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iled IT #6] 적응력을 발휘해 만들어가는 개발 커리어 — 글로벌 서비스 iOS 개발자를 만나다

Jeongwon Yoo | Hannah
wwcode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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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min readOct 2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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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iled IT(a.k.a 대신 해주는 커피챗)는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IT인들을 만나 커피챗을 하며 인터뷰를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글로벌 서비스의 iOS 개발자, 황선영 님과 함께 하는 대신해 주는 커피챗, Nailed IT 여섯 번째 이야기

웹툰 많이 즐겨보시나요? 한국 밖 시장에서도 활약이 대단한 요즘입니다. 지난번 보건의료정보관리사, 기상청 연구원과 같이 특수 직군에 대해 조명해 보았다면, 이번에는 iOS 개발 직군, 그중에서도 글로벌 서비스 팀에서 일하는 것에 관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Q 안녕하세요! 선영 님, 지난번 Women Techmakers Korea에서 주최한 2023 WTM Dare to be 행사에서 스피커로 참여하셔서,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주는 압박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위민후코드 서울 팀에서 굉장히 큰 영감을 받아, 이렇게 Nailed IT 프로젝트에도 모시게 되었습니다. 흔쾌히 인터뷰 허락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당일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던 분들에게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저는 네이버 웹툰의 글로벌 웹툰 iOS 개발팀에서 지금 6년째 일을 하고 있는 황선영입니다.

대학교 졸업하고 네이버 밴드 개발팀에 바로 처음 들어가서, 1년 반 정도 일하고 웹툰으로 옮겨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어요.

Q 부서 이동을 희망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그중에서도 웹툰 서비스 팀을 고르셨던 이유도 궁금합니다!

네이버는 확실히 안에서 팀 이동을 하는 것이 되게 자유롭게 되어 있어요. 면접 한 번만 보면 그냥 이동할 수 있습니다. 옮기려고 하는 팀의 면접을 봐서 통과하면, 옮기는 날짜 정도 조율 후 부서 이동이 가능합니다.

그때 되게 여러 가지 일을 했어요. 제가 있던 팀이 약간 용병처럼 일을 하는 팀이었거든요. 그래서 네이버 밴드, 카페, V 라이브 앱에 참여했어요. 여기에 저희 팀이 “우리도 우리 팀만의 프로덕트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것에 출발해서, ‘밴드 픽스’라고 밴드 앱에 특화된 자체 사진 편집 서비스를 했어요. 지금도 그 앱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네이버 밴드에 있었을 때) 그렇게 4가지 앱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 프로젝트에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을 그 당시에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원래 콘텐츠 서비스를 좋아하는 편이고, 웹툰, 웹소설의 유저이기도 하거든요. 입사 전에 네이버뿐만 아니라 타사 서비스까지 포함해서 월 20만 원은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웃음) 언젠가는 콘텐츠 서비스를 개발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네이버 웹툰을 그냥 지원했고, 그 안에서 면접 통과하고 글로벌로 가는 것이 결정되었어요.

Q 그렇군요! 그러면 Nailed IT의 단골 질문을 드려볼게요. 출근했을 때부터 퇴근까지의 일과를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일단 저희가 재택근무랑 오피스 근무를 되게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요. 주 2회에만 오피스로 나가면 돼요. 심지어 그 주기도 주 단위로 체크하는 게 아니라, 월 단위로 8번만 채우면 되는 방식이어서 매일매일 제가 그냥 결정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오피스를 갈까 말까를 그날의 컨디션과 날씨에 따라서,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그것부터 결정해야 돼요(웃음). 저는 심지어 집이랑 회사가 도보거리여서 대체로 가는 편인데, 아무래도 회사 식당에 있으니까 그날 나오는 메뉴까지 보고 결정을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아침잠이 많은 편이어서 보통 11시 넘어서 출근해요. 그럼 출근하면 오전에 잠깐 일하다가 점심에 회사 식당에서 밥을 먹어요. 심지어 재택근무를 하면서 밥은 회사 식당에서 먹은 적도 있어요.

