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서페 서울] 우리가 시도한 것은 무엇인가?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 서울(아래. 언서페서울)이 드디어 끝났다. 11월 1일 -3일까지 27개의 세션이 11개의 공간에서 50 +의 콜라보레이터들과 함께 약 800명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식스(SIX), 서울혁신파크과 함께 씨닷은 언서페 서울에서 크게 2가지 실험을 해보려고 노력했다.

먼저는 새로운 대화의 장을 열어보는 것이었다. 사회혁신이 일부 지방정부의 정책적 방향을 넘어서 중앙정부의 정책적 방향으로 이미 편입된 지금 실제 사회혁신의 현장에서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을 그릇이 없고 이 그릇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사회혁신은 무르익지 못한채 정치, 사회적 환경 속에서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었던 것이 그 이유였다. 그래서 정말 해야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실험하고 싶었다.

두번째는 협력을 실험해보고 싶었다.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 많이 이야기 된 것이지만, 그것을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실험해볼 자리가 쉽지 않다고 보였다. ‘집합적 임팩트 (collective impact)’와 같은 고도의 협력방식이 이야기되는 현실에서 ‘협력’은 규모있고, 실험적이며, 자원이 풍부한 기관들이 할 수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다. 이와 달리언서페는 협력을 실험할 여유를 스스로 마련하고, 그 마련한만큼 협력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각자가 가진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고마움으로 기꺼이 받을 수 있고 나누는 자리 그런 자리가 있으며 협력을 조금은 쉽게 시작할 수있지 않을까.

앞으로 두차례에 걸쳐 나누고 싶은 언서페 서울 이야기는 이 두가지 실험에 대한 이야기다.

새로운 대화가 필요하다

씨닷은 그간 언서페에 대해 식스를 통해 여러번 들어왔다. 도시를 돌아가면서 매해 진행되는 페스티벌이 흥미롭고 신기했다. 사회혁신이라는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제와 대화의 장이 소위 ‘기획자’의 손이 아니라 그 대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손'에 달려있다는 점이었다.

씨닷은 지난 5년간 다양한 ‘국제교류'의 장을 ‘국제 행사'라는 방식으로 열어왔다. ‘사회혁신’의 최신 동향을 흥미로운 연사들을 통해 알려지는 방식으로 방법론적인 측면에서부터 시작해 ‘커뮤니티' ‘주거' ‘젠더' ‘교육' ‘민주주의' 등으로 확장되었다.

교육, 주거와 같은 분야에서 ‘민주주의'와 ‘젠더'와 같은 사회 내 가치를 주제로 한 장을 열면서 ‘컨퍼런스'라는 형태에 대한 한계를 마주하게 되었다. 우리의 기획안에서 사람들의 필요를 단정하고 방식. 무대를 두고 화려한 이야기들을 올리는 것에 대한 아쉬움. 참여자들이 ‘참여'할 시간과 공간의 한계 그리고 무엇보다 연사들도 참여자들도 좀더 다른 대화를 나누고 싶어한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다. 주목받고 싶어서라거나 가르치고 싶어서가 아니라, 정말 알고 싶어서 하는 질문들, 우리가 여는 장에 참여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공감하는 것을보면서 새로운 대화의 장을 열고싶었다. 하지만 그런 대화의 장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알지 못해 막막했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언서페’는 제안되었고 우리는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했다. 아직 시도해보지 않았지만, 이미 4번의 경험을 가진 식스가 함께 한다면 물어가고 논의해가면서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씨닷은 식스와 서울혁신파크와 함께 언서페 서울을 시작하게 되었다.

대화를 만드는게 가능한가?

