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CELONA

EUROPE — PART.06

walli
walliarchive
4 min readJan 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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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
WALLI PROJECT NO.03 — EUROPE

파리에서의 낭만을 이제는 흥으로 바꿀 시간이다. 우린 열정의 나라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로 향했다. 여행을 준비할 때 사람들의 여러 후기를 읽어보면 각 나라에 대한 선호가 매우 다른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스페인은 다녀온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좋다고 찬양하던 곳이라 도대체 어떤 곳인지 매우 궁금했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 작은(?)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는데, 잘 버텨오던 캐리어가 바르셀로나의 열기와 다소 거친 도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바퀴를 뱉어버렸다. 바퀴 없는 캐리어를 끌고 간다는 것은 주저앉은 황소를 끄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우린 이왕 이렇게 된 거 “좋은 거 사서 오래 쓰자”라고 각자를 합리화하며 아메리칸투어리스터를 집어 들었다.

바르셀로나의 첫인상은 너무나도 스페인이었다. 후끈한 바르셀로나 날씨만큼 도시 분위기도 후끈했고,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는 나를 더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직접 와보니 왜들 그렇게 입을 모아 찬양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먼저는 음식이 환상적이다. 사실 스페인에 오기 전까지 런던과 파리에서는, 물론 맛있는 음식이 있었지만, 음식에 큰 기대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이야기가 좀 달랐다. 여기에서 여행의 주제를 온전히 음식으로 정하고 여행을 해도 풍성하다 못해 넘치는 여행이 될 것임이 분명했다. 다양한 식재료와 요리가 매 끼니를 기대하게 했고, 우리의 기대는 매번 든든하게 채워졌다. 특히, 샹그리아를 곁들인 빠에야는 가히 완벽하다 할 수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역시 에어비엔비를 이용했다. 매번 도시의 번화가가 아닌 조금 떨어진 주택가에 숙소를 잡다 보니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위에 걸려있는 사진은 우리 방에 붙어있는 테라스를 찍은 사진이다. 신기하게도 저녁 시간이나 식사시간이 되면 사람들은 다들 저 테라스로 나와 식사도 하고 와인도 마시며 저마다의 시간을 보낸다. 우리도 가만히 있을쏘냐, 어느새 우리도 테라스에 앉아 나름의 감성에 젖은 채 스페인의 밤을 즐기고 있었다.

바르셀로나 하면 가우디를 빠트릴 수 없다. 아직도 공사 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가우디의 천재성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구엘 공원은 가우디가 어떤 사람인지 더 알고 싶게 했다. 특히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충격적이었다. 약 100년 전에 설계하고 만들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규모와 섬세함에 한동안 그 자리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미묘하게 연결되는 곡선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정말 감동적이었고, 내 입에서는 “와…가우디…”라는 말이 멈추지 않았다. 그 엄청난 규모 때문에 바르셀로나에서 조금 높은 곳에만 올라가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다. 가우디 사망 100주기인 2026년에 완공 예정이라고 하니, 그때 한 번 더 가야겠다.

바르셀로나는 현대의 모습과 과거의 모습이 아주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도시이다. 현대적인 건축물과 옛 건축물들의 조화는 바르셀로나를 더욱 빛나게 하는 요소이다. 특히 바르셀로나의 구시가지이자, 바르셀로나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고딕 지구는 마치 시간을 과거로 돌려놓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매력적인 좁은 골목과 중세시대 느낌이 물신 풍기는 건물장식들, 그 사이사이 펼쳐져 있는 그들의 삶은 바르셀로나를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고딕 지구 곳곳에는 현대적인 건축물과 설치 미술작품들도 가득하다. 현대적인 건축물들은 뜬금없이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옛 건축물들과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그들 가운데 있었고, 그 속의 사는 사람들을 통해 완전한 하나로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유럽을 여행하면서 나에게 가장 크게 와 닿는 것은 “다 같이 어우러짐”이다. 그들은 시대가 흐름에 따라 현대적인 새로움의 가치만을 추구하여 옛것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새로움을 옛것과 함께 어우러지게 만든다. 안 어울릴 것 같지만 기가 막히게 어우러지고, 오히려 옛것이 없으면 지금 것의 색이 바래지는, 그리하여 그들의 삶의 맛과 깊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여행이 주는 신선한 자극은 짜릿하다 못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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