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으로 고양이 데려가기


결혼 후 회사 파견으로 필리핀에 나오면서 가장 손이 많이 갔던 것은 의외로 저희가 기르는 고양이인 후밍이를 필리핀으로 안전하게 데리고 오는 것이었다. 해외 이사는 해본 사람도 많고 포장이사업체에 전화만 하면 와서 다 싸서 보내는지라 전화 몇 번 하고 집 정리 해놓는 것이 다였지만, 동물을 외국으로 데리고 나가는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다.

동물을 외국으로 데리고 나갈 때는 크게 두 종류의 준비가 필요하다. 하나는 해당 국가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 또 하나는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기 위한 준비. 결국 두 나라의 동물 입국에 필요한 준비를 모두 해서 출국을 해야 한다. 여기에 추가로 비행기 탑승을 위한 준비까지 해야 하고. 고양이 외 다른 동물은 조금 내용이 다를 수 있어서 이하 내용은 모두 고양이로만 명시하겠다.

여기에서 설명하는 조건이나 서류들은 우리가 후밍이를 필리핀으로 데려오는 시기의 기준이기 때문에 참고만 해야하고 최신 정보는 농림축산검역본부 등을 통해 별도로 파악해야 한다.

필리핀 입국을 위한 서류들

필리핀에서 고양이 입국을 위해 요구하는 서류는 비교적 간단하다.

  • (영문) 건강증명서/예방접종증명서: 동물병원에서 발급.
  • 동물 수입 허가서: 필리핀 동물관리국(BUREAU OF ANIMAL INDUSTRY)에서 발급. 이메일로 신청하면 된다.
  • 검역증명서: 인천공항 수출검역실에서 발급하니 출국 당일날 발급 가능.

건강증명서/예방접종증명서

건강증명서
예방접종증명서

수의사의 사인이 들어간 건강증명서/예방접종증명서는 동물병원에서 몇 가지 검진을 거친 후에 손쉽게 발급받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다른 필요 서류들의 준비를 함께 해야되는 터라 관련 경험이 있는 동물병원을 가는게 좋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찾은 용산구의 한사랑동물병원을 이용했는데, 무뚝뚝 하지만 설명 잘 해주고 필요한 일처리 깔끔하게 해주시는 수의사 선생님, 손에 피묻혀 가면서도 후밍이를 잡고 도와주신 카리스마 넘치는 간호사 분들에게 다시금 감사하단 말씀 드리고 싶다.

동물 수입 허가서

고양이와 함께 필리핀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동물 수입허가서를 미리 받아놔야 한다. 이에 대한 내용은 주한 필리핀 대사관 홈페이지에 잘 나와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nvqsonline@bai.da.gov.ph 메일 주소로 아래 내용들을 (영어로) 보내면 된다.

  1. 주인 이름
  2. 한국에서의 주소
  3. 세부 연락처 (이메일, 팩스번호, 휴대전화 번호, 전화번호)
  4. 해당 동물의 종과 품종
  5. 성별, 나이 와 수
  6. 도착 예정일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 발급된 수입 허가서를 스캔한 pdf 파일을 보내준다.

필리핀 동물 관리국의 수입 허가서

이 서류 말미에 나오듯이, 실제 필리핀 입국시에는 입국허가서 발급비용 100페소와 검사료 250페소(한 마리당. 2마리 초과시는 마리당 300페소)의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검역증명서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정부에서 발급하는 검역증명서가 필요하다. 이 증명서는 농림축산신품부에서 발급하며, 출국 당일날 인천공항 3층에 있는 동물 수출입검역실로 가면 간단한 확인 후 발급해 준다.

동물검역증명서

검역증명서는 두 장을 주는데, 하나가 원본이고 다른 하나가 복사본이다. ORIGINAL 도장이 찍혀 있는 원본은 필리핀 입국시에 제출해야 하고 복사본은 항공권 수속시에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항공권 수속 전에 검역실을 먼저 방문해서 검역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정도의 준비면 필리핀으로 고양이를 데리고 들어가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다시 한국으로 데리고 돌아오는 경우를 위해 한국의 동물 수입 검역시 필요한 준비도 미리 해 가야 한다.

대한민국 귀국을 위한 서류들

한국으로 다시 고양이를 데리고 돌아올 때 필요한 기본 서류들은 대체로 비슷하고 필리핀 등 해외에서 쉽게 준비할 수 있지만 마이크로칩과 광견병 예방접종은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서 나가는게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훨씬 이득이다. 한국 입국 검역시 이 두 가지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는 마이크로칩 이식 및 광견병 항체 검사 완료 때 까지 고양이 검역이 연기되기 때문에 그 기간동안, 한 달 이상을 이산가족이 되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마이크로칩

마이크로칩 등록증

마이크로칩은 고양이 몸에 심는 작은 칩이다. 이 칩이 있으면 칩 읽는 장치를 통해 쉽게 고양이의 신원 확인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동물병원에 가면 칩 이식 시술이 가능한데, 조금 굵은 주사기로 칩을 몸에 꼽아 넣는 터라 고양이의 반발이 상당하니 마음의 준비를 하는게 좋을 듯 하다. 칩 이식 후 정상 작동하는게 확인되면 위 사진과 같은 등록증을 발급 받는다. 칩 이식 여부는 출국시 검역할 때도 확인하는데, 위의 검역증명서의 비고를 보면 마이크로칩 번호가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광견병 항체 검사 증명서

광견병 항체는 광견병 발생 지역에서 키우던 고양이를 국내로 데리고 들어오는데 매우 중요한 조건이다. 광견병 비발생 지역은 여기에 명시가 되어 있고 이 지역 외는 모두 발생 지역이라고 보면 된다. 광견병 항체 유무 검사는 광견병 예방접종 후 30일이 지나서 실시하게 되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 까지 또 며칠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가장 먼저 준비해야 되는 부분. 우리는 항체 검사 결과가 거의 출국 직전에 나온 터라 마지막까지 마음을 졸이며 기다려야 했다. 아주 간혹 예방접종 해도 항체가 충분히 생기지 않을 수 있다고 하니 최대한 미리 준비 하는게 좋을 듯.

