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티드 제품 개발 5년의 기록

황리건 Reagan Hwang
원티드랩 기술 블로그
13 min readFeb 12, 2020

원티드가 지난 5년 동안 제품 개발을 해왔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아직 만나지 못 했지만 어딘가에서 진심으로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해보고 싶은 미래의 동료들을 만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출시하기 전의 이야기

원티드는 처음에 페이스북 페이지와 구글 설문지를 기반으로 서비스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원티드를 시작한 아이디어는 “친구를 추천해서 채용이 되면 보상금을 준다. 채용 기업과는 채용시 연봉에 비례하는 수수료 계약을 맺고 그 돈으로 보상금을 지급한다.”였는데요. 서비스를 하나 만들려면 수개월이 걸리는데, 제일 아까운 것이 시간이니 비즈니스 모델이 맞는지 부터 검증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검증해야 하는 가설은 3가지 였습니다.

  1. 사람들은 보상금을 주면 좋은 인재를 추천할 것인가?
  2. 우리가 헤드헌팅 계약을 맺을 수 있을 것인가?
  3. 우리가 1과 2를 매칭해서 정말 채용을 시킬 수 있을 것인가?

1번을 검증하기 위해서 페이스북 페이지를 하나 만들고, 채용이 되면 보상금을 줄테니 주변에 좋은 인재가 있으면 추천을 해달라라는 포스트를 올렸고, 비공개로 추천을 할 수 있도록 구글 설문지 링크를 달아서 추천을 받아 봤습니다. 그런데, 불과 하루 만에 주변에 구직 중인 지인들을 추천해주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검증 완료)

2번을 검증하려면 직접 고객을 만나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생각하고, 아는 지인을 찾아가서 채용 의뢰를 줄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어차피 채용이 안 되면 들어가는 돈이 없으니 한번 해보라며 흔쾌히 채용 의뢰를 주었습니다.(검증 완료)

3번을 검증하기 위해서 1, 2번을 계속 했습니다. 그러다가 1달이 채 안 됐을 때 마침 저희가 일하는 곳에 방문한 스타트업 회사 대표님과 구직 중인 개발자 분을 소개를 드렸는데 그게 첫번째 매칭 성공 사례였습니다.(검증 완료)

초기 원티드 페이스북 페이지

서비스 출시하기

몇 주 만에 아이디어가 동작한다는 검증을 하고, 서비스 개발에 착수를 하게 됐습니다. 채용 서비스가 아직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되지 않은 것이 기회라는 생각에서 앱을 먼저 하기로 하고, 그 중에서도 한국에서 점유율이 높은 안드로이드를 먼저 만들려고 했는데요.

얼마 후 치열한 격론 끝에 웹을 먼저 내고 앱을 만들자는 방향으로 바꿨습니다. 웹 없이는 각각의 채용 정보를 공유할 수가 없는 문제가 있었고요. 최소 기능으로 짧은 주기의 테스트를 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앱 개발을 잠시 멈추고(클라이언트 개발자가 저 뿐이라서) 웹 페이지를 같이 하나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최대한 빨리 만들어야 해서 모아놓은 채용 공고를 보는 리스트상세 정보 페이지, 채용 공고를 올릴 수 있는 관리자용 등록 페이지 3개만 만들기로 했고, 1주일 정도 작업해서 만들었어요. 구글 설문지로 인재 추천이 잘 동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추천 기능은 버튼만 하나 만들어서 연결시켜 놓고 후보자는 계속 받았어요.

채용공고 리스트 페이지 만으로 서비스 홍보 중인 이복기 대표님

그러다가 당시 입주해있던 구글 캠퍼스랑 같이 스타트업들의 오프라인 채용 행사를 처음으로 개최하게 됐는데요. 채용 수수료를 받아야 하는데 어떻게 추적하지에 대해 함께 고민을 나누다가, 행사 하루 전에 지원하기 기능을 간단히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1) 지원하기 버튼 2) 이력서 첨부 3) 제출하기 버튼 이렇게 하루 만에 만들어 놓고 다음 날 행사를 했는데 정말 많은 이력서를 하루 만에 받을 수 있었어요.

