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툴킷] TED summit 2016 참여 후기 (1)

테드 TED.com의 10주년을 기념하며

WAG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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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min readJul 1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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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테드(TED)에 첫 번째 영상이 올라온지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난달, 테드에서는 이를 맞이하여 지금의 테드를 있게 한 사람들을 캐나다의 밴프라는 로키산맥 중턱 작은 도시에 초청하여 테드 서밋(TED SUMMIT)이라는 이벤트를 개최했습니다.

이 서밋은 지난 10년간 테드 무대에 올랐던 테드 스피커(TED Speaker), 이 영상들을 자발적으로 번역해 온 테드 번역가(TED Translator), 전세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테드의 가치를 실천하는 테드 펠로우(TED Fellow)및 테드 엑스 활동가 등 1,200여 명이 참가한 대규모 이벤트였습니다.

TED Summit의 시작 ©TED
©TED

여기에 와글의 천영환 매니저가 참여해 아홉가지 이머징 이슈(Emerging, 떠오르는) 중 ‘정치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 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또 천 명 가량의 사람들이 모여 영감을 나누는 커뮤니티 경험도 특별했다고 합니다. 돌아와서 와글 멤버들에게 그야말로 희노애락이 가득했던 이야기를 끝없이 풀어놨었는데요. 아시아의 정치 스타트업을 하는 청년으로서 테드 서밋 2016에 참여한 경험을 공유합니다.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 1. 빌 게이츠가 모기장을 만든다고?

수년전 TED는 빌 게이츠에게 우리가 직면한 시급한 문제에 대한 강연을 부탁했다.
Microsoft를 창업해 세상에서 가장 큰 부를 갖게 된 그가 주목한 문제는 다름 아닌 ‘모기’였다. 무대에 올라온 그는 90년대에 들어서 DDT(유기염소계 살충제)등의 발견으로 대부분의 부자나라에서 말라리아와 같은 ‘모기병’이 자취를 감추게 된 현상을 설명했다.

“여기가 바로 역설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병이 이제 가난한 나라에만 있으니까요. 충분한 투자를 받지 못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발모제에 들어가는 돈이 말라리아 퇴치에 투입되는 돈보다 많습니다. 네.. 끔찍하죠. (웃음) 대머리. 쉽지 않습니다. 이제 가진 사람이 고민할 차례입니다.”

“하지만 말라리아는, 일 년에 100만 명이나 되는 목숨을 앗아감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이 엄청나게 과소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대 옆의 투명한 상자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사람들의 시선도 함께 이동했다. 이때까지도 사람들은 그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말라리아는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 병입니다. 여기 제가 모기를 좀 데리고 왔습니다.
여러분들도 겪어보시라고요. 잠깐 좀 풀어놔 보도록 하죠.
가난한 사람만 말라리아로 고생하란 법은 없습니다.”
라고 말한 뒤, 실제로 그 상자의 뚜껑을 열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순간 사람들은 당황해하며 강의장을 빠져나가야 할지 말지 서로들 눈치를 살피다가 이내 빌 게이츠의 의도를 알아챈 뒤, 웃으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지금 제가 푼 모기들은 깨끗하니 걱정 마세요.”

Bill Gates ©TED.com

이 깜짝쇼는 TED를 통해 전 세계의 사람들로 하여금 ‘모기병’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빌 게이츠&메린다 재단은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다. 적극적인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사람을 끌어모으는 재능 있는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없다면서 과학자, 철학자, 정부 등이 시장논리에 부딪혀 하지못하는 진짜 ‘옳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말이다.

그동안 인체에 유해한 살충제도 연구하고, 신약도 개발했지만 이들 덕분에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아이디어는 결국 ‘모기장’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실제로, DDT와 모기장만 사용하는 것으로도 사망률을 반으로 낮출 수 있었다. 빌 게이츠 재단은 ‘모기장 펀드(Bed net Fund)’를 만들었고, TED 영상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기부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나라에 모기장을 보급할 수 있었다.

이 사례는 누군가가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동의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이 솔루션에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지지를 얻어 문제를 해결하기까지의 일련의 활동들이 압축된 사례다.

TED가 추구하는 것은 단순한 강연이 아니라,
바로 이런 ‘퍼뜨릴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Ideas Worth Spreading)’다.

2. 아이디어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

TED는 ‘Information Achitect’라는 개념을 창시한 리처드 솔 워먼(Richard Saul Wurman)과 최초로 방송에 컴퓨터 그래픽을 적용한 해리 마크스(Harry Marks)에 의해 1984년부터 시작되었다.

소위 ‘엘리트’들의 지적 축제였던 TED는 2000년에 크리스 앤더슨이 이끄는 새플링 재단에 인수된 뒤로 파격적인 시도들을 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TED.com을 만들어 그동안의 강연 영상들을 인터넷에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앉은자리에서 양질의 컨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꼭 유명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가치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TED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전 세계를 찾아다니며 오디션 기회를 주기도 했다. ‘인터넷을 통한 지식의 민주화’를 시도하기로 한 것이다. TED.com에는 2,100여 개의 TED talks 영상이 올라와 있는데, 111개의 언어로 자발적으로 번역되어 전세계에서 39억 번 넘게 시청되고 있다.

