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TV를 사용하면서 불편한게 리모컨이라구요?!

shawn
WAT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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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min readAug 23, 2022

왓챠의 브라우징1 스쿼드에서 스마트 TV의 경험을 개선하고 설계하고 있는 프로덕트 디자이너 션이에요.

OTT 서비스인 왓챠는 TV에서도 콘텐츠의 감상을 이어갈 수 있게 다양한 디바이스를 지원하고 있어요. 삼성, LG TV를 비롯해 더함, TCL 등의 구글 OS를 기반의 안드로이드 TV와 구글 크롬캐스트, Apple TV, PS5등 정말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왓챠를 즐길 수 있어요. 이러한 디바이스는 일반적인 모바일의 사용 행태와 차이가 있어요. 그중 대표적으로 리모컨으로 디바이스를 조작하는 인터페이스인데요, 재미있는 사실은 사용자 설문 조사에서 스마트 TV를 사용할 때 불편한게 “리모컨을 사용할 때”였어요.

다양한 리모컨의 종류. 디바이스 별 리모컨의 형태가 달라서 사용행태 또한 다양해요.

스마트 TV를 조작하려면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게 리모컨인데, 리모컨을 사용할 때 불편하다는 결과가 참 재미있었어요. “리모컨의 불편함”의 속내를 알아보기 위해 UX 관점에서 좀 더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었어요.

리모컨 사용의 불편함을 찾아서

여러분은 TV를 시청할 때 어떤 자세로 시청하시나요?
사용자 관찰을 통해 TV를 시청할 땐 사용자 대부분이 쇼파에 앉거나 누워있는 상황에서 편하게 보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Photo by John Tuesday on Unsplash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자가 리모컨을 사용하는 행태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요. 여러분도 TV를 보는 상황을 생각해 보세요.

  • 콘텐츠를 선택하고 재생하는 순간에는 리모컨이 손에 있어요.
  • 재생이 시작하고는 리모컨을 내려놓고 화면에 집중하거나 켜 둔 채로 다른 행동(화장실 갔다 오거나, 스마트 폰으로 카카오톡/SNS/검색 등의 활동)을 할 수 있어요.
  •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에피소드가 넘어가면 사용자 손에는 리모컨이 없어요.

그렇다면 실제 사용자들은 어떨까요? 2021년 7월 28일 부터 31일까지 왓챠 서비스를 스마트 TV로 이용하는 145명을 대상으로 어떤 행동을 많이 하는지 설문조사로 알아봤어요.

시청 중에는 오프닝 건너뛰기를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었어요
리모컨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임을 알 수 있었어요

이를 통해 우리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이 ‘오프닝 건너뛰기’인 걸 알 수 있었어요.

앞서 언급한 상황에서 생각해 보면, 사용자 손에 리모컨이 없는 상황에서 오프닝 건너뛰기 버튼을 누르기 위해서 리모컨을 찾을 텐데, 이는 사용자 조사에서 나왔던 “리모컨 사용이 불편하다”의 맥락이었고 왓챠 서비스 입장에서도 몰입하고 정주행하는 데 방해할 수 있는 요소라서 개선이 필요했어요.

이렇게 사용자 조사를 통해서 “리모컨 사용이 불편하다”의 맥락이 언제나 리모컨 사용은 불편하다는 의미가 아닌, “리모컨 사용이 (불필요한 순간에 사용 할 때) 불편하다”는 숨은 맥락의 인사이트를 찾아낼 수 있었어요. 예를 들면 작품 감상에 집중하기 위해 리모컨을 내려 놓았는데, 볼륨을 줄여야 하거나, 팝업 창이 뜨는 등의 재생 중에 다른 컨트롤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말이죠.

근데 이게 진짜 불편한게 맞을까?

우리는 지금까지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User Journey Map을 그렸어요. 이를 통해 리모컨이 필요한 지점(Touch Point)과 사용자가 겪는 불편한 부분을 시각적으로 찾기로 했어요. 여러 가지 사용하기 불편한 지점(Pain Point)이 있었지만, 재생 컨트롤과 관련된 부분 중 하나는 명확하게 ‘오프닝 건너뛰기’ 였습니다.

Smart TV User Journey Map

여러분은 영화와 드라마 중 어디에서 오프닝 건너뛰기를 가장 많이 할 것 같나요? 저도 그렇고 팀 내에서도 당연히 TV 시리즈의 이벤트가 월등히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실제 사용자의 ‘오프닝 건너뛰기’ 행동 데이터를 정량적으로도 분석했어요.

콘텐츠 장르 별 오프닝 건너뛰기 비율

실제 데이터로는 약 70%가 영화를 시청하는 상황에서 오프닝 건너뛰기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었어요. 사용자는 영화 재생 직후 리모컨이 손에 있는 상황에서 오프닝(CJ ENM,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등…)이 나와서 바로 건너뛰기 버튼을 누를 수 있었어요.

하지만 TV 시리즈는 앞서 정성적으로 분석했던 내용처럼 정주행하다 보면 사용자 손에 리모컨이 없어서 버튼을 누르기 위해서는 리모컨을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어요. 또한 TV 시리즈 형식상 “지난 이야기”와 같이 요약하는 부분이 있어서 오프닝 건너뛰기가 중간에 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상대적으로 더 누르기 쉽지 않았어요.

정성적인 분석을 통해 찾은 리모컨의 불편함을 TV시리즈의 오프닝 건너뛰기 수치가 낮은 이유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어요.