오후에는 사실 회의가 잡혀 있을 때도 많고, 문의가 들어와 있을 때도 많아서 저희가 “이번 주의 문의 담당자” 이런 걸 정해놓는 편이에요. 그래서 만약 제 차례일 때, 다른 부서에서 문의가 들어온 게 있다고 하면, 예를 들어 “기획팀에서 iOS가 이렇게 동작하고 있는데 이게 버그인지 스펙인지 확인해 주세요” 하면, 스펙 확인해서 말씀드리는 루틴이 있어요. 여기에 필요한 경우 회의를 하거나 스펙 개발을 합니다.

업무 시간이 정해진 것은 10시부터 7시이긴 한데, 저희는 딱히 그걸 체크하지 않아요. 월말이 되면 채워야 하는 근무 시간 중에 지금 몇 시간 남았는지 볼 수 있는 표가 있는데, 여기에 몇 시간이 부족하다 해서 페널티를 받거나 하는 정도로 엄격하게 따지지는 않아요.

Q 한 회사에서 꽤 오래 근무하고 계신데, 이런 자유로운 점이 오래 근무를 할 수 있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그 밖에도 장기근속의 원동력이 있으신가요?

출퇴근 시간의 자유도는 저한테 되게 중요한 것 같긴 해요. 왜냐면 이전에 있던 팀은 공식적인 제도는 출퇴근 시간의 자유였는데, 실제로 저희 팀은 10시 반에 아침 스크럼을 했고, 10시 반까지 오지 않으면 반차를 써야 했어요.

저는 그 당시에 불면증 있어서, 자는 시간이 아침 6시에 잠들어서 11시에 깨고 이런 삶을 살았어요. 그래서 항상 그 10시 반에 맞추지 못하니까, 반차를 쓰고 그 반차를 계속 쓰다 보니까 휴가가 점점 없어지고(웃음) 그래서 결국은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게 저한테는 되게 중요한 부분이 있다는 걸 그 시기에 알았어요.

콘텐츠를 좋아하는 것도 큰 몫을 하는 것 같아요. 처음에 제가 네이버 웹툰 이직을 했을 때는 “덕업일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어요. 사실 1년 반을 일하고 바로 이직하는 게 처음에 좀 빠른 편이긴 하잖아요. 그래서 면접 볼 때도 면접관분이 이직을 좀 빨리하는 편인 것 같다고 이야기하시기도 했었고, 주변에서도 많이 물어봤어요. 당시에는 여러 설명하는 것보다 덕업일치하러 간다고 말하는 게 깔끔하고 간편하니까, 이렇게 이야기를 해왔어요. 그런데 막상 일을 해보니, 결국은 ‘일’이 되기 때문에 오로지 덕업일치만으로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건 최장 2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콘텐츠 업계에 내가 속해 있고, 그 변화 과정을 내부 구성원으로서 보고 있다는 그 자체에 더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처음 해 본 파트 리더

처음 글로벌 웹툰 갔을 때는 그 앱을 개발하는 iOS 팀원이 저 포함 2명이었어요. 팀장님과 저 이렇게 둘이 개발했다가 저희 팀 인원이 12명으로 늘었을 때가 있었어요. 팀장님 혼자 관리하기 어려운 인원수니까 이렇게 반반 나눠서 약간 부반장 느낌으로 했었어요. 지금은 7명이어서(인터뷰 시점), 사실 그 정도 규모가 아니기 때문에 파트 리더 직함은 내려놓은 상태예요. 사실 저는 이 파트 리더 직함을 맡기 전에 약간 이게 팀을 옮길 타이밍인가 싶긴 했었거든요. 네이버 웹툰 안에서 팀을 옮기는 거는 더 자유롭게 되어 있어서, 그냥 면담만 하고 바로 옮길 수 있는 시스템이거든요.