두 번째는 TEDx를 만들어 누구나 TED와 같은 이벤트를 전세계 곳곳에서 할 수 있도록 무료로 라이센스를 발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TED영상을 함께 보며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네트워킹하며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등 실질적인 변화를 전세계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170개의 나라에서 16,500번 이상의 TEDx 이벤트가 개최됐다.

지날 달, 지금의 TED를 있게 한 사람들을 캐나다의 밴프라는 로키산맥 중턱 작은 도시에 초청하여 새로운 이벤트를 개최했는데 이것이 바로 테드 서밋(TED SUMMIT)이다. 지난 10년간 TED 무대에 올랐던 TED 강연가(Speaker), 이 영상들을 자발적으로 번역해 온 TED 번역가(Translator), 전세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TED의 가치를 실천하는 TED 펠로우 및 TEDx 활동가 등 1,200여 명이 참가했다.

일주일 동안, 51명의 새로운 TED Speaker를 통해 영감을 얻고 10,000여 명이 사방팔방 흩어져 91개의 워크샵과 12개의 아웃도어 활동에 참여하면서 전세계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맺고 서로의 생각을 교류하는 자리였다.

그동안 TEDxDaejeon, TEDxDaedeokValley, TEDxKAIST 를 함께 조직하고, 최근 정치 스타트업 WAGL에서 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어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지식의 칵테일, TED 컨퍼런스.

Technology(기술), Entertainment(오락), Design(디자인)의 앞글자를 따서 이름 붙여진 TED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참가자들은 이를 소위 ‘Brain Explosion(뇌폭발)’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일주일 동안 쉼 없이 수많은 사람들과 아이디어들을 공유한다.

TED컨퍼런스에는 TED talks 강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 한 세션에 7~8명의 스피커가 나와 이야기를 하는데, 18분(인간이 가장 집중을 잘하는 시간을 근거로 만들어진 TED의 강연시간 규칙)씩만 한다고 치더라도 두 시간이 넘는 강연을 듣게 된다. 여기서 녹화된 강연은 내년 컨퍼런스가 열릴 때까지 일 년 동안 순차적으로 TED.com을 통해 공개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강연에 열광하지만, 개인적으로 더 재미있던 것은 세션 중간중간에 참가자들이 서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마련된 다양한 워크샵(Community Session)이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91개의 워크샵이 있었는데 사전에 온라인으로 신청한 순서대로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었다. 참여했던 워크샵 중 기억에 남는 것을 꼽자면, 첫 번째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분석하며 어떻게 뇌의 활동이 변화하는지를 알아보는 워크숍이었고, 두 번째는 TED나 TEDx에서 다뤄진 인터넷을 이용해 만들어진 다양한 온라인 의사결정 플랫폼(예를 들면, WAGL에서도 소개한 적 있는 루미오는 뉴질랜드의 TEDxTeAro에서 발표된 적이 있다.)들을 비교하며, 과거에 비해서 사회변화를 조직하는 것은 수월해졌지만 실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왜 어려워진 것에 관한 토론이었다.

이외에도 DNA 검사 워크샵이나 새로나온 BMW의 전기차를 직접 운전하며 미래의 교통수단에 대해 상상하는 워크샵 등 참가자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워크샵이 마련되어 강연과 함께 마치 ‘지식의 칵테일’을 마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적 충만함은 결국 심신의 조화로부터.

세션 사이사이에 100개 가까이 되는 워크샵이 몇 시에 어디에서 열리는지 각자 알아서 이동해야하는 등 하루 종일 정신없는 와중에, 프로그램 중간중간 아웃도어 활동에도 참여해야 한다. 행사가 열리는 밴프 지역은 낮이 굉장히 길어서 밤 11시나 되어야 해가 완전히 지는데, 5시면 다시 해가 뜨기 시작한다.

TED 프로그램은 아침 6시 45분부터 바로 진행이 된다. 주로 아침에는 하이킹이나, 요가 같은 프로그램으로 시작되는데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 5km 정도 하이킹한다고 해서 가볍게 생각했는데, 눈 뜨자마자 Tunnel Mountain이라는 2,000m 가까이 되는 산을 뛰어서 올라가야 한다. 요가도 그냥 요가가 아닌 ‘카디오 퓨전’이라는 심장강화 요가이다. 순간, 테드가 아니라 태릉에 온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이를 비롯해 산악자전거, 암벽등반, 카누 등 12가지의 다채로운 아웃도어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

TED가 이렇게 아웃도어 활동을 접목하는 이유는 일주일 내내 엄청난 양의 두뇌를 써야하기 때문에 일종의 브레인 스파(SPA)이자, 몸을 쓰는 활동이 뇌를 더욱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운동은 또 다른 언어가 되어 관계 맺기가 훨씬 수월하기도 했다.

다음 화에 이어서
-기술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연결되는 경험
-정치 이슈의 부상
- ‘퍼뜨릴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가 과연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등, 정치 스타트업 와글이 지식의 민주화라는 가치를 가진 테드에서 어떤 인사이트를 얻었는지 자세히 공유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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