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중에 출출해서
살짝 출출한게 입이 궁금해졌다. 잘려고 누웠는데 챙겨먹기에는 그렇고. 삐뚤한 동그랑땡 모양의 쌀과자랑 납작한 접시 모양의 쌀과자 그리고 간식용 견과류 모듬. 방에는 이런 것들이 있으니 선택하면 되는데 얄궂게도 안 땡기네.
바깥의 냉장고에는 뭐가 있을까. 오늘 먹었던 기억을 되짚어 보자면 아무래도 딸기와 우유 밖엔 없을 것 같다. 냉장고 앞에는 할머니가 깔아놓은 장판이 지뢰밭처럼 있다. 맨발이 장판에 붙었다 떼어지는 쩌억 짝 불쾌한 소리. 늦은 밤에는 그 소리에 할머니가 깰까봐 조심하는데 소용이 없다.
몇 번을 요란하게 그러고는 냉장고 문을 열어봤더니 별 수확이 없다. 역시나 딸기와 우유. 딸기는 요즘 철이라 그런지 뭐가 그리 많다. 할머니의 친구 분들이 이 집에 놀러올 때마다 사오는 꼴이 되어서는. 보니 딸기가 투명한 주방 비닐에 반 가득 하나. 투명 플라스틱 딸기 판매용 바구니에 반절. 우유는 들고 흔들어보니 한 잔을 마셔도 내일 또 마실 수 있겠다 싶었다.
컵을 찾아 쩍쩍대며 주방 문을 열었다. 주방은 베란다처럼 좁고 길게 되어 있고 창문이 바로 앞이라 몹시 추웠다. 그래도 창에 뾱뾱이를 붙여놓아서 작년만큼은 춥지 않다. 오른쪽 벽에 붙어있는 씽크대 바로 위에는 철제 선반이 붙어있다. 굵은 스댕 철사를 여러개 엮어 만든 것 같은 선반.
아래쪽에 컵을 놓아둔 곳을 뒤적이니 세라믹과 스댕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제법 큰 컵을 찾아 꺼내고 바로 냉장고 문을 열어 우유를 꺼냈다. 우유가 컵의 반을 채웠을 때 손에 잡히는 팩의 무게가 가벼웠다. 내일 아침을 위해 반 약간 넘어 우유를 냉장고에 다시 넣었다.
추운 주방 씽크대 앞에서 차가운 우유를 속에 들이키고 쩍쩍 거리며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이불 안에서 누운 채로 다리를 꼬고 아이폰을 만지고 있었다. 팔이 저려올 때 쯤이었나 배가 꾸르륵하면서 신호를 보냈다. 아마 락타아제 결핍인가. 꾸준히 관찰하지 않았지만 이따금씩 우유 한 잔 뒤에는 배에서 꾸르륵 말을 걸었었다. 별 이상한 조짐이 없어서 몇 여분 핸드폰을 더 만지작 거리고는 이불에 폭 들어가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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