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공간은 어떠해야 하는가?

Parker
Unusual Suspects Festival Seoul
7 min readJan 29, 2020

서울특별시 청년허브(이하 청년허브)에서 [2019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이하 언서페)]와 함께 진행한 행사다. ‘모-두를 위한 도시’라는 언서페 주제에 맞춰 평소에 고민하던 모두를 위한 공간, 즉 ‘포용적인 공간’을 주제로 진행했다.

​작은 행사였지만 분열과 양극화의 시대에서 꼭 다뤄야만 하는 주제였고, 그 내용 또한 의미가 있었기에 외부에 공유한다. 글의 내용은 세션에 참여한 사람들이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한 것으로, 개인정보와 관련이 없는 내용들을 제거한 뒤 읽기 좋게 정리했다.

*본 기록물은 서울특별시 청년허브와 2019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에서 진행한 세션을 내용을 기록한 것으로, 인용 시 해당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1. 모임 개요

- 일시 : 2019년 12월 5일

- 장소 : 청년허브 공용공간

- 주관 : 본 행사는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 서울 2019의 콜라보레이터로 서울시 청년허브가 주관한 세션입니다.

2. 진행방식

- 발제 : ‘포용적인 공간이란?’

- 토론 1. 포용적인 공간이란 무엇인가?

- 토론 2. 포용적인 공간은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가?

- 마무리

1. 포용적인 공간에 대한 생각

- 장애인과 비장애인들, 소수자들 모두 사용해도 괜찮은 공간이지 않을까? 처음부터 이런 공간이라는 인식이 있다면 사용하는 모두가 괜찮지 않을까 싶다.

- 말 그대로 모두가 올 수 있는 공간이다. 집 앞에 있는 다문화 공간에 가보니까, 다문화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오히려 이런 분리들이 그 사람들을 묶어놓는 공간이 될 수도 있고, 갈등을 심화시키지 않나. 모두가 모일 수 있는 광장 같은 공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 도시, 건축 공부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나왔는데, 포용적인 공간에서 말하는 ‘포용’이라는 말이 이상적으로만 들린다. 100% 포용적인 공간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더 포용적인 공간을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의 공간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유교적으로 갇혀 있는 것 같고, 퀴어 축제를 보면 아직도 편 가르기가 심한 것 같다. 계층 분리와 선 가르기가 없어야 할 것 같고, 그런 공간이 계속해서 생겨야 한다.

- 모-두를 위한 공간, 즉 포용적인 공간은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이나 직업, 장애, 다문화 등 공간을 사용하는 다양한 분류의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다 같이 공간을 사용하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개방된 공간이라 노숙인들도 들어올 수 있고, 뭔가를 판매하기 위해 오시는 분들이나 남들이 불편할 수 있는 활동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제재를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있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문제가 있어서. 그런 차원에서 포용적인 공간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고민이다.

- 적당한 무관심이 필요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뭐 하는지 전부 알 수 없는 적당한 거리감이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건 물리적으로 너무 트여있지 않아야만 가능하다. 어느 정도 파티션이 있고, 중간중간이 가로막혀 있다면 서로가 뭘 하는지에 대해 큰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을 거다. 그리고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규율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안전장치 같은 역할로.

- 물리적으로 턱이 없고, 그런 공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을지로에 최근 생기고 있는 힙한 공간들은 대부분 계단이 높거나 찾아가기 어려워서 문턱이 굉장히 높다. 모두가 누리지 못하는 문화라서 아쉽다.

- 모두를 위한 공간을 운영하는 주체가 정말 중요하다. 예전에 일본에 있었을 때 장애인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아무래도 공간들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두 일상처럼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 최근 서울에서는 오래된 건물을 재건축하거나 다른 공간으로 변신시키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졌는데, 불편함을 힙함으로 고수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적당히 과거의 재료를 유지하면서 접근성을 개선하는 등의 리모델링을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너무 영리적인 공간이 많은 것 같다. 나는 아직 학생이라 스터디 카페나 독서실을 이용하는데, 1평도 안 되는 공간에 한 달에 25만 원을 내야 한다.

2. 포용적인 공간은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가?

