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iled IT #2]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IT 서비스 기획자를 만나다

Doori Kim
wwcodeseoul
Published in
20 min readSep 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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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iled IT(a.k.a 대신 해주는 커피챗)는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IT인들을 만나 커피챗을 하며 인터뷰를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Q. 안녕하세요. 예진님!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예진님께서 평소에 IT 커뮤니티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시고, 브런치에도 멋진 글을 공유해주시고 무엇보다도 서비스 기획자로 재직하기까지 풍부한 경험을 하셨기 때문에 꼭 Nailed IT의 독자들에게 소개해 드리고 싶었어요~ 이직한 직장에 적응하느라 바쁘실 텐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Women Who Code Seoul의 Naild IT 인터뷰를 시작해볼까요? 인터뷰를 읽어보실 모든 독자님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장 업무 협업 툴을 만드는 회사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신예진입니다. 기획자 커리어 시작하고 나서 이번이 처음 이직인데 그전부터 지금까지 B2B SaaS 서비스만 기획하고 있어요.

Q. SaaS 서비스가 요즘 IT 세상에서 핫한 키워드 중 하나인 것 같은데, 이 단어를 처음 접한 분들을 위해서 조금 쉽게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SaaS는 Service As a Software 라는 단어의 약자인데요! 설치해서 쓰는 게 아니라 클라우드에서 자동으로 서비스가 작동 하고, 데이터의 기록이 생성되면 저장도 되고, 이를 통해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토스나 당근마켓도 SaaS이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웹 사이트 등의 서비스들을 대부분 SaaS라고 부를 수 있어요.

Q. 예진님께서 기획자로 전직하기 이전에 다양한 경험을 하신 거로 아는데 어떤 계기로 기획자의 길을 걷게 되신 건가요? 대학에서 기획 관련 전공을 하신 건가요?

대학에서는 역사를 전공했고, 원래는 고고학자가 되고 싶어서 대학원도 준비했다가 유학도 준비했다가 잠깐 프랑스에도 다녀왔어요. 거의 대학원과 유학 준비를 오래 해서 확실히 어느 직장에 취직해서 어떤 일을 해야겠다! 라고 결심하고 일을 시작했던 건 아니고요. 이후에 제대로 취업 준비를 시작했는데 그때가 29살이었어요. 30대 들어와서 처음으로 경영지원 업무를 시작하며 정규직으로 취업했고요. 그러고 나서 2년 뒤에 기획자로 재직하게 되었어요. 원래 기획이라는 직무에 관심이 있어서 첫 직장 취업 준비를 할 때도 기획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당시에 경영지원 업무가 신입도 잘 뽑는 편이라 그쪽으로 취업하게 되었죠. 기획자로 전직하게 된 계기는 이상한 모임이라는 개발자 커뮤니티에 동문이 있는데 그 친구가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해달라고 요청해서 “모두의 관리”라는 주제로 진행이 되는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했어요. 그래서 경영지원 업무를 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관리를 하는지에 대한 발표를 했는데, 그 발표 내용을 보고 당시 CTO님께서 기획자로 제안을 주셨고 그걸 계기로 전직하게 되었어요.