오프닝 영상 자동 건너뛰기 기능의 탄생

정량적, 정성적으로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래와 같은 가설을 세웠어요.

사용자가 오프닝 자동 건너뛰기 버튼을 누르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건너뛴다면 좀 더 편하고 더 길게 콘텐츠를 감상할 것이다.

설정 페이지를 리뉴얼하면서 ‘자동으로 오프닝 건너뛰는 기능’을 추가했어요. 오프닝 뿐만 아니라 엔딩 크래딧도 건너뛰어 다음 화로 바로 재생하는 기능을 추가했어요. 이를 통해서 사용자의 취향에 맞도록 콘텐츠 감상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어요.

개편된 설정 페이지의 재생 설정

분명 사용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이 기능을 야심 차게 배포했어요. 사용자가 얼마나 쓰는지 3개월 뒤 행동 데이터를 확인해 보았어요. 예상과 다르게 전체 사용자 중 약 5%만 설정했고, 50%의 사용자는 여전히 리모컨으로 오프닝 건너뛰기를 누르고 있었어요. 이 정도면 사실 대부분 사용하지 않고 있는 수치로 봐야 했어요. 획기적인 기능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리 냉혹했어요(눈물)

여전히 절반이 넘는 사용자가 버튼을 누르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다시 돌아가서…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더 많이 사용하게 만들 수 있을까?

우리는 저조한 지표를 보고 사용자는 설정에 숨겨진 이 기능을 모를 것 같다는 직감을 했어요. 왜냐하면 오프닝 자동 건너뛰기 기능은 ‘설정' 탭 안에 들어있기 때문이죠. 데이터로 볼 때도 ‘설정’ 탭에 접근하는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는 현저히 낮았거든요. 따라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사용자에게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다는 넛지가 필요했어요.

*넛지(nudge)란, 옆구리를 슬쩍 찌르다는 의미를 가진 동사인데요, 누군가의 강요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지만 특정 행동으로 유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에요. — 리처드 탈러,넛지 리더스북(2018)

모바일은 새로운 기능이 나오면 일반적으로 툴팁이나 팝업으로 알려주는데요, 스마트 TV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새로운 기능을 알리기 위해 팝업이 뜬다면 ‘확인’ 버튼을 누르기 위해 손에 없던 리모컨을 찾아 누르는 게 사용성에 있어서 오히려 불편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사용자에게 알려줄 방법에 대해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고 다음 방향성으로 딥다이브 해 보았어요.

리모컨 사용이 번거롭지 않게 ,이 기능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이 기능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에게 리모컨을 손에 들고 있는 상황에서 기능을 제안한다면 가장 좋은 맥락일 것 같았어요. 그 상황과 맥락이 언제일지 찾아보았어요.

오프닝 건너뛰기 이벤트를 통해 찾은 사용자의 맥락

“오프닝 건너뛰기” 기능을 원래 자주 사용하는 사용자는 “자동 오프닝 건너뛰기” 설정을 많이 쓸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아래와 같은 플로우를 만들었어요.

세 번 오프닝 건너뛰기를 누른 사용자에게만 설정을 제안 (리모컨을 손에 들고있는 상황에서!)

결과물은 어떻게 나왔을까?
위의 플로우를 아래의 UI 화면으로 풀어냈어요. (시맨틱 에러 오프닝 장면입니다)

오프닝 건너뛰기 버튼을 세 번째 누르는 사용자라면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넛지하는 모달 화면이 나와요
[좋아요]를 선택했다면 설정이 완료되었다고 토스트로 알려줘요

여기서 [아니요]를 선택하는 사용자에게는 이 모달을 다시 보여주지 않는 플로우로 만들었어요. 새로운 기능을 알려주고 넛지하기 위한 목적이 컸기 때문에 충분히 인지시켜서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했어요. 추후에 사용자가 원한다면, 설정에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지속해서 넛지 한다면 불편할 것으로 생각했어요.

마침내, 5% → 66%로 사용률 증가!

이 넛지 플로우를 다음 스프린트에서 개발하고 배포했어요. 플로우만 보면 정말 간단한 기능이지만, 그 결과는 강력했어요. 배포 후 3일 뒤 데이터 확인 결과, 기존에 전체 사용자의 약 5%가 사용했던 기능을 51%가 사용하는 것을 확인했어요.

파란 그래프가 핑크색으로 많이 전환이 되었다!

자동 오프닝 건너뛰기 기능만 배포 후 5.23%만 사용하던 기능을 보완해서 결과적으로 66.81%의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자동 오프닝 건너뛰기 넛지 후 사용률의 변화

‘오프닝 건너뛰기’가 필요한 사용자에게 맥락에 맞는 넛지를 통해 설정에 진입하지 않고도 쉽게 기능을 설정 사용할 수 있게 했어요. 그 결과 사용자가 리모컨 사용의 불편함 없이 콘텐츠에 몰입해서 정주행할 수 있게 하자는 목표를 이뤘어요. 그래도 아직 리모컨의 모든 불편함을 해결한 게 아니기 때문에, 오늘도 브라우징1 스쿼드는 다른 사용의 불편한 점을 찾아 개선하고 있어요.

왓챠에서는 정성적, 정량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성을 개선해 나갑니다. 기능을 배포 후에도 사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품을 지속해서 개선해 나가는 작업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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