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잡이별 x FREE_Project] 기록1. 길에서 만난 친구는 내게 ‘내 키는 왜 크지 않을까?’ 물었다.

길잡이별을 찾는 여행
WayfinderStar
Published in
8 min readDec 4, 2020

Written by Woong

‘내 키는 왜 크지 않을까?’ 이 질문은 길잡이별을 찾는 여행 중에 현재 자신의 여정질문을 나누는 활동에서 한 참가자가 쓴 질문이다. 이 질문을 보고 처음은 ‘삶의 여정질문이 키라니 참 귀엽네’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질문을 던진 주인공은 열읿곱이고 키는 또래보다 작은 편이다. 경찰이나 교도관이 되고 싶다.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동안 참 다이나믹한 삶을 살아왔고 그 굴곡들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보며 정의로운 사람이 되고픈 열정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키가 작다. 경찰이나 교도관이 될 수 있을까. 그녀의 서사를 알고 난 후, 질문이 가진 진심의 무게가 느껴지는가.

길잡이별을 찾는 여행에서 전인고 참가자들이 쓴 ‘여정질문’

길잡이별을 찾는 여행(이하 길잡이별)의 네 명의 안내자들은 nest4Next(이하 N4N)의 FREE_Project를 통해 지난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2박3일 동안 춘천 전인고등학교에서 29명의 참가자들을 만났다. 1학년 24명과 교사 5명이었다.

이 글은 자기 안의 길잡이별을 발견하고, 그 별을 향한 배움의 여행을 한 걸음 시작한 사람들의 서사를 담은 목격담이다. 두 편의 기록은 길잡이별 안내자들이 전인고 참가자들의 질문 하나하나에 귀기울이며 보낸 2박3일과 미래 교육에 대한 제언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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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잡이별의 안내자들이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 꼭 하는 작업이 있다. 안내자들끼리 ‘이번 만남에서 자신은 어떤 배움을 기대하는지’를 서로 질문하고 확인하는 시간이다. 누군가 꼭 해야한다고 정해두진 않았지만 언제나 그렇게 만남을 준비해왔다. 프로그램 진행자지만 우리 역시도 각자의 길잡이별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여행자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이나 성별 그 사람의 위치에 상관없이, 모든 참가자들이 고유한 정체성을 갖고서 배움의 여정을 함께 하는 동반자라는 걸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는 의식이기도 하다.

전인고 참가자들을 만나며 그 과정이 전보다 중요했다. 안내자들은 각자 다른 현장에서 청소년을 만나왔지만 길잡이별 프로그램으로 학교 현장을 가는건 처음이었다. 주변에선 어떤 염려를 가지고 ‘청소년들과 이 프로그램을 해본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해왔고, 우린 우리가 만날 집단에 맞게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도 흔히 가진 ‘청소년은 이래’라는 생각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길잡이별이 추구하는 배움을 견지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안내자와 참가자가 서로 배우는 위치에 서는 것이 안전한 배움 공동체를 만드는 첫 단추였다.

길잡이별의 자기발견 과정은 크게 Why와 How 파트로 나뉜다. 배움의 여정은 어느 순간 끝나는 직선이 아니라 원형으로 Now(지금)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순환된다. Why는 긴 여정을 시작하기 전 하던 것들을 잠깐 멈추고서 나는 현재 어디에 있고, 왜 여기까지 왔으며 앞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질문하며 나만의 길잡이별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How는 길잡이별을 향한 여정을 보다 명료히 설계하는 과정으로 삶의 여정을 위한 배낭에 무엇을 담을지, 첫 걸음은 어디로 향할지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인고 참가자들과 만남에서는 ‘Why’에 더 큰 비중을 뒀다.

참가자 사전 질문에서 가장 많이 나온 기대는 ‘자기 이해’와 ‘친구들과 재밌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참가자들에게 중요한 이슈는 ‘성적관리’와 ‘관계’, ‘자존감’이었다.

참가자들의 ‘나의 꿈을 발견하고 싶다’는 열정에 질문을 던져주고 싶었다. ‘왜 꿈을 발견하고 싶지?, 성공이란?, 지금 이순간 나의 몸과 마음이 감각하고 있는 것은 뭐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지금 내게 필요한 질문은?, 무엇을 향해 가고 싶은가?’

Why에는 몸으로 감각하는 자신을 표현하는 작업이나 기존에 알던 것들을 다시 바라보고 상상하는 작업들이 많다. 눈을 가리고 걸으며 자신의 감각을 확신하는 연습이나, 두려웠던 순간과 가장 즐거웠던 순간을 조각상처럼 표현해보는 활동, 성공을 재정의하는 활동 등이 있다.

