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iled IT #4] 보건의료와 인공지능과의 접점을 그려나가는 보건의료정보관리사를 만나다

WWCODE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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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min readJun 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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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iled IT(a.k.a 대신 해주는 커피챗)는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IT인들을 만나 커피챗을 하며 인터뷰를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Q. 안녕하세요, 수경님! 보건의료정보관리사라는 직무를 수경님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어요. 수경님의 이야기를 Nailed IT에 꼭 담고 싶었는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이 인터뷰를 보실 분들께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저는 이화여자대학교 보건관리학과(현 융합보건학과)를 졸업하고, 세브란스 병원에서 보건의료정보관리사로 일하고 있는 허수경이라고 합니다.

Q. 보건의료정보관리사라는 직무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릴게요.

보건의료정보관리사는 보건의료정보의 분류, 확인, 유지, 관리를 주된 업무로 합니다. 기타업무로는 병원의 전자의무기록 서식에 대한 신규 생성 또는 개정이 필요한 경우 전자의무기록 서식을 생성하거나 병원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관리하거나 데이터 추출 및 가공 등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병원에 환자가 입원하면 입원 기록이 생깁니다.

이외에도 환자에 대한 매일매일의 경과 기록, 수술 기록, 마취 기록, 퇴원 기록 등 다양한 기록이 있습니다.

보건의료정보관리사는 환자에 대한 전자의무기록을 확인하고 미비한 데이터가 있다면 의료진에게 확인을 요청합니다.

Q. 보건의료정보 영역을 직무로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학에서 수강한 전공 강의의 교수님이 보건의료정보관리사셨습니다. 의료기관의 업무 이야기를 많이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건의료정보 영역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개인적으로 전문성 있는 도메인이라 만족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공부와 성장이 필요한 영역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업무를 통해 궁극적으로 치료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사람을 살리는 일에 일조한다는 보람을 느껴서 도메인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Q. 병원에서 다루는 데이터는 일반적인 데이터와 다를 것 같아요. 주로 어떤 데이터를 다루시나요?

병원의 의료데이터는 여러 곳의 시스템에서 생성되며 매우 다양하고 방대합니다. 시스템별로 데이터를 분류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s, EMR) 데이터 : 환자의 정보 및 의무기록 서식에 포함되는 데이터, 환자와 관련된 입원 정보, 수술 정보, 퇴원 정보를 포함, 의무기록 서식 안의 데이터는 다양한 형식. text, radio button, combo box 등
  • 처방 전달 시스템(Order Communication System, OCS) 데이터: 의료진이 각종 검사나 약물 또는 원무 관련 처방을 낼 때 생성되는 데이터, 의료진이 처방 전달 시스템에서 처방을 내면 관련 부서에 전달
  • 의료 영상 시스템(Picture Archiving and Communication System, PACS) 데이터 : CT나 MRI 등 의료영상 데이터
  • 검사 정보 시스템(Laboratory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s, LIMS) 데이터 등 : 혈액검사 등의 여러 검사 정보, ab과 관련된 데이터를 포함

Q. 수경님께서는 보건의료정보관리사로서 어떤 업무를 하고 계신가요?

저는 현재 용어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의료진이 필요로 하는 진단명, 수술명, 처치명 등의 다양한 용어를 신규로 생성하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다양한 업무를 맡았는데, 보건의료정보를 분석하고, 암 등록*을 하고, 진료통계를 관리했습니다. 질병·사인·의료행위에 관한 기록을 확인하고, 분류하고, 관리하며 진단명과 치료 정보가 누락 없이 입력됐는지 등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질병분류’라고 해서 진단명에 대한 코드와 처치 행위를 분류하고 관리했습니다. 이외에도 의료진으로부터 데이터나 통계를 요청받은 경우 해당 데이터를 추출하고, 가공하고, 정제해 보내드리는 업무도 맡았습니다.

*국가암등록통계사업: 암을 받은 환자에 대한 정보 관리로 우리나라 암 발생률을 산출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을 목적으로 환자의 정보를 지속적, 체계적으로 수집 관리하는 사업

Q. 데이터를 분석해서 인사이트를 도출하시는지, 의사결정 과정에도 영향력을 발휘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희가 진행하는 통계 추출 업무는 크게 2가지 파트로 나뉩니다. 하나는 병원 통계에 필요한 병원 분석 업무이며, 다른 하나는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해서 보내는 업무입니다.

