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하려는 젊은 프로그래머들에게

Twitter 초기 멤버들 중 하나인 Alex Payne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Letter To A Young Programmer Considering A Startup라는 글의 번역이다. 실리콘밸리에서의 얘기들인 터라 우리 나라의 상황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커리어의 출발 지점으로 스타트업이나 창업을 꿈꾸는, 막 대학을 졸업했거나 졸업 할려는 프로그래머들에게 조금 다른 시각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을 해봤던 사람들 중 하나로서, 절대 스타트업을 하지 말라는 의도로 이 글을 소개하는 것은 아니라는걸 강조하고 싶다.


저는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있고 학업과 직업적인 미래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자주 이메일을 받습니다. 이 글은 이런 젊은이들을 위한 것입니다.

여러분이 십대 후반이나 이십대 초반이라면 여러분은 스타트업과 그 창업자들, 그리고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상적이라고 여기는 세상에서 자랐을 겁니다.

지금 학교에 다니는 중이라면 학교를 그만 두고 스타트업을 만들거나 기존의 스타트업에 참여해야 할거 같은 압박을 느끼거나 그러라고 부추겨 졌을 지도 모릅니다. 이미 직업을 갖고 있고 스타트업이 아닌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면 어쩐지 잘못 되었다고 느끼거나 커다란 부의 기회와 값진 경험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요.

여러분 세대는 지난 몇 년간 상실이라는 위험 앞에 불안하게 서있었습니다. 일자리는 부족하고 대학에 진학한들 취업이 보장되지도 않습니다. 크고 전통적인 회사들은 더이상 경력을 쌓기 좋은 확실한 안전망도 아닙니다. 언론을 통해 보면 스타트업만이 이 죽어가는 토양 위의 유일한 생명줄인 듯 보입니다. 저 또한 이런 매력을 잘 알고 있고요.

사람들의 진로는 각각 다르며 여러분은 여러분의 것을 직접 결정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여러분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결정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다음은 제 경험상 스타트업에서 일할려 할 때 미리 고려해 봐야할 것들이며 보통은 듣기 어려운 내용들입니다.

스타트업은 단지 목표로 가는 수단

최근에 저는 한 젊은이와 얘기를 나눴습니다. 4년 내에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제가 묻자 그 젊은이는 주저 없이 대답했습니다.

제 회사를 운영하고 싶습니다.

왜 그런지를 묻자

제 혈관에는 기업가 정신이 흐르니까요.

라고 대답하더군요. 그가 운영할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사람들이 겪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그의 목적은 경영 자체였고 학교를 진학한 이유도 결국은 그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목적의식을 갖고 일을 했을 때 자신의 결과물에 만족감을 느낍니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언제나 우선해서 생각하는게 성공하기 위한 정신 무장에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목표 도달의 순간을 그려보고, 진척도를 체크하며, 스스로 목표 달성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죠. 목표는 우리 개개인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게 합니다.

스타트업은 목표 달성의 최선의 수단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위 젊은이의 목표가 어떤 사업이든 자기 사업을 하는 것이라면 스타트업은 실제로 그에게는 최선의 길일 겁니다. 허나 다른 사람들의 경우에는 스타트업이 갈채를 받고 선망의 대상이 되며 (쉽게 달성되지는 않더라도) 쉽게 이해되기 때문에 그런 형태의 목표를 세우는게 아닐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최선의 길이 비영리 단체를 시작하거나 정치에 뛰어드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대학에서 연구를 하거나 불법 거주 건물에서 예술 작품을 만드는 걸수도 있고요. 활용 가능한 충분한 자원이 제공되는 크고 안정적인 회사에 입사하거나 안정적이지만 힘들지 않은 직장을 찾아서 가족과 친구, 주변 사회나 자기계발에 쓸 시간을 많이 만드는게 목표 달성을 위한 답일 수도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입니다. 목표를 생각해야지 수단을 즐기면 안됩니다. 여러분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뭔가요? 남을 돕고 싶나요? 스타트업을 하는게 목표 달성을 쉽게 만드나요, 더 어렵게 만드나요? 목표를 달성한 후에는 어디에 있고 싶은가요? 목표 달성이 안되면 어떤 상태일까요?

스타트업의 일자리는 다른 형태의 일자리일 뿐이고 스타트업 문화는 다른 형태의 기업 문화일 뿐

스타트업은 흥미진진하고 위험적이며 심지어 전통적인 기업을 엎어버릴 대안으로 그려집니다. 훨씬 자유롭고 유연하며 열려있는 기업으로 생각되죠. 일부 회사들을 실제로 그렇게 시작되지만 크게 된 스타트업들의 인터뷰 몇몇만을 봐도 스타트업들이 얼마나 빨리 기존의 조직과 같은 모습으로 경직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닷컴 버블때 처럼 현재도 수많은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엑셀러레이터, 엔젤/시드 펀딩 등이 넘쳐납니다. 스타트업 커뮤니티는 스타트업 하는 법을 전파하기 쉽고 가치나 규범, 용어가 엇비슷한 행위들로 간소화 시키면서 스스로 규모를 키워 왔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스타트업의 문화는 특징 없이 비슷해서 그 비슷한 옷 스타일이나 차림새는 이 스타트업의 사람 — 흔히 다 남자 -들을 그들끼리만 어울리게 합니다 (cougar가 그들을 이용해 먹으면 안되니까요).

