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의 기억일까?

Mus — Al debalu

tuesday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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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in readApr 1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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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의 태양처럼 눈부신 ‘기억’들이 있다. 너무 밝아서 사실 뚜렷한 무엇인가가 남아있지도 않은 그런 ‘기억’. 이런 것을 ‘기억’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내 몸이 어떤식으로든 반응을 하는 것을 보면, 분명 이건 내 ‘전생의 기억’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 ‘(전생의) 기억’들은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무엇인가를 만났을때 코끝이 찡해지는 물리적인 몸부림으로만 기억이 된다. 길을 걷다가 불어온 바람 속에서 맡게 된 어떤 냄새가, 누군가 찍은 길거리 사진 속 모서리 한켠에 볼품없이 쪼그리고 앉아있는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점심을 보면서, 지하철역에서 밖으로 나와 걷다가 내 앞을 지나친 어떤 여자아이의 오래된 마스터드 색의 스웨터를 보면서, 문득 올려다본 5층 건물 어느 집에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날리는 흰색 커튼의 하늘거림을 보면서…갑자기 뜬금없이 무언가 알 수 없는 것들이 내게 밀려온다. 아주 친근하고 낯설지 않은 느낌. 그러나 이 친근함과 낯설지 않은 느낌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왜 이런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인지는 알 길이 없고, 어떤 기억의 형체도 없이 몸으로만 기억된다.

사람을 보아도 그런 사람이 있다. 그럴때는 참으로 묘한 느낌이다.

오늘 올리는 음악은, 이런 기억에 사로잡히는 날이면 꺼내어 듣는 Mus라는 뮤지션의 음악이다. 음악을 한번도 들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덩그러니 놓여있던 앨범을 보고는 그냥 알 수 없는 느낌의 끌림으로 앨범을 사가지고 나와 그때 처음 알게 된 뮤지션이다. 그때가 2005년, 중국 하문의 하문대학 근처 좁은 골목길에 있던 작은 음반가게였다. 그리고 근처 카페에 들어가서 CD를 건내고는 1시간 가량 앨범을 들으며 커피를 마셨다. 그때의 그 연으로 지금도 하문에 출장을 가면, 꼭 그 까페를 찾는다. 아쉽게도 음반가게는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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