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었던 것일까?

흘러간다 — 이한철

tuesday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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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in readApr 1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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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bk6hKl3OBaM#t=61

흘러간다.

흐른다는 것은 역행이 아니고, 거스름이 없다는 의미를 무의식중에 반영한다. 순응이라기 보다는 순리에 가깝다. 시간의 흐름은 시각적이지 못해 매순간의 티끌만한 변화를 감지하지는 못하지만, 오랜시간 그 흐름의 두께는 자신과 타인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지고 살아가는지 알게한다. 흐르는 것은 자의적이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그 흐름이란 운명에 무기력하다. 그렇지만 그 흐름의 필연 안에서 우리는 능동적일 수 있다. 그것이 유일한 위로이지 않을까? 우리에게 주어진 흐름은 그 방향도 속도도 일정치 않아 예상하거나 가늠을 하는 일에 익숙해질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미 그러한 아슬함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렇게 불완전한 연소를 하면서 삶을 태워내고 있다. 그러나 그런 불완전하고 위험한 흐름이 그저 약하고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삶의 끈을 놓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일테다. 아마도 본능에 가까운 생존일테다.

그래 그렇게 흘러간다.

그래도 그 흐름에서 우린 우리만의 주인이 된다. 온전히 내것이고 나만을 위한 흐름이다. 그 흐름에 그저 나를 맡길 수도 아니면 그 흐름을 역행하려고 안간힘을 쓸 수도 있다. 흘러가는 그 안에서의 모든 선택은 바로 나의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흘러가는 것들 속에서 나는 불평을 할 수 없다.

지금도 앞으로도 그렇게 흘러왔고, 또 흘러가고 있고, 흘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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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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