그 중 이번 전인고 친구들과 만남에서 중심을 둔 Why의 핵심활동은 ‘9개의 삶’이었다. 대학 입시나 취업에 대한 압박과 타인의 기대에서 해방되어, 나다운 삶을 더 자유롭게 상상해보는 기회를 갖고 싶었다.

자신에게 9개의 영혼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지 그림으로 표현해보고 3명이 함께 이야기나누고 경청하는 시간을 가졌다.

9개의 삶은 참가자들이 교사와 학생이 아닌 고유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서로 연결되는 기회를 주기도 했다.

“평소에는 수직적인 교사-학생의 관계에서 ‘이 사람이 이런 것을 느끼고 생각하고 있었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9개의 삶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참가자의 피드백이다. 현명한 엄마, 싱글라이프, 도서관 사서, 여행가 등을 그린 교사참가자의 이야기를 들은 학생참가자의 반응이었다.

그 외에도 프로그램을 마친 후 ‘지난 3일 동안 길잡이별에서 얻은 배움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연결과 공감’에 대한 답이 많이 있었다.

“주변인에 공감하며 그들의 속도로 생각해보고 다시 이야기하는 방법”

“나는 내가 조금 이상한 건가 라고 생각했었는데 전혀 이상한 게 아니라고 하셔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앞으로 이번에 배운 것을 토대로 자신감을 갖고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겉으로는 다 웃고 있어도 속으로는 힘들게 살고 있구나, 꼭 다른 사람들이 갈 방향으로 갈 필요는 없구나를 알게 되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왠지 모를 많은 변화가 있을 듯 하다.”

“친구들과의 활발한 소통, 지루하지 않는 일정, 그 안에서도 자신과 자신의 진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얻었습니다.”

전인고를 방문하며 중점을 둔 또 다른 키워드는 ‘연결’이었다. 길잡이별은 ‘크리스 메르코글리아’의『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라는 책의 내용처럼 억압과 경쟁이 아닌 자유롭고 안전한 관계 속에서 배움은 일어나고 건강한 자기다움이 성장한다고 믿는다.

짧은 시간이지만 길잡이별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다른 속도가 존중 받는 공간을 함께 만드는 경험과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했을 때 누군가 있는 그대로 경청해주는 경험을 전인고 참가자들과 함께 갖고 싶었다.

‘연결’이란 의도는 전인고 참가자들의 필요와 딱 맞아떨어졌다. 코로나19로 10개월을 비대면으로 지내왔고 여러 학교 행사가 취소되며 서로를 깊이 이해할 기회가 없었던 참가자들에게 가장 큰 배움과 영감이 되었다.

특히 안전한 공간으로 분위기가 크게 전환되었던 순간은 ‘명확성 위원회’였다.

세 사람이 서로 등을 맞대고 앉아 돌아가며 한 사람의 이야기를 깊이 들어주고 질문으로 답하는 과정이다. 등의 온기를 느끼며 표정 대신 서로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정리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서 위로받기도 한다.

명확성 위원회를 하는 모습

명확성 위원회는 이 글의 시작에서 언급한 ‘여정질문찾기’ 다음에 진행되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반복되는 여정 질문들 속에서 우리는 참가자들이 스스로 자기 삶에 확신을 갖고 싶어하는 공통된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래교육의 여러 키워드 중 하나는 ‘Identity’이다. 정체성이라고 번역되지만 나는 ‘자기다움’이라고 표현한다. 산업화로 드러난 문제들을 넘어 코로나19, 기후위기 등 점차 사회는 다양화 다층화되고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 속에서 자기다움을 감각하고 확신하는 힘은 폭풍우에 휘말려도 계속해서 항해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길잡이별과 같지 않을까.

자기 확신을 혼자서 지켜가기 쉽지 않은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서로의 약점이나 아픔이 아닌 빛을 바라봐주는 존중의 시선이 절실히 필요한 현실이다. 마주앉아 수다떨며 밥먹지 못하는 학교 급식실의 생경한 풍경에서 그 절실함을 깊이 느낀다. 그럼에도 짧은 2박3일 동안 자기다움을 성찰하고 표현하고 경청하는 참가자들의 표정과 몸짓에서 다시 희망을 본다.

‘내 키는 왜 크지 않을까’라는 그녀의 질문은 명확성 위원회를 통해 답을 구할 수 있었을까? 한 달이 지난 지금 정확한 문장을 기억하진 못하지만, 자신은 계속해서 다이나믹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그녀의 선언과 등을 맞대어 앉은 다른 두 사람에게 따뜻한 질문으로 도움을 주었던 그녀의 목소리를 나는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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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잡이별을 찾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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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잡이별을 찾는 여행은 세계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청년들을 위한 진로 탐색 프로그램입니다. 난쟁이와 요정들이 살고있는 스웨덴 숲속에서, 자연과 사람이 어울려사는 덴마크의 마을에서, 사람이 가장 먼저 존중받는 평화로운 사회 북유럽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