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개발자와 부지런한 CS팀이 만났을 때

왓챠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CS에 관심을 갖게 된 이야기, 그리고 함께 작업한 CS팀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 hoony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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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min readNov 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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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왓챠 프론트엔드팀에 속한 저와 CS팀 dave, green이 함께 작성한 글입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CS팀과 협업했던 경험이 주된 내용이며 단락 별로 CS팀 dave와 green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의 협업을 바라보는 개발자의 시선과 CS팀의 시선을 엿볼 수 있습니다.

👉🏼 입사 1개월차

내 신경은 오로지 내 모니터 속 따라가야 할 팀원들의 소스코드, 그리고 담당한 제품이다. 간혹 코드에 버그라도 심어 배포되는 날에는 1, 2시간은 식은땀으로 훌쩍 흘려보내기 일쑤다. 조금 여유가 되는 날에는 이런 기능을 넣어보고 싶다, 이것보다 더 나은 UX여야 할 것 같은데? 라는 고민을 조금은 한다. 퇴근하려는 길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남아 야근을 준비한다.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지만 이내 내 할 일이나 잘하자고 마음을 잡는다.

우쭈쭈받는 1개월차 수습 데인 / Photo by Christina @ wocintechchat.com on Unsplash

👉🏼 입사 2개월차

점심을 먹는 중에 동료 그린이 팔목 보호대를 차고 있다. 알고 보니 CS 팀이다. 작년에 고생했던 경험이 떠올라 이런 보호대, 이런 마우스가 좋더라라는 말을 건네보았다.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 마우스 쓰면 느려져서.. ㅜㅜ

일보단 몸이 우선일텐데… 내가 생각하는 CS팀은 다양한 인간군상을 접하면서 매일 반복되는 업무로 인한 정신 노동이 매우 힘든 곳이다. 근데 팔목이 아파도 일이 느려져서 마우스를 못 쓰겠다는 말에 약간의 충격 그리고 호기심이 생긴다.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 곳일까.

👉🏼 입사 3개월차

팀원들과의 협업도 어느 정도 적응하고 최근 급한 일정에 따른 개발 사이클도 한번 휘몰아쳐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그간 잠시 놓아두고 있던 제품 개선에 대한 생각을 하다 회사 슬랙에서 cs-mail 채널을 발견했다. 보니 CS로 들어오는 메일을 포워딩해서 모든 직원이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만들어둔 것 같다. 대부분이 결제/환불 관련된 메일들이지만 제품에 대한 의견, 버그 리포트, 간간히 섞인 욕설들도 보인다. 아 꽤 자주 보이네.

👉🏼 입사 4개월차

결제와 관련된 변경사항에 외부 일정에 쫓겨 어쩔 수 없이 개발 완료일을 정해놓고 며칠 간 야근이 이어진다. 그간 익숙해진 얼굴 덕에 이제는 누가 남았고 무슨 일 때문에 남았는지 대부분 알 것 같다. CS팀 역시나 남았고 2개월차에 만났던 그린의 팔목에 보호대는 없지만 여전하고 꾸준하게 야근 중이다. 그 때 느꼈던 CS팀에 대한 호기심에 이끌려 다음 날 CS팀에 구경을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cs-mail 채널에서 간접적으로 느꼈던 분위기를 CS팀으로부터 직접 느껴보기도 하고.

👉🏼 이렇게 5개월째 접어드니

입사 후 서비스 개발자로서 CS팀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1. 제품의 질을 높이자: 제품의 질은 좋고 멋진 기능 이전에 기본과 디테일에 있다. 내가 놓친 기본과 디테일은 사용자들이 제일 잘 알 것이다.
  2. 일정에 쫓겨 야근하는 개발팀 vs 매일 야근하는 CS팀: 이 차이는 무엇일까?
Photo by Alex Radelich on Unsplash

🤯 dave & 🤪 green:

CS팀이 생각하는 왓챠의 CS란?

🤯 dave:

🤪 green:

CS팀과 협업하기

CS팀과 진행했던 작업은 총 세가지 일로 나눌 수 있다.

  1. 매번 단순 반복되는 일을 코드로 자동화하기
  2. 자주 활용하는 관리자 기능을 개선하여 업무 프로세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기
  3. 제품을 개선하여 정량적인 CS 업무량 줄이기
위키피디아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무래도 프론트엔드 개발자다 보니 데이터베이스나 관리자 사이트의 구조적인 면에서 많은 수정을 가하기 어려워 보였다. 따라서 내부 구조보다는 외부에서 개선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노력 대비 효과가 클 것 같은 부분에 집중했다.

처음 협업을 시작하며 스스로 가졌던 목표는 단순/반복 노동을 최대한 줄여 결과적으로 CS 1건을 처리하는 평균 시간을 수초 정도 줄이는 것이었다. 노동은 예측 불가능한 불만과 성향을 가진 사용자들을 접하는 정신 노동만으로도 충분하니까!

