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배지,“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대하여.”

SOHYUN PARK
Trend in Seoul 
Published in
3 min readSep 27, 2014

임신 하기 전까지. 나도 임산부배지에 대해 알지 못했다. 임산부가 길거리에 눈에 띄지도 않았다. 이기적인 인간이라,,, 임신을 하니, 하루에 족히 10명 정도의 임산부가 눈에 보인다. 임산부 생활 5개월째, 우리 나라는 생각만큼 아이를 갖고, 아이를 기르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것을 꺠달았다.

티나지 않는 임산부를 위해 만든 것이 임산부 배지이다.

필자는 임신 4개월차에 처음으로 지하철에서 할머니 한 분께 자리를 양보받았다. 초기 임산부를 알아보신 것에 놀라웠다. 배에 손을 올려놓지 않았다면,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의 배의 크기였다. 식곤증으로 너무나 졸렸던 차에 너무나 고마웠지만, 마음 한 켠으로 할머니께 자리를 양보받아 죄송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몇 분이 흐른 뒤, 할머니가 내리고 한 할아버지가 내 앞에 서 계셨다.

할아버지는 여기저기 기웃거리시며 자리를 찾는 눈치셨다. 만원 지하철에 자리 양보가 쉽지 않은 분위기 였고, 그 중 젊어보이는 필자를 계속해서 쳐다보셨다.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이 상황을 지켜보던 옆자리에 젊은 청년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할아버지께서는 자리를 양보받고 나서도 옆에 앉은 필자를 계속해서 쳐다보셨다. 못내 야속하셨던 모양이다.

내가 먼저 임산부 배지를 꺼내놨어야 했고,

임산부임을 알렸어야 했다.

“할아버지, 죄송해서 제가 초기임산부인데 너무 졸리기도 해서 자리양보를 못해드렸어요…” 라고 이야기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텅빈 지하철에서 혼자 찍은 사진.

나는 임산부 배지가 가방 속에 있었다.

임산부 배지가 있었지만, 한번도 임산부 배지를 보이게 해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다. 나도 다른 임산부의 배지를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한번도 본적이 없다. 아직은 임산부를 대우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임산부 커뮤니티에서는 많은 임산부들이 임산부 배지를 자랑하며 임신을 자축한다. 하지만, 그건 단지 인증일 뿐이다. 임산부 배지를 내보이고 자리를 양보받는 모습은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임산부들만 아는 임산부배지

2010년부터 초기임산부 보호를 위해 보건소가 지하철에서 보급하기 시작했고, 교통카드를 넣고 다닐 수 있도록 편리성도 있다. 배가 나온 임산부는 아름다운 불뚝한 배 자체가 배지이다. 초기 임산부들은 배지 밖에 표식을 할 수 가 없다. 실제 임신 4~5개월까지 자세히 보지 않으면 티가 나지 않는 임산부들도 있기 때문이다.

임산부 배지를 전국적으로 통일하고, 홍보포스터나 공익광고를 통해 널리 알리는 방법은 어떨까? 미혼 여성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고 싶게 그런 사회적 호의가 널리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필자도 내일부터 임산부 배지를 꺼내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용기 있는 임산부가 되어 보길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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