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ROPE — PART.12 : END

walli
walliarchive
Published in
3 min readJan 15, 2020

2017.07
WALLI PROJECT NO.03 — EUROPE

여행은 끝이 나고, 난 또 다른 출발을 향해 걸어간다.

두 가난뱅이 꿈 부자는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품고 길을 나섰다. 9개국 11개 도시를 정말 구석구석 누비고 다녔다. 넉넉하지 않았기에 누구보다 더 열심히 걸었고, 그렇게 걸은 거리만 해도 700km 정도다.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고생스러웠지만, 빠르게 지나갔다면 놓쳤을 그곳의 주옥같은 모습들을 놓치지 않고 마음에 담을 수 있었다.

처음 여행을 계획할 때 다짐했던 것이 “허둥거리지 않고 충분히 즐기며, 볼 수 있는 만큼만 보고 오자” 였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풍성한 시간으로 채워진 여행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오는 감동은 나의 가슴을 뜨겁게 울렸고, 철저한 계획으로 움직여야 하는 나의 모습은 어느새 정반대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어느새 자연스럽게 그곳에 녹아들고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으니 주변의 것들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매력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맛 이었다.

여행은 선택의 연속이다. 무엇에 중점을 두는지에 따라 그 성격이 많이 달라진다. 하지만 결코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는 것이 여행의 매력이지 않나 생각한다. 선택해야 한다. 난 어디에 내 마음을 둘 것인가.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내 여행을 해야지,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여행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때론 일상 속에서 느끼지 못했던 나의 새로운 모습과도 마주하게 된다. 그런 나의 모습을 마주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만, 나에게 그런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 자체가 유익이란 생각도 든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그 깊이가 깊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끊임없는 나 자신과의 피드백을 통해 가장 나 다운 여행을 만들어 가는 것, 그렇게 알게 된 나의 마음이 향하는 곳이, 곧 나의 삶의 방향과도 연결된다는 게 여행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성공적인 유럽 여행이었다. 무엇보다 충분하게 한 도시 한 도시를 느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고, 즐거웠다. 그들의 삶을 잠시나마 함께하면서 더욱더 나 다운 삶으로 가까워지는 시간이었고, 알게 모르게 현실에 안주하고 있던 나의 굳은 마음이 깨어지는 시간이었다. 더 넓은 세상으로의 발걸음은 이제 시작이다. 여행은 끝이 났지만, 난 또 다른 출발을 향해 걸어간다.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삶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곳, 더 넓은 세상을 꿈꿀 수 있는 곳… EUROPE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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