제가 만났던 경영과 출신 젊은이는 졸업과 동시에 스타트업에 진출을 하려고 합니다. 졸업을 할지 조차 불확실 하지만요. 전통적으로 위험을 감수하지 않던 경영과 출신들이 이제는 큰 회사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새로운 큰 회사 입니다. 아래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스타트업은 벤처 투자가들과 관련 업체들로 이루어진 커다랗고 분산된 일터의 현장 사무소나 마찬가지입니다.

전통적인 일자리에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은 없습니다. 단지 여러분이 일하려는 곳이 어떤지 깨우치기만 하면 됩니다. 회사가 주는 맥주통이 비거나 공짜 점심 때문에 살이 찌고 휴게실에서 Xbox를 갖고 노는게 더이상 재미 없으면 뭐가 남을까요? 여러분이 여러분을 인터뷰 했던 열정적인 CEO가 아니라 사내 정치를 하는 중간 관리자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면 여전히 거기서 일하고 싶은가요? 이런 곳이 여러분을 붙잡아둘 만큼 충분히 참신한 일터일까요? 어디서 일하던지 다 똑같아 보인다면 새로움이란게 있기는 할까요?

스타트업을 하는 것은 체계적이 되고 신화처럼 되었으며 문화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위험을 제거해온 덕에 공식이나 비법 형태로 간소화 되었습니다. 허나 창의성이나 혁신적인 변화에는 지속가능한 공식이 없습니다. 혁신을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만들어 내려고 한다면 만들려는 것 자체를 망가뜨리게 됩니다. 창조적 파괴가 자본주의를 계속 키워온 것 처럼요.

스타트업은 톱니바퀴를 멈추는 렌치가 아니라 시스템의 일부입니다.

스타트업의 펀딩 — 여러분의 월급을 줄 돈이죠 — 은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나옵니다. 부유한 개인이나 기관들이 다른 자산에 투자하듯이 스타트업에 투자합니다. 미래학자인 Bruce Sterling은 최근에

스타트업은 다른 사람들 — 주로 베이비 부머 세대 자본가들 — 을 부자로 만들어 주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젊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고 비꼬았습니다. 지나친 일반화에 냉소적이기도 하지만 완전히 거짓말은 아닙니다.

생명공학같은 분야를 제외하면 벤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매우 작은 자본이 투입 되어서 이상적일 경우 훨씬 많은 자본을 뱉어 내는 기계나 다름 없습니다. (실제로는 이런 기계 장치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아 보입니다. 심지어 투자 자산으로의 벤처 캐피탈이 효과적인지, 그리고 벤처 캐피탈 자체의 효과에 대한 논쟁도 있고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기계의 중심에 여러분이 있다는 겁니다. 여러분이 이 기계를 굴립니다.

이 기계는 여러분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기계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망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만들어 졌고 잘해봐야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이익을 돌려줄 뿐입니다. 벤처 캐피탈의 포트폴리오 상의 대부분의 회사는 제대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한두 개의 열배 회사들이 전체 포트폴리오를 떠받치고 있죠. 실패한 회사의 창업자들은 잘 되면 또다른 도전의 기회를 얻게 됩지만 최악의 경우엔 나락으로 빠지기도 하죠.

벤처 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모두가 혁신적이지는 않습니다. 스타트업은 단지 기존과 다른 또 하나의 시스템이죠. 올라갈 수많은 단계가 있는 기존 회사 사다리와 다른 것일 뿐이죠. 몇몇 스타트업들은 극적으로 시장을 뒤엎기도 했습니다만 곧 시장의 여러 플레이어 중 하나가 되거나 시장 지배자가 되었습니다.

스타트업을 통한 파괴(적 혁신)에 대한 끊임없는 찬사는 의문을 품게 합니다. 그 파괴가 실제한다고 했을 때, 그 파괴되어 바뀐 시장에서 우리는 더 잘 살게 되었나요? 문제를 해결했을까요? 아니면 그저 다른 곳으로 옮겨 버렸을까요? 정의와 평등을 확산시켜 영구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가치를 창출했나요? 아니면 그저 부유한 사람들 일부의 희생으로 다른 부유한 사람들을 더 부유하게 만들 뿐인가요?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있나요? 아니면 정해진 미래로 좀 더 빨리 가고 있을 뿐인가요?

스타트업은 지속적인 대인관계 비용이 듭니다.

