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F Seoul] 예기치 않은 만남을 기대하며
서울혁신센터의 글로벌사업으로 영국의 사회혁신네트워크 SIX와 C.(씨닷)이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 서울을 열게 되었다. 11월 1일부터 3일까지 3일에 걸쳐 열리는 이번 페스티벌은 #예기치_않은_만남 #기존_대화의_재구성 을 키워드로 삼는다. 각계 분야,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관, 조직부터 일상에서 사회 변화를 만들어 가는 개인들까지, 페스티벌을 함께 만들고 참여하는 주체는 매우 다양하다. 이들은 각자가 나누고 싶은 대화의 주제, 만나고 싶은 사람에 따라 각자가 원하는 형태의 세션을 열게 된다. 3일간 서울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열리는 다수의 세션들이 페스티벌을 구성하게 된다. 페스티벌 기간만큼은 지금껏 만나기 힘들었던 이들과 만나 그간 나눠보지 않았던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얻게 된다.
언뜻 들어서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이 기존에 있어 왔던 오픈테이블, 컨퍼런스, 간담회 등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을 서울에서 개최하고자 한 씨닷의 근원적 고민을 살펴보면이 페스티벌이 가진 차별점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사회혁신 Scene에서 대화는 그간 끊임없이 이루어져 왔다. 때로는 과하다 싶을만큼 대화에 집중해 온 이 씬에서 그러나 제대로 된 대화가 이루어져 왔는지는 의문이다. 대화가 이루어지는 장은 대개 공식적이고 딱딱한 패널토론 혹은 소수에게 집중된 무대가 전부였다. 그리고 대화의 장에 주된 콘텐츠또한 깊이 있게 살펴보고 나누는 대화가 아닌,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효과적으로 알리기인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그간 표면적으로는 대화했지만, 그를 통해 성찰하거나 고민하거나 또는 새로운 시각을 주고 받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씨닷은 국가간 경계를 넘어 새로운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장을 꾸준히 만들어 왔다. 그 장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영향력을 축소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장이 가지고 있는 깊이의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씨닷이 열었던 컨퍼런스 , 즉 무대라는 형태의 대화의 장은 다수의 청중에게 인상적으로 이야기가 전달될 수는 있지만, 깊이에 있어서는 늘 아쉬움을 남겼다. 무대에 선 이들도, 그리고 그 무대를 만드는 이들도 대화가 시작되려는 물꼬만 만들어 놓고 더 이상 깊이 있는 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데서 아쉬움을 갖었다.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은 그런 점에서 무대가 가졌던 한계를 극복하는 장이 될 것이다. 연사와 청중이라는 일방향의 관계에서 벗어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이들 모두가 함께 만드는 상호의 관계는 대화다운 대화를 만드는 기틀이 될 것이다.
또한 위에서 아래로 하달하는 고정된 주제가 아니라, 대화의 의지를 가진 이들이 스스로 주제를 만든다는 점에서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은 이전 대화의 장들과는 다른 자유로움을 갖는다. 하나의 고정된 주제에 맞추어 열렸던 포럼, 컨퍼런스 등은 포용적으로 많은 것을 담아내는데 한계가 있었다. 물론 하나의 주제라 하더라도 다양한 시각을 담아내고자 했던 씨닷의 노력은 늘 있어 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주제를 다룰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의 한계였다. 때문에 모두의 언어가 평등하게 담길 수 있는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은 기존 대화의 형태가 지녔던 현실적 한계를 벗어나 자유롭게 대화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 서울의 특징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이 사실일지도 모른다. 씨닷의 근원적 고민에서 창발된 페스티벌이라 할지라도 어떤 이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포맷의 대화의 장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르게 접근해보자.
“예기치 않은”이라는 형용사를 전면에 드러냈다는 점에 이 페스티벌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 현 시점의 서울 사회혁신 씬을 둘러보자. 씬의 성장은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를 가능케 했다. 지금의 이 씬은 ‘사회혁신’이라는 커다란 이름 아래, 비영리조직, 소셜벤처, 일반기업, 학계, 사회적기업, 지자체가 한 데 어우러져 공존하고 있는 형태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서로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있는지는 의문이다. 사회혁신 생태계의 중요성을 늘상 말하고 있지만, 정작 그 생태계를 만드는 일원으로서 우리는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또 소통해 왔는가? 지역을 거점으로 또는 조직 형태, 세대를 기준 삼아 우리를 서로가 서로를 경계짓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시점이다. 왜 굳이 우리가 이 생태계 안에서 소통해야 하는지 이유를 묻는다면, 그에 대해서까지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새로운 사회 변화를 만드는 일에 동참하는 하나의 구성원이라면 소통의 필요성을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예기치 않은 만남”이라는 장은 그러한 소통의 가능성과 기회를 여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솔직히 말해,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 서울이 현재 서울이 가진 모든 고민에 완벽한 정답을 제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단발적 만남에서 우리가 내딛을 보폭이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페스티벌을 기대하는 이유는 다양한 고민들이 현장과 개인에 머물기 보다는 표면으로 내어놓고 같이 이야기 나눠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혀끝에서 맴도는 고민과 아이디어, 생각들을 입 밖으로 꺼내 놓고 새로운 이들과 함께 나누고 , 이를 위한 작은 몸짓이라도 움직여 볼 때 우리는 희망과 미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변화를 위해 각가 너무 힘주어 안으로만 숨어 들었다면, 언유주얼한 만남을 통해 새롭게 기지개를 켜보자. 당장 내일을 위한 스텝을 그려주지는 못하더라도, 그 안에서 새로운 기운을 얻기에는 분명 충분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