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이 나랑 무슨 상관

lulu
UFOfactory 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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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min readFeb 1, 2016

Intro

나는 지금의 사회가 맘에 들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세상이 살기 좋아졌다고 하는데, 내 눈에는 어두운 부분들이 자꾸 보인다. 사회의 어두운 부분에 대한 나의 끌림은 ‘단순한 관심’인가 아니면 그 이상의 것인가. ‘왜 이런 사회가 싫은지, 왜 나만 바뀌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제대로 설명해서 다른 사람들을 납득 시킬 수 있는가. 그렇게 거창한 질문은 미뤄두고, 먼저 나 스스로에게 설명하고 납득 시켜보자. 나아가서,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제시해보자. (+나는 왜 남산 밑 사무실에 매일 아침 출근해서 일을 하고, 이 곳에서 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는가. 급여를 원하는 것이라면 다른 일자리는 많다. 빈곤에 대한 나의 관심과 UFO101에서 내가 하려는 일 사이에는 어떤 연결지점이 있는가. 나와의 대화를 시도해보자!)

  • 읽기 혹은 듣기 전에 주의 사항 : 주관적이고 감정적이어서 부담스러울 수 있음. 교훈 없음.
  • 읽고 혹은 듣고 나서 얻을지도 모르는 것 : 어떤 고민. 발제자에 대한 관심(….?)

이런 사회가 왜 싫어?

  • “사람들이 행복해보이지 않아. 우울한 일들 투성이야. 마음이 괴로워.”
  • MBN뉴스 ‘구로역서 달리던 열차에 투신사고…지연운행으로 불편’ (기사바로가기)
  • 오마이뉴스 ‘고시원 총무는 시체썩는 냄새를 안다’ (기사바로가기)
  • JTBC ‘노인들의 500원 순례길’ (기사바로가기)
  • 경향신문 ‘아무도 돌보지 않는 여성노숙인’ (기사바로가기)
  • (born to be) 메이저보다 마이너에 대한 관심
사진을 찍을 때에도 어둡고, 버려지고, 상처나거나 소외된 이미지에 관심이 간다.

빈곤은 무엇일까?

  •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지만(ex.자발적 거지), 빈곤하면 행복할 수 없다.(가난≠빈곤)
  • 빈곤은 돈, 마음가짐, 인간관계 등에서 ‘밑천’이 없는 상태를 일컫는다.
  • 나의 밑천(결과적으로, 나는 밑천이 많은 사람!)
  • 여러분의 밑천도 그림으로 그려보세요.
  • ‘밑천’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사회가 ‘밑천’이 되어줘야 하는 이유
    (=확인된 나의 ‘밑천’을 보고도 순수하게 기뻐할 수 만은 없는 이유)

굉장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인데도 ‘밑천’이 없다는 이유로 꽃 피우지 못한다면 사회 전체의 행복이 감소된다.

‘빈곤한 사람들은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사회에서 떼어내 버리고 싶나? 머릿속으로는 잘라낼 수 있어도 사회 일원으로서는 여전히 연결되어있다.

가진 자의 불안은 가난한 자의 불행과 결코 분리할 수 없는 한 덩어리이다.

무엇보다도 동시대에, 같은 한국 하늘 아래에서, 심지어 같은 지하철을 타고 있는 어르신이, 청년이, 학생이, 아이가 ‘밑천’이 없어서 힘들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너무 쓸쓸하게 만든다.

그러니깐, 내 밑천을 조금만 떼서 나눠주고 싶다 !

할 수 있는 일 찾기

  • 하고 싶은 일
  1. 세상을 뒤엎어서 하루아침에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 절대 할 수 없다.

2. 적극적인 활동가가 되고 싶다. 어쩌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할 수 없다.(적극적인 활동가 즉, 시민사회단체나 인권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는 생활의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그들의 평균 임금은 100만원~150만원 정도인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육체적으로 힘든 일도 많다. 그들은 자신들의 ‘밑천’을 사회를 위해 아낌없이 쓴다)

3. 활동가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오. 자질이 엿보인다.(활동가다운 사람이란 어떤 문제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문제를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풀어나가려고 날마다 궁리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 지금까지,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긴 했었어

무료노동 : 저소득가정 어린이 학습도우미, 아름다운 가게 스탭, 비영리서점 책방이음 스탭, 서울역노숙인무료급식소에서 배식 도우미, 지역복지관 각종 프로그램 봉사자(라고 쓰고 노가다라고 읽는다.)