그래서 지금 제가 개발하고 있는 건 웹툰 앱이지만 소설이나 다른 영상이라든지 아니면 콘텐츠에도 관심이 있어서, 옮길까 고민 중이라고 이야기가 한창 오가고 있었는데 그때 갑자기 회사에 뭔가 이것저것 일이 많이 생기면서 사람이 왕창 늘었어요. 파트 리더라는 게 필요한데 네가 이걸 해야 할것 같아라는 오더가 온 거예요. 그래서 해야 한다고 하니까 “네, 일단 알겠습니다” 하고 했는데 그게 저한테 되게 새로운 전환점이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전에는 이제 다 아는 코드고, 한 번은 손대서 해보던 거라서 “좀 재미없는데”라는 생각하다가, 누군가 리딩하는 것은 그 당시에 처음 해본 일이 있으니까 거기서 배우는 점이 있었거든요.

글로벌 서비스 이모저모

Q 이런 원동력을 가지고 장기간 네이버 웹툰에서 근무하셨는데, 진행한 프로젝트 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실까요?

핫 픽스 4번 했던 것! 근데 보통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이런 거 아닌가요? (웃음) 좋은 기억과 되게 안 좋은 기억이 같이 세트로 있는 법인데, 이게 유료 결제 기능이 처음 들어간 때였어요.

한국은 쿠키 같은 결제 서비스가 훨씬 일찍 들어갔던 것 같은데, 제가 하는 글로벌 웹툰은 일단 무료로 서비스하는 것에 사람들이 많이 익숙하도록 만들어놓고, 그다음에 유료를 띄우려고 했어요. 계속 무료로만 서비스하다가 제가 있던 시기에 처음으로 유료 기능을 넣었어요. 유료 기능을 넣으면 역시 “결제가 안 된다.”, “이거 결제하고 싶었던 게 아닌데 실수로 한 거다, 환불해 달라” 같은 CS도 들어오고 여러 가지 사건 사고들이 무조건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심지어 결제 모듈을 또 저희가 직접 개발한 게 아니라 다른 네이버 계열사에서 맡은 걸 붙였어요. 저희가 동남아 국가에서 서비스하다 보니 동남아 국가 유저들이 주로 문화 상품권 같은 것을 사서 결제를 많이 하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그때 정산 시스템이 따로 필요할 텐데 그런 재무 정산 시스템이 이미 구축된 게 있다. 그걸 쓰려면 개발은 이걸로 해야 한다고 가이드가 와서 그걸 붙인 결과 이제 뭐가 잘 안됐던 거죠. 저희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없고. 그래서 SDK 코드 직접 뜯어서 이걸까 저걸까로 방어 코드를 왕창 넣으면서 핫 픽스 네 번이 나갔어요. 심지어 라이브로, 크리스마스 시즌 연말에! (웃음)

Q 글로벌 서비스를 개발하시다 보니 이 에피소드 말고도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았을 것 같아요. 지금은 몇 개국이나 서비스하는지, 특별히 더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그 당시랑 지금이랑 많이 다른데, 지금은 일단 미국,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프랑스, 독일, 라탐이에요. 그때 당시에는 아마 라탐이랑 유럽이 없었을 거예요. 북미랑 아시아만 있었던 것 같아요.

  • 라탐(Latam) : 라틴 아메리카 지역

사실 글로벌 대응을 하면서 제일 힘든 점은 법령 부분인 것 같아요. 요즘은 미국이랑 유럽 쪽이 특히나 아동을 대상으로 IT 서비스를 할 때 지켜야 할 규제가 많이 생기고 있어요. 물론 유저로서 봤을 때는 너무나 필요한 법령이 맞아요. 이게 유저의 나이를 확인해서 아동인 경우에는 보호자의 인증을 받고 앱을 사용해야 하고 인증받은 후에도 댓글 아니면 SNS 공유 같은 기능들을 쓰게 하면 안 되고, 또 아동 유해 작품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볼 수 없게 다 방어 처리를 해야 하고, 개인정보 처리도 뭘 어떻게 해야 되고 하는 다양한 법률들이 있어요. 아동을 규정하는 나이가 다를 때도 있고, 또 아동인 경우와 청소년인 경우의 법령이 다를 때도 있고, 미국에서 유럽으로 이 사용자가 이동했을 때에 대한 법률도 따로 있어요.

