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ITAG

The Discovery of new values

walli
walliarchive
3 min readSep 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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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째 푹 빠져있는 브랜드가 있다. 보통의 가치와 고정관념을 무참히 깨버리고 새로운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그런 녀석이다. 가치라는 단어의 뜻에서 볼 수 있듯이, 각각의 사람마다 저마다의 마음을 깊숙이 파고드는 가치가 있다. 나 역시도 내 마음을 짜릿하게 울리는 몇 가지 가치있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내가 프라이탁을 처음 마주한 때는 5년 전이었다. 이태원의 어느 매장에 들어선 순간 코를 때리는 강렬한 방수포의 냄새가 그 시작이었다. 천천히 매장을 둘러보는데, 족히 10년은 사용한 것 같은 가방들이 무심하게 반으로 접혀 전시되어 있었다. 궁금했다. 새것이라고는 하는데, 새것 같지는 않고, 전시된 가방들은 반으로 접혀있고…. 어떻게 새 가방을 반으로 접어 전시한단 말인가. 더욱더 놀라웠던 것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가격이 뻔뻔스럽게 붙어있는 것이 아닌가. 이게 도대체 무엇이기에. 프라이탁의 처음 모습은 굉장히 당황스러웠지만, 나의 마음은 묘하게 끌리기 시작했다.

프라이탁은 스위스의 그래픽 디자이너인 마르쿠스 프라이탁과 다니엘 프라이탁 형제에 의해 탄생한 브랜드이다. 프라이탁의 탄생은 지극히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시작되었다. 비가 자주 오는 스위스에서 그들은 가방 속 내용물이 젖지 않는 가방이 필요했다. 그런 가방을 찾던 중에 프라이탁 형제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트럭의 방수포였다. 물에 젖지 않음은 물론이고, 튼튼하고 질긴 트럭의 방수포는 프라이탁 형제의 필요에 아주 적합한 재료였다. 그들은 트럭의 방수포와 더불어 안전벨트와 자전거 타이어 속 튜브를 이용하여 가방을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가방은 형제의 필요를 채움과 동시에 새로운 가치의 출발이었다.

프라이탁은 재활용과 필요 그리고 스토리 라는 가치를 추구한다. 그들의 이런 철학은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지금에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이런 철학은 제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지금도 프라이탁은 반드시 5년 이상 사용되어진 트럭의 방수포와 안전벨트 그리고 자전거 타이어 속의 튜브를 이용하여 만들어진다. 결코 새 방수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사용되어진 방수포를 사용하기에 모든 제품이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인 제품이 된다. 사용되어진 방수포는 결코 깨끗하게 보이지 않는다. 수많은 스크래치와 바래진 색은 그간의 여정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고, 바로 이것이 꾸미지 않은 하나의 스토리로 각각의 제품 속에 담기는 것이다.

사실 이것이 내가 이 가방에 열광하는 이유이다. 사용되어진 폐방수포가 하나의 스토리와 함께 다시 태어나 ‘새것’이 되는 것. 내가 고른 가방은 이전과는 다른 또 하나의 스토리를 담기 시작한다는 것이 나의 마음을 뺏기에 충분했다. 프라이탁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 이런 이야기를 공유할 때, 그렇게 신이 날 수가 없다.

나에게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 가치가 어떠한 가치이든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겐 그 무엇보다 흥분되는 일이다. 프라이탁은 나와 전혀 관련 없는 회사였지만, 그들이 공유하고자 하는 가치가 나와 공유되는 순간, 나는 그들의 충성스러운 고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저 새것 같지도 않은 쓰레기를 저 돈 주고 왜 사느냐?” 하지만 도리어 묻고 싶다. “무엇이 새것인가?” 프라이탁을 통해 공유된 가치는 프라이탁만의 철학을 넘어서 또 다른 나만의 새로운 가치로 자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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