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가의 가감없는 1년 회고록

원티드랩 입사 전

외국계 증권사 백오피스에서 2년 정도 일을 하면서 대학교 졸업학년 때 급관심이 생긴 데이터직군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으며 틈틈히 혼자 공부를 했었다. 결국 굵직한 국내 IT 기업의 Business Analyst(BA) 포지션으로 데이터 직군에 입문하며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일을 시작했으나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남았던 건 지친 몸과 실망한 마음 뿐이었다.

실망했던 이유는 크게 아래와 같다.

  • 직군에 첫 발을 디딘 나에게 멘토 및 함께 고민할 구성원의 부재
    — 100명이 넘는 커다란 사업부에서 유일한 BA였고 질문이 생겨도 찾아갈 사람이 없었다. (감사하게도 너무 답답하여 직접적으로 연락을 드린 다른 층의 다른 사업부 몇 BA 분들께서 많이 도와주셨고 지금까지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 코로나 기간 동안 부실한 온보딩
  • 규모가 크다보니 전사적 데이터 인프라를 담당하는 데이터 플랫폼팀과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
  • 수직적인 조직문화와 과한 업무량
    — 매우 의외였던 점인데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증권사보다 훨씬 더 수직적인 문화였다. 취침 직전 업무 카톡 및 통화는 내가 있던 조직에선 매우 자연스러웠던 일이며 이로 인해 나와 함께 입사했던 6명의 동기 중 6개월을 버틴 동기가 없었다.

당시 나의 매니저는 재무팀 Lead 셨는데 내가 가져오는 결과물에 대해서는 만족하며 나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으나 가장 큰 문제점은 결국 부서의 첫 BA이자 유일하게 팀에서 재무직무가 아니었기 때문에 내가 성장하고자 하는 방향과 고민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전혀 되지가 않았다. 결국 업계의 다른 분석가들에 비해 연차가 무의미하게 쌓이고 연봉만 올라가게 될 것 같은 미래가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직을.

가지고 있던 불만사항이 명확하다 보니 다음 회사에 대한 기준은 매우 명확했다.

  • 너무 초기단계의 회사가 아닐 것
    — 데이터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추어 질 것
  • 데이터팀이 존재하는 회사
    — 데이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
    — 같은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동료가 있는 회사
  • 데이터 엔지니어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회사

그러다가 접하게 된 영상이 원티드랩의 데이터팀 영상이었다.

면접 준비 전 이 영상만 한 50번은 본 것 같다

영상을 보고 바로 지원서를 넣었고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 원티드랩의 데이터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2021년 하반기

데이터팀 일원으로 정착하기

입사했을 때 회사에서의 온보딩 프로세스와는 별도로 팀에서 준비한 사전과제가 있었다. 처음 양을 보고 놀랐(?)으나 수습기간이 3개월인 만큼 천천히 시간 날때마다 하나 하나씩 마치면서 매우 재밌고 자연스럽게 업무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 인터뷰 때 ‘내가 부족한 것이 이러 이런 것이다’ 라고 솔직히 말씀을 드렸었는데 그런 것을 잘 반영해주셔서 기초 통계, 사내 DB에 대한 이해, 도메인에서 알고 있어야 할 것들, 비지니스 등 실질적인 업무를 시작하기 이전에 스무스한 온보딩을 할 수 있었다.

하나하나 꼼꼼하게 준비해주신 과제를 하다보면 어느 새 적응… 끝!

그 중 채용 혹은 조금 더 넓게는 커리어라는 도메인에 대한 분석을 할 수 있는 환경에 왔다는 것은 가장 즐거운 부분이었다. 이직이라는 것이 살면서 몇 안되는 중요한 이벤트인데 그 여정에 도움을 주고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다. 나 역시 일을 하는 사람하고 커리어에 진심인 사람으로써 채용, 커리어 같이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있는 분야이자 관심사인 데이터를 매일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은 상당히 큰 특권이며, 입사한 시점이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와 맞물려 흥미로운 데이터와 분석 주제가 가득했다.

적응기간을 갖는 동안 매일 매일이 새롭고 좋은 팀원들이 있는 데이터팀에 일원이 된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출근했다. 원티드랩에선 실시간으로 분석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것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이뤄지며 전반적인 데이터 퀄리티와 taxonomy를 고민해주는 데이터 거버넌스 매니저가 입사 동기였다. 또한 그토록 원하던 데이터 엔지니어와의 의사소통이 쉬워졌으니 출근길이 즐거운 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분석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누구에겐 당연하지만 나에겐 매우 감사한 일이었다. 이전 직장에서 내가 해왔던 것들에 대한 진지한 피드백이 없었고 나의 결과물에 늘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의구심은 곧 자신감의 결여로 이어지기 쉽상이었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도 늘 불안함이 가슴 구석 어딘가엔 존재하고 있었다. 변화된 환경에서 다른 분석가 분들에게 최대한 많이 물어보고 결과물을 공유하고 많은 피드백을 받으려고 노력했다.

