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채굴기

Myung Sahn Juhn
UFOfactory 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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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min readApr 20, 2016

인터넷에 유령이 떠돌고 있다. 블록체인이라는 유령이… 글로벌 은행에 에스토니아라는 국가에 비트코인에 이더리움에 뭐 난리도 아니다.

그래서 한번 알아보기로 했다. 일단 기사와 관련 자료들을 좀 읽어봤다. 솔직히 잘 이해가 안되었다. (당시에 보기엔) 무슨 만병통치약 같은, 팥으로 메주를 쑤겠다는 수준의 이야기도 종종 보였다. 그래서 일단은 해킹이 불가능한 시스템이라는 얘기만 암기했다. 그리고 작년 말부터 블록체인 관련 세미나들을 찾아가보았다. 그 중, 블록체인OS라는 회사에서 주최하는 디캠프 세미나는 공짜에 여러 지식들과 간식에 와인까지 나눠주길래 지속적으로 참관했다. 그리고 블록체인OS에서 주최하는 주간 모임에도 참여했다. 머리가 나쁘면 반복학습이 최고의 학습법이기에…

블록체인OS가 주최하는 주간모임은 한주간 있었던 블록체인 관련 소식들을 공짜로 나누어준다. 일단 주간 동향을 계속 들어보니 반복학습 효과가 생기는 듯 하다. 글로는 아무리 봐도 이해 안가던 블록체인의 로직도 귀동냥으로 들으니 살짝 이해가 되는 것 같은 오해를 하는 수준 정도 되는 듯 하다.

오라일리 출판사에서 나온 <Blockchain: Blueprint for a New Economy>도 읽어봤다. 이 책은 기술적인 사항들은 거의 다루지 않고 블록체인의 현황과 블록체인으로 만들어진 서비스들이나 시도, 가능성과 사회적 의미 등을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가 엄청 아리송하다. 채굴(mining)은 도대체 뭐고 이걸 왜 해야 되는거야? 곡괭이 들고 파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캐면 비트코인이나 뭐 그 비스무리한 걸 준다는 데 어떻게 도대체 왜 주는 거야? 그래서 직접 채굴을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마침 블록체인OS의 최용관이사님이 이더리움이 쏠쏠할 거라고 조언을 해준다. 조금 더 괴롭혀 그래픽카드는 뭘 쓰고 시스템은 어떻게 이더리움 가격은 얼마고 뭐 이런 조언을 받아냈다. Radeon R9 380 그래픽카드를 2개 사용하면 하루에 1이더(ether, 이더리움의 화폐 단위) 정도 나온단다. 1이더가 10달러 정도이니 계산이 나온다. 그래픽카드를 두개 꽂아 시스템을 구성하면 90만원 좀 넘게 나오는데 그러면 3개월 정도면 시스템 구매비를 회수할 수 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절차, 와이프님에게 허락을 받았다. 창업 말아먹고 빚더니 남편인데도, 와이프님은 이런 일에 대범하다. (위대하신 마님께 경배를…) 해보라신다. 12개월 할부로 긁었다. 월 8만원 좀 안되는 금액 이상만 벌면 손해는 아니다. 아.. 전기세가 문제다. 이더리움 채굴의 건설적이고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취지와 목적과 회사에 왜 이득인가를 대표님께 말씀드려 조달청 전용 PC로 사용하기로 하고 회사에 두기로 했다. (관대하신 대표님께 경배를…)

그래서 조립한 게 바로 이 PC. 원래는 조립되어 있는 PC를 고르려했는데, 사양이 잘 안맞는다. 그래서 부품을 하나하나 사서 직접 조립했다. 하나만 꽂으면 채굴하는 이더리움 양에 비해 전기세가 안나올 가능성이 있어서 그래픽카드는 Radeon R9 380 2개를 꽂았다. 파워는 안정적으로 700W.

일단 PC를 세팅했으니, 윈도우를 깔고, 구글 검색 맨 위에 나오는 가장 쉬운 이더리움 채굴 방법을 따라했다. 그래픽카드가 쌩쌩 돌아간다.

왜 그래픽카드냐고? 문외한이 주워들은 얘기를 반복하자면, 이더리움을 채굴할 때는 CPU보다 GPU가 계산 속도가 훨씬 빠르단다. 그래서 GPU를 10개 연결해서 채굴하는 사람들도 많단다. 중국에는 아예 공장식으로 사무실에 컴퓨터만 꽂아놓고 채굴을 하는 사람들도 있단다. 채굴은 결국 전기세와의 싸움이기에 전기세를 아끼려고 아예 해가 지지 않는 그린랜드 같은데서 태양열 발전기를 연결해서 시스템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확인했다.

