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FSeoul] “암, 癌 파인 땡큐!” 함께 외치는 지역사회 만들기

3명 중 1명. 우리나라의 암생존자 비율입니다. 암은 이제 더 이상 특정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가족, 나의 이웃 그리고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지원제도와 사회적 편견으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암생존자들. 그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화와 공감의 장을 언서페 서울을 통해 ‘나우프로젝트’가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우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는 한국 에자이 서정주님의 글로 ‘암경험자가 살기 좋은 지역 사회 만들기’를 미리 만나봅니다.


암환자가 살기 좋은 지역 사회

몇 해 전 기회가 되어 뉴욕에 있는 암환자커뮤니티인 길다즈클럽 (Gilda’s Club: https://www.gildasclubtwincities.org/ )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암환자들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곳의 암경험자들은 환한 표정에 당당한 모습이었다. 뉴욕 시내의 낡고 작은 건물이었지만 붉은 도어가 인상적이었던 그 곳은 마치 암환자들의 아지트 같았다. 암진단부터 사회복귀까지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뿐만 아니라 함께 오는 자녀들을 위한 공간까지 구석구석 세심한 배려가 엿보였다. 내게 ‘Peace’(평화)라고 적힌 볼펜을 건네며 암을 진단받아도 안심하고 치료하고 싶은데 ‘투병’이라는 말 때문에 더 늘 싸우고 버텨야 하는 삶을 살고 있으니 그저 암에 걸려도 평화롭게 환자여정(patient journey)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아주머니, 가족들에게 암진단 사실을 알리기가 무척 힘들었고 누구와도 심리적인 어려움을 나누기 어려웠는데 길다즈 클럽을 만나고 나서 가족과 소통하는 방법도 알게 되고 자신의 질병을 스스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어르신도 있었다.

암진단을 받고 수술과 치료로 힘겨운 시간을 지나오신 아버지가 생각났다. 사실 아버지의 환자여정은 치료 후유증으로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고 있지만 당시에는 온 가족에게 모든 것이 처음이고 어려웠다. 항암치료로 힘들어 하시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는 것은 너무나 힘들었고, 뭐라고 말을 건네야 할지도 어려웠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를 썼다. 언젠가 아버지가 청년시절 사용하면 습작노트를 봤던 기억때문이었는지 그렇게 아버지의 항암치료 기간 중에 시를 써서 이메일로 보내고, 아버지는 시를 읽은 소감을 회신하셨다. 몸이 힘들 때면 글에서도 통증이 느껴지고, 컨디션이 나아지면 햇살이 내릴 때도 있었다.

아버지는 대장암 선배라며 같은 질환을 겪으신 지인분을 만나러 외출을 하시기도 했다. 병원에서도 책에서도 얻기 어려운 살아있는 경험담과 조언을 얻고자 하셨고, 그런 만남을 가지고 오신 뒤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며 만족하셨다.

암을 진단받으면 물리적인 치료과정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긴 여행을 하게 된다. 처음 유치원에 가서 세상을 배우듯, 암과 함께 사는 삶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배워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암환자들은 심신을 고통 속에서 스스로 배워나가는 것 같다. 의료적인 선택, 질환에 대한 마음의 수용, 일상과 관련된 다양한 선택, 치료 후 사회로 돌아가면서 겪게 되는 과정들…

암에 걸렸으니 이제 사회생활은 어렵겠구나라는 시선이 아니라 이런 것들을 함께 하고 실질적인 것들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사회라면 암에 걸려도 직장에 숨기거나, 마음이 위축되거나, 가정이 해체되거나, 경제적 어려움에 힘들어하지 않고 안심하고 치료받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았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 지역사회라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사회적자본 (Social Capital)

내가 일하는 기업(Eisai)에서는 근무시간의 1%를 환자들의 공감(Socialization)에 사용하도록 하는 방침이 있다. 몇 해 전 일본에서 진행되었던 치매어르신과의 공감 세션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어르신뿐만 아니라 의사와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간호사가 함께 참석하였다. 말이 치매어르신이지 세련된 옷차림에 60세 정도의 남성이었던 그는 이야기를 나눠도 치매환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치매 진단 후 이혼하고 쉐어하우스에 살면서 친구들과 운동도 다니며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에 더욱 어색한 마음이 들었다. 잠시 후 그가 퇴실하고 의사와 간호사가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이미 중기이상 진행된 치매환자인데 그가 살아가는 커뮤니티와 생활 환경에서 주변 사람들이 치매를 이해하고 있고, 지역사회 내에서도 치매환자들이 기관으로 가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지원제도나 제품, 서비스 등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그렇게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것을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고하고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위해서는 사회적 자본 구축이 필수적이고 그런 사회가 우리 모두가 살기 좋은 사회라고.