우리가 가진 가설은 사람들은 새로운 ‘대화’를 하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그 대화가 어떻게 등장할지 알수 없었지만 언서페의 몇가지 특징이 이를 도와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먼저, 주제가 아니라 방향을 찾아간다

언서페는 주최자(언서페 서울에서 씨닷은 기획자 아니라 큐레이터였다)가 다루고 싶은 주제를 정해서 그에 맞는 연사를 초대하고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피고 있는 사회의 변화 혹은 필요를 찾아서 사람들에게 소개해보고 사람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뭔지 살펴보자는 것이었다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다. 이미 ANYSE 2018에서 ‘젠더’라는 아주 핫한 주제를 다룬 후였다. 우린 더 가보고 싶기도 했고 다르게 가보고 싶기도 했다. 입끝에 ‘다양성’이라는 단어가 맴돌았지만 확신이 없었다. 우리가 확신하는 건 다양한 관점을 가진 대화가 일어나길 바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솔직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씨닷이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을 넘어서고 싶은 이유와 필요성, 우리가 발견한 새로운 대화의 가능성과 필요에 대해 초대하고 싶은 이들에게 말을 걸어봤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지점에 동의하고 동의하지 않는지 상펴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예기치 않은 만남’을 가능하게 할 새로운 ‘대화의 장’으로 언서페 서울을 소개하고 여기에 기대하는 사람들을 초대하기 시작했다.

두번째, 형식과 주제는 여러분의 손에. 필요한 자원은 함께 찾아요.

언서페는 세션을 여는 콜라보레이터들이 대화와 만남의 형식을 정한다. 우리는 각자와 대화하는 가운데 고민하는 지점을 찾아 함께 고민해보고, 필요한 자원을 함께 찾아본다. 이 과정은 위의 주제를 찾아가는 과정과 맞물려 사람들이 자신의 세션에 오너십(ownership)을 재차확인하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불안해 하며 이것저것 물어오던 콜라보레이터들은 우리와의 대화를 통해 다른 콜라보레이터들을 만나면서 각자의 세션을 자신의 세션으로 만들어나갔다.

셋째, 언유주얼이라는 요소의 힘

번역도 어려운 그래서 뜻도 느낌으로만 알것 같은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을 입안가득 넣고 소개할때마다 사람들은 직감적으로 ‘언유주얼’하다는 단어에 반응했다. 예기치않은 혹은 뜻밖의 무언가를 한다는 점에 매료되어 이것저것 해보겠다고 관심을 드러냈다. 콜라보레이터의 ‘언유주얼’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주제, 형식, 참가대상, 파트너, 장소 등을 가리지 않았다. 아주 많이 다뤄진 것 같은 주제들도 ‘다르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시도되었다.

이렇게 대화는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언서페 서울에서 ‘대화’란?

지난 주 씨닷은 시내 카페에 앉아 언서페를 다시 살펴보게 되었다. 우리는 각자 생각하는 키워드를 적고 테이블에 붙여보고 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해갔다.

언서페 회고를 하면서 씨닷멤버들이 즉석에서 꺼낸 포스트잇과 키워드들

거기서 우리가 발견한 언서페 서울의 ‘대화’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었다

첫째, 진행자와 참여자의 경계가 사라지는 수평적인 대화

대화는 화자와 청자가 있는 것으로 대화를 한다는 것은 참여한 사람들이 화자와 청자가 되어 이야기를 주고 받는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화에 들어섰을때, 기획자와 진행자 그리고 참여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이 대화에 대한 참여도가 전체적으로 상승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언서페 서울의 27개 세션에는 아주 다양한 대화의 장, 참여의 장, 실험의 장이 있었지만, 예기치않은 대화가 일어난 세션에서는 그 자리에 참여한 모두가 대화하는 사람으로서 수평적인 관계에 돌입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치맥의 나라에서 채식주의자로 살아가기'라는 주제를 지닌 “Veg Life”는 한양대학교 사회혁신센터의 자힌이 진행한 세션이다. 서촌에 위치한 정림건축문화재단 내 둥근테이블에서 진행되어 모든 사람들이 둘러앉아 진행되었다. 영어와 한국어를 오가며 천천히 진행되었지만, 어느 누구하나 개의치 않고 대화에 집중해나갔다. 이를 통해 ‘음식'을 둘러싼 각 개인의 경험과 그에 대한 진솔한 생각까지 공유가 되었다. (보통 영어와 한국어를 오가는 대화는 속도가 느려지면서 겉돌기 쉽다.)

진행자와 참가자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모두가 수평적인 관계가 되어 깊숙이 대화속으로 들어가는 것. 이러한 대화가 우리가 언서페 서울에서 만나고 싶었던 대화였을까?

두번째, OO하고 싶었지만 OO하지 못했던.