아무튼 그래서 하루 정도 지나서 채굴된 이더리움을 확인해 봤다.

0

으잉? 왜 0이지? 0.345 이런 건 안알려주고 1이 되어야 알려주나? 그래서 다시 몇시간 지난 후 확인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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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최용관이사님께 SOS. 친절하게 직접 PC에 원격으로 들어와서 세팅 작업을 해 주었다. 사실 이 세팅법을 나는 아직 모른다. 캐묻지도 않았다. 그냥 해준대로 두고 있다. 찾아보려면 찾아볼 수 있을텐데, 그건 다음 기회에 해보기로…

아무튼 세팅이 끝나고 하루 밤을 지나고 나니 드디어 나의 첫 이더가 찍혔다. 와우~~

0.21 ether

안타깝게도 사진은 찍어두지 못했다. 대신 현재 화면은 다음과 같다.

5.18 이더이니 현재까지 채굴량은 약 45달러 정도된다.

첫 이더를 받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구매한 시점부터 따지면 거의 3주 정도? 지난 것 같다. 하루가 지나니 대략 0.5 정도가 나온다. 어? 하루에 1 정도 나올 거라 그랬는데… 블록체인OS 주간 모임에 가서 물어보니 이더리움 채굴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보상이 떨어졌을 거란다. 이더리움 해시 파워 증가 추세를 보여주는 사이트를 들어가보란다.

위 파란 부분이 이더리움 해시파워 총량인데, 그 량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대략 시간을 역추적해보니 1 이더가 나왔다는 그 시점은 대략 한달 전으로 추정되고 그 때(위 그림 오른쪽 끝에서 두번째 날짜) 이더리움의 해시 파워가 현재의 약 절반 정도로 추정된다. 즉 이더리움이 시장에서 인지도를 얻으면서 이더리움에 사람들이 몰린 탓에 배분받는 몫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덕분에 하드웨어 비용 회수 시점이 두배 늦어질 것 같다. 게다가 최근엔 이더리움 가격이 8달러에서 9달러를 왔다갔다 하고 있다.

일단 하드웨어 비용을 비교적 빠르게 회수할 수 있겠다는 전망은 빗나갔다. 다만 12개월 할부로 월 8만원 정도씩을 갚아나가는 것은 아직 충분한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현재 기준으로는 투자비를 회수하는데 약 6개월 정도 걸릴 것 같다. 그것도 전기세가 빠진 상황이니, 만약 집에서 돌린다면 그리 수지 맞는 장사는 아니다. (전기세는 전자식 계량기를 달아 조만간 계산해볼 생각이다.)

초창기 비트코인을 채굴했던 사람들은 상당한 보상을 받았다. 그리고 초기에 이더리움을 채굴했던 사람들도 쏠쏠하게 재미를 봤을 것이다. 이더리움은 참여자가 늘면서 이미 그 단계를 지난 듯 하다.

그래도 일단 채굴이 뭔지, 블록체인 에코 시스템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략 맛을 보았다. 아.. 채굴이 뭐냐고? 문외한의 수준에서 이야기하자면, 비트코인 채굴은 비트코인 거래가 일어나는 것을 암호화해서 블록체인에 쌓는 작업이다. 그 암호화 처리하는 계산 알고리즘이 꽤 복잡하기 때문에 높은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작업에 비싼 하드웨어와 전기세를 써서 자발적으로 해줄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 작업에 참여한 보상으로 참여한 만큼 비트코인을 발급해 주는 것이다. 이더리움도 비슷한 구조다. 거래 시스템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작업에 참여하고 보상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시장에 잘 안착했다. 이더리움도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그 외에 수십가지의 디지털 기반 암호화 화폐들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미 디지털 화폐의 에코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주식시장과도 유사해 보이는 디지털 암호화폐의 에코시스템은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다.

이 에코시스템이 조만간 우리 삶에 순식간에 자리잡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확신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좀 들여다보고 나니 아마 팥으로 메주를 쓰는 일도 가능할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공부를 하고나서 글을 쓸 예정이다.

그렇다고 모두 다 긍정이 되는 상황은 아니다. 가장 큰 의문은 이것이다 : 과연 거래 시스템의 안전성을 보장하는데 이렇게 많은 자원을 사용해야 할까? 그것은 많은 하드웨어 자원과 전기를 소모한다. 과연 그 거래시스템은 전체적인 비용으로 봤을 때 효율적인 것일까? 지금 단계에서 필자가 가지고 있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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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ung Sahn Juhn
UFOfactory org

A member of BOScoin project, author of Blockchain Government, senior researcher of ARIST, supporter of protocol cooperativism, sharing economy, direct democra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