한국의 우리 사회를 돌이켜 보았다. 뇌전증으로 경기를 하는 아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홈스쿨링을 하는 경계선 아이, 암진단 여부를 회사에 알리면 암묵적으로 사직해야할 것 같아서 한참을 숨기며 치료를 이어갔다던 직장인, 가족과 지인들의 이해 부족으로 치료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우울감 속에서 사회복귀를 못하고 있는 암경험자들.

어떠한 사회적 자본이 형성되고 우리가 사는 마을이 어떠한 모습이면, 질병에 걸려도, 소수그룹에 속해도, 장애가 있어도 안심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암, 癌 파인 땡큐!

우리나라 암생존자는 2016년 통계로 161만명이다. 장애인 인구 약 250만/발달장애인 인구 약 20만/치매인구 약 70만을 고려했을 때 적지 않은 숫자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암경험자들의 사회복귀율이 낮다. 국립암센터 연구 결과 한국은 암환자의 53%가 일자리를 잃으며 치료 뒤 직장에 복귀하는 비율도 30.5%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런데 치료 뒤 직장 복귀율을 주요 선진국 수준인 60%로 높일 경우 매년 1조800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한다. (https://news.joins.com/article/8024141 ) 일본이 암 생존자가 직장에 복귀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에 힘쓰고, 일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러한 배경으로 2018년 초, ‘암(癌)파인땡큐’를 기획했다.

그렇게 가수 이한철 작곡, 암경험자들이 스스로의 이야기 담아 작사한 노래 ‘암파인땡큐’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다. 암경험자로 구성된 ‘룰루랄라합창단’은 지금도 매주 모여서 하와이안 훌라댄스와 우쿨렐레 연주를 하며 음악과 함께 삶을 풍요롭게 채워가고 있다. 그들의 삶에는 감사가 있다. 암에 걸린 후 흠난 사과가 되었지만 비로소 인생의 소중한 것들을 알게 되어 ‘맛있는 사과’가 되었다고 말하는 그들과 함께있으면 울컥한 마음이 솟아오르고 나 역시 감사로 하루가 채워지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감동으로 채워지는 프로젝트의 스토리를 담아 시디와 함께 소책자로 만들기 위해 암전문가, 환자 대표자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을 찾아 갔다. 다양한 관점에서 너무나 감동적이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2018 나우프로젝트 _ 암파인탱큐 스토리북

그런데 참 신기했던 것은 모두 같은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데 언어가 달랐다. 모두 진정성을 가지고 좋은 이야기와 인사이트를 주셨는데 섹터간 소통이 원활한 것 같지는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암환자의 사회복귀를 돕는 프로그램도 의외로 많이 있었다. 하지만 뭔가 서로 이어지지 않아 시범사업 형태가 대부분인 것 같았다. 그런 마음들이 이어진다면, 서로 하고 있는 노력들이 연결된다면 더 큰 시너지가 나고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협력을 통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 환자들을 위한 가치가 창출될 수 있을까?

나우X씨리얼 ‘암경험자가 말하는 암의의미’

