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잡이별 이야기] IPC — 서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4월 12일 기록 by Sun

길잡이별을 찾는 여행
WayfinderStar
7 min readMay 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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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실 한 올을 나눠가지고는 짝궁을 맞이했다. 1시간여 남짓 IPC로 이동하는 시간 동안 우리 현재 삶에서 어떤 도전들을 해볼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서로에게 던지기로 했다. 짝궁과 함께 하게될 미션은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Challenge (도전과제)를 서로에게 내주는 것. 지난 일정으로 꽤나 피곤한 몸과 마음이았지만, 그렇게 각자들의 도전과제와 함께 IPC (덴마크 국제시민학교)가 있는 Helsingør로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IPC는 국제시민학교라고 알려져있다. 30개국에서 모인 100여명의 학생들이 함께 6개월 혹은 1년과정으로 덴마크에 모여서 함께 생활하며 배움을 이어나가는 학교이다. 시험과 평가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은 크게 5가지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디자인되어 있는데 국제, 지역, 예술, 언어 그리고 자기개발로 나뉜다. 국제와 지역 수업에서는 국제적으로 그리고 지역적으로 정치, 경제, 환경, 발전 등의 분야의 다양한 주제들을 탐구하고 배우며, 프로젝트를 진행해 볼 수 있다. 예술분야는 드라마, 음악, 함창, 수공예, 춤, 글쓰기, 영화제작, 사진 등의 다양한 분야의 수업들이 열린다. 마음껏 창조성을 드러내고 펼칠 수 있는 장이다. 언어 카테고리는 영어와 덴마크어 수업이 3개의 다른 수준으로 열리고, 자기개발 수업에서는 요가와 스포츠, 개인 프로젝트 수업들이 열린다. 이런 다양한 수업들이 열리는 배움공간에, 다양한 나라에서 모인 학생들이 자유롭게 공부하는, 그야말로 열린공간이다.

IPC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것은 잔디밭과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고 있는 학생들이다. 우리는 곧 10시경 열리는 전체모임에 참가했다. 매일 하루에 한 번씩 전교생이 모이는 시간이 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섞여서 지어진 커넥션 그룹끼리 모여앉아 모두가 이 자리에 있는지 확인을 하며 시작된다. 포크하이스쿨답게 다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은 잊지 않는다. 곧 이어 나누고 싶은 유용한 지식과 정보들이 공유된다. 그 날은 브렉시트에 대한 브리핑을 들을 수 있었다. 현재 이슈는 무엇이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소개가 되었다. 여행을 지속하다보면 잘 알기어려운 상세한 정보들까지 정리되어 이해하기 쉽게 쏙쏙 전해주었다. 그리고 덴마크의 봄을 맞이하야 일주일 기장 정보가 공유되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그는 말했다 ‘덴마크의 여름은 굉장히 짧다고 하는데, 왜냐면 벌써 지났거든!’하는 무서운 농담과 함께…… 알림사항도 진행되었다. 이번 주말에 있을 아메리카 문화의 밤행사에 대한 이야기. 우리에게도 우리가 누구인지, 이곳에 왜 왔는지 소개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익숙하지도 않은 언어로, 100명이라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텐데 마음을 내준 고마운 원과 다영 이야기.

“우리는 한국에서 온 길잡이별을 찾는 여행자들이에요. 오늘 함께 이곳에서 이곳이 어떤 곳인지 배워가고 싶어요.”

아침 모임을 통해서 IPC의 에센스를 볼 수 있었다. IPC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은 30분만에 압축해서 본 느낌.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일에 대한 정보들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다양한 문화들이 교차하는 곳. 이후에는 오전과 오후에 이루어지는 수업들을 참관 할 수 있었다. 봄학기가 시작되는 터인지라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수업들이 진행되었다. 덴마크어, 국제소통, 유럽 이해하기, 중동 다가가기, 이주와 이민 등 흥미롭고 다양한 주제들이 던져진다. 세계에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문화와 사회 이슈에 대해서 깊이 배워볼 수 있는 시간이다. 우리는 각자들은 관심사에 맞는 수업을 향해 흩어졌고, 나는 중동문화에 대한 수업을 들으러 갔다. 프랑스에서 공부하던 중 난민캠프에서 영어를 가르치다가 중동문화에 사랑에 빠졌다는 선생님은, 중동에 대한 편견을 만들어내는 할리우드 영화를 분석한 다큐멘터리를 보여주었다. 우리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편견들이나 생각들은 무엇일까? 어디에서 온것일까? 하는 질문들 속에서 다양한 토론들이 펼쳐진다. 토론과 질문을 하는 문화는 유럽 배움의 핵심이다. 맥락과 상관 없더라도 자신이 궁금한 것이 있거나 느끼는 것이 있다면 거침없이 전체를 향해서 질문을 던진다. 질문은 수업의 흐름을 방해한다며 허용되지 않는 한국의 수업분위기와는 꽤나 다르다.

