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going global #3] 그럼, 스타트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 — 제도, 규제

이 사진을 보면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운전을 할 때 느끼는 가장 큰 차이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미국에서는 왼쪽 사진과 같이 ‘여기에서 U턴을 하면 안 된다’고 명시적으로 표시되어 있지 않는 한 어느 곳에서나 U턴을 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오른쪽 사진과 같이 ‘여기에서는 U턴을 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표시된 곳 외에는 어디에서도 U턴을 할 수 없다.

바로 Negative System과 Positive System의 차이다.

기본적인 차이는, 미국의 Negative System은 ‘명시적으로 불허되지 않은 모든 것은 허용된다’는 원칙하에 사회 체제가 움직이고, 우리나라의 Positive System은 ‘명시적으로 허용된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은 불허한다’는 원칙하에 사회 체제가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교통 신호 체계 뿐 아니라, 우리 일상 생활, 경제 등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우리 업계와 관련된 예로서 기간통신사업자 허가에 관해서 예를 들어 보자.

우리나라에서는 원칙적으로 정부에서 정한 역무 항목에 대하여 정부가 정한 수의 허가만 부여하고, 그 부여 방법도 일반적으로 비 정기적인 정부의 사업권 부여 계획에 따라 사업자가 제안서를 제출하고 정부가 소위 ‘Beauty Contest’ 방식에 의하여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매번 신규 통신 사업자 선정때마다 주파수 할당, 제안 금액 등으로 많은 뉴스를 양산해 내는 것이 바로 이런 방식때문이다.

반면, 이에 해당하는 미국의 FCC 214 라이센스는, 기본적으로 일정 요건을 정해 두고 업체가 라이센스 부여를 신청하면 그 요건이 충족되는 한 기본적으로는 라이센스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전화 회사뿐 아니라 자체의 데이터 센터와 통신망이 필요한 구글도 이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고,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 센터를 구축한 애플도 이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다. 이 라이센스가 있어야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수적인 광 통신망 소위 ‘dark fiber’를 (통신사에게서 매달 사용료를 내면서 빌려 쓰는 것이 아니라) 구입해서 자가망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는 비단 정부의 허가 사항 뿐 아니라, 스타트업이 새로운 영역의 비즈니스를 개척할 때마다 그 비즈니스가 소위 ‘현행법’에 해당되는 사항이 생길 때마다 이슈가 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최근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우버’ 사태이다.

국내에서는 사실 우버 뿐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신규 사업들이 소위 ‘현행법’의 벽에 막혀 있다.

P2P 대출 Lending Club — 대부업법
국제 송금 TransferWise — 외환관리법 (환치기)
Airbnb — 숙박업법
쿠팡 — 화물자동차운수업법

그렇다고, 국내에서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기술이 ‘현행법’의 벽을 극복하고 결국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낸 예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90년대 말에 탄생한 온라인결제대행업 (PG) 업체들도 당시 기준으로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상태였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에 의하여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의 탄생을 본 금융 당국에서 당분간 해당 법 적용을 유보하여 주었고, 또 이러한 새로운 서비스를 수용할 수 있도록 2000년대 초반 그 법안을 개정하여 주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는 모든 온라인 쇼핑몰에서 이들 PC 업체를 통해 신용카드 결제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참고로, 이들 PG 업체의 현재 시가 총액은, 통신사의 일부가 된 LG U+를 제외하고 4개사 약 18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렇게 현행법 위반이라고 하더라도 정책 당국자의 판단에 의하여 해당 법률 적용이 유보되는 ‘운 좋은’ 경우가 매번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우리나라의 Positive System 체제에서는 구조적으로 혁신적 새로운 기술에 의하여 탄생한 새로운 상품, 서비스에 대하여 현행법이 좇아 가지 못하는 것이 매번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실제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따라 기존 법 체제가 이와 상충될 때마다 정부에서도 이 이슈를 해결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막혀 있는 상황에서 요것조것 하나씩 풀어 나가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결국 대부분의 잠재적 혁신 기술 및 서비스는 그 시간의 벽을 뚫지 못하고 좌절하게 된다. 마치 필리버스터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Negative System 하의 미국에서 조차도 이러한 류의 이슈가 발생하면, 이에 대응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무척 발빠르고 일사불란하다. Crowdfunding이 법률적으로 이슈가 되니 2012년에 바로 ‘JOBS’ (Jumstart Our Business Startups) 법안을 만들어서 바로 해결해 주었고, 미국 산업의 경쟁력에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H1B 비자 제도를 만들어 해외 브레인 유치에 결정적 기여를 하면서 소위 ‘세계의 혁신을 주도하는 미국의 비밀 병기’를 만들어 냈다.

2000년 조지 부시와 알 고어의 대통령 선거에서 알 고어가 더 많은 득표를 하고도 낙선한 후 그렇게 많은 논란을 거치면서도 18세기 마차타던 시절에 만들어져 시대착오적인 제도라고 할 수도 있는 대통령 선거인단 제도를 바꾸지 않는 것을 보면서 “미국은 제도 바꾸는 일을 참 안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이렇듯 실질적으로 필요한 제도 변경은 정말 발 빠르게 하는 것에 놀라기도 하였다.

물론 당연히 스타트업이 하는 것이니 모든 것에 면죄부를 주고 무엇이든지 허용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일단 안돼’ 라는 대응이 아니라, 일단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제까지 없던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 그 것이 사회에 확산되는 과정을 먼저 보면서 사회적으로 용납 가능한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서 적용하자는 뜻이다.

속된 표현으로 “일단 지를 수 있게 해주고, 사회적 이슈가 생기면 하나씩 해결방법을 찾으면서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보자”는 뜻이다.

“일단 지를 수 있게 해주고, 사회적 이슈가 생기면 하나씩 해결방법을 찾으면서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보자”

‘기존에 명시적으로 허용되는 것 외에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발생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모두 안 돼’라는 positive system과 ‘기존에 불허된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이 일단은 허용돼. 다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 그때 그에 맞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보자’라는 negative system, 둘 중에 어느 것이 빠른 기술의 변화에 따라 이제까지 상상하지 못하였던 새로운 상품,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스타트업에게 적절한 시스템인지는 명확하다고 본다.

‘현행법의 전방위적 압박’ 속에서 혁신이 숨 쉴 공간을 최소한이라도 만들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이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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