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X가 바라본 언서페 서울: SIX 임소정 프로그램 디렉터 인터뷰

Sujung An
Unusual Suspects Festival Seoul
10 min readNov 15, 2018

#우리, 잘 만나고 있나요?

SIX(Social innovation exchange)는 영국에 위치한 사회혁신기관입니다.2014년부터 런던, 글래스고, 북아일랜드 지역에서 언유주얼서스펙스페스티벌(Unusual Suspects Festival, 이하 언서페)를 열었는데요. 올해 처음으로 영국을 벗어나 서울에서 언서페를 진행했습니다.

11월 1일에서 3일까지 3일간 서울 곳곳에서 열린 언서페를 지켜보고 진행한 SIX는 언서페 서울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궁금했습니다. 예기치 않은 만남과 연결을 위해, 영국에서 부터 서울로 와 페스티벌을 진행한 언서페 서울의 글로벌 파트너 SIX의 임소정 프로그램 디렉터와 서울에서 진행된 언서페의 감상을 나누었습니다.

SIX 임소정 Program director © 듣는연구소

언서페,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2014년 포르투갈과 런던에 조직을 둔 굴벤키안 재단의 제안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었어요. 당시 굴벤키안 재단은 사회변화를 위해 다양한 디자인 방법론이나 임팩트 투자 등을 활용하며 새롭게 등장한 사람들이 있고 한편에는 다양한 시민사회영역이나 공공성을 가진 지자체, 비영리기관, 오래된 자선기관들이 있는 것 같다고 했어요. 그들 간의 접점이 보이지 않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었는데요. 그렇게 전통적인 시민사회조직, 지방정부 — 새롭게 등장한 사회혁신 그룹의 연결을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어요. 그것이 바로 언서페 입니다.

해외에서 개최하는 첫 언서페, 서울에서 진행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서울시가 혁신파크 안에 글로벌 코워킹스페이스를 만든다는 계획을 갖고, SIX와 어떤 교류를 할 수 있을까,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들었어요. 또 해외에서 서울시의 사회혁신 사례가 자주 언급되기도 했구요. 그래서 궁금했어요. 서울에선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만나고 있나 질문이 생겼죠.

그러다 우연히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 일하는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요. 그때 한국의 사회혁신 영역도 확장되고, 교류되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 일하는 지인이하는 일은 십대 여성들이 성착취를 당하는 구조에서 법도 바꾸고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시스템을 만드는 역할이에요. 그 분 말론 혁신파크에 2~3번 가봤는데, 그 곳에서만 느껴지는 자유로움이 자신이 다루고 있는 무거운 주제와 어떻게 맞닿을 수 있을까 해석해낼 수가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혁신파크는 자유롭고 밝은 느낌인데 반해 자기는 어두운 문제를 다루는 것 같아서 혁신파크에 오면 스스로가 외계인처럼 느껴졌대요. 그 이야기를 듣는데, 문득 한국의 사회혁신 영역도 런던에서 마주한 것 처럼 너무 좁은 것 아닐까라는 느낌이 들었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사회 변화를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 마저도 자신이 사회혁신과 어울리지 않게 느낀다고 하니, 사회변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그 이야기가 서로 연결이 되어 있지 않다고 느낀 거죠.

누구와 어떻게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나요? © Pixabay

“사회변화를 만들 때, 우리만의 영역을 만들어내고 다른 사람을 배타적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이 파이 자체를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언서페 서울에서 만난 특별함

언서페가 만들어진 계기, 서울에서 진행하게 된 배경 이야기를 나눈 후 언서페 서울만의 특별함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싶어 질문을 던졌습니다.

Q. 직접 세션을 운영하기도 하고, 참여하기도 하셨는데, 서울이 갖고 있는 특별함은 무엇이었나요?

A. 영국보다 많은 후속 모임이 생길 것 같아요. 영국은 느슨하게 누가 이슈에 주로 관심을 느끼는지 잘 보이지 않아요. 모임에 새로운 사람들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사실 누가 주요 당사자인지 보이지 않는데, 한국은 이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것 같았어요. 제가 참여해서 본 ‘여성개발자들은 온라인 청소년 성매매 해결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세션이나 ‘꼭 필요해서 만든 소개팅: 청년의 지역살이를 고민하는 사람들과 정책이 해야 할 일’ 세션을 보며 특히 감동했어요. 지속해서 이 이슈를 논의해보자는 참여자의 요구가 영국보다 훨씬 더 강했어요. 세션 참여를 위해, 다양한 지역에서 모이는 것에 놀랐어요. 부산에서 오신 분도 계시더라구요.

Q. 혹시 아쉬운 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A. 이번 세션을 둘러보니, 중앙정부, 지방정부, 대학 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연결이 눈에 띄지 않더라구요. 사실 최근 SIX의 관심사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학교 등 메인스트림에 있는 기관들이예요. 중앙정부에서도 혁신 아젠다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민간의 혁신 아젠다 및 단체들과는 전혀 연결이 되어 있지 않은 것이 아쉬웠어요. 그래서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정부 사회혁신추진단, 지방정부 등을 세션에 초대하고, 세션을 통해 각자가 만든 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했어요.

