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잡이별 이야기] 시작과 끝이 같은 하늘이라 너무 좋다

4월 22일 기록 by Cindy

길잡이별을 찾는 여행
WayfinderStar
5 min readMay 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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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길었던 YIP가 마치고 스톡홀름에서의 자유시간을 보낸 뒤 독립된 공간에서 보내는 우리들만의 시간은 참 반가웠다. 이 여정이 시작되었던 첫 날을 떠올리게 하는 독립된 공간과 느낌이지만 전혀 달라진 우리 팀 내에서의 구축된 관계와 신뢰들은 너무 재미있는 발견이었다. 하지만 체력과 에너지가 방전된 우리는 다시 시작된 오픈 마스터즈의 과정에 집중하기 어려움을 느꼈다. 새로운 활동으로서 우리 안에 있는 것들로 구성해보는 오픈스페이스를 진행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개개인의 흥미와 요구에 따라 공간과 시간들이 구성되었다. 어제는 나의 mind point가 3–4로 굉장히 낮았다면 오늘은 조금 높아진 6–7로 시작되었다.

나의 첫 선택은 Archeology of Envy로 나의 질투로 드러나지만 그 안에 감춰진 나의 내면의 욕구와 두려움 그리고 성취하고자 하는 요소들을 살펴보는 작업이었다. 먼저 나의 질투 대상들과 그 요소들을 list up해보았고, 나는 3가지로 나의 질투의 유형을 분류해볼 수 있었다. 첫째로 존중받고 인정받는 대상을 향한 질투. 둘째, 주목받거나 튀는 행동을 하더라도 미움받지 않는 대상을 향한 질투. 셋째, 꼬여있지 않아 타인과 상황 등을 긍정적이고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대상을 향한 질투. 튀는 행동을 하거나 불편한 감정을 얘기했을 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부정적인 feedback을 받았기 때문에 수용받고 포용받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우리 팀은 나를 드러내는 자신감,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용기, 대화를 잡는 타이밍 등을 가진 내가 반짝거린다고 부럽다고 했다. 또한 내가 부러워 하는 요소들이 내게 전혀 없는 것도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그렇기에 나를 계속 혹사시키며 발전시키려고 하는 냉철한 모습보다는 가끔씩 나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후의 두번째 시간은 만달라를 찾고 그려보는 시간이었다. Head와 Heart부분까지 마쳤는데 진지한 내면의 부분을 다루는 부분이라 많이들 어려워했던 것 같다. 그리고 Kin과 Hand부분을 할 때는 너무 재미있었다. 내가 속해있는 그룹과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어떤 그룹에 더 속하고 싶은지, 그리고 내가 어떤 새로운 일들을 더 하고 싶은지를 생각해볼 때 생각치못했던 것들이 떠올라서 신나기도 하고 의미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원인 모를 허리와 골반 통증이 오후부터 시작되었다. 저녁시간엔 상희와 요가매트를 들고 들판으로 나가 스트레칭을 하고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도 가졌고, 한국에 돌아가서의 두려운 점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당장 오늘만 해도 남자친구와의 통화 속에서 그의 행동이나 말 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받아들이기보다 교정하려고 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한국에서 그대로일 사람들, 시스템, 의무만 가득한 공동체들을 떠올렸다. 나는 과연 그 곳에서 온전히 서서 안전한 공간이 되어주고,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까? 이제 더 배우기보단 우리가 여기서 배운 것들을 wrap up해서 적용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음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고민들 속에서 나는 내 안의 교정하지 않고자 함, 공동체의 변화, 나의 온전한 모습을 잃지 않고자 함 등으로 가득한 부담감을 돌아보았다. 한국의 공동체는 종일, 3주가 붙어있던 이 곳과 달리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늠하기도 힘들과 서로를 격려하는 작업과 의무가 아닌 안전한 공간을 제공한다는 게 힘들 것만 같았다.

상희는 YIP에서의 5일이 꽤 괜찮았지만, 사실 괜찮지 않았다고 한다. 일대일 깊은 대화를 좋아하는데 종일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주제들에 둘러쌓여서 언어에서의 어려움도 느끼며 본인이 힘들었던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상희의 말처럼 우리 팀은 모두 괜찮지 않았을 것이다. 모두가 다르겠지만 표현하는 어려움, 본인을 드러내는 어려움, 언어에서의 어려움, 난이도 높은 주제에서의 어려움 등 속에서 계속되는 도전으로 고립감과 우울감을 느낄 때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성장하기 위해서는 좋은 부분에 집중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엇을 얻고 가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들로 우리를 자극시키고자 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진행될 부분은 어려웠던 부분일지도 모른다. 언제가 불편했는지, 슬펐는지, 힘들었는지의 질문으로 시작된 나눔은 또 다른 이해의 깊이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공동체와 빡빡한 스케쥴 속에서 버거운 부분들이 많이 있었지만 우리 11명의 관계와 서로가 있음이 나를 지탱하게 하는 힘이 된 것 같다. 자칫 허무함이 생겨날 수도 있던 3주의 긴 여정 속에서 하나하나 그리고 모든 순간의 의미가 되어준 우리 팀원들에게 너무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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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잡이별을 찾는 여행은 세계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청년들을 위한 진로 탐색 프로그램입니다. 난쟁이와 요정들이 살고있는 스웨덴 숲속에서, 자연과 사람이 어울려사는 덴마크의 마을에서, 사람이 가장 먼저 존중받는 평화로운 사회 북유럽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