  • 병원 데이터 분석 업무

병원에서 인사이트를 도출하기 위해 데이터를 요청할 때가 있습니다. 요청받은 데이터를 추출하거나 해당 데이터를 분석해서 인사이트를 도출하기도 합니다.

단발성 업무 외에도 매월 병원 데이터를 분석해 월보 형태로 병원 운영진에게 보고합니다.

  • 연구 데이터 추출 업무

의사의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해 공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환자의 랩 데이터를 요청하면 데이터를 정제해서 보내드리기도 합니다.

Q. 타 부서와 협업이 많으신 것으로 보입니다. 주로 어떤 부서와 협업하시나요?

저는 데이터 서비스 팀과 협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데이터 서비스 팀에서 병원 연구 사업과 다양한 사업에 필요한 데이터 자료를 요청하고 있어서 자주 협업하고 있습니다.

Q. 보건의료정보관리사로서 정말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계시네요.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업무를 키워드 3가지로 표현한다면 무엇인가요?

  • 정확성

의료데이터의 특성상 정확한 데이터 관리가 치료의 질과 연결됩니다. 따라서 데이터를 완전하고 정확하게 관리하는 것이 기본이며, 언제나 기본에 충실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의료 데이터 관리를 위해 내부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고,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을 충실하게 습득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병원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정확하게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신속성

정확한 관리를 기본으로 하되, 환자치료의 연속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속하게 정보를 관리해야 합니다. 내부적으로 업무의 타임라인을 설정해 신속하게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 복잡성

의료기관에서 생성되는 의료데이터는 규모가 방대하고 형태가 다양합니다. 의료기관 안에서도 직군마다 사용하는 시스템과 메뉴가 다르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표준화해 관리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표준화위원회 등을 통해서 표준화된 데이터 관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Q. 대학병원의 근무 환경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근무지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서울 신촌에 위치한 세브란스 병원에서 근무합니다. 외래, 입원 병동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 사무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제가 속한 팀의 경우 중입자 치료실이라는 이름으로 세워진 신축 건물로 사무실을 이전했습니다. 같은 건물에 데이터 서비스팀, 디지털헬스 전략팀 등을 비롯한 데이터를 다루는 부서가 함께 있습니다.

Q. 근무지가 바뀌면서 달라진 점이 있으신가요?

근무지를 옮기기 전에는 본관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때는 가운을 입어야 해서 복장 규율이 조금 엄격했습니다. 병원에 내원객이나 환자를 마주쳤을 때 단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머리를 묶고, 구두를 신고, 청바지는 입지 못하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환자나 내원객을 마주칠 일이 적은) 신축 건물로 사무실이 이전한 이후로는 복장이 조금 더 자유로워졌습니다.

Q. 대학병원에서 일을 하면 좋은 점으로는 무엇이 있나요?

복지가 좋습니다. 진료비의 50%가 할인됩니다. 병원의 시스템을 알고 있기 때문에 협진이나 응급실에 관련한 절차를 지인에게 잘 설명해 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외에도 의료계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알고 있는 것이 인생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Q. 인공지능 대학원에 다니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보건의료정보관리사로서 인공지능 대학원을 선택하신 이유는 어떻게 되실까요?

일반적으로 (보건의료정보관리사는) 보건대학원에 많이 진학하는 편입니다. 병원에서 업무 자동화 TF가 생기고 파이썬 공부를 하게 됐는데, 자연스럽게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업무팀에서 머신러닝을 이용해 암 환자의 생존율을 예측하는 연구 발표를 보고, 제 업무에도 인공지능을 적용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병원 데이터는 많이 있지만 그동안 단순한 월보 통계 형식만을 이용해 인사이트를 도출했습니다. 앞으로의 업무에 예측이나 머신러닝 기법도 활용하고 싶어 AI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Q. 보건의료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보는 시각은 어떤가요?

의료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의료 AI 연구는 질병 진단 및 환자 치료 예측 또는 치료 예측 모델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의료 영상 분야가 많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브란스 병원에서는 안저(눈의 제일 안쪽) 영상을 분석한 AI를 개발해 안과질환과 순환기질환에 대한 위험도 측정이 가능한 AI 검사를 만들었습니다. 눈의 검사 하나만으로 사망원인이 높은 뇌심혈관계 질환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된 겁니다. (큰 병원에 오지 않고서도) 1차 의료기관에서 안저 검사만을 통해서 다른 중증질환까지 조기에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다는 큰 의의가 있습니다.