Q. 그럼 가장 흥미로운 점은 어떤 것 이었나요?

A. 한국에는 역동성과 시스템 안에서 시스템을 바꿔가고자 활동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 분들을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인터뷰를 해보니 그분들은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정책변화 뿐 아니라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더라구요. 사회혁신을 우리만의 리그나 밥그릇 싸움으로 가두지 않고 훨씬 더 크게 보고있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사회의 큰 흐름 내에서 우리 조직의 역할, 개인의 역할 등을 살펴보고 있더라구요. 특별히 인상적인 인터뷰는 유한책임회사 더함의 양동수 변호사를 인터뷰인데요. 그 분의 말에 참 공감했어요.

“항상 사회에는 권력층이 있고, 권력층이 자기들만의 리그를 고체화시켜간다면, 사회혁신은 그 리그를 액체화 시키는 과정이 아닐까요?”

-양동수 변호사

Q. 서울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께 던지는 질문 혹은 메시지 있을까요?

A. 소위 한국에서 사회혁신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정말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그 분들을 포용적으로 같이 가져가고 있는지 질문해보았으면 해요.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소외된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 더 같이 접점을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나가면 좋겠어요.

언서페는 OO이다

기존 컨퍼런스나 모임의 장과는 다른 언서페만의 내러티브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임소정 디렉터와의 이야기를 나열하여, 언서페가 갖고 있는 의미를 정리해보았습니다.

첫째, SPARK(필요한 접점을 만드는 장을 촉발시키는 것)입니다.

우리가 만나는 지금 © Pixabay

임소정 디렉터는 언서페를 통해 서로 만나야 할 사람들이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하고, 교류가 만들어지는 그 자체에 더 집중하고자 함을 강조했습니다. 서로 만나야 할 사람들이 만나고, 무엇이 필요하냐고 먼저 묻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10대 여성인권 센터 지인이 느낀 외계인스러움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세대간 대화로 풀어보면 어떨까? 제안했더니, 언니는 오히려 세션 참여를 망설였어요. 언니의 필요와 닿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무엇이 필요한지 다시 물었어요.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 십대 여성인권 증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말이예요. 그랬더니 언니가 온라인 성매매 이슈에 접근하기 위한 온라인 상의 문화를 이해하고 솔루션으로 도출할 수 있는 개발자를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 하더라구요. 이 이슈에 충분히 공감해줄 수 있는 여성개발자들을 말이죠. 그렇게 십대여성인권센터와 여성개발자가 만난 ‘여성개발자들은 온라인 청소년 성매매 해결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세션이 만들어진거죠. ”

둘째, 참여하는 모두가 오너십을 가지는 계기입니다.

임소정 디렉터는 다른 장과 달리 언서페가 특별한 이유는 SIX나 씨닷 등 행사 전반을 기획하는 기관에서 오너십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했습니다. 언서페는 주최 기관이 그 중심에 있기 보다는 사회혁신 영역의 다양한 섹터 간 만남을 통해 사회변화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전체 큰 행사의 틀은 마련하지만, 개별 세션 안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구성해갈 수 있어요. 사실 필요가 서로 다른 사람들을 우리가 억지로 붙인다고 해서 잘 되진 않더라구요. 그래서 아이디어 익스체인지 세션이나 콜라보레이터 워크숍 등을 통해 세션을 만드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만나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어요. 동료간의 대화를 통해 질문을 찾아갈 수 있는 과정, 그 속에서 콜라보레이터들이 오너십을 갖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질문을 찾도록 장을 마련했죠.”

셋째, 동료 간 교류의 장입니다.

동료간 배움은 임소정 디렉터가 거듭 강조한 주제입니다. 언서페라는 예기치 않은 만남 과정을 통해, 사회혁신 영역의 다양한 동료들이 만나고 서로가 가진 질문,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이 되길 바랐다고 합니다.

“ Peer to peer가 참여자들의니즈를 잘 충족시키는 방법이예요. 영국도 한 주제 내에서 솔루션을 찾기 위한 Peer to peer를 자주 진행해요. 예를 들면 이런거에요. 사실 영국의 많은 재단들이 자본주의의 불평등한 구조 덕에 얻은 이익으로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그들은 산업사회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어떻게 환원할 것인가, 그들이 이익을 얻은 사회적 불평등이란 구조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한 일종의 부채감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다른 재단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어떻게 권력 구조를 바꾸고, 시스템을 바꾸고, 돈을 나누는 방식을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한 의견을 동료 간 만남을 통해 성찰하고 질문해요.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지라는 질문에 동료를 통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마련하는 편이죠.”

일방적인 네트워크나 선진 사례를 학습하기 보다는 ‘Exchange’ 즉 서로의 욕구를 알고 이야기를 나누는 작업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곤 한 가지 팁을 덧붙여 이야기했습니다.

“Exchange가 되려면 내 이야길 해야해요. 나는 이런 고민,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런 입장이고,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요. 교류가 되려면 자기가 가진 것을 내놓아야 해요.”

혹시, 다음 언서페는?

다음 언서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요. 후보로 홍콩도 좋을 것 같고, 캐나다의 어느 도시도 염두에 두고 있으시다니 혹시 좋은 후보지가 있으시다면, SIX에 이야기 해주세요.

SIX 임소정 & Megumi Koyama © 듣는연구소

어쨌든, 마지막으로

언서페는 대답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질문을 하는 장이 되면 좋겠어요. 무엇을 위한 대화라기 보다는 공적으로 우리가 사회에 함께 던져야 하는 질문이 무엇일까? 그 질문을 만들고 찾는 여정이 되었으면 해요.”

“현장의 목소리가 우리 삶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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