광견병 항체 검사 증명서

이 증명서는 한국 들어올 때 원본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잘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광견병 항체 검사는 필리핀 내에서는 진행이 불가능 하다.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 오지 않는다면 필리핀에 있다 한국으로 돌아가야될 경우 예방접종 후 고양이 혈액을 호주로 보내 검사한 후 증명서를 다시 우편으로 받아야 하는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우편물 분실이 발생할 수 있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듯 하니 광견병 항체 검사는 무조건 한국에서 해서 나가는게 좋다.

비행기 탑승

위 서류들이면 각각 필리핀 입국과 한국으로의 귀국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고양이를 비행기에 태우기 위해서는 항공사에 맞춘 준비가 추가로 필요하다. 우리는 대한항공을 이용했고 대한항공의 반려동물 관련 규정은 여기에서 볼 수 있는데 대략 다음과 같다.

  • 기내 반입시: 반려동물과 케이지 무게 합이 5kg 이하
  • 위탁 수화물로 운송시: 반려동물과 케이지 무게 합이 32kg 이하

또한 항공기 편에 따라서 운송 가능한 반려동물의 총 수 및 위탁수화물 운송 가능 여부가 다르기 때문에 항공편 예약시 반려동물 운송 가능 여부를 확인해 놔야 한다.

아시아나 같은 경우는 케이지 크기에 대한 규정도 있으니 이용 항공사의 규정을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한다.
후밍이 in Sleepypod Air

항공용으로 나온 케이지도 많이 있는데, 처음부터 기내로의 운송을 생각했던 터라 그나마 무게가 제일 적게 나가면서 튼튼해 보이고 크기도 적당한 Sleepypod Air를 마련했다. 이전에 쓰던 케이지보다 크기가 커서 후밍이가 들어갔을 때 더 아늑해 보여서인지 좀 비싼 가격이지만 매우 만족하면서 사용했다.

후밍이 in Sleepypod Air

출국시 검역증명서를 받아서 항공 수속을 하러 가면 케이지에 넣은 상태로 고양이의 무게를 재고 케이지에 검역증명서 사본을 부착한 후 고양이 운송 수속을 하게 된다. 후밍이가 출국 전에 급 살이 찌신 덕에 간당 간당하게 5kg에 맞춰서 무사 통과 할 수 있었다;;

스트레스 완화제

후밍이는 이전부터 케이지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매우 많이 받았다. 처음 이주 준비를 하면서 케이지 안에서 병원으로 한 시간 가량 이동하는 것 조차도 못견뎌 했었다. 이 때문에 조금 더 큰 케이지를 장만하긴 했지만 케이지 안에서 수 시간을 보내야 하는 필리핀 이주는 큰 문제였다. 그렇다고 몸에 무리가 가는 진정제를 먹여서 데리고 가고 싶지는 않았고. 이 때 수의사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것이 스트레스 완화제다.

스트레스 완화제: Zylkene

우리가 추천 받아 사용한 약은 Zylkene인데, 고양이의 몸에 별 무리 없이 약간 high 상태로 만들어서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주는 약이라고 한다. 한 번에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몇 주 전부터 사료에 섞어서 계속 먹여야 하고 효과가 발생하면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수준이 아니라 이전보다 훨씬 친한척 을 한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더라;;; 아무튼 이 약 덕분에 집에서부터 공항까지, 공항에서 시간 보내다 비행기 타고 필리핀까지, 필리핀 공항에서 다시 필리핀 집까지 도합 거의 10시간의 여정을 큰 문제 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

기내의 고양이

원칙적으로 고양이는 기내에서는 케이지 밖으로 꺼내면 안되…지만, 스튜어디스께서 양해를 해주신 덕에 종종 케이지 밖에 놓고 눈을 마주치면서 비행을 할 수 있었다. 물론 묶은 줄은 꽉 손에 쥐고, 조금이라도 크게 운다 싶으면 바로 케이지 안으로... 그런데 밖에서 눈 마주치고 손으로 쓰다듬고 있을 때가 훨씬 얌전했다.

후밍이 in Korean Air

필리핀에 도착해서

마닐라 공항에 도착하면 짐을 찾은 후에 필리핀 동물 검역소에 가서 입국 신고를 해야 한다. 동식물 검역소는 짐 찾는 곳의 화장실 근처에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검역소에서는 특별한 것 없이 서류 제출 및 비용 지불만 하면 된다. 원칙적으로는 고양이를 케이지에서 꺼내서 검사해야 하는 듯 한데 사납고 문다고 얘기하면 굳이 꺼내지는 않고 케이지 내부를 육안으로 확인만 한다.

모든 처리가 완료되면 검역증을 주는데 이를 공항에서 나갈 때 보여주면 된다.

이런 약 두 달 여의 준비와 여정 끝에 우리는 후밍이와 필리핀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었다. 이런 작은 경험의 기록이 고양이를 혹은 다른 반려동물을 해외로 데리고 나가는 분들한테 조금이라도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이후 후밍이의 필리핀 생활은 여기에서 더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