또한 보통 유방촬영만으로는 발견이 어려운 초기의 침윤성 유방암도 AI를 이용해 유방촬영만으로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되었습니다. 의료진의 판독 시간을 줄이고 진료 보조 역할을 해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의료 AI 기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의료 AI 기술이 더욱 다양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가 했던 업무에도 AI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료 용어를 국제적인 용어 체계에 매핑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핑 작업은 하나씩 사람이 해야 해서 전문가의 시간 및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데, 자연어 처리 인공지능을 이용해 매핑 작업을 자동화했습니다.

작게는 일상에서 진행되는 소모력이 높은 작업부터, 크게는 환자의 질환 예측까지 다양한 의료 AI가 활용되는 추세라고 생각됩니다.

Q. 인공지능 기술 도입에 있어 이슈 사항이 있을까요?

블랙박스 문제가 있습니다. 의료 분야에서는 신뢰성이 중요해서 AI의 결과를 설명 가능한지의 문제가 중요합니다. 인공지능 모델의 결과가 환자의 치료와 연결되며 환자의 치료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결과 해석이 가능해야 합니다. 따라서 현재의 의료 AI는 의료진의 진료에 도움을 주는 임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CDSS: 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 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의사가 인공지능 모델의 결과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기능을 더하면 의료에서 인공지능이 적극적으로 더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Q. 이 질문은 Nailed IT의 공통 질문이에요. 출근해서 퇴근하기까지의 하루 일과를 말씀해 주세요!

요즘에는 용어 데이터 표준화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기에 앞서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도록) 병원 데이터를 표준화해야 해서 국가 차원에서도 표준화 업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용어 의료 체계에 매칭, 다양한 다른 병원, 해외의 데이터와 연계해 함께 연구하기 위한 표준화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업무 외적으로는 논문을 집필하고 있어서 매주 목요일마다 대학원 동기와 논문 스터디를 하고 있습니다.

Q. 업무에서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정도는 얼마나 되나요?

보통 병원에서는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업무를 많이 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팀의 경우 용어와 관련한 업무에선 제가 자율성이 있는 편이에요. 인공지능 업무는 선임자가 없는 블루오션이기도 하고, 새로운 기법이 계속해서 발표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조사를 통해 결정하는 일이 많아졌죠.

Q. 병원 업무에서는 자율성이 낮을 수밖에 없군요. 그러한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자율성을 다른 측면에서 보면 독단적으로 인사이트를 갖고 업무를 진행한다고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병원은 생명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보다 안정성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희가 업무를 하면서 내리는 결정과 환자가 받는 치료의 질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모든 업무를 진행할 때 단계별로 결재와 확인을 받아야 합니다.

Q. 최근 업무나 업무 외적으로 보람을 느끼신 순간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업무와 인공지능 대학원을 병행하면서 자연어 처리에 대한 공부를 해 온 덕분에 병원에서 제가 하는 업무에 자연어 처리를 연계할 수 있었고, 이를 주제로 학회에도 나간 적이 있어요. 외부적인 성장을 경험할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Q. 근무하시면서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확성과 신속성이 요구되고, 언제나 모든 업무를 완전하고 완벽하게 하는 것이 기본적인 기준이기 때문에 조금 힘이 들기도 합니다.

완전한 것이 기준이 되니까 작은 실수를 하거나 완전성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바로 티가 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조금 힘들다고 생각이 되네요.

Q. 국내 보건의료정보관리사의 커뮤니티로는 무엇이 있나요?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 협회가 있지만, 정보 교류 목적의 커뮤니티는 아닙니다. 보건의료정보관리사가 되려면 의료기사 자격증이 필요하기에 면허 관리, 학술 활동을 진행하는 협회입니다.

Q. 보건의료학과를 졸업한 지인분들께서는 주로 어떤 분야로 진출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진출 가능한 분야가 좁다는 오해와 다르게) 보건의료학과 졸업 후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합니다. 제 동기나 선후배들은 의료기관, 제약회사, 의료데이터를 다루는 보험회사, 정부 기관(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했습니다.

Q. 앞으로 커리어 측면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대학원 박사 과정에 진학해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보건 분야에 진학할지, 인공지능 분야에 진학할지 아직 고민하고 있습니다. 박사 학위 취득 이후에는 대학으로 돌아가 제가 산업계에서 얻은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해 주고 싶습니다. (웃음)

이 인터뷰를 만든 사람들☕️:

인터뷰어: 송인아, 김민수
인터뷰이: 허수경
썸네일 제작: 유정원
글 & 발행: 송인아, 김유민
검수: 유정원, 김민수, 김두리, 김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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