1. 자동화 봇 만들기

개발팀에서 매일 스크럼을 하듯 CS팀에서도 팀원의 KPI를 분석하고 그날의 업무를 돌아보기 위한 용도로 그날의 업무량을 측정한다. 이메일과 전화, 두가지 경로를 통해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으며, 매 CS를 처리할 때마다 CS 내용분류, 날짜, 대응 경로 등을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기록한다.

이 봇은 CS팀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가장 처음 개선점으로 계획했던 일이다. 제품이나 관리자 페이지와 무관해서 다른 팀원의 도움 없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고, 최대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단순/반복 업무이며, 무엇보다 CS팀이 본질적으로 갖는 가치와는 먼 업무를 위한 업무로 반드시 필요하지만 충분히 자동화가 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봇의 작동 원리

  1. Google API를 활용하여 보낸편지함에서 CS팀원의 이름으로 된 라벨이 붙은 메일 목록을 가져온다.
  2. 접수 시간은 API로 가져온 메일이 답장으로 보낸 메일에서 받은 시간으로 저장한다.
  3. 처리 시간은 메일이 보내진 시간으로 저장한다.
  4. 접수 시간과 처리 시간의 차이에 따라 처리하는 데 걸린 일수를 계산하여 저장한다.
  5. CS 메일 분류는 CS팀과 라벨 규칙을 정의하여 대분류/소분류로 나누어 저장한다.
  6. 5. 해당 건의 맥락을 파악해야 하는 경우를 위해 해당 메일 링크를 첨부하여 저장한다.

2. 작은 버튼 하나가 팀원을 춤추게 한다.

만약 코드 1줄이 CS 개당 평균 처리 시간을 1초라도 줄여줄 수 있다면 이거야 말로 최고의 효율 아닌가? CS팀 뿐만 아니라 관리자 도구를 사용하는 모든 팀원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다. 자주 쓰는 버튼의 위치를 옮겨주는 것, 자주 이동하는 페이지들에 단축키를 설정하여 마우스를 조금이라도 덜 쓰게 해주는 것, 항상 같은 순서로 동작하는 기능이라면 한번의 클릭만으로 연결된 동작을 한번에 처리해주는 것 등등.

오예~~~~~~~ 🤪

듣다보면 개발자들은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내 이야기 아니야? 훌륭한 개발자들은 게으르다. 게을러서 가능한 한 많은 작업을 자동화시키고, 단축키화 시키고, 마우스까지 손이 가는 것도 싫어서 가능한 한 키보드만으로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찾아가는 게 귀찮아서 알아서 알람이 오도록 만든다. 개발자와 비개발자의 차이는 귀찮은 정도가 아니라 귀찮음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그것을 하기 위해 들어가는 노력이 얼마큼인지 아는지 모르는지이다. 누구나 귀찮은 것은 똑같이 귀찮다.

3. 더 나은 제품으로 CS 줄이기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하기 전에 애초에 할 일이 줄어든다면? 소개팅에 나선 사용자가 상대에게 충분히 만족해 주선자를 다시 찾을 일이 없다면? 세 번째 협업은 멋진 기능 대신 구멍난 배를 메우는 일이다.

그동안 우리 제품에서는 결제 수단 변경 기능을 제공하지 않아, 카드를 잃어버리거나 교체한 경우 부득이하게 이용권이 만료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이용권을 재구매해야 했다.이 과정에서 CS를 찾는 사용자도 많았을 것이고, 아마도 이 허들은 사용자의 서비스 해지 가능성도 높였을 것이다. 최대한 작은 노력을 들이고자 시작한 협업이라, 모바일 결제는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여 오직 카드로 결제하는 사용자에 대해 결제 수단 변경 기능을 제공하고자 했다.

개발자와의 협업은 CS팀에게 어떤 경험이 되었는지?

🤯 dave:

🤪 green:

CS팀과의 협업 이후

이 글의 초안을 완성한 이후로도 관리자 사이트에는 CS팀을 위한 작은 기능들이 더해졌고 자동화 봇은 슬랙봇이 더해져 CS팀이 원할 때 언제든 돌아가도록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봇은 CS 메일함도 주기적으로 확인하여 우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 CS 유입량이 급증하는 경우 자동으로 슬랙에 알림도 보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곳곳에 난 빈 틈을 메워 줄 세 번째 CS 팀원이 생겼다. 야호 👏🏼

작은 회사는 앞만 보고 달린다. 빠르게 달리는 만큼 너울도 길고 깊다. CS는 회사에서 유일하게 나아가야 할 앞보다 뒤에 남겨진 너울을 더 많이, 오래 바라보는 팀이다. 나는 그런 CS팀과 협소하게나마 협업을 하고 그들의 생각과 비전을 단지 엿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좋고 멋진 기능을 추가하는 일도 좋지만 제품 곳곳에 난 구멍을 하나씩 메우는 일은 앞으로 회사가 한단계 더 나아갈 추진력을 갖는 데 도움을 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CS팀이 지향하는 CS란?

🤯 dave :

🤪 g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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