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연이 아니라 안타깝습니다-2

피씨방에서의 인생극장, 그래 결심했어


까만 추리닝 바지에 하얗게 뭐가 묻은게 오해 딱 살 것 같았지만 그대로 김밥집 건물 2층의 피씨방으로 갔다. 단골이라 인사를 받는데 왠지 그날은 그게 싫었다.

“안녕하세요, 또 오셨네요?”

“아… 네”


형님이 무슨 잘못이실까. 카운터에서 벌써 자기 자리로 옮겨 괴물을 잡고 있는 형님을 지나서는 저 구석으로 들어갔다. 골초와 변태들만이 애용하는 구석진 60번에서 65번 자리.

삼촌뻘의 60번은 빨개진 눈에 정리 안 된 머리며 알바 형님이 잡던 괴물과 똑같았다. 형님보고 여기 와서 더 잡으라고 말할 걸 참고 더 깊숙히 비집어 들어갔다.


어두운 조명에도 싸구려 광택 레자 의자에는 엉덩이 자국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앉아보니 내 것 같이 딱 맞는게 왕자님이 찾아오려나 싶었다.

파랗게 눈을 뜨고 컴퓨터는 내가 누군지 물어봤다. ‘반갑습니다 김 정규님.’ 이 놈도 내가 피씨방을 그렇게 많이 들낙날락거린다고 놀리는가. 기계가 뭐를 알까 싶지만 그 놈은 내가 보란 듯이 제법 쌓인 마일리지를 들이밀었다. 말도 없이 그냥 증거만 들이밀고 노골적으로 창피를 주는 아주 악질적인 캐릭터.


축구게임을 습관적으로 켜버렸다. 아니, 켜 놓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로그인을 그대로 진행했다. 두 시간이나 접속하고 있으면 전설 아이템을 준다는데 따로 켜 놓기만 하면 되잖을까. 인터넷을 켜고 지긋지긋한 그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게임 로그인 하는 것처럼 습관적이 되어 버린 이 행동이 몹시 짜증났다. 나는 언제 헛헛거리면서 들어간지가 오래되어 그 곳의 아이디를 까먹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 핸드폰은 주머니에서 벌벌대었다. 몹시 낑낑거리며 화내는 주인을 무서워 하는 강아지마냥 벌벌댔다.

“우리의 인재상과는 거리가 있어…”

말만 좋은 저 놈의 소리. 분명 인사부 사원 녀석은 키득대면서 루저들에게 장난을 칠 생각에 즐거웠겠지. 어디서 저런 문구들을 가지고 오는지들…


대체 머리에 가득 차게 되버린 이게 스트레스인지 머리에 산소가 부족해 버린 것 같았다. 사정도 모르고 뻑뻑 담배를 펴대는 60번을 형님은 왜 아직도 때려잡지 않는지. 생긴게 딱 트롤인데.

카운터까지 걸어가 물을 한 잔 마시니 모니터에 들어갈 것 같은 형님이 보였다. 직업 정신 따위가 있는지. 앉은지 오래 된 것도 아니지만 커피도 안 타주고, 담배를 피는 것도 아니지만 재떨이를 묻지도 않고.

65번까지 걸어가며 허리를 곧게 펴고 고양이 세수를 했다. 스트레스가 조금은 풀리려는지 온 몸이 편하게 늘어졌다. 정신도 늘어지려는지 하얀 브라우저 창은 닫아놓고 게임을 다시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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