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서페 서울]에서 우리가 꿈꾸는 성평등한 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씨닷
Unusual Suspects Festival Seoul
9 min readNov 19, 2018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 서울-히든보이스(Hidden Voice)

지난 11월 3일 토요일, 올리볼리는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 서울’에서 ‘젠더’ 이슈를 주제로 ‘히든 보이스(Hidden Voice)’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 서울은…
다양한 섹터에서 활동하는 조직 또는 개인이 ‘사회혁신’을 주제로, 여러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세션을 열 수 있도록 디자인하여 진행하는 협력적 행사입니다. 지난 2014년 글로벌 사회혁신 커뮤니티인 식스(SIX)가 런던에서 시작하여, 올해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 서울’로 영국이 아닌 해외에서 처음으로 개최되었습니다. [홈페이지 바로가기]

우리 사회에서 ‘젠더’ 이슈는 온오프라인에서 연 이어 뜨거운 논쟁이 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불편함에 공감하고, 서로 다름을 존중하며, 안전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이 부족하다는 데에 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올리볼리는 ‘젠더’ 이슈에 대해 더 많은 분들이 사회를 바꾸어 나가는 주체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히든 보이스’ 세션을 준비하였습니다.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게 된 후 나의 고민?

‘공공연히 성희롱을 일삼는 직원을 그 누구도 말리지 않는 직장 분위기가 숨막혔습니다.’

‘페미니즘과 관련된 이슈가 마치 여성 대 남성의 성별 대결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페미니스트냐고 묻는다면, 편견 섞인 시선 때문에 쉽게 네라고 대답하기 힘듭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페미니스트로서 나의 의견을 안전하고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페미니스트로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졌더라도 함께 대화하고 뭉칠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젠더 이슈에 관심은 많지만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페미니즘 시위를 보면, 나를 감히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세션을 신청해주신 여러분에게 ‘젠더’ 이슈와 관련하여 참가자 자신의 고민을 사전에 공유받았습니다. 고민하는 지점, 불편함을 겪고 있는 지점은 각자 조금씩 달랐지만, 몇 가지 비슷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불평등에 때로는 불안함을, 때로는 두려움을, 때로는 분노를 느끼지만, 자칫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될까봐 쉽게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두번째는, 가정에서 겪는 성차별과 직장에서의 성희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방송 프로그램 등에 불쾌함을 느끼면서도 ‘나만 예민한가?’, ‘나만 이런건가?’, ‘내가 잘못한걸까?’, 스스로 자신을 검열하며 ‘나’만의 문제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성별에 관계 없이 온전한 ‘나 자신’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나’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다른 구성원들과 연대하고자 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성별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은 언제, 왜 만들어진걸까?

참가자 여러분의 숨겨진, 또는 숨겨야 했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나누기 전, ‘우리의 성 역할 고정관념은 언제, 어떻게, 왜 만들어진걸까?’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어린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매일 보던 그림동화에도 가부장적인 요소, 성 역할 고정관념이 숨겨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야기를 시작해보았습니다. 이어, 올리볼리 그림동화 ‘끄망공주의 모험’을 감상하였습니다. [끄망공주의 모험 바로가기] 동화 속에 나오는 끄망 공주가 활 쏘기와 칼싸움 같은 취미를 가진 점, 모험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모습 등이 인상적이라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딘가에 갇혀 있던 공주님은 백마 탄 왕자님이 구원해주기를 마냥 기다리고, 왕자님과 결혼하면 모든 갈등과 문제가 해결되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전혀 이상하지 않았던 사회에서 자라난 우리는, 언제부턴가 평범한 일상이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강남역 살인 사건’, ‘화장실 몰카 범죄’, ‘데이트 폭력’, ‘대학 내 총여학생회 폐지’, ‘#미투 운동’…이외에도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여러 사건들로 인해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지점들에 의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히든보이스’는 이러한 사회적 흐름 속에서 각 사건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이야기 나누고 우리가 살고 싶은 성 평등한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젠더 관점에서 ‘내’가 불편한 지점과 ‘내’가 살고 싶은 사회는?

‘젠더’ 관점에서 ‘내’가 불편한 지점들에 대해 ‘노동’, ‘외모’, ‘학교’, ‘미디어’, ‘연애’, ‘가족’ 등을 키워드로 이야기를 그룹 별로 나눠보았습니다.

