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를 움직이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Y Combinator(이하 YC)가 기본소득 실험에 나섰습니다. 2005년 설립된 YC는 Dropbox, Airbnb 등을 초기에 발굴해 키워낸 스타트업 투자 및 지원 조직인데요. 지난해 10월에는 일론 머스크와 손을 잡고 오픈소스 기반의 인공지능 연구소 OpenAI 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YC 대표 샘 알트만은 “10~20년 안에 인공지능과 로봇이 수백만 개의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며 기본소득 실험은 이런 거대한 변화에 대비하는 시도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월 그는 YC 블로그를 통해 “기본 소득에 대한 논의는 많지만 제대로 된 데이터가 없다”며 실험의 이유를 밝혔죠.
제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이들이 기본소득이라는 첨예한 정치 이슈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스타트업, 사회 문제로 눈을 돌리다
YC는 2015년 비영리 연구소인 YC Reserach를 설립했습니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 전체가 당면한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서인데요. 기본소득 실험은 OpenAI에 이어 두번째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스타트업과 달리 수익성이 보이는 분야들은 아니죠. 그러나 YC Reserach는 막강한 재정 기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부, 학계, 시민 사회가 손을 대지 못한 영역까지 저변을 넓히고 있습니다.
샘 알트만은 TechCrunch의 행사에서 “기술이 부의 총량은 증가시킬 지 몰라도 그것을 소수에게 집중시킨다”며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기계가 인간 노동을 대체할 미래를 이야기하며 “열심히 일하는 것 그 자체로도 가치있다는 생각은 낡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도시 전체가 실험실
실험 대상지로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가 선정되었습니다. 넓은 경제적, 사회적 스펙트럼이 선정 이유가 됐습니다. YC Research는 무작위로 선정된 100 가구에 어떤 조건도 없이 월 1,000 ~ 2,000 달러를 지급합니다. 6개월~1년 파일럿 실험을 거친 후 5년 짜리 실험으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YC Research의 디렉터 엘리자베스 로즈Elizabeth Rhodes는 이 프로젝트에서 기존 사회 안전망의 대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인간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에 얼만큼의 재원이 필요한지, 기본소득이 사람들의 행복, 재정 안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그리고 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관찰할 예정입니다.
기본소득은 힙하다!?
실리콘 밸리는 사실 오래 전부터 기본소득 논의를 주도해왔습니다. 문제 해결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그들에게는 거의 모든 행정 절차를 생략하고도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하는 기본소득은 매력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네이선 슈나이더Nathan Schneider는 “인류의 오랜 문제를 해결하는 단순하고 우아한 알고리즘이 실리콘 밸리를 매료시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초대형 투자자이자 초기의 웹 브라우저 Mosaic을 만든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과 실리콘 밸리의 싱귤래리티Singularity 대학교의 창립자 피터 디아만디스Peter Diamandis도 기본소득의 아이디어를 지지했습니다. 뉴욕 소재 Union Square Ventures의 벤처 투자가 알버트 벤거Albert Wenger와 호킨스 벤처스의 대표인 크리스 호킨스Chris Hawkins는 이미 예전부터 기본소득과 관련된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적인 기대와 우려를 안고 있는 기본소득 논의가 YC의 파격적인 실험으로 재점화 되었습니다. 변화에 가장 기민하게 반응하는 실리콘 밸리의 이러한 움직임은 과연 사회와 정치에 어떠한 파급력을 가져올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