구글 캠퍼스와 함께한 원티드의 첫번째 스타트업 채용행사 START@STARTUPS

그렇게 웹에 조금씩 기능을 추가해서 테스트를 계속하면서, 필요한 어드민은 2주간 프리랜서 개발자를 고용하여 웹 템플릿을 구입해서 (나중에 버릴 생각으로 대충) 빠르게 만들었고, 그러면서 안드로이드 앱을 계속 만들어서 2개월 쯤 뒤에는 최소기능을 담은 안드로이드 앱을 출시했어요. 안드로이드 앱만 가지고 서비스를 하다가 첫 번째 투자 유치를 받고 나서야 iOS 개발자를 정식으로 채용하여 안드로이드 앱 출시 시점으로부터 7개월 후에 iOS 앱을 출시하게 됩니다.

원티드 iOS 첫 번째 버전

플랫폼으로의 발전

투자를 받고 1년이 지나도록 겨우 10명 정도의 월 채용을 성사시키고 있었고, 매월 합격자는 한명 두명씩 늘어나는 수준이었는데요. 이 때를 생각하면 airbnb의 초기 시절만큼이나 성장 속도가 느렸어요. 저희 계산으로는 100명 정도는 채용을 시켜야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하여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였는데, 한 달에 1~2명 늘어서는 거의 몇 십년은 걸려야 되겠더라고요. 어떻게든 한번 키워보자는 각오를 다시 하고 당시 약 5배 수준의 목표인 월 50명 합격자를 6개월 안에 만드는 작전을 세우게 됩니다.

현재 우리의 핵심 퍼널과 전환율은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고, 월 50명이 최종 채용으로 전환되려면, 기업수는 몇 개나 필요한지, 지원수는 얼마나 필요한지 등을 계산해봤었죠. 당시에 서비스 운영이 거의 대부분 수동으로 돌아가고 있었는데요. 월 50명 채용을 하려면 채용 기업이 일단 많아야 하는데, 기업 영업/등록을 수동으로 하고 있으니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기업 등록을 인바운드&셀프로 할 수 있는 플랫폼 구조를 이 때 만들게 됩니다.

기업이 채용 공고를 등록하면 원티드가 승인을 해주고, 승인된 공고는 자동으로 앱스토어처럼 리스팅이 되는 구조를 만들었어요. 플랫폼 구조를 만들고 나니까 채용 기업들이 인바운드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 때부터 기업 등록 수가 이전에 수동으로 등록했던 것에 비해 급격히 증가하게 됐습니다. 이 때서야 필요에 의해서 플랫폼의 구조를 갖추게 된 거죠.

플랫폼으로의 전환 시기에 머물렀던 원티드 첫 단독 사무실

지원 경험의 개선

채용 시장은 구직자와 채용 기업 양 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합격자를 늘리려면 다른 한 축인 구직자들이 많이 지원을 하도록 해야 했어요. 그래서 이 때쯤 부터는 지원 프로세스를 개선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한번 지원할 때 1개 회사가 아니라 여러 개의 회사를 쉽게 지원하도록 동시 지원 기능을 제공했고, 아직 지원하지 않는 숨은 인재들에게는 좋은 기회들을 추천해주고, 나에게 맞는 포지션이 가장 먼저 나오도록 추천 알고리즘 등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이력서 품질이 잘못된 양식 때문에 매우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깔끔한 형식의 이력서 양식을 갖춘 도구를 제공하여 합격률을 높여주고자 했고요. 또한, 모바일 앱에서는 사람들이 이력서 파일이 없고 첨부하기가 어려웠는데, 그래서 모바일 이력서도 만들게 됩니다. 이력서 기능 개발이 공수가 크기 때문에, 과연 모바일에서 사람들이 이력서를 작성할 것인가를 두고 많은 고민과 토론을 했었는데, 실제 해보니 사람들이 이력서를 생각보다 잘 쓰더라고요. 이 때를 계기로 모바일 사용자와 지원이 점차 늘어났고, 모바일 서비스의 가능성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런 상도 받았네요.

