면 거래액이 1.5조 정도 된다. 매출 구조를 아주 단순화 하여 여기에 10% 수수료 적용하면, 매출 1,500억원이 된다. 즉, 아주 정교하게 엑셀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략 이런 식으로 brute force 방식으로 추정해 본다. 중요한 것은, 그 비즈니스 구조가 개략적으로 그 정도 규모가 가능한지 여부를 추정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매출 1,000억’은 실제로는 상징적인 수치를 의미하고, 핵심 KPI를 가입자, DAU/MAU등 다른 방식으로 따져도 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모든 metric이 매출로 전환되어야 의미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매출 1,000억’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따지게 된다. 어떤 서비스는 지금 당장 비즈니스 모델에서 매출을 계산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 경우는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한 시점에서 가능하다고 예상되는 매출을 추정해 본다.

예를 들면, 아직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하지 않고 가입자, DAU/MAU 데이터만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서비스인 경우에는, 향후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 광고 기반이 될지, 부분유료화 기반이 될지, 마켓플레이스가 될지 등을 예상해 보고, 각각의 경우 가입자, DAU/MAU당 LTV를 추정하여 계산해 본다.

각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KPI를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는, “린 분석” 책을 참고해 보기 바란다.

그럼, 왜 매출 1,000억을 기준으로 삼을까?

순수한 펀드 투자자의 시각으로 아주 단순화해서 숫자 기준으로만 계산해 보자면, 시리즈 A 투자는 100억 내외의 valuation으로 10~30억을 투자하고, 그 이후 시리즈 B & follow-on 투자를 전제로 한다. 시리즈 A 투자 중심의 펀드로서는, 개별 투자건에 대하여 희망적으로 10x 를 목표로 한다. (미국에서야 100x를 목표로 하겠지만, 국내 시장에서야…..) 그래야 10개의 투자 건 중, 1개가 목표대로 10x, 나머지 중 2~5개가 3x 정도의 결과를 내면 좋은 펀드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10x를 목표로 하려면 적어도 그 투자 회사의 시가 총액이 1,000억 이상이 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궁극적으로 매출 1,000억, 영업 이익 100억~200억, 시가 총액 2,000억~5,000억 정도 나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실제 매출 1,000억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대략 매출 300–500억 정도의 시점에 펀드로서 10x exit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투자 회사가 예상보다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 나간다면, 최근 쿠팡, 배달의민족에 대해서 이루어진 정도의 대 규모 펀딩을 통하여 그 다음 단계로까지 성장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겠지만, 사실 그 정도의 성공은 ‘one in a million’이라고 보기 때문에 그런 케이스를 목표로 일반화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궁극적으로 최소 매출 1,000억 정도의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어야 disruptive business로서의 의미가 있는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고, 이 정도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비즈니스여야 그만한 risk taking을 하면서 투자를 하고 성장 과정을 같이 고민해 나갈 의미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내가 시리즈 A 투자자로서 1년에 투자 가능한 회사는 대략 5개 내외에 머무를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매출 1,000억이 잠재적으로 가능한가를 먼저 따져 보고 가능하다는 추정이 되면, 다음 단계로는 그 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metric (OMTM)이 무엇이고, 매출 1,000억이 되기 위해서 그 metric이 얼마가 되어야 하고, 그 metric이 그 수치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하면 가능할지를 따진다. (비즈니스 자체의 scalability에 대한 판단)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그 팀이 그 metric을 달성하기 위해서 전략, 제휴, BD 등의 측면에서 집중해야 하는 점을 개략적으로 추정해 보고, 그 팀이 그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할지를 따져 본다 (팀의 실행력에 대한 판단)

이 과정에서 대략적으로 (wild guess 수준이라도) 필요한 capex 및 opex 규모를 추정해 보면, 대략 시리즈 A, 시리즈 B, 각 단계에서 어느 정도의 펀딩이 필요할지 역으로 추정 가능하다. 시리즈 C 및 그 이후도 고려할 수 있지만, 그렇게까지 장기적으로 정교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대략 이 정도의 과정으로 시리즈 A 투자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해 본다.

이 정도의 설명이면, 우리 회사가 투자 검토에서 기대하는 scalability의 의미에 대한 설명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몇 가지 사족:

1. 매출 1,000억을 추정할 때, 지금 당장 집중하는 시장에서만 기대하는 것은 아니고, 첫번째 집중하는 분야에서 확고한 자리를 잡고 인접 분야로 확장하는 가능성도 당연히 같이 고려한다. 즉, 지금 당장의 성과를 낼 가능성보다는, 시장의 잠재 규모 및 팀의 core competency 및 잠재력을 본다는 의미이다.

2. 투자 후에는, 매출 1,000억에 도달하기 위하여 중간 milestone으로서 1차로 매출 100억, 2차로 매출 300억 정도로 단계별로 나누어서, 필요한 전략에 집중할 것이다. 시리즈 A 투자라는 것이 사업 초기에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면서 success formula를 찾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시리즈 A 투자 이후에는 그 success formula에 집중 투자해서 1차로 의미있는 규모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이다. 대략 매출 100억 정도면 그 success formula가 성공했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면, 대략 이 단계에서 시리즈 B의 follow-on 투자 및 매출 300~500억으로 도약하기 위한 2번째 단계의 success formula 찾는 과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매출 300억에 도달하면, 대략 이 단계에서 회사 자체는 의미있는 IPO/M&A가 가능하게 되고 시리즈 A 투자자로서는 10x 정도의 exit이 가능해질 것이다.

매출 300~500억에서 매출 1,000억으로의 성장은 창업에서 그 단계에 오기까지 경험했던 것과는 다른 차원의 새로운 스테이지에 돌입한다고 보아야 한다. 회사도 IPO/M&A 등 구조적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사족:

1. 나 개인적으로는 매출 300억/영업이익 30억이 CEO로서의 최대 경험치이기 때문에, 그 다음 단계에 대해서는 뭐라 해 줄수 있는 말이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