Q. 그럼 기획자로서 첫 기획 업무는 어떤 업무를 맡으셨고, 해당 업무를 해나가면서 어려웠던 점과 뿌듯했던 점을 공유해주실 수 있나요?

처음 했던 기획 업무는 기업 회계프로그램의 서비스 구조를 짜는 정책을 정하는 일이었는데요. 서비스가 만들어져있긴 했는데 정식 출시를 하기 전이었어요. 그래서 출시를 위한 전반적인 서비스 정책이 필요했던 상황이었고, 저는 기획자로 업무를 시작한 지 2주 만에 정책을 정해야 했어요. 처음에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고, 제대로 하는 게 맞는가에 대한 걱정도 컸는데요. 근데 다행히 제가 설정한 정책에 대해 팀원들에게 공유했을 때 다들 좋아해 주시고 그 정책대로 개발이 진행되는 걸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어요. 그러면서 기획자로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초기 3개월 정도는 개발용어도 모르는 상태에서 정책을 설정하고 서비스 기획을 하다 보니까 회의를 들어가도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어서 힘들었고, 기획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죠. 그래서 소프트웨어 요구사항 3이라는 두꺼운 책을 읽으면서 모르는 내용을 사전처럼 찾아보면서 했고, 다양한 아티클들을 읽으면서 지식을 쌓고 나니 어느 순간부터 어렵다는 느낌이 많이 사라졌어요. 그렇게 공부를 하고 제가 정책 설정한 것을 기반으로 해서 서비스를 출시했더니 고객들이 만족해했고, 불편한 부분에 대해서 피드백 또한 들어왔어요. 피드백 받는 거 자체가 아드레날린 분비가 되었는데, 그런 피드백 덕분에 계속 업무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전 직장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근무하시다가 PO로 일하게 되신 거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PO 업무까지 하게 되셨는지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조직개편이 되면서 스무스하게 PO가 된 건데요. 회사에서 매니징하는 사람이 CTO밖에 없던 상황이었고, 제가 기획자로서 CTO가 하는 매니징 업무를 보조하는 형태로 도와드리고 있었어요. 어쨌든 Product Owner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떤 서비스나 기능을 하나 출시할 때마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서 매니징이 잘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었어요. 그때 디자이너분이 PM을 자원해서 해주셔서 저는 그 하위의 기획자로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새로운 경영진이 오시면서 각자 Product Owner로서 팀을 분리해서 업무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었고, 저는 비즈넵이라는 서비스 중에서도 인사이트라는 서비스를 메인으로 잡고 PO로서 기획과 운영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어요.

Q. 기획직도 다양한 분야로 나뉘는데 예진님이 하고 맡고 계신 서비스 기획 업무과 더불어 또 어떤 기획 직군이 있는지 소개해주세요.

기획이라는 말 자체가 어떤 계획을 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거라서 정말 다양한 분야의 기획자가 존재하고 있고요. 저와 같은 서비스 기획자는 IT 쪽의 서비스를 기획하는 사람을 말하는 거죠! IT 서비스 말고도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을 기획하는 상품 기획자도 있고, 마케팅을 기획하는 마케팅 기획자, 회사의 비즈니스 전략을 기획하는 전략 사업 기획자도 있어요. 무언가에 대한 틀을 짜고, 정책을 정하는 사람들을 다 기획자로 불러서 거의 모든 분야에는 기획자가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근데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기획자는 IT업계의 기획자를 말하는 거고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IT 쪽의 기획자만 기획자로서 지칭하는 것 같더라고요.

Q. 기획 직군 하면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는 게 바로 Project Manager(PM)과 Product Manager(PO), 서비스 기획자의 개념일 것 같은데요. 세 직군이 어떻게 다른지 예진님의 경험에 빗대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이건 정말 하루 종일 얘기할 수 있는 주제에요. 회사마다 정의가 다 다르기도 하고.. 특히나 기획자들 사이에서 필독서로 꼽히는 인스파이어드 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에서 나오는 실리콘 밸리에서 정의하는 PO, PM의 정의와 우리나라에서 얘기하는 PO, PM의 정의가 달라요. 토스를 통해 PO라는 직군이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지긴 했는데, 토스에서 정의하는 PO는 토스만의 기준에 따라 정의한 거라 처음에 파생된 PO 직군과는 또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고 볼 수 있어요. 저는 인스파이어드에 나온 내용을 기준으로 말씀을 드리긴 할 건데, 그게 우리나라에서 정의되는 형태와는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릴게요. 이거와 관련해서 브런치 글도 아주 많은데요, 도그냥님이 쓰신 글 중에도 이런 글이 있어요. 도그냥님의 글을 보시면 좀 더 이해되실 것 같은데 제가 간단히 설명해볼게요!

서비스기획자나 PM은 좀 두루뭉술하게 묶이고 있는 상황인데 PO라는 직군은 완전히 분리되서 인지가 되고 있어요. 다만 PO라는 직군을 처음 도입한 회사가 쿠팡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쿠팡에서는 PO를 Product Owner라고 하지 않고 Product Manager라고 부르고 있어요. 근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PM은 Project Manager잖아요. Project와 Product는 또 다른 개념이어서 실리콘 밸리에서는 다시 PO를 PM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좀 더 풀어서 설명을 해드릴게요.

PO는 미니 CEO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되고나서도 계속해서 더 나은 서비스로 발전시켜 나가는 일을 합니다. 제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생애주기를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보면 됩니다.

