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자,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15년 넘게 일하던 회사가 3월에 문을 닫았다. 고전적인 제작 생산 업계가 그렇듯, 내가 일하던 인쇄 공장도 결국 그런식으로 종결. 하던 일도 그렇고 해서 작은 광고 회사에서 잡다한 인쇄 디자인 업무를 몇 달 하였다. 출판사에서 얼마간 일을 하면서 품은 흑심도 있었고, 작가 연수원 수료도 한 몫 하여, 글도 좀 써 볼까 하는 계획도 세웠다.

문 닫은 회사는 제법 덩치가 있었다. 2006년 시절에는 250명 가량의 직원들이 일하던 그런 인쇄소. 2008년 리먼브라더스 금융사건으로 회사 역시 타격을 받고 계속되는 인쇄 불황과 악순환을 거치면서, 결국 업주는 포기를 선언.

그 회사에서 나름 아트 디렉터도 했었고, 10년 넘은 근무자로 대우도 잘 받았다. 그런 편안한 삶을 영유 하던 내가 작은 광고회사에서 허드렛 일을 한다는 것이 무척 괴로웠던 모양이다. 더군다나 수당도 없는 야간 잔업이 힘들었다. 광고 회사 사장은 선입견이 많았다. 아무리 내가 큰 회사에서 일을 했다고 해도, 그래픽 디자인 전공을 하지 않은 나를 과소 평가 했다. 그래서, 큰 프로젝트는 다른 그래픽 디자인 전공자에게 맡기고 나는 그저 단순 과다 업무만을 넘겨 주었다. 그러던 중에 광고 회사 역시 불황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 이유를 왜?

선입견처럼 무서운 것은 또 있을 까.

엔지니어 전공으로 시작한 나에게 그 책임이 몰려 왔다. 한 마디로 디자인 실력이나 감각을 문제 삼은 것. 결국 다른 인턴 직원을 채용하게 되어 시간제 근무로 해야 겠다는 협상아닌 통보를 받았다.

당장 굶어 죽는 것도 아닌데, 좀 쉬고 싶어 졌다.

그만 두기로 나 역시 통보 했다. 마음 같아서는 혼자 독립하여 경쟁하고 싶었지만, 왠지 이 바닥에 대한 환멸이 날 양아치로 만드는 것 같아 그만 두었다.

제일 처음, 애플 맥북을 샀다.

5년 넘게 피곤하게 사용하던 맥북에어 11인치를 다른 분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리고, 집에서 사용하기 위해 27인치 4K 모니터도 장만하여 오래 되었지만 아직도 짱짱한 맥미니에 물렸다.

Spotify 정기 구독도 시작 했다.

음악듣기는 내게는 정말 중요한 동반자이다.

소니의 DAC, PHA-3 도 영입했다.

음원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컨버터는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글쓰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언제까지 무직자로 살아야 할지는 모르지만, 이제 해보지 않으면 절대 다시 할 수 없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