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연이 아니라 안타깝습니다-1

나는 형이 참 불쌍하네요


“좋은 인연을 맺지 못하게 되어 안타깝습니다.”

그렇게 왠지 차가운 문자를 읽었다. 여기로 돌아오고 이제 두 달 째였다. 그간 애꿎은 핸드폰만 벌벌 떨었고 컴퓨터는 내게 괜시리 미안해 했다.


“오늘은 4월은 첫 날이구나. 이번 달도 파이팅!”

두 달째의 첫 하루는 엄마의 카톡으로 시작되었다. 같이 보낸 귀여운 캐릭터 이모티콘은 괜시리 측은하다. 스물 일곱 살에 직장도 없이 돈만 먹는 자식에게 사랑의 화살을 쏘는 캐릭터 이모티콘의 의미는 무엇일까. 자식에게 힘내라고 말하는 당신이 더 힘들면서.


한국에 귀국하고 벌써 두 달 째였다. 미국에서 알고 지내다 먼저 귀국했던 형에게 카톡으로 안부를 물어본다.

“형 뭐해요?”

숫자 1은 없어지지 않았다. 왜 그 사실을 잊어먹고 있었을까. 형은 인서울대 졸업자로 나와는 차이가 나는 엘리트였다. 일정보다 빠르게 돌아간다는 형에게 그때 나는 왜 가냐고 물었다. 어처구니 없었지 나. 형은 직업을 빨리 구하려면 가야 된다며 그렇게 나보다 몇 개월 일찍 한국으로 들어갔었다. 철부지였었지.


해가 정말로 노랗게 저무는 시간에 김밥집에서 노란 단무지를 베어먹으며 참치 김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멍청한게 왠 미련인지 불합격 통보 문자는 지우지 않고 있었는지. 핸드폰을 꺼내 보니 생각이 나서는 기분이 불쾌했고 이마에 핏줄이 하나 선 것 같았다.

그 때 덜덜 울던 핸드폰은 형의 소식을 알려주었다.

“응, 이제 일 끝났다. 휴… 회식 따라가야 돼. 미안하다. 담에 연락할게.”

“네 ㅋ”

“회식 힘들겠어요 형, 건강 챙기세요.”


숫자 1 두 녀석은 내가 한참을 노려보더니 사라졌다.

“그래 고맙다 ㅋㅋ 우리 언제 보자.”

“네 그래요”

대화를 깔끔하게 끝맺었는지 아니면 회식이 급했는지 별 말이 더 없다. 참치 김밥은 어느새 내 앞에 놓여져 있었다. 미지근한 우동국물로 입가심을 하고 김치를 작게 찢어가지고는 참치 김밥에 올려 먹었다.


‘불쌍하네…’

신입사원이 되어가지고 아무 말도 못하고 윗사람들 비위나 맞춰야되고 싫어하는 술도 어쩔 수 없이 마셔야 하는 형 걱정을 했다. 형은 그렇게 어떻게 버티나. 출근 걱정, 일 걱정, 회식 걱정 등 온갖 걱정에 잠이라도 제대로 잘까나.

참 불쌍하다 생각하고는 김밥을 하나 더 들었는데, 김이 젖어서인지 다 뜯어져 마요네즈나 참치나 속이 바지에 다 떨어졌다. 욕지거리를 하고 바지를 탈탈 털고는 다시 젓가락질을 했다.

형이 아무래도 그렇게 불쌍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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