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Fingers Innovation]

Hyunah Kim
Unusual Suspects Festival Seoul
5 min readNov 1, 2018

블루밍달리아 프로젝트:
자연에서 배우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도시 생활자의 놀이터

정원활동가 김현아

저는 서울 강서구와 맞닿은 김포의 주말농장에서 절화용(cut flower) 꽃을 키우고 나누는 [블루밍달리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10명의 회원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회원들은 공동체 작업일( 밭에서 퇴비넣고, 모종 정식하고, 구근 수확하는 일 3회) 외에 본인의 개인 일정에 따라 텃밭에 와서 일을 하고 꽃을 수확하여 집에 가져갑니다. 회원들이 수확하고 텃밭에 남은 꽃은 상근 활동가이자 텃밭지기인 제가 수확하여 도시농부시장에서 판매하며 활동비를 보충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활동비를 위한 판매 외에도 수확한 꽃다발은 틈틈이 도시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만나러 갈 때, 지인의 집을 방문할 때 선물로 들고 갑니다. 직접 키운 꽃이라며 선물하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못 봤을 정도로 모두들 좋아합니다. 무농약으로 키워 벌레가 나올 수 있다고 주의를 줘도 모두들 상관없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저도 뿌듯하면서 어깨가 으쓱하기도 합니다.

작년 이맘때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도 ‘커뮤니티 가드닝’과 ‘나눔’이라는 키워드로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보자는 바람을 갖고 12년간 일하던 직장을 막 그만둔 시기였습니다. 이런 결심은 취미가 깊어지면서 소위 ‘덕업일치’ 하면 행복할까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고 ‘일단 해보자’는 결론에서 나온 도전이었습니다.

가드닝을 취미로 갖게 된 최초의 계기는 개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약15평의 옥상 공간을 갖게 되면서 입니다. 실내에서 햇빛을 못 봐서 비실비실하던 식물들이 햇빛 듬뿍 받고 짱짱하게 새 잎을 내는 것을 보고 이것저것 트렌드를 따라 식물들을 들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커다란 토분에 영국장미를 심게 되었는데 아름다운 파스텔톤 꽃이며 고급향수를 연상시키는 향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었습니다.

사실 장미는 병충해가 많은 식물인데다 적절한 가지치기와 겨울철 관리가 필요한 식물이어서 초보자가 키우기엔 까다로운 식물이었습니다. 화원에서 사왔을때의 아름다운 모습이 점점 추리해지는 모습으로 바뀌어갈 때 가드닝도 배워야겠구나 싶어 여기저기서 교육을 듣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내가 키우면 다 죽는 이유가 뭔지, ‘망손(손만 닿으면 식물이 죽는 사람)’ 탈출을 꿈꾸며 ‘그린썸(green thumb 식물을 잘 키우는 사람)’으로 변신하고 싶은 욕망은 본격적인 가드닝에 입덕하는 계기가 되었고 많은 식물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도 얻게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드닝이라는 주제에 몰입하면서 얻은 큰 위안과 배움은 자연의 때를 알고 느끼고 교감하게 된 것입니다. 식물을 잘 키우려면 우선 잘 관찰하는 것이 필요한데 말 못하는 식물이라도 일종의 신호를 보내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면 인위적으로 해줄 수 있는 일 말고도 자연의 주기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절기와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을 보면 감탄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식물이 탄생,성장하고 소멸, 휴면 하는 주기를 몇 바퀴 돌다 보면 자연의 때를 알아챌 수 있는 촉이 발달하게 됩니다. 원래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시기엔 누구나 민감하게 그러한 절기의 촉이 있었으나 도시에서 생활하며 일하는 노동자가 된 지금의 우리들은 많이 퇴화되고 잊혀진 감각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자연으로부터 일깨워진 감각으로 절기를 아는 것은 결국 때를 아는 것이고 그 때를 안다는 것은 인생의 많은 순간에서 우리가 진심으로 알고 싶어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저는 겨울 칼바람을 맞은 옥상 정원의 장미를 보며 죽지 않았을까 조바심을 내다가 정확하게 입춘 무렵 눈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기쁨과 환희가 피어납니다. 그렇게 모진 시련을 겪고도 다시 봄이 되니 뚫고 나오는 새싹을 보면 자연의 위대함과 함께 나도 뭐든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행복에 대한 소망이 피어나기도 합니다.

이토록 식물을 키우고 흙을 만지는 가드닝을 통해 소소한 행복과 자연에서 얻는 위안은 도시 생활자에게 많은 영감과 위안을 주었습니다. 그러다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지인들이 지치고 힘들어 저마다 치유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이들과 함께 하는 가드닝을 궁리하게 되었습니다. 식물 키우는 것에 소질도 취미도 없다고 손사래 치는 친구들에게 가드닝이란 단지 자연의 감각을 일깨우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얘기하며 예쁜 것을 보고 즐기고 싶지 않냐라며 꼬드기는 중이랍니다 .

누구나 작은 행복을 추구하는 시대에 우리가 원하는 근원적인 행복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자연 속에서 감각을 일깨우면 관계속의 갈등이나 고민도 무난히 넘어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작은 일에도 큰 행복과 감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혼자서 좋아하는 일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어서 시작한 일들이 일여 년의 시간을 지나면서 다양한 활동으로 발전하였고 그것들이 하나의 일관된 맥락을 가지고 있다면서 주변에서 흥미롭게 바라봐주기도 합니다.

아직도 제가 하는 일을 통해 얻고자 하는 마지막 결론이 무엇일지는 미지수이나 가드닝은 혼자만 알아가기에는 너무 아깝고 좋은 일이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나눠주고 싶은 일이기도 합니다.

가드닝을 통해 자연 감각을 일깨우며 행복을 추구하는 멋진 놀이터에 놀러오시길, 누구라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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