리빙랩

우리나라와 달리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는 일본은 다양한 활동들이 마을 단위로 이루어진다. 특히 고령화를 본격적으로 맞이하면서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하여 커뮤니티 중심으로 보건의료 정책이 추진되고 있고 이미 오래전부터 환자들이 살기좋은 지역사회가 되기 위해 민간이 협력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리빙랩은 일본에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혁신 방법론으로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리빙랩’은 ‘민관학연산’이 협력하여 사용자 중심의 솔루션을 도출하는 형태로 사회혁신 차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리빙랩은 사회문제로서 보건의료문제의 해결방식으로 시민이 문제해결의 주체로 참여하여 솔루션을 공동창출한다. 시민은 단순 서비스 수용자인 환자를 넘고, 소득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를 넘어, 정부.기업.전문가와 함께 의료서비스의 생산과 소비에 참여하는 주체로 참여하게 된다. 보건의료문제를 파악하고 관리하여 개선하는 파트너로서 참여하는 것이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과 사회혁신, 송위진.성지은.김종선.강민정.박희제, 2018)이 과정에서 사회적 비용이 절감되고, 시민의 문제인식 및 해결 능력이 향상되고, 섹터간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 혁신 실험을 촉진하는 계기가 된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서도 리빙랩이 다양한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보건의료쪽에서의 사례는 손꼽을 만큼 적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건의료 쪽에서 사회혁신관점의 활동이 진행되기 어려운 환경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STEPI 성지은 박사님의 글을 읽으며 마음에 불이 붙는 것 같았다. [국내외 보건의료 리빙랩: 사례 분석과 정책적 시사점] _성지은·한규영·김준한

암생존자 리빙랩

암파인땡큐를 하면서 알게된 암환자를 돕는 활동을 하는 멋진 암경험자들과 함께 ‘암생존자 리빙랩’이라는이름으로 무작정 모임을 만들었다. 그리고 송위진 박사님, 성지은 박사님을 찾아갔다. 헬스케어 사회혁신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 아쇼카 이혜영 대표님도 찾아가고, 디지털 사회혁신의 이재흥 선생님에게도 조언을 구했다. 대한암협회 총장님도, 글로벌제약기업에서 일하시는 분도, 심리치료사, 사회복지 전문가, 미디어 기자도 마음을 더해 주셨다. 좀 허술하지만 마음은 단단하게 ‘암생존자 리빙랩’은 매 달 만나서 암경험자가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향한 사회적 자본 구축을 위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하고 각자 바쁜 일정에 지치기도 하지만 모두에게 공통적인 것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가치를 창출하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 그리고 작지만 따뜻하고 단단한 목소리로 사회에 이야기를 건네려고 한다. 암생존자가 살기 좋은 사회가 바로 내가, 우리가 살기 좋은 사회라고.

< USF Seoul_ 암경험자가 살기 좋은 지역사회 이야기>

나우작은음악회

나우프로젝트는 2015년에 장애인식개선을 주제로 시작해서 올해서 시즌4를 맞이했다. 대한민국 대표 싱어송라이터 이한철이 프로젝트의 총감독으로 참여하여 대상자들과 함게 노래를 만들어 음원으로 발표하고 공연을 이어왔다. 그동안 고령시대의 시니어 모델상을 제시하는 노년반격, 뇌전증 인식개선을 위한 쉼표합창단 그리고 올해는 암경험자들과 함께 암파인땡큐를 진행했다. 룰루랄라합창단은 수많은 이야기를 남기며 지금도 즐겁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매일이다시피 카톡창에서는 즐거운 이야기 꽃이 피어나고 서로를 격려하고 소중한 일상을 채워간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스탭인 나도 마음이 치유되는 것만 같다. 공연할 때마다 더 감사하고 행복해 하는 룰루랄라합창단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에게서 나오는 ‘치유’와 ‘회복’의 힘을 지역사회로 배달하고 싶었다. 노년반격에 참여했던 ‘실버그래스’와 ‘민들레트리오’도 힘을 합쳤다.

11월 1일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 서울의 한 세션으로 진행하는 ‘암생존자가 살기 좋은 지역사회 이야기’에서 콜라보로 진행될 ‘나우작은음악회’에는 특별히 암경험자로 구성된 ‘룰루랄라합창단’과 나우프로젝트 총감독, 가수 이한철이 출연한다. 사회혁신의 아지트인 서울혁신파크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룰루랄라의 춤과 노래 그리고 더 나은 사회를 향한 변화를 만들어 가는 이한철 감독이 채워줄 ‘치유’와 ‘회복’이 가득한 음악회가 기대된다.

암, 癌 파인 땡큐 인터뷰 _ 이한철, 나우프로젝트 총감독/가수

< USF Seoul_ 암경험자가 살기 좋은 지역사회 이야기> +나우작은음악회

암경험자가 살기 좋은 마을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슈퍼스타 이한철과 암경험자들의 공연 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