성별과 나이에 관계없이, 역시 ‘외모’는 많은 참가자들이 서로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키워드였습니다. 많은 여성 참가자들이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올리볼리의 새로운 그림동화 ‘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에서 치마 입기를 좋아하는 남학생 꽁치가 겪었던 것처럼, 우리 사회는 화장이나 패션에 관심이 많은 남성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세션의 절반이 넘는 참가자들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 사회 초년생이었습니다. 성차별적인 조직 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그리고 적응하고 싶지 않았던 경험들이 공유되기도 했습니다. 한 여성 참가자는 일터에서 남성 직원에 비해 외모 품평을 당하는 경험이 많아 불쾌했던 일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렌즈가 아닌 안경을 낀 날에는 유독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했고 ‘20대 여성 신입사원’에게 바라는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불편하게 느껴졌다는 이야기도 나눠주셨습니다. 이어, 다른 참가자분은 성차별적 문화가 만연한 회사였기에 성희롱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 힘들었던 이야기를 나눠주셨습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가정 안에서 ‘엄마’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존재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표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엄마’는 ‘나’에게 가부장제 사회가 여성에게 기대하는 역할과 이미지를 답습하기를 바라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한 참가자분의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셨습니다.

그 밖에도 일반 음식점은 물론이고 옷가게, 학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몰카 범죄’ 탓에 집 밖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 꺼려진다는 이야기, 미디어가 성폭력 이슈를 자극적으로만 다루는 것에 대한 불편함, 성상품화된 아이돌의 컨셉과 무대의상을 보며 자라는 다음 세대에 대한 우려 등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서로 처음 만난 사이지만, 참가자 사이에서 비슷한 경험과 감정을 나누며 ‘나’의 불편한 문제가 ‘우리’의 불편한 문제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살고 싶은 사회 상에 대해서는 앞서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을 바탕으로 개인의 ‘다양한 외모와 취향이 존중 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이야기, 차별이나 피해를 받은 당사자가 비난 받는 사회 분위기를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피해자를 탓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화장실 조차 마음 편히 갈 수 없는 사회 분위기를 꼬집으며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남성들이 성 차별 문제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발표한 남성 참가자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오늘 ‘히든보이스’ 세션처럼 일상의 성차별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와 기회가 사회적으로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는 소감을 나눠주신 참가자의 이야기에 모두 공감해주셨습니다.

사회에 전하고 싶었던, 숨겨진 나의 목소리

이야기를 모두 마치고, ‘내’가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스티커와 그림으로 표현해보았습니다. 그림 그리기나 스티커를 만드는 활동에 대한 흥미나 참여가 저조할까봐 세션 전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즐거운 얼굴로 열심히 미술 도구를 고르는 참가자 분들의 모습에 뿌듯했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참가자분들이 그린 그림과 메시지를 적은 스티커가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는 시간으로 세션을 마무리 했습니다. 다양한 사이즈와 형형색색의 옷을 사는 ‘나’의 모습을 통해 55와 66만이 ‘표준 사이즈’로 인정받고 사회가 ‘정상’이라고 규정한 몸에서 벗어난 사회에서 살고 싶은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숏컷, 긴 생머리, 짧은 파마머리 등 다양한 외모의 여성들과 남성들이 함께 모여 성차별 피해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 모습에는 통해 성차별이 더 이상 ‘여성’이나 ‘남성’ 한 성별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었습니다. <없어진 단어사전>에 성차별과 관련된 단어가 사어로 사라진 모습을 보며 참가자 모두 웃었지만, 우리가 한 마음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세션을 마치고, 많은 참가자분들에게 조금은 어렵고 때로는 민감한 ‘젠더’ 이슈를 평범한 ‘나’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는 코멘트를 받았습니다. 올리볼리 역시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 서울에서 예기치 않은, 우연한 만남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그림동화와 나눠볼 수 있어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에도 우연한 기회에, 다양한 개인이 나의 모습 그대로 존중받고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해 더 많은 분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이 글의 원문은 다음세대재단의 울리불리 문화다양성교육 블로그에 실렸습니다. http://edu.ollybolly.org/news/uid=310&mod=document&pagei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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