점심식사 이후 교장선생님 소렌과 함께 짧은 시간을 가졌다. IPC의 잘생긴 젊은 교장 선생님 소렌은 언제나 바쁘지만, 학생들 한명 한명 챙기는 것을 잊지 않는 듯 했다. 우리게에 시간을 내주어 IPC가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었다. 점심이 먹고 나른하고 피곤한 우리들은 소렌의 이야기를 들으며 스르르 잠에 들기도 했다. 소렌은 그럴 수 있다며, 편안하게 IPC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 이 곳에서는 우리는 서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배워요. ‘

-소렌 IPC 교장

다양성. 세계 평화. 이해와 만남. 책상앞의 교육을 넘어선 삶에서의 교육이다. IPC에서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수업 뿐만 아니라 수업 밖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만남들이다. 그 반짝이는 배움의 순간들은 기숙사에서, 식당에서,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는 다양한 문화 행사들에서 일어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는 것이다. 세상 누구나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들을 배울 권리가 있고, 그때 배움의 시너지가 가장 크게 발휘 될 수 있으니까. 포크하이스쿨 창시자인 니콜라이 그룬트비의 철학은 살아있는 교육. 똑똑해지는 것이 아닌 지혜로워지는 교육이다. 그의 철학으로 덴마크 시민대학 운동은 점점 커져갔다. 하지만 덴마크 전역에 있는 100여개의 시민학교 중에서 국제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IPC가 유일하다고 한다.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속에서 지평을 넓히고 평화와 갈등에 대해서 배우고, 사회에 변화를 가져오는 세계의 젊은 이들을 만날 수 있는 덴마크의 유일한 시민대학. 소렌의 이야기속에 IPC의 존재 이유는 더욱 선명해지고 특별해졌다.

이곳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은 다양한 이유로 이곳을 선택한다. 국제 관계에 대한 관심. 갭이어에 대한 필요. 삶을 통한 배움. 새로움에 대한 열망. 변화하고 싶은 마음. 호기심. 궁금증.…… 수업속에서 느껴지는 학생들의 모습은 가장 열정적인 모습이 아닐 때도 있었다.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삶 속에서 진정으로 배워나가고 있는 것들은 단순히 지식 뿐이 아니다. IPC 덴마크 국제 시민학교의 교육은 평생을 함께 교류하며 살아간 전세계의 친구들을 얻는,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을 도전하고 성장하는,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과정이다. IPC를 마지막으로 덴마크의 3개의 교육 프로그램 탐방을 마쳤다. ‘이젠 덴마크 사람들은 한국이나 일본의 교육 방식을 따라하고 싶어해요’ 어떤 포크 하이스쿨에서 만난 사람이 해준 이야기였다. 오랫동안 유지되어 오던 사민주의 경제, 사회 정책들 속에서 불만을 품은 사람들과 경제 성장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어, 아시아의 기술과 경제 발전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그의 해답은 높은 경쟁속의 주입식 교육에서 찾았다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 민주교육을 배우기 위해서 저 멀리 한국에서 나라왔는데, 이곳 사람들의 비효율적이기 따로없는 주입식 교육을 선망한다니. (물론 시민 대다수의 의견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극우 세력이 나날이 강해지는 유럽의 상황속에서 아마 시민대학을 지켜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혁신적이고 대안적인 문화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들의 어려움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100년 넘게 유지되어온 시민대학 운동은 심지어 세계 1,2차 대전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았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끝까지 지켜가는 힘. 그 힘을 이곳 덴마크 민주교육에서 볼 수 있었다.

‘시험과 점수를 떠나서 학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자극하고 도전하게 하는 것이 좋은 교육이에요”

-시민학교 창시자 니콜라이 그룬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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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잡이별을 찾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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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잡이별을 찾는 여행은 세계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청년들을 위한 진로 탐색 프로그램입니다. 난쟁이와 요정들이 살고있는 스웨덴 숲속에서, 자연과 사람이 어울려사는 덴마크의 마을에서, 사람이 가장 먼저 존중받는 평화로운 사회 북유럽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