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EUROPE — PART.05

walli
walliarchive
4 min readJan 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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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
WALLI PROJECT NO.03 — EUROPE

런던에 대한 한없는 아쉬움을 힘겹게 참아내며 파리행 유로스타에 올랐다. 국가를 연결하는 열차는 처음이라 신선한 설렘과 함께 런던에서의 아쉬움은 파리에서의 기대로 점점 바뀌고 있었다. 유럽의 다른 여느 나라보다 다소 불안한 치안 상황과 불어라는 큰 언어의 장벽이 걱정스러웠지만, 낭만과 예술의 도시로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우리는 파리 북역에 도착하여 지하철을 타고 숙소가 있는 생제르맹거리로 향했다. 처음 마주하는 파리의 모습은 다소 충격이었다. 파리의 북역은 파리에서도 치안이 안 좋기로 유명한 곳이다. 더군다나 파리의 지하철은 소매치기와 강도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잔뜩 듣고 간 터라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내 몸은 자연스레 초긴장 상태를 유지하며 숙소로 향했다. 허름한 지하철 속 너무도 다양한 인종에 한 번 놀랐고, 조금은 무섭게 낯선 동양인을 바라보는 시선에 느껴보지 못한 두려움을 맛봤다.

다행히 우리가 내리는 역까지 큰 일없이 도착했다.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 쉬고 지하철에서 올라와 생제르맹거리를 마주한 순간, 딱딱하게 굳어있던 내 몸과 마음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낭만적인 파리의 모습에 정신을 놓고 있었다. 처참한 지하 세계 같던 지하철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우리가 일주일 동안 지낼 파리의 아파트는 파리를 온몸으로 느끼기에 충분했다. 노틀담성당 바로 맞은편에 있는 높은 천장을 가진 아담한 아파트였다. 창문을 열면 웅장한 노틀담의성당에서 시간마다 울리는 종소리가 우리의 귀를 즐겁게 했고, 아파트 바로 앞에는 파리에서 가장 권위 있는 바게트 경연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빵집이 향기로운 빵 냄새로 우리를 유혹하고 있었다. 방금 파리에 도착했지만 이미 파리지앵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충분했다.

파리에 다소 늦게 도착한 터라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며 쉬기로 했다. 파리에 온 만큼 저녁은 우아하게 와인을 곁들인 파스타를 생각하며 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은은한 음악과 꼬들한 라면. 파리에서의 완벽한 첫날 밤은 이렇게 깊어갔다.

프랑스 하면 식사문화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으로 텅텅 빈 맥도날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곳이기도 했다. 파리에서 사람들의 식사하는 모습을 보며 몇 가지 놀라운 모습이 있었다. 먼저는 대부분의 식당이나 카페는 바깥 자리가 꽤 큰 규모로 마련되어 있고, 그 자리의 대부분은 가득 차 있다. 우리가 파리에 머물 때 날씨가 더운 날씨였음에도 항상 바깥 자리는 가득 차 있었다. 날씨도 덥고, 그렇다고 자리가 넓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꽃가루와 날파리가 날아드는 바깥 자리에 앉는 것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 난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상하게 나의 발걸음은 항상 바깥 자리로 향했고, 지나가는 파리지앵의 모습과 아름다운 파리의 건축물 사이에서 먹는 파스타는 맛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내가 느끼기에 대부분의 사람이 식사에 대한 애정이 상당했고, 물론 식사는 우리의 삶에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삶에서 특히나 더 중요한 부분임이 관광객인 나에게까지 느껴졌다.

프랑스 하면 또 바게트를 빠트릴 수 없다. 사실 바게트보다 크로아상을 더 많이 먹긴 했지만 여튼 파리에서의 빵은 잊을 수 없다. 평소에도 워낙 빵을 좋아해서 항상 한 끼 이상은 빵을 먹었던 터라 파리에 오기 전부터 아주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나의 기대는 부스러기에 불과했다. 나도 모르게 빵을 한입 베어 물고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 처음엔 이 가게가 유난히 맛있나 보다 했지만, 파리에 있는 동안 어떤 빵집에 가든지 그 맛은 우리의 기대보다 저 높은 곳에 있었다. 빵돌이 인생사 빵생빵사 파리에서 평생 살고 싶었다.

파리에서 나에게 특별히 강하게 기억되는 곳은 에펠탑이다. 모든 사람이 에펠탑을 알고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에펠탑을 마주하는 순간 그 크기와 높이에 한번 놀라고, 차갑기만 할 것 같은 거대한 철제 구조물이 주는 감동에 또 한 번 놀랐다. 작년 이맘때쯤 뉴욕에 갔을 때 자유의 여신상의 크기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작아서 놀랐었는데, 이번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커서 놀랐다. 에펠탑을 보러 간 날 마침 날씨도 우리를 도와준 덕분에 팔아도 될 것 같은 그림 같은 사진을 수백 장 건질 수 있었다. 이만한 감동을 준 곳은 보고 보고 또 봐야 한다. 우리는 그날 에펠탑의 시간대별 모습을 모두 감상했고, 마지막으로 유람선을 타며 배 위에서 또 한 번의 도수 높은 감동을 들이켰다.

낭만과 예술의 도시 파리. 그곳에서의 시간은 낭만과 예술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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