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잡이별 이야기] 나는 기억한다 그 친구가 항상 들고 다니던 두꺼운 책을

4월 9일 (5일차) 기록 by 원

길잡이별을 찾는 여행
WayfinderStar
5 min readApr 1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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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억한다 오더행 버스가 떠나가던 순간을
나는 기억한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정차하고 지연되던, 동양인이라고는 우리 멤버들 밖에 없는 것 같던 비행기 냄새가 나는 트램을
나는 기억한다 아침 조회에서 우리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는데 지각해서 급하게 학교에 전화를 걸던 샘을
나는 기억한다 그 와중에 길을 2번이나 잘못들었던 우리를
나는 기억한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오더의 마당을
나는 기억한다 어셈블리 홀에 들어가 처음 학생들의 얼굴을 보았을 때 느꼈던 설렘과 긴장을
나는 기억한다 오더에서 만난 기은, 보람, 아현 세명의 한국 친구들을
나는 기억한다 세라믹 클래스와 스토리텔링 클래스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자유로운 분위기를
나는 기억한다 친구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자신의 도자 작업에 열중하던 학생들을
나는 기억한다 곳곳에 흩어져서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던 학생들의 모습을
나는 기억한다 ‘나는 기억한다’로 시작하는 나열해보라는 숙제를 주었던 스토리텔링 팀리더 토마스를
나는 기억한다 해리포터에 기숙사 같은 느낌이 살짝 있었던 기숙사의 모습을
나는 기억한다 나도 모르는 우리나라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던 학생을
나는 기억한다 신디가 그룹활동에 들어가 학생들이 쓴 짧은 스크립트에서 역할을 맡아 학생들과 함께 읽어보던 모습을
나는 기억한다 지난 밤 잠을 잘 못자서 피곤해하던 상희, 은수의 모습을
나는 기억한다 우리가 준비한 워크숍에 학생들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반신반의하던 나의 모습을
나는 기억한다 학생들이 조금씩 조금씩 올 때마다 원형으로 앉아있던 사이사이를 넓혀 자리를 만들던 모습을
나는 기억한다 완벽한 좀비가 되어 빈 의자를 찾아 움직이던 선을
나는 기억한다 덴마크, 아이슬란드, 콜롬비아, 프랑스, 일본, 러시아, 한국….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다 함께 소리를 지르며 어울리던 순간들을
나는 기억한다 말을 걸어보고 싶었지만 끝끝내 말을 걸어보지 못한 덴마크 친구를
나는 기억한다 그 친구가 항상 들고 다니던 두꺼운 책을
나는 기억한다 ‘6개월을 다른나라에서 살 수 있다면 어느 나라에서 살고 싶나요?’, ‘무엇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나요?’,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각 나라의 종교’ 이런 질문들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진지하게 들어주던 학생들의 모습을
나는 기억한다 우리 탐방의 다음 학교(카오스필롯츠)에 자신도 관심이 많고 가보고 싶다고 말했던 일본인 학생의 이름을
나는 기억한다 워크샵을 마무리할 때 한 번도 이렇게 서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었는데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해주었던 친구를
나는 기억한다 우리가 준비한 김과 김자반을 받고 진심으로 행복해하던 세 명의 한국 학생들을
나는 기억한다 일정이 모두 끝났지만 떠나기가 너무 아쉬웠던 그 느낌을
나는 기억한다 그곳의 한국인 친구들 중 한 명이 지내고 있는 50코리도 키친에서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로 끊임없이 수다를 떨었던 짧고 강력했던 순간을
나는 기억한다 먼저 내게 다가와준 보름의 웃는 모습을
나는 기억한다 기은, 보름, 아현과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서 트램 창문에 얼굴을 찰싹 붙이고 그들을 바라보던 웅, 정유, 혜진의 뒷모습을
나는 기억한다 트램의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서로의 사진을 찍으며 아쉬워하던 기은, 보름, 아현과 우리들의 모습을

오늘은 덴마크의 오더라는 지역에 있는 호이스콜레에 다녀왔다.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 빡센 일정이었지만 너무 재미있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교장선생님께 직접 학교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학교의 분위기도 느껴보고 학생들이 듣는 수업도 함께 참여해보고 학생들과 함께 여러 가지 질문과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어 볼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

오늘의 기록은 스토리텔링 클래스에서 알게된 ‘나는 기억한다’로 시작하는 문장들을 써보는 활동을 활용하여 기록을 해본다. 내일은 오늘과는 또 많이 다른 교육기관인 카오스필로츠를 방문할텐데 과연 또 어떤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게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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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잡이별을 찾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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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잡이별을 찾는 여행은 세계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청년들을 위한 진로 탐색 프로그램입니다. 난쟁이와 요정들이 살고있는 스웨덴 숲속에서, 자연과 사람이 어울려사는 덴마크의 마을에서, 사람이 가장 먼저 존중받는 평화로운 사회 북유럽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