연봉 정보 서비스의 시작

원티드는 계속 구인구직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정말 채용 정보에 관심있는 사람들만 방문하고 있었고, 구직을 하지 않는 직장인들은 방문할 필요가 별로 없는 서비스 였어요. 그러다보니 신규 회원 유치비용도 꽤 높은 수준이었죠.

그래서 직장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컨텐츠가 무엇일까?에 대한 자체 설문 조사와 토론을 통해서 연봉 정보 컨텐츠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원티드가 채용 공고의 연차/연봉 데이터가 있는 것에 착안하여, 파이썬 개발자 행사에서 “내 연봉 얼마나 적절할까?”라는 주제의 오프라인 모임을 열어서 행사 참가자들을 모으고, 파이썬 개발자의 예상 연봉 데이터를 공유해봤는데 확실히 관심도가 높더라고요. 그 반응을 토대로 새로운 직무 중심의 연봉 서비스를 만들었고, 실제로 회원가입 전환율이 가장 높은 서비스가 되어서 회원 유치 비용을 많이 낮출 수 있었습니다.

파이콘 행사에서 진행했던 오픈 스페이스 토크

연봉 서비스를 시작한 전후 쯤에 크레딧잡이라는 국민연금 데이터를 기반해서 전국의 42만개 기업들의 평균 연봉을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서 빤짝 등장을 하게 되는데요. 이 소식을 듣자마자 사무실에 찾아가서 협업 제안을 드렸고, 기업 데이터 공유와 서비스 협력을 하게 됩니다. 이게 인연이 되서 나중에는 크레딧잡 서비스를 원티드가 인수해서 같이 운영하게 됩니다.

기업 연봉 검색 서비스 크레딧잡

5개 국가에 하나의 플랫폼 제공

원티드는 후속 투자 유치를 진행하다가 일본의 지인으로부터 원티드 서비스를 일본에서 직접 해보고 싶고 투자할 회사도 있다는 제안을 받게 됩니다. 일본 시장 리서치를 해보니 굉장히 큰 HR 시장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한번 해보기로 결정하게 되면서 일본 현지화 팀을 빠르게 꾸려서 2달 만에 현지화를 하고 일본 서비스를 시작하게 됩니다.

일본 사무실 오픈

원티드는 해외 서비스를 하면서 글로벌 원 플랫폼이라는 전략을 세우고 이걸 고수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인터넷 회사들이 해외 서비스를 할 때 플랫폼을 분리해서 하다가, 실패하고 0으로 돌아가는 케이스를 여러 차례 봐왔어서, 페이스북이나 구글처럼 한 플랫폼에서 글로벌 서비스를 언어와 컨텐츠 현지화를 통해서 제공하는 구조를 만들기로 정했습니다.

이후 아시아로 서비스 확장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 전략 지역으로 선정한 싱가폴/홍콩 현지화를 진행해서 서비스를 시작했고, 바로 다음 달에 라인 대만 지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서 대만에 현지화를 했습니다. PM/디자이너/개발자+현지 통역이 한팀이 되어 각 나라에 1~2주 간 파견 근무를 하면서 서비스를 빠르게 현지화했었는데 고생도 했지만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던 거 같아요.

원티드 홍콩 지역의 사용자를 위한 영문 서비스

글로벌 원 플랫폼을 하다보니 언어와 컨텐츠, 기능들을 각 나라에 맞게 제공하면서도 하나의 구조에서 제공하기 위해서 플랫폼 구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고, 필요한 도구들을 하나씩 직접 만들다 보니 글로벌 서비스 플랫폼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었어요. 각 국가별 서비스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이다 보니 해외 채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고, 전체 서비스에서 글로벌 사용자 비중이 점차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AI 기술 투자와 활용

원티드는 꽤 초기부터 AI 기술에 투자를 해왔는데요. 그럴 수 있었던 계기는 구글 캠퍼스 입주 시기에 옆에 있었던 AI 스타트업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초기부터 데이터를 잘 쌓아야 나중에 AI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빨리 뽑을 수록 좋다는 조언을 들었는데요. 당시에는 팀 규모 상 뽑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사내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스터디를 시작했어요.

