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시의 주인은 누구인가?

기술기반의 인간적 도시거버넌스 상상하기

Sujung An
Unusual Suspects Festival Seoul
9 min readOct 1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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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TED Prize는 최초로 사람이 아닌 대상에 수여되었다.

TED Prize의 선정위원회는 한 사람의 혁신가가 아닌 ‘City 2.0’ 아이디어에 상을 수여했다. 세계 인구가 도시로 몰려들고 도시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 반면 역설적으로 도시로부터 새로운 창의력이 발현되고 있는 상황에서 City 2.0의 수상은 우리가 ‘도시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재확인하면서, 도시화라는 과정에 더 많은 질문과 대답이 필요함을 알렸다.

물론 도시화로 인한 다양한 문제는 이전부터 존재했다. 도시 문제에 대한 해법도 많은 사람들이 연구를 거듭해 왔지만 City 2.0이 새로웠던 것은 도시에 대한 고민의 주체로 ‘시민’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도시화 문제 속에서 통계의 데이터, 숫자로만 호출되던 시민을 도시화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불러내 역할을 부여했다. 멋지게도 이런 선언을 덧붙이기도 했다.

“출신 국가나 지위에 상관없이 도시를 재창조 할 수 있는 힘은 시민에게 있다”

그렇게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 우리는 다시 묻는다. 과연 도시를 재창조할 힘은 정말 시민에게 있는 것인지,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충분한 자원과 방법은 있는지 말이다.

도시를 변화시킬 새로운 시스템 ; 새로운 상상을 시작할 때

Dark matter labs(이하 DML)은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디자인 리서치 및 도시 전략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사회조사, 건축, 디자인 등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여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리서치를 수행하고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인터뷰는 DML의 강은지님과 온라인을 통해 진행했다. 강은지님은 지난 8년 동안 영국에서 디자인 리서쳐/시스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고 시스템씽킹의 관점에서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며, DML에 소속되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에서는 ‘레스토랑데이 : 도시 사용 라이선스 디자인하기’ 세션을 기획하고 진행한다.

서울, 도시의 주인은 누구인가? ⓒ Pixabay

Q. ‘레스토랑 데이 : 도시 사용 라이선스 디자인하기’라는 제목만 봐서는 어떤 세션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A. 레스토랑데이, 도시 사용 라이선스를 얻기 위한 하나의 가상 실험이에요. 만약 내가 딱 하루 도시에서 레스토랑의 주인이 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싶다는 가정으로 시작해요. 레스토랑을 열기 위해 우리는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까요? 이 질문을 던지면서 필요한 자원과 절차를 고민해보려고 해요.

“단 하루 도시에서 레스토랑을 열기 위해,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한계는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존 시스템이 아닌 새로운 시스템을 상상해보는 자리예요.”

도시에서의 공간 활용을 위한 기존 절차를 생각해보죠. 장소를 빌리기 위해, 행정기관을 찾아가 장소 사용을 위한 서류를 작성해야하고, 허가 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서류나 신분을 스스로 증명해야 할 수도 있어요. 장소 사용 후 결과를 다시 행정기관에 알려야 할 수도 있죠. 레스토랑 데이를 위한 이벤트 시간을 정하고, 장소를 예약하고, SNS 등을 통해 홍보도 하는 다양한 일도 해야 하는데요. 얼핏 상상하는 것보다 더 다양한 자원과 협력의 과정이 필요하죠.

Q. 공공장소를 활용하기 위한 절차를 생각하니 인증, 허가, 결과보고, 정산….. 이런 말이 먼저 떠오르네요.

A. 지금까지 공공기관과 일을 할 때 협력 과정은 시민의 입장에서 평등한 과정이 아니었죠. 누군가 권한을 가진 사람 혹은 단체의 허가를 거쳐야 하고 심사가 필요할 수도 있어요. 사전 사후 과정이 모두 보고 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구요. 저는 그 과정 자체가 인간적인 과정이 아니라고 봐요. 복잡한 절차 때문에 오히려 힘이 빠질 때도 있죠. 이 지난한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사람도 없을테구요.

인간적 거버넌스를 향한 새로운 상상ⓒ Pixabay

“저는 이번 세션을 통해, 이 과정이 좀 더 인간적인 형태의 거버넌스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함께 상상해보고 싶어요. 수직적인 협력 과정이 아니라 수평적인 모델로서 미래 거버넌스 모델을 상상해보면 좋겠어요.”

기술 발전을 통해, 오픈데이터나 분산화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등장했죠. 미래 기술이 가져다 준 가능성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활용하여, 다양한 사람들 간 신뢰를 바탕으로 보다 자유롭게 연결될 수 있을지 상상하는 자리예요.

Q. 인간적이라는 말과 기술 기반이라는 말이 함께 쓰이니 새로운데 구체적으로 어떤 접점이 있는 것인가요?

“다양한 미래 기술이 사람들에게 권한을 줄 수 있다는 의미예요. 실질적인 권한이요.

