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와 망원경

wa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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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in readJan 15, 2020

존 캐리의<지식의 원전> 중, ‘갈릴레오와 망원경’을 읽고.

우주의 중심이 지구이고 태양을 포함한 모든 별들이 지구를 돌고 있다는 천동설이 사실이자 진리로 자리하던 때, 천문학자였던 갈릴레오는 망원경을 통해 기존의 관념과는 다른 별들의 움직임을 보게 된다. 하지만 그 역시 그 시대 사람인지라 처음 그것을 본 갈릴레오는 자신이 본 것을 의심하며, 자신이 본 것을 믿지 못한다. 하지만, 머지않아 반복된 관측을 통해 그는 새로운 진리와 마주 서게 된다. 그는 그 시대에선 사실일 리가 없고, 또한 사실이어도 안되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감히 진리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 결국 이 여파로 종교 재판에까지 회부된 그가 망원경을 통해 본 것은 단순히 별의 움직임이었을까?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수많은 사실이 있다. 하지만 그것들이 사실임에 의심을 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실이겠거니 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수 많은 매체와 심지어 학교에서 까지, 사회는 우리에게 의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철저하게 그 사실을 관철시키고, 가끔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개인 목소리의 무게가 이전보단 제법 나가는 요즘 시대에서도, 사회적 인식과 관념을 거스르기는 결코 쉽지 않다. 우리 머릿속에 형성된 사회적 인식과 관념은 그것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도 전에 이미 우리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 때문에 그런 사회적 인식과 관념에서 벗어난 경험이 우리에게 왔을 때, 우리는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먼저 의심하고 감추려 한다. 하지만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항상 지금 사는 세상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고 있다.

이 단적인 예로 대학이 있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대학에 진학한다. 안타깝게도 그 여러 이유의 바탕에는 고학력자를 지나치게 우대하는 한국사회의 인식이 깔려 있다. 우리는 대학이 과정이 아닌 목표가 되어버린 사회 속에 살고 있다. 우리는 보다 나은 세상을 말할 때 종종 이렇게 말하곤 한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누구나 행복하게 사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대학을 가지 않는 친구들을 보는 우리 시선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나아가 대학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갖는것 조차 사치스러운 일이 되어버린 사회 가운데 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과 관념속에서 목소리를 내고, 좀더 멀리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상당한 용기를 내야하고, 때로는 깊은 외로움속에 놓이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세상과의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무심히 흐르는 사회 속에서 보이지 않는 문제를 보고, 조금이나마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왜 같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다른 사실과 마주하고 있을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의 손엔 갈릴레오의 망원경이 들려있다는 것이다.

당신의 손엔 갈릴레오의 망원경이 들려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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