데이터 사이언스 스터디 시작

마침 딥러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데이터 사이언스 스터디가 딥러닝 공부로 이어지게 되었고, 백엔드 개발자 한 분과 머신러닝 모델을 만드는 것을 시도하게 됩니다. 쓸만한 머신러닝 모델을 만드는 게 매우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했는데요. 가장 중요한 것이 지원자와 회사 간의 매칭도를 예측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이 분야에 집중해서 모델을 개발하게 됩니다.

구글 AI Week에서 채용에의 머신러닝 활용 사례 발표

초기부터 지원 이력 정보를 쌓고 있었기 때문에 머신러닝으로 학습할만큼의 이력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서류 통과 결과를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게 됩니다. 점차 팀 규모로 확장해서 더 본격적으로 투자를 하고, 이력서를 올리고 채용 공고를 보면 서류 통과 가능성을 예측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고, 같은 모델을 활용해서 인재를 찾아주는 서비스 등을 만들고 있어요. 보통 기업들의 서류통과율이 평균 10% 이하인데요. 그래서 통계적으로 1번 면접 기회를 얻으려면 10번의 서류 지원을 해야 하는데, 이제는 원티드가 서류통과로 예측한 공고에 2번만 지원해도 되는 서비스가 가능해 졌어요. 어떻게 하면 기술로 구직 성사율과 채용 과정의 효율을 높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고 있어요.

역채용 서비스 매치업의 탄생

채용 분야에서는 기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가 지원자의 확보인데요. 지원자가 없는 회사에는 어떻게 채용을 시켜줄까 하는 것이 난제였습니다. 원티드가 아무리 좋은 인재가 많고 지원자를 많이 모아준다고 해도 항상 부족했었죠.

그러다가 흥미롭게도 당시 원티드가 쓰던 사무실의 아랫 층에 이성 간의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입주해 있었는데요. 해당 회사의 PM 분과 대화를 나누다가 사람들끼리 매칭해주는 서비스의 구조를 채용 서비스에도 접목하면 좋겠다는 영감을 얻었어요. 그래서 버튼을 누를 때마다 추천 후보자가 한 명씩 나오는 매칭 모드라는 최소 기능을 간단히 만들어서 구직자와 채용 기업을 지원을 하지 않고도 매칭해주는 서비스를 테스트로 운영해보게 됩니다.

매칭 모드를 꾸준히 써주시는 고객들이 있었고, 지원을 하지 않아도 지원할 때보다 훨씬 빨리 채용이 되는 실제 케이스들을 보면서 이걸 정식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켜 보자는 논의를 하게 됩니다. 마침 사업개발팀이 세팅이 되면서 기업들의 니즈를 정리하고 그걸 상품과 서비스로 발전시켜서 매치업이라는 역채용(기업이 먼저 지원자에게 면접을 제안함) 서비스를 선보이게 됩니다.

그러면서 원티드는 수익 모델을 확대하고, 유저나 기업에게는 더 빨리 매칭을 제공해줄 수 있게 됐습니다.

아카데미 4관왕 영화 주연 배우의 매치업 광고

직장인의 커리어 성장과 행복을 위해서

앞으로 원티드는 이직 뿐 아니라 직장인의 커리어 성장과 행복이라는 보다 넓은 범위에서 평소에도 직장인들이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확대해 나가려고 하는데요. 그래서 직장인들이 성장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행복한 직장 생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고민을 계속하고 있어요.

다양한 밋업/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이벤트 서비스

현재도 많은 분들이 사용자 반응과 데이터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고 서비스화해나가고 있습니다. 원티드에서 좋은 동료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은 분이라면, 누구라도 원티드의 문을 두드려 주세요.

원티드 회사 소개 및 채용 포지션 보기

여러분이 누군가의 경력에서 “원티드랩”이라는 회사를 발견하신다면, 그 분은 원티드의 성장 과정에서 정말 치열하게 함께 고생해오신 분들이에요. 더 나은 커리어를 찾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지금의 원티드를 만들어주신 분들에게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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