서비스 기획자나 Project Manager 같은 경우는 특정 기능에 대해 내가 맡은 업무에 대한 기획을 하고, 출시를 하고 나면 다른 주어진 업무를 따라가는 형태로 진행이 됩니다. 탑다운 형태의 업무수행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PM이 서비스 기획자 일을 하기도 하고, 서비스 기획자가 PM의 업무를 하기도 해서 두 가지 개념이 혼용되는 경우도 있고요. PM은 특히나 에이전시(SI) 쪽에서 많이 사용하는 키워드기도 해요. 외주 업무가 들어왔을 때 프로젝트를 매니징해서 출시하고 프로젝트 종료까지만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서비스 기획자는 그 하위에서 주어진 요구사항에 맞춰서 서비스를 기능, 기획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회사마다 또 다르다!!

이 점이 굉장히 중요합니다(웃음)

Q. 이 질문은 Nailed IT의 공통 질문이에요. 출근해서 퇴근하기까지의 하루 업무 과정을 말씀해 주세요!

오늘 기준으로 말해보면 출근하자마자 슬랙과 메일 확인을 해요. 그래서 배정된 업무가 있는지, 메일로 공유된 사항이 있는지 전반적으로 체크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전날에 하던 작업을 이어서 서비스 기획을 진행하고 아침 회의를 들어갑니다. 아침에 기능/기획에 대해서 리뷰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리뷰회의를 하고, 점심 먹고 나서 회의한 내용을 정리해서 공유하고요. 리뷰 받은 내용 가지고 기획안을 수정하고, 수정한 내용을 가지고 동료 기획자와 이 내용이 맞는지를 간단하게 스탠드업 미팅을 하고, 오후에 회의 일정이 있으면 또 회의에 참석하고, 회의가 끝나면 다시 정리하고 일정 체크를 통해 업무의 우선순위를 배정한 다음에 기존에 하던 일과 해야 할 일에 대해 어떤 것을 먼저 할지 순서를 조정하고 퇴근 시간이 되면 퇴근합니다. (웃음)

Q. 우와… 회의가 매우 많으시네요? 맞아요. 그래도 지금은 아직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회의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전에는 하루에 회의만 다섯 번 한 적도 있었고요. 사실 실제로 기획하는 데는 시간이 그렇게 충분하지 않아서 회의하면서 기획을 바로 수정하기도 하고요. 회의록을 정리하다가 하루 정도는 회의를 잡지 않겠다고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기획에 집중했다가 기획안을 수정하고 다음 날 다시 회의를 몰아서 진행하기도 했었어요.

Q. MBTI 뒷자리가 J로 끝나는 사람이 아니라면 정말 힘들 것 같아요. 혹시 J이신가요? 네 맞아요(웃음)

Q. 그러면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볼게요. 예진님이 생각하기에 기획이 잘 된 서비스는 어떤 요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사용자가 생활 속에서 불편함을 느낀 것을 해결해주거나 불편함을 몰랐으나 서비스를 사용하고 나서는 서비스 없이는 불편한 상황이 되는 그러한 사용자의 Pain Point를 해결해주는 게 기획이 잘 된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개인 고객 지향 서비스든 사업 고객 지향 서비스든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해줘서 고객이 좋아하게 되는 게 잘 된 서비스라고 볼 수 있는 거죠. 그리고 플러스알파로 아주 소수의 사람만 좋아해서 쓰는 게 아니고 이게 입소문을 타고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좋다고 느낄 수 있는 서비스가 좋은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기획이 잘 된 서비스인데도 실제로 사용자에게 반응이 좋지 않을 수도 있을까요?

홍보가 잘 안되어서 사용자가 몰라서 못 쓰는 경우는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기획이 잘 된 서비스라면 반응이 안 좋을 수가 없어요. 기획이 잘 되었다는 것은 사용자에게 반응이 좋다는 걸 말하거든요. 기획이 잘 됐지만, 사용자 반응이 안 좋다는 것은 그냥 기획이 잘못된 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서비스 기획을 하다 보면 서비스를 함께 만들어가는 디자이너, 개발자뿐만 아니라 소통을 해야 할 범위가 정말 넓어질 것 같은데요. 개발이나 디자인, 데이터 분석 관련해서 어느 범위까지 알고 있어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까요? 항목별로 학습해야 할 우선순위도 궁금합니다.