스터디도 꾸준하게!! 처음으로 호스트가 되어 진행했던 통계 스터디

그러다보니 6개월이라는 시간은 매우 빠르게 지나갔고 하반기가 지났을 때에는 확실히 팀의 일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초반 6개월은 전반적인 비지니스 분석에 집중했고, PR팀과 협업하며 원티드랩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자료와 인사이트를 통해 회사를 알리는 업무, 그리고 전사가 사용하는 유저가치 모델 고도화 및 세분화 등 상대적으로 매크로한 업무를 했다. 그러다보니 업무의 영역을 조금 더 넓혀 프로덕트 분석과 제품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원티드랩의 목적조직인 스쿼드 중 인사이트SQ가 새로 출범하고 거기에 합류하면서 그런 기회가 찾아왔다.

원티드랩 데이터팀이 어떻게 일하는 지 궁금하다면 아래의 글에서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습니다.
(
하필 기자님께서 오시는 주에 코로나에 걸려서 필자는 기사에 등장하지 않는다 ;;;)

2022년 상반기

프로덕트 스쿼드 일원으로 일하기

스쿼드는 원티드랩의 목적 조직으로 각 스쿼드는 하나의 제품을 담당하여 기획하고, 개발하고, 배포를 거치며 제품이 한층 더 유저에게 매력적인 서비스가 되도록 노력한다. 내가 새롭게 속하게 된 인사이트 스쿼드에서 담당하는 프로덕트는 크레딧잡이다. 원티드랩에서 인수하고 나서 3년 가까이 제품의 변화가 없었는데 크레딧잡을 조금 더 좋은 서비스로 만들어보고자 신규 목적조직인 인사이트SQ가 출범하게 되었고 거기에 데이터 분석가로서 합류하게 되었다. (원티드랩에선 모든 목적 조직에는 분석가가 1명 씩 소속되어 있다.)

나랑 같이 무럭무럭 크자

새로운 목적 조직에서 가장 먼저 했던 것은 유저의 로그를 남기는 이벤트를 심은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출범하기 이전에 프론트 개발자의 도움없이 뷰 이벤트 부터 데이터팀 자체적으로 심었었는데 이는 두 달 후 스쿼드가 정식 출범할 때 유저 분석을 할 때에 꽤 큰 도움이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확실히 이벤트는 최대한 빨리 심고 모아진 최소한의 데이터로 본격적인 기획 때 이를 적절히 활용하고 조직의 방향성을 세우는 것이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크레딧잡은 프로덕트 자체가 데이터를 가공해서 유저들에게 보여주는 서비스이다. 데이터 관리는 프로덕트의 히스토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구)크레딧잡 소속, (현) 원티드랩 데이터팀의 데이터 엔지니어가 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크레딧잡의 데이터도 현재 사내 분석용 DB인 구글 빅쿼리에 담겨져 있었고 사내에서 데이터 엔지니어 다음으로 데이터 분석가가 크레딧잡 데이터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구조였다. 그리하여 분석 업무를 벗어나 서비스를 직접 만드는 메이커의 역할까지 업무 영역을 조금 더 넓히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배우게 된 것도 매우 많다.

  • 분석 업무를 벗어난 Python 코드
  • Airflow의 전반적인 이해와 DAG 작성법
  • git 사용법
  • PO, 서버 개발자, 데이터 엔지니어와 효율적으로 소통하는 방법

나중에 메이커 역할을 하며 느낀 점들은 따로 글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스킬의 범위를 넓히고 단련할 수 있었다는 점도 매우 의미가 있지만 기획단계에서 PO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서버 개발자 그리고 데이터 엔지니어와 스키마를 정하고 어디로 어떻게 데이터를 보낼지 정하는 과정에서 보고 배우며 느낀 점도 많았고 나중엔 그 데이터셋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보며 Airflow DAG로 파이프라인까지 구축했다. (물론 이 과정에 있어서 굉장히 많이 우당탕 했고 많은 분들께 도움을 받았다)

기획 참여부터 내 손으로 제품에 들어갈 데이터 셋을 만들고 자동화하여 지표를 정하여 성과분석까지 하는데 어떻게 애착이 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기획부터 데이터 셋 제공 그리고 파이프라인까지 만들었던 자식같은 따끈한 신규기능 연봉랭킹

그렇게 하여 이제 크레딧잡은 새단장을 마치고 신규기능을 추가하는 단계이다.

글을 마치며…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매일 매일이 나에겐 도전이고 우당탕탕 하며 헤쳐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 다이나믹함이 마냥 싫지 않다. 예전에는 이 다이나믹함을 불안해 했지만 지난 1년 동안은 문제에 직면해도 결과적으로 다 잘 풀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나 혼자가 아니고 팀과 스쿼드라는 두 조직의 좋은 동료분들과 함께 문제 해결을 고민하고 가장 효율적인 해결법을 찾고 마지막으로 실행에 옮기는 하나의 루프로 이를 반복해 왔다. 그리고 이는 대부분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정말 좋은 분석가가 되려면 배워야 할 것도 여전히 많아 보이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다. 그래도 객관적으로 지난 1년을 돌아본다면 분석가로서 정말 많이 성장한 것은 틀림 없고 그에 따라 내 일에 대한 애착도 더욱 생겼다. 무엇보다 원티드랩 데이터팀 합류 후 이제는 내 자신을 데이터 분석가라고 당당하게 소개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큰 수확이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 내년 이 맘 때는 더욱 발전한 나를 고대하며 글을 마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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