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 3세대 스타트업, 두 개의 인터넷, 그리고 Chuhai (出海)

허진호 (Jin Ho Hur)
Feb 13 · 11 min read

Tik Tok

최근 Tik Tok의 10가지 innovation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드디어 중국 스타트업이 미국의 카피를 넘어서서 스스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는 변곡점에 이르렀구나” 라는 느낌에서였다.

The 10 Ways TikTok Will Change Social Product Design

Tik Tok의 10가지 innovation을 하나씩 보면, 대부분이 이제까지 없던 새로운 개념/방식이다. 이는 2000년 전후 싸이월드, MySpace, Friendster 부터 시작하여 지금의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완성된, 우리가 일반적으로 익숙한 소셜 네트워크의 보편화된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SnapChat이 가장 가깝긴한데, 페북 — 스냅챗 — Tik Tok의 스펙트럼으로 보자면 스냅챗은 페북과 Tik Tok의 중간 단계라는 판단이다.

결국, Bytedance라는 회사는 미국에서 시작한 기술 (AI)을 가장 잘 활용하여, (미국에도 없는 수준으로 잘 응용된)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Toutiao), 다음 단계로 이를 자신의 방식으로 재 해석하여 새로운 도메인 (소셜 네트워크)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서비스를 (Tik Tok) 창조해 낸 셈이다.

2010년 전후 중국의 3대 소셜네트워크의 하나였던 RenRen의 전신 Xiaonei 서비스가 Facebook을 거의 코드까지 복사하는 수준의 카피로 시작한 것이 불과 10여년 전이었는데 말이다.

나는 이를 중국 스타트업의 제 3세대라고 해석한다. 이제 Bytedance부터 시작하여 수 많은 제 3세대 스타트업들이 등장할 것이고, 어쩌면 Pinduoduo, Hema Fresh 등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업체들이 (원조 미국을 뛰어 넘는) 제 3세대로 진화할 지도 모르겠다.

이를 계기로 중국 스타트업 시장에 대한 시각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보았다. 뭔가 일상적으로 보는 것보다 큰 변화의 흐름이 시작된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두 개의 인터넷’

워낙 중국 인터넷 시장이 크다 보니 여러 곳에서 중국 인터넷 시장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인터넷 시장에 대하여 macro 시각에서 가장 insightful한 Mary Meeker Internet Trend Report에서도 몇 년 전부터 Hillhouse가 작성한 ‘중국 시장’ 부분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너무 macro view 라서 실제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주 자세하게 이해하기에는 충분하지 않고,

a16z에서도 파트너 Connie Chan 중심으로 중국 인터넷에서의 innovation을 커버하고 있는데, 주로 중국 인터넷 서비스의 특징 중 비즈니스 모델, Skill 등 미국 시장에서 참고할 만한 점들을 소개하고 스타트업에게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insight를 제공하는데 집중하여, 대부분의 스타트업에게 참고할 만한 좋은 자료가 된다.

그 중에서도, 최근 중국 인터넷 환경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데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 중 하나가 SCMP의 China Internet Report 였다.

이 보고서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이 슬라이드였다. (피상적으로 어느 정도 알고 있기는 했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미국 인터넷에서의 주요 플레이어와는 완전히 다른 중국 로컬 플레이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China vs. U.S. — Top Players for Key Verticals

사실상, 중국 인터넷 시장의 Great Firewall을 고려하면 사실상 중국인들이 쓰는 인터넷과 미국(에서부터 시작하여 글로벌)에서 사용하는 인터넷이 서로 완벽하게 분리된 형태가 되어 버렸다. (Yahoo! Japan, 네이버, Yandex 등 일부 시장의 outlier는 논외로 하자)

일명 Splinternet 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른바 ‘두 개의 인터넷’ 개념이다.

마치 ‘병행 우주 이론’과 비슷하게, underlying physics (기술)은 같지만 사실상 두 개의 세상이 공존하는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진 셈이다.

최근, 미국 — 중국 무역 분쟁의 일환으로 Huawei 등의 중국 tech 회사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면서, 중국 핸드폰 제조사 중심으로 중국 외 시장에서 Google Play를 대체할 수 있는 앱 마켓에 대한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모바일에서도 ‘두 개의 인터넷’ 구조가 더 강화될 것이다.