- 공간 사용자에 맞는 운영 매뉴얼을 만들어야 하고, 물리적인 턱이 없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엘리베이터나 자동문을 설치해야 한다.

- 포용적인 도시에 대한 국제 포럼이 있다. 저번에 대만에서 하는 ‘대만의 민낯’. 가장 힘든 청년들과 다니면서 물리적인 공간의 문제점을 들췄다. 20대 건장한 성인들을 위한 공간만을 만든다는 사실을 꼬집는 내용이었다. 기준점이 20~30대 건장하고 소비력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기보다는, 기준점으로 삼는 대상을 보다 약자나 소수자를 감안하면 좋지 않을까.

-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은 보통 건축 전문가인데, 실제로 공간이나 정책을 이용하는 분들은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 간극이 있다. 공간을 계획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전문가와 일반인이 여러 번 이야기를 하면서 공간을 어떻게 만들지 처음 포맷을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서로 살아온 배경과 경험치가 다른데 그런 부분을 토론해서 공간을 만드는 게 어떨까 싶다.

- 운영자로서의 자질, 태도, 규율도 필요하다. 너무 억지를 다 받아줄 수는 없고, 어느 정도 선을 만들고 그걸 넘으면 제재하는 방식도 필요하다. 뭘 금지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 선을 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면서 만들어야 한다.

-운영적인 측면에서 운영자와 이용자 간의 관계가 수평적이어야 한다. 운영자가 절대적으로 운영하기보다는, 이용자들도 공간 운영에 참여해서 함께 규칙을 만들거나 공간 용도를 변경하는 일에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이드라인을 같이 만든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렇게 하면 운영자와 이용자 사이에 불만이 좀 더 줄어들 수 있으니까.

- 규율과 체벌보다는 이해와 공감을 전제로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하고, 공간 이용에 대한 약속문을 만들고 공간에서 보여주는 게 뭔가를 ‘금지’한다는 경고문들보다는 나은 것 같다.

- 공간 내부에 약속문이 있는 건 나쁘지 않은데, 그전에 이용자들에게 이곳이 어떤 공간인지 인식시켜주는 게 필요하다. 결국 자기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불편함이 발생하는 거라서. 디자인이나 사인물 등을 통해 그걸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3. 결론 : 포용적인 공간 만들기

1. 포용적인 공간은 어떤 공간인가?

- 장애인과 비장애인들, 소수자들 모두 사용해도 괜찮은 공간

- 모두가 올 수 있는 공간

- 계층 분리와 선 가르기가 없는 공간

- 적당한 무관심이 있어야 하는 공간

- 물리적/정서적으로 문턱이 없는 공간

- 소비를 강요하지 않는 공간

2. 포용적인 공간은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가?

- 운영자가 사용자와 함께 만드는 공간 운영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

- 공간의 목적을 전달하는 디자인적 요소와 직접적으로 공간을 설명하는 요소가 혼합되어야 한다.

- 공간 조성 시 모두를 위한 디자인, 즉 유니버설 디자인을 고려해야 한다.

- 공간을 조성하는 절차에서부터 사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2시간이 조금 안 되는 토론을 진행하고, 마지막으로 의견을 종합해서 포용적인 공간이란 무엇이고, 또 어떻게 조성 및 운영해야 할지 결론을 내봤다. 구체적인 안이라기보다는 느낌적인 느낌에 더 가깝지만, 그래도 2020년 서울에 어떤 공간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공공에서 운영하는 공간들을 전혀 고려조차 하지 않는 공간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시도해보는 공간들도 있었다. 민간의 공간들이 어떤지는 파악이 어렵지만, 적어도 공공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간들이라면 조금이라도 포용적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청년허브에서 공간 관련 업무를 계속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수 없더라도 개인적으로 이 내용들을 더 구체화시키고 직접 실현해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참고자료

​세션 관련 SH기자단이 취재한 내용
https://blog.naver.com/together_sh/221750868237

세션 진행자 개인 블로그 포스트(내용 동일)
https://blog.naver.com/serikel27/221776743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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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청년허브에서 일합니다. 청년공간과 지역, 청년의 삶, 부동산에 관심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