A. 기존의 방식이 중앙집중적인, 권력을 가진 곳에서 통제 및 관리 되는 구조였다면, 최근에 나온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은 권력을 분산화하고, 상호 작용하며 신뢰를 키워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거든요.레스토랑데이로 예를 들어 보면, 도시에서 행사 하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에 승인을 기다려야 하는데요.

“도시의 주인인 시민들이 도시 공간 활용을 위해 합의한 약속을 잘 이행하겠다는 신청이나 선서 등을 통해서도 행사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기존의 패러다임을 벗어난 새로운 상상이예요.”

또 데이터 활용 측면도 고려해볼 수 있죠. 행정기관에서 관련 정보나 데이터를 통제해요. 일방향적이고, 데이터는 변질되거나 수정될 위험도 있죠. 상호 감시가 가능한 구조는 아니니까 말이죠. 만약 누구도 수정할 수 없는 블랙박스 같은 곳에 정보나 데이터가 저장된다면 감시하는 사람들 없이도 사회적 신뢰도는 좀 더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요? 더불어 계속 그 권리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시민들 간 협의한 약속을 잘 이행했는가도 시민들 스스로 진행해볼 수 있죠. 쉽게 상상하듯 별점 평가 등을 통해, 상호작용하며 평판을 쌓아가는 방식을 착안해 볼 수 있어요.

Q. 요약해보면, 4차 산업혁명 등 앞서 다가올 미래의 열린 거버넌스 구조에 대한 실험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 주체는 시민들이 되겠구요?

A. 미래의 열린 거버넌스란 획일화된 규칙이기보다는 당사자 간 자율적 의사결정 과정을 통한 하나의 협업과정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들을 규제하는 법이나 규제 등으로부터 좀 더 인간다운 방식과 관계를 만들자는 의미예요.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열린 거버넌스를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방식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죠. 한쪽으로 치우쳐진 통제나 규제의 방식이 아니라 좀 더 인간적인 방식으로 자율적으로 협의하고 시민들 간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한 거버넌스를 자유롭게 상상하는 것이죠. 이 가상의 실험을 통해서요.

Q. 흥미로운 상상이 되겠어요. 흥미로운 상상을 위한 세션 진행은 어떻게 구성되나요?

A. 미래 기술 등을 활용하여, 시민들의 목소리나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려고요. 여기 보이는 디자인 툴을 활용해서 참가자들이 구체적인 상상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물론 워크숍에 앞서 거버넌스의 중요한 프레임워크가 무엇인지 제 경험을 갖고 소개하려고 해요. 미래의 거버넌스 모델이란 지금과 같은 일방향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이 더 인간다운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해요. 그러기 위해서 함께 하는 상상이 필요한 것이죠.

Workshop tools ⓒ Dark matter labs

Q. 영국에서 한국까지 와서 이 세션을 진행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쉬운 일이 아닐텐데 말이죠.

A. 영국에서 8년 정도 생활하고 있는데요. 소셜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사회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그런데 단순히 한 프로젝트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더라구요. 각각 다양한 프로젝트를 서로 공유하고 함께 시스템을 디자인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도달했죠. 참 아쉬운 것이 너무 좋은 프로젝트들끼리도 소통하지 않아요.

“개별적인 프로젝트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한 환경을 만들고 서로 협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해요.”

개별적인 사회변화 프로젝트도 당연히 의미가 있지만, 시스템 디자인으로 가게 되면 오히려 더 미션에 집중하게 될 것 같아요. 하나의 미션을 통해서 50~100개 단체들이 소통하고 협력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 경험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구요. 또 제가 본 한국의 놀라운 힘과 가능성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요. 촛불을 보며 참 인상 깊었어요. 한국에서 새로운 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고 할까요? 저도 한국의 사례를 배우고, 제 경험도 공유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하고 있어요.

DML의 강은지님은 모든 사람이 각자 가지고 있는 창조적인 가능성, 그 잠재력 최대한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모든 사람은 디자이너예요. 누구나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창의적인 것을 기획하고 공유하고 사회를 위한 가치로운 일들을 해 나갈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어요. 두려움 없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꺼내놓고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해요.”

Making tools helped us to become what we are today-design helped to makes us human. <Ken Friedman and Erik Stolterman, Editors, Design Thinking/Design Theory Series>

“도구를 만드는 것과 현대의 디자인은 우리가 더욱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세션콜라보레이터 소개

다크매터랩(Dark Matter Labs)은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디자인 리서치 및 도시 전략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우리는 세계 여러 도시의 파트너들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이 이루어낸 기술 혁신을 민주적이고 포용적인 사회 구축에 이용하기 위해 연구하고 실험합니다. 우리는 ‘시스템 싱킹(System thinking)’ 과정을 통해 복잡한 사회 시스템의 상호 의존성을 이해하고 분석합니다. 또한 여러 정부·단체·개인과 협력하여 집단 지성을 수집하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실험을 디자인합니다.

세션 신청 바로가기: https://event-us.kr/usfseoul/event/3374

Unusual suspect festival 소개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 서울은 3일간 다양한 섹터의 개인 또는 조직들이 ‘예기치 않은 만남’을 통해 사회변화에 관한 새로운 대화를 나누는 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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