저는 사실 체계적으로 배워서 한 게 아니어서 이것부터 배우셔야 한다고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러운데요. 세 가지 케이스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 아주 작은 단위의 기획을 하는 경우
  2. 신규 서비스를 새롭게 기획하는 경우
  3. 서비스 내에서 중요한 기획을 하는 경우

첫 번째의 경우는 내가 이거를 왜 이렇게 기획했는지와 개발을 할 수 있는지 불가능한지 여부, 디자인에서는 색상과 배치가 왜 이렇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간단한 논의를 할 수 있는 수준이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에러가 발생하면 에러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더라도 이게 서버 에러인지 프론트앤드 에러인지 알아야 하고요. 개발자와 회의할 때도 개발자들이 개발하기에 앞서 좋은 구조를 짜서 서비스까지 어떻게 반영이 되는지 전반적인 플로우를 기획자가 알아야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 개발을 어떻게 해야할지 요구를 할 수 있어요. 이게 안 되는 상황에서 기획을 시작하려고 하면 소통도 그렇고 업무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어렵더라고요.

두 번째나 세 번째 같은 경우는 도메인에 대해서 아주 깊은 지식이 있어야 하고, 개발자들과 같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 정도로의 개발 단어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고요. 개발을 하는 것에 대한 지식은 몰라도 됩니다. 그다음엔 디자이너에게 기획의 영역과 디자이너의 영역에 대해 구분시켜 주는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기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여태까지 작은 단위의 기능보다는 주로 큰 단위의 기능을 해와서 초반에 모르는 것들이 많아서 굉장히 힘들었어요.

만약에 사수나 나를 가르쳐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붙들고 지금 내가 당장 하는 업무에 대해서 잘 배우고, 큰 기능을 맡게 되었다면 거기에 필요한 지식을 최대한 빨리 뽑아내서 공부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수가 없는 환경이라면 제가 앞서 얘기했던 소프트웨어 요구사항3이라는 책도 읽어보시고, 무언가에 대해 공부를 따로 하기 애매한 상황에서는 모르는 것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고 개발자에게 설명해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요즘은 기획자와 디자이너의 경계가 좀 모호한 게 UX 기획자라는 직군도 새로 생겼거든요. 원래 UX 부분은 디자이너가 담당하는 경우가 매우 많고, 기획자는 UX까지 가이드를 해주진 않아요. 디자이너는 서비스가 예뻐 보이게 하는 게 끝이 아니라 개발이 잘 이루어질 수 있는 화면구성을 하고 사용자의 편의성까지 고려하곤 하는데, 이것에 대한 이해도 없이 그냥 예쁘게 해주시라고 말하면 업무를 하기 어려워지는 거죠. 그래서 내가 어느 선까지 기획해야 하는가, UX까지 기획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기능과 정책설정까지만 하고 디자이너에게 완벽하게 맡길 것인가에 대한 것은 디자이너와 얘기하면서 업무 분배를 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많이 연습해야 할 것 같아요.

데이터 분석 쪽은 저도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해서 아쉽게 생각하고 있고, 지속해서 관련된 글을 찾아서 보는 중이에요. 우리 회사에 필요한 데이터를 뽑아내기 위해 어떤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그때그때 찾아보면서 공부하는 편이에요. 보통 데이터 분석을 할 줄 안다는 것은 SQL을 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그건 그냥 도구를 쓸 줄 안다는 거고, 데이터를 볼 줄 아는 건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우리 회사 서비스의 이탈률에 대해서 분석하고 싶을 때 이탈률이 왜 중요하고, 이탈률이 어디서 많이 빠져나가는데 원인이 무엇인지, 전반적인 분석을 위해 어떤 데이터가 필요하고, 진짜 필요한 데이터인지 검증해야 하는 등의 여러 가지 사고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서비스 기획자로서 데이터분석을 하는 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이 직무를 수행하는 데에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또 그런 역량이 부족한 경우는 어떤 방식으로 채워나갈 수 있을까요?

각 서비스가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궁금증과 호기심을 가지고 깊게 분석하면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개발이 되었는가에 대해 고민을 해본다면 기획할 때 도움이 많이 될 거에요. 예를 들어, 당근마켓 서비스를 생각해보면

  • 지역 탭에서 우리 동네를 설정할 때 이걸 왜 지정했을까?
  • 위치 기반으로 한다면 위치를 설정할 때 어떤 기술들이 필요한가?
  • 왜 지역 범위를 이렇게까지밖에 설정하지 않았는가?
  • 위치기반 서비스에 관련된 법령이나 정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지도를 찾을 때 어떤 아이콘을 사용할 것이며, 배치는 화면의 어디에 할 것인가?

등을 궁금해하고 기획해나가는 과정에 대해 다시 되짚어보면서 개발자나 디자이너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조금 더 쉬워집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서비스 가지고 역 기획해보면서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겠구나 하고 메모를 해나가면 역량이 채워질 거로 생각해요.