(사족: 이미 중국 내에서는 Google Play보다 중국 자체 앱 마켓이 훨씬 더 크지만, 이는 중국 내의 개발자와 사용자 만을 위한 것이었는데, 이제 중국 외의 해외 시장으로도 이 구조를 확장하려는 움직임이다. 무역 제재에 의하여 중국산 핸드폰에 대하여 Google Play & Google Services 접근이 제한되면, 중국산 핸드폰을 중국 외 시장에서 판매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 구조를 탈피하려는 움직임인데,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 속에서 실현 가능할 지는 의문이 크다. 위의 기사가 나오자마자 모든 업체가 그 의미를 축소해서 설명하고 있고, Huawei도 공식적으로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우리는 이러한 ‘두 개의 인터넷’ 세상을 현실로 받아 들이고, 중국 시장에 대하여 이제까지보다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할 변곡점이 되었다고 본다.

중국 인터넷 시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동안 직간접 경험 등에 의하여 이해하는 중국 시장에 대한 시각을 몇 가지 공유해 본다. (아주 주관적인 판단이기 때문에 일부 사실 관계에서 틀릴 수도 있지만, 큰 흐름에 집중하여 보면 좋겠다.)

중국 스타트업 제3세대

중국 스타트업은, 이제 90년대 인터넷 붐 시절에 미국 서비스를 그대로 카피하여 중국에 이식한 BAT로 대표되는 1세대를 지나서, 미국에서 수입된 서비스를 현지화하여 완전히 중국화 된 2세대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본다.

일부에서는 그 대표 주자를 TMD (Toutiao, Meituan-Dianping, Didi Chuxing)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미국 tech의 대표 기업을 FAMGA, FAANG 등 여러 가지로 부르듯이) 아직 정착된 개념은 아니다. 또, 기존의 BAT도 (Baidu를 제외하고는) 모두 2세대를 거치면서 다른 2세대 주자와 비슷한 형태의 진화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변신해 왔다.

(이 점에서는, 국내의 1세대 인터넷 기업은 그 정도로 시장 변화에 따른 진화를 하지 못하였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알리바바 계열 서비스들과 국내의 1세대 커머스 서비스들을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세대의 특징은, 수입된 서비스를 중국 현지화하여 미국의 오리지널과 완전히 다른 형태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작은) innovation들이 만들어졌고, 이제는 미국에서 이러한 작은 innovation들을 배우려고 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Alipay/Wechat Pay 모바일 결제, 슈퍼앱과 mini program 환경, 미국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유료화 모델 (심지어, 하나의 서비스에서 여러 유료화 모델이 혼재되어 있기도 하다), 다양한 커머스 기능/서비스 (라이브 비디오, 인플루언서, Group Buying 등) 있다. (Connie Chan의 Four Trends in Consumer Tech 발표 중, 슈퍼앱, 커머스 관련된 내용을 참고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특히 커머스와 retail 분야에 관한 한 이제 중국 시장은 다른 어느 시장에서도 볼 수 없는 다양한 innovation이 시도되고 있다. Group buying (Pinduoduo 拼多多, Shehuituan 社会团), 라이브 비디오 커머스 (Tmall Live, Kwai), 인플루언서 커머스 (Xiaohongshu 小红书), New Retail (Hema Fresh 河马先生), C2M (Consumer to manufacturer) 모델 등. (중국 내의 커머스 관련 주요 키워드는 이 자료를 보면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러한 2세대에서 진화하여, Bytedance의 Toutiao, Tik Tok를 필두로 새로 등장하는 제3세대는, 수입된 미국산 기술과 사업 모델을 중국 현지화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까지 없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서 거꾸로 시장을 리드해 나가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본다.

Tik Tok 외에도, 커머스, 특히 ‘신 유통 (new retail)’ 과 ‘물류’ 분야에서는, 원조 미국을 뛰어 넘는 innovation이 중국에서 나올 것이다.

커머스, 신 유통에서의 혁신

중국은 인구 수와 소득 수준에 의해 가장 큰 단일 시장이기도 하지만, 1–5선 도시 간의 소득 격차가 큰 사회 구조, ‘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제조업 집중 등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인프라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유통/소매, 커머스 분야에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새로운 혁신이 등장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이는 미국과도 다른 환경이고, 그 외 어느 나라도 이러한 독특한 환경을 갖추지 않고 있다.

그래서, 커머스, 유통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실험은 상상을 초월한다.