언서페서울은 지금까지 만나지 않았지만 만나고 싶어했던 이들을 만나게 했다. 이들은 그간 나누고 싶었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나누기 어려웠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곳으로 혹은 ‘공식'적인 자리 자체가 없어서 이야기를 나눠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마음껏 나누었다. 아주 SIX가 바라본 언서페 서울: SIX 임소정 프로그램 디렉터 인터뷰에서도 볼수 있지만,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정말 필요한 만남이 무엇인지 여러차례 논의하면서 살펴보게 되었고, 이 과정을 통해 여성개발자들과 십대여성인권센터가 만나게 되었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대표 발표 모습 @아산파트너쉽온 데모데이

11월 14일 아산파트너십온 데모데이에서 만난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조진경 대표는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언서페 모임 덕에 드디어 여성개발자들을 만났어요. 그 덕에 오늘 데모데이 ‘사업제안서'가 달라졌어요.” 이들은 곧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이 세션외에도 “그린 핑거 이노베이션 : 생태도시로의 전화, 가드닝 활동을 통한 사회혁신”은 그동안 가드닝,생태적인 관점, 도시의 전환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3명의 발표자가 그간 걸어온 여정을 펼쳐보이는 것에 공감하면서 각자의 이야기를 3시간 가까이 이어갔다. “언컨퍼런스 어바웃 코워킹스페이스”에서는 사회혁신영역에서는 이미 많이 소개되고 논의된 것으로만 보이는 ‘코워킹 스페이스'라는 주제를 ‘코워킹 매니저’라는 직무에 초점을 두고 해당 매니저들이 만나 각자의 ‘업무'를 정리한 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다시 만나기로 했단다.

“꼭 필요해서 만든 소개팅 : 청년의 지역살이를 고민하는 사람들과 정책이 해야할 일”도 마찬가지다. 지역에서 살아보려는 청년들이 생기고 이들을 지원하고 싶은 지역과 지방도시가 있는데, 그 필요가 잘 소통되고 있지않았다. 이 세션이 오픈되자마자 지역살이를 고민하는 많은 청년들, 직접 지역살이를 하고 있는 청년들이 등록하기 시작했고 참가인원은 예상을 훌쩍 넘어섰다. 몇몇 공무원들 초대를 시작했고, 책임있는 대답을 해야할까봐 꺼려진다는 얘기에 그런 자리가 아니라고 안심시키며 참여를 독려했다. 이렇게 해서 행사 당일 60명이 넘는 사람들이 와서 해야할 이야기를 계속해서 나누고 또 나누는 ‘소개팅’을 가졌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다시 “ 우리에게는 ‘당사자’의 말하기가 필요합니다”라는 행사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언유주얼’하면 오히려 환영받는 언서페서울은 마무리 세션도 1–3일간 27개의 세션을 끝내고 2주가 지난 후 금요일 오전 헤이그라운드 8층 루프탑에서 열렸다. 초대 손님으로 ‘다르면 다를수록’이라는 에세이를 쓰신 이화여대 생명과학부 최재천 (석좌)교수님을 모셨다. 생태적 관점이 언서페 서울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런 관점을 ‘자연과학’과 ‘사회학’을 오가는 교수님을 모시면 새롭게 보이니 않을까 하는게 루트임팩트와 씨닷의 생각이었다.

이 자리에서 한 콜라보레이터분은 이번 언서페 서울에서 ‘숨어있다 기어나올 수 있는’대화들이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나눠주었다. 그 점이 좋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우리의 삶과 사회를 바꾸는 이야기는 숨어있던 보석이 화려하게 제 빛을 뽐내며 짠하고 등장하듯이 그렇게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나눈 대화와 그들이 나타난 방식에는 사실 그런 화려함은 없었다. 그러나 ‘숨어있던 이야기’들이 제각기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화려함을 넘어서는 의미가 분명 있었다.

앞으로 씨닷은 언서페 서울에서 나눈 숨어있던 이야기들과 그들이 등장한 방식을 꼼꼼히 그리고 진득하게 돌아볼 예정이다. 그와 같은 회고가 있어야지만 우리가 나눈 대화와 그 대화를 만든 과정의 의미가 완성될 수 있기에. 계속될 씨닷의 시선과 글에 지속적으로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

  • 다음 글은 언서페 서울을 통해 시도된 ‘협력'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