한두 가지의 마초적인 영웅담 없이는 스타트업을 얘기하기 힘듭니다. 밤샘 프로그래밍으로 지쳐 쓰려지거나 몇 주 동안 집에도 못들어가고 투자 유치를 위한 발표들을 한 얘기 같은 것들이죠. 스타트업은 대부분의 일터에서 보기 힘든 대담성에 대한 욕구에 호소를 하며 서비스 출시 일정 때문에 개인들의 사생활을 희생한 후 돌아올 보상에 대한 얘기들도 들립니다.

허나 스타트업이 사람들의 삶에 주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듣지 못합니다. 위에 언급된 링크의, 실패와 자살로 막을 내린 사업가와 같은 최악의 경우에도 이 업계는 하루나 이틀 정도 블로그와 트위터에서 추모를 할 뿐이고 이내 열심히 일하기로 돌아가고 심지어는 투자자를 달래고 경쟁자를 겁주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를 내보이기 까지 합니다.

저는 스타트업이 대인관계를 어떻게 망칠 수 있는지를 직접 보아왔습니다. 일이 최우선이 되었을 때 결혼 관계나 친구 관계가 멀어지고, 자식과 배우자가 밀려나는 것을 봐왔습니다. 언론과 소셜 미디어에 흔히 언급되고 컨퍼런스에 주요 연사로 참여하며 수 차례 창업과 Exit을 경험한, 스타트업 성공의 상징과 같은 사람들이 극심한 외로움을 토로하는 것도 들었습니다.

젊을 때는 사람과의 관계가 회복 가능한 자원처럼 보입니다. 친구들이 많기도 하고 쉽게 만들어 지고요. 집을 나와 세상 속으로 뛰어들면서 당연히 존재하는 것인 가족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합니다. 일에 몰입하게 되면 스스로 중요하고 독립적이며 어른이라고 느끼게 되죠. 일 자체가 새로운 인간관계와 친구들을 만들어 주고 고된 업무를 같이 하면서 만들어 지는 동질감 또한 강합니다.

저도 초기 단계의 회사들에서 일하면서 그런 친구들을 만들었습니다만 역설적이게도 스타트업에서 일하지 않을 때에 그런 관계들을 유지하고 즐기는 것이 훨씬 쉬웠습니다.

맺음말

저는 지금까지 인생의 절반 동안을 여러 스타트업들에서 일해 왔습니다. 그렇게 일한 것이 어느 정도 재정적인 자유를 갖게 해줬고, 그렇게 번 돈을 다시 다른 스타트업들에 투자하기도 했고요. 현대의 스타트업 시스템이라는게 있다면 저 또한 그 일부입니다.

여기까지 와서 모호하게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근본적으로 그 시스템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이 시스템이 파괴에 대해 침을 튀기며 찬양을 하면서 스스로는 그렇게 대체하고 싶어 하는 멍청한 조직이 되어 가고 있음에 회의적입니다. 스타트업 커뮤니티가 흔히 가지는 단시안적인 관점도 회의적이고, 특히 스타트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삶과 그 스타트업들이 바꾸려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 모두에 대해 냉담하게도 무신경한 것에 특히 회의적입니다. 벤처 캐피탈의 세계에서 공모가격 담합, 여타 시장 교란 행위들이 얼마나 흔한지는 논의할 필요도 없고요. 핵심은, 스타트업 시스템은 나쁜 게임일 뿐 아니라 조작되어 지는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스타트업들도 있습니다. 친절하고 좋은 목표를 갖고 있으며 개인의 삶과 업무의 균형을 잘 맞추고 자신들이 하는 일의 영향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그런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그런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정치나 대중 미디어, 프로 스포츠 같은 다른 분야에서 일어나는 타락과 변질에 대해 비판을 하더라도 그 안에서 윤리적이고 능률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존경하고 칭찬해야 합니다. 새로운 대안 시스템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은 과대포장된 기계를 계속 돌리려는 공동체의 그늘에서 일하는 터라 더더욱 널리 알려져야 합니다.

제가 스타트업 세계에 너무 많은 책임을 지운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이 시스템은 매일 매일 스스로를 자본주의에서 문화까지 모든 것에 걸쳐서 구세주인 것 처럼 광고를 하지만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일 뿐이라는걸 받아들여야 합니다. 몇 해 전, 사용자가 저축의 일부를 쉽게 그리고 정기적으로 자선단체에 기부할 수 있게 해주는 Simple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을 때 Sand Hill Road의 최상위 회사의 벤처 캐피탈리스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런 거에 시간 낭비를 하진 말죠. 우린 돈을 벌려고 여기 있는 거니까요.

여러분이 이런 의견을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여러분같은 젊은 나이에 이상이 꺾이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여러분이 하는 일이 어떤 형태로든 의미 있고 목적성이 있으며 가치가 있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여러분의 삶이 일 이상의 것으로 정의되기를 바랍니다.

젊은 프로그래머 여러분, 저는 여러분이 스타트업이라는 동전의 양면을 모두 고려하기를 바랍니다. 세상에서 의미있는 일을 하는 방법은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