그리고 서비스 기획자는 개발자와 디자이너와 비즈니스를 하는 경영진의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포지션인데요. 이 줄타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서로 잘 이해하면서도 여기저기 휘둘리지 않는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무조건 대표님의 뜻을 따른다면 너무 비즈니스 쪽에 치우쳐진 관점인 거고, 서비스 기획자가 바라봐야 할 대상은 고객이니깐요. 어쨌든 고객이 많이 모여야 비즈니스도 잘 성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객을 잘 바라보기 위해서는 디자이너, 개발자와 잘 소통해서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요. 그래야 대표님이나 경영진도 설득할 수 있고 고객도 설득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어요. 내가 중심을 잘 세우지만, 너무 고집부리진 않고… 약간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이 공존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데요. 상대방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접근을 해나가면 중재안도 잘 만들고 업무를 잘해 나갈 수 있을 거예요. 근데 이게 참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일이긴 해요.

만약에 입사하기 전에 팀워크를 경험한 적이 없다면 사이드 프로젝트 하는 걸 추천합니다.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하는지는 팀워크를 경험해보면서 부딪히다 보면 길러지지 않을까 싶네요!

Q. 이제 주제를 좀 돌려볼게요. 어떻게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게 되셨나요?

사실 전 회사에서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던 상황에서 제가 블로그를 써보려고 시도하던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저에게 글을 썼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딱 걸렸죠! 브런치 작가 한번 해보라고 얘기하셔서 세 번의 시도 끝에 브런치 작가가 됐어요.

➡️ 예진님의 브런치 바로가기

Q. 브런치 작가 되기가 정말 힘들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세 번의 시도 끝에 성공하셨네요!

맞아요. 그게 특정 주제를 가지고 진지하게 글을 쓰겠다는 게 보이면 선정이 되더라고요. 근데 대충 주제만 딱 하나 써놓고 신청하면 잘 안되고 어떤 스토리라인으로 글을 쓰겠다고 정성을 보여주면 한 번에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Q. 브런치도 결국 기획일이네요? 네 맞아요. 저도 처음에 글을 쓸 때는 목차까지 기획하고 글을 썼던 것 같아요.

Q. 이상한모임이라는 수상한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계신다고 알고 있는데 이 커뮤니티에 관해서도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저는 첫 시작은 함께하지 않았는데, 첫 시작은 오프라인 카페에서 혼자서 코딩하다가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 노트북을 두고 가기 불안하고, 지켜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같이 모여서 코딩하자! 꼭 코딩을 안 해도 되고 책을 읽어도 된다! 그렇게 카페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같이 할 사람을 모으자고 해서 시작된 게 이상한 모임이거든요. 요새도 가끔 화장실 가는 동안 제 노트북 지켜주실 분 구한다고 트위터에 가끔 올라오더라고요! 근데 모이는 사람이 어쩌다 보니 개발자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개발자 커뮤니티로 성장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처음에 이쪽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모임장이 저의 학교 동문이라서 행사하는 것 좀 도와달라고 한 번씩 이야기하다 보니 어쩌다 완전 깊숙하게 발을 들이게 되면서 업계도 IT 쪽으로 넘어오게 되었죠!

코로나 전에는 이상한 모임에서 컨퍼런스나 세미나도 많이 했어요. 근데 코로나가 진행되면서 오프라인 행사가 다 중단이 돼서 지금은 딱히 큰 모임이 있진 않아요~

Q. 코로나가 종식되고 이상한 모임에서 오프라인 컨퍼런스가 열리길 바랍니다..🥹 확실히 요즘은 커뮤니티 기반으로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기획 직군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몇 가지만 소개해 주실 수 있으세요?

요즘 관심 있게 보는 곳은 디자인 스펙트럼이랑 EO가 있어요. 디자인 스펙트럼 같은 경우는 온라인 컨퍼런스나 인터뷰를 자주 하시고, EO는 원래 1인 유튜브 채널 태용으로 활동하다가 EO라는 채널을 만드셨는데요. 이제는 커뮤니티로 발전하면서 디스코드로 모임이 옮겨갔어요. 둘 다 사실 직접적으로 기획자 모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거기서 기획과 관련된 아이디어나 스타트업 관련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그리고 DISQUIET 이라는 스타트업 전용 SNS 같은 느낌의 서비스가 있는데 거기도 가끔 들어가서 보고 있어요. 요즘 커뮤니티로 발전시키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계시더라고요.