인권단체활동 : 세월호 관련 활동-416연대 특강 듣기/행사 참여, (겁나서 거의 못 갔지만)집회 활동, 반성 폭력 교육 참여 등등

대학에서 4.5년 간 사회 복지에 대해 공부

지역 복지관에서 지역 내 결혼 이주 여성들을 위해 근무(정녕 그들에게 기여한 것이 있는가 싶은 회의감이 들기는 한다)

방황 : 대학토론동아리 활동, 사회복지사 토론 모임 활동, 사진 찍으며 여행(나돌아다니기), 독서, 지나친 음주 등등

고민을 하고 있는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고민에서 한발 더 나가고 싶다.

  • 멋진 일을 하는 팀들이 많구나. 도울 수 있을까.

십시일밥 — 취약 계층 대학생 식권 전달 프로젝트

소담소담 — 신림동 청년 공동생활 공간

마르코 로호 — 독거 어르신들이 만드는 기부 팔찌

여성 홈리스를 위한 ‘빅이슈’ 정기구독 판매 시스템

  • 내 ‘밑천’도 잘 보살피자.(내 ‘밑천’의 천적인 외로움 병을 예방하자)
  1. 공동 주거를 하자(텅빈 집에 혼자라면, 칼퇴를 해도 행복할 수가 없어!)

2. 오프라인에서 소소한 모임에 참여하자.(ex. 돌고 도는 모임)

3. 나만의 블로그를 만들어서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자.

고민을 말한다고 뭐가 달라져?

  • 혼잣말이라도 하면 후련하더라.
  • 비슷한 고민을 가진 친구를 만날 수 있다. 같이 고민하면 든든하다. 외롭지 않다.
  • 고민을 말하다 보면, 정리하게 된다. 길이 보인다.
  • 내 이야기를 던지면 상대방도 이야기를 꺼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생각을 객관적으로 보게 될지도 모른다.

일독을 권합니다.

아래의 책은 사무실 책장에서 무료 대여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흥미 있는 이슈의 신규 입고 도서가 생기면 블로그로 간략하게 소개해드릴게요.

  • 덤벼라, 빈곤’(유아사 마코토 지음/ 찰리북) : 빈곤퇴치운동으로 일본을 뒤흔든 매력남. 유아사 마코토가 거침없이 쏟아내는 우리가 알아야 할 빈곤 문제에 관한 진실.
  • 한국사회보장론‘(박승희 지음/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 모두의 삶과 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사회보장을 조망하고 대안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사회보장제도가 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스웨덴의 경우를 우리나라 사회보장을 비추어보는 거울로 삼아 대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끄적끄적 덧붙이는 말

누가 꿈이 뭐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지 난감하다. 꿈이라는 말이 너무 거창해서다. 그런 말을 갖다붙이기에 내가 느끼는 삶은 혹은 인간은 그렇게 대단하지도 멋지지도 않다. 인간은 보잘 것 없고, 하찮고, 초라하기에 사랑스럽다는 말에 공감한다.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나에게 주어진 순간들을 받아들이고 그 감정을 충분히 느끼며 사는 것이다. 하지만 꿈이 뭐냐는 질문에 저런 대답을 말했다가는 쾌락주의자나 방탕아로 비춰질 위험이 있다. 그런 오해를 받고 싶지는 않으므로, 나는 질문의 요지에 적합한 다른 말을 찾고 싶다.

얼마 전에 셀프덕질북이라는 것을 작성하면서 나의 지난 28년 간의 감정을 대략적인 그래프로 나타내어 보았는데, 위아래로 극심한 요동을 치고 있어서 좀 당황스러웠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비슷했다고 한다. 어쩌면 감정이라는 것은 믿을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감정에 빠져드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그 감정으로 행동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내 감정에 가려서 현실을 잘 못 판단하기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렇게 내키는대로 살아온 내 행동들을 쭉 나열해서 생각해보니 그 행동들 사이에서도 어떠한 맥락이나 일관성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짐작할 수 있도록 힌트를 주었다. 요즘 나는 더 적극적으로 나에 대해 알고자 한다. 이런 변화가 어디서 온 것인지 궁금하지만 잘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얻은 힌트가 정말 힌트인지 아니면 오히려 나를 헷갈리게 하는 트릭인지도 모르겠다. 혼란스러운 것들은 늘 가시질 않는다.

Originally published at minewater.dotho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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