사실상, 커머스와 유통에 관한 한, 중국 시장에서 일어 나고 있는 일들 (알리바바, JD 등의 대형 업체 뿐 아니라, 새로운 스타트업), 그리고 아마존이 하는 일들을 보면,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을 정도이다.

(그 외, 게임 분야도 사실상 이제 미국(+유럽)과 중국, 양 대 시장으로 나누어졌다고 보는데, 이 시장은 그 자체로 독자적이고 독특한 시장이니 만큼 논외로 한다.)

Chuhai (出海)

역사적으로 늘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장사를 해 온 중국 상인들의 특징인지 모르지만, 중국 스타트업들은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하면 해외 시장 진출에 아주 적극적이다.

이러한 추세를, 중국인 스스로 Chuhai (出海)라는 용어로 설명할 정도로 중요한 트렌드이다.

이는 Tencent, Alibaba 등의 대규모 업체 뿐 아니라, 스타트업도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해외 진출에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적극적이고, 그 범위도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동남아, 인도 시장에 그치지 않고, 남미, 아프리카까지 이른다.

Didi의 브라질 ride hailing 서비스 99 인수 뿐 아니라 , ‘Uber for Trucks’인 Huochebang (Manbang Group)의 브라질 투자, 원래 Opera가 설립한 아프리카의 핀테크 기업 OPay를 중국 기업이 인수하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일 , 아프리카 핸드폰 시장의 압도적 1위 Transsion 등이 모두 이러한 중국 기업의 Chuhai 흐름의 대표적 예이다.

그 결과, 동남아 유니콘 중 중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인수를 받지 않은 기업이 1–2개 밖에 없고, 인도 모바일 앱 Top 100 중 대략 40%가 중국 기업이 만든 앱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낼 정도이다.

이는, 우리가 ‘해외 진출’을 일종의 cliche 같은 구호 수준으로 반복하는 것과 달리, 실질적인 시장 진출에 집중하는 중국 상인 정신의 결과라는 생각이다.

어쩌면, 명나라 초기 정화의 원정과 비교할 수도 있지만, ‘명 제국의 건국을 널리 알리라’는 명분에 그친 정화의 원정과 비교해 보면, 이번에는 보다 실질적인 경제적 진출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본다.

미국 vs.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

그러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것이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이다.

이제 우리는 미국 시장 일변도의 이해에서 벗어나 중국과 미국을 가능하면 비슷한 비중으로 고민하고 기회를 만들어 가야 할 거라고 본다.

경제 전반에 대한 원론적인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스타트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미국과 중국을 비슷한 비중을 가지고 연구하고, 배울 것은 배우고, 버릴 것은 버리는 practice가 필수적이 되었다고 본다.

굳이 비교하자면,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술의 등장, 그리고 어떤 기술의 상업화 과정을 구조적으로 잘 시스템화 하는 능력은 미국 시장에서 배우고,

이렇게 새로운 기술, 사업 모델/시스템을 수입한 후 어떻게 자기화하고 자기 시장에 맞는 innovation을 만들어 가면서 사업 기회를 만들어 가는 지에 대해서는 중국 시장에서 배우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 과정을 극히 단순화하자면, 해방과 함께 미국 중심의 경제 블록에 편입된 후, 70–80년대는 ‘세계를 잡아 먹을듯이 성장하던’ 일본의 경제와 연동하여 성장하였고, 90년대부터는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이 주춤하는 동안 ‘92년 한중 수교를 계기로 ‘결국 글로벌 Top 2 강대국이 될’ 중국의 경제 성장과 연동하여 성장하여 왔다고 본다.

급성장하는 양 대 글로벌 경제 대국에 인접하여 그들의 경제 성장의 과실을 가장 많이 누려온 이 과정은, 어찌보면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누리지 못 한 행운이기도 하고, 오랜 역사동안 중국이라는 초강대국의 주변국으로서의 줄타기를 나름 잘 해 왔던 우리의 능력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 역사는 지금도 진행형이고.

아직도 중국을 ‘우리나라를 곧 따라 잡을 나라’로 생각한다면 이제 그 생각은 접자. 스타트업 분야에서도 중국이 우리를 앞서 나간지 이미 오래이고, 우리 세대는 어쩌면 우리나라 전체 역사를 통 털어 (GDP 기준으로) ‘중국보다 더 컸던’ 경험을 가지는 유일한 세대가 될터이니.

Series-A VC, based in Korea, helping startups going global

허진호 (Jin Ho Hur)

Written by

SEMA Translink Invest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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