Q. 사전 설문을 통해 받았던 질문 중에 해외 취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서비스 기획직으로도 해외 취업이 가능할까요? 주변 기획자분들 중에 해외 취업을 한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브런치에 글을 올리던 기획자분 중에 유럽으로 가신 분이 있어요. 이분이 글을 올리신 걸 보니 기획자로서의 해외 취업이 불가능하진 않더라고요. 서비스 기획 장표 같은 걸 만들어서 문서작업을 하고 프레젠테이션해서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질문에 잘 답변할 수 있다면 가능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소통을 많이 해야 하니까 언어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Q. 사전 설문의 또 다른 질문 중에는 개발직과 기획직을 고민하시는 분이 있었는데요. 개발 직군에서 기획 직군으로 전직하려고 할 때 어떤 것들을 준비하면 좋을까요?

기획이라는 건 개발을 잘 할 수 있게 문서를 만드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문서화를 잘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내가 쓰는 언어가 특정 사람만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게 아니라 이 문서를 읽는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풀어서 쓰고, 이걸 디자이너나 개발자에게 전달했을 때 기획의 의도대로 잘 만들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면 좋을 것 같아요. 개발은 내가 생각하는 걸 로직으로 짜면 그대로 화면에 보이니까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잖아요. 근데 기획자는 기획을 통해 코드로 잘 옮겨질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하고, 시각적으로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요. 개발에서 기획으로 넘어오신 분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본인이 개발을 해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기능이라고 생각하고, 추가적인 정책설정이나 설명 없이 끝내는 경우가 많거든요. 근데 그렇게 하면 안 되고 나와 같은 프로젝트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내가 쓴 기획서를 보면 코드를 짤 수 있도록 풀어서 설명해주고, 추가설명이 필요할 땐 성심성의껏 설명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요.

Q. 이 인터뷰를 읽고 계신 독자님들 중에도 서비스 기획자의 길을 꿈꾸는 취업 준비생분들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후배를 위한 조언을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서비스 기획이라는 게 사실 어떻게 하다 보면 매니징이 들어가기 때문에 주니어로 취업하더라도 어떤 기획하는 업무에 대해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어요. 근데 그런 것들을 극복하려면 내가 논리적으로 무장이 되어있어야 하고, 그게 안 된다면 부족한 걸 인정하고 빠르게 다른 근거들을 찾아서 채워놓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근데 이런 것들은 경험이 좀 쌓여야 할 수밖에 없긴 해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수 있으면 최대한 많이 해보고 개발하다가 기획을 하셔도 되고, 그냥 처음부터 기획이 너무 재밌는 분들은 팀을 꾸려서 기획에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계속 연습하시다 보면 업무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어쨌든 이것도 적성이 맞아야 하는 거여서 요즘에 뜨는 직업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접근하는 것보다 일단 한번 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요즘 기획자 커리큘럼도 아주 많아요. 찾아보면 PO 세션도 있고, 기획자 멘토링 프로그램도 많이 생기고 있어요. 그런 데서 한번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고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린 기획서를 보고 공부를 해도 되고, 앞서 말했듯이 기존에 잘 운영되고 있는 좋아하는 서비스를 가지고 역 기획을 해봐도 좋아요. 그런 것들을 한번 해보고 나는 이렇게까지 못할 것 같다면 기획이 안 맞는 거고, 좀 집요하게 파고드는 게 재밌다면 그 길을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서비스 기획자로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사실 포트폴리오를 아무리 잘 해와도 신입에게 100% 완성된 기획서를 원하진 않아요. 이 사람이 배울 자세가 되어있고, 외부 활동을 통해 이 사람이 기획에 있어 필요한 부분을 제대로 잘 배워왔는가 같은 걸 위주로 보기 때문에 너무 화려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잘 되는 사람인지, 이 사람이 집요하게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가 더 중요할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서비스 기획자를 한 문장으로 표현해주세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찾는 사람, 거창하게 말하자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 인터뷰를 만든 사람들☕️:

인터뷰어: 김두리
인터뷰이: 신예진
썸네일 제작: 강현주
글 & 발행: 김두리
검수: 윤화영

여기까지 위민후코드 서울이 대신 해주는 신예진님과의 커피챗이었습니다. 독자분들께 유익한 콘텐츠가 되었길 바라며, Nailed IT 다음 시리즈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와의 인터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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