가령 미국에서 사용하던 사용자는 미국 법령의 제재를 따랐을 텐데, 그러면 미국 기준으로 나이를 입력해서 그걸로 쓰고 있었는데, 이 유저들이 유럽에 가면 유럽에 대한 제재를 따로 받아야 하는 거예요. 그때는 법령을 한 번 더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해요.

그리고 이게 정말 다양한 사례가 있어요. 핸드폰 하나를 한 사람이 쓰는 게 아닐 수도 있잖아요. 부모의 기기를 어린아이가 쓰고 있는 걸 수도 있고, 또 동남아 같은 국가에서는 기기 하나를 가지고 사람들이 계속 로그인-로그아웃을 하면서 보는 케이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것까지 다 고려하려면 결국 굉장히 다양하고 복잡한 스펙이 그 안에 들어가게 돼요. 그리고 국가에 따른 스펙들은 VPN 연결을 해야 리얼 테스트를 할 수 있어서 테스트 항목 자체가 어려워요.

다행히 법무팀이 있지만, 법령이라는 것이 문장의 형태로 나와 있지, 개조식으로 이렇게 하시라고 나와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법령을 가지고 법무팀이 이렇게 해석해서 주시면 저희는 “그러면 이렇게 하면 될까요”라고 물어보지만, 법무팀이 주실 수 있는 답변은 ‘예, 아니요’가 아니고 ‘그렇게 하면은 이런 부분에서 그 위반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잘하면 될 것도 같고’와 같은 답변이 돌아와요. 그럼 그 안에서 어디까지 리스크를 감당할 것인가는 또 저희의 몫이 돼요. 사실 가장 안전하게 법안에 대응하는 거는 앱을 켜자마자 나이 인증 화면이 뜨고 나이를 체크해야만 이제 다음 화면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하는 건데, 그렇게 하면 너무 큰 허들이 되니까 아무도 앱을 안 쓸 거잖아요. 그러면은 “그 창을 당장은 띄우지 않고 로그인할 때만 띄우면 어떤가요”를 또 검토받아야 하고 그런 걸로 시간이 되게 많이 소요되는 것 같아요.

Q계속 다양한 유저를 상상하는 것이 나중에는 글로벌 서비스를 계속하게 되었을 때 자산이 될 것 같네요!

맞아요. 확실히 다른 타사 서비스 중에서도 글로벌에 대응하시는 곳에 채용 공고를 보면 그런 법령 부분을 잘 아시는 분을 선호한다는 말이 쓰여있기도 하더라고요. 확실히 그런 법령 대응을 하면서 코드를 대하는 자세 같은 걸 약간 생각을 다시 해보게 돼요. 개발자 입장에서 효율적이고 읽기 쉬운 코드, 잘 구조화가 잘 되어 있는 코드를 선호하게 되는데 법령은 구조화할 수가 없거든요.

국가마다 법령을 통일해서 주는 게 아니라, 계속 다른 스펙이 붙고, 저희는 거기에 다 대응을 해야 되다 보니 “어떻게 해야 좋은 코드라고 할 수 있는 걸까” 아직 좀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코드를 엎고, 이렇게 엎고를 지금 한 5번씩 하다 보니까 이게 맞는 방향인가? 차라리 스파게티 코드가 되더라도 스펙이 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쪽이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좀 드는 것 같아요. 사실 이게 개발자로서 개발하면서 재미있는 부분은 아니거든요. 개발자는 좀 공통화도 하고 좋아하는 기술도 써보고 이래야 재미가 있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중요도는 높고, 손댔을 때 어떤 장점이 될 수 있는 건 별로 없는 거예요.

글로벌 웹툰 팀 이야기

Q 그럼 이번에는 이런 서비스를 함께 만드는 팀원분들 이야기를 해볼게요. 콘텐츠를 다루다 보니 선영 님처럼 “덕업일치”를 꿈꾸며 오는 분들도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글로벌 웹툰 팀은 어떤 분위기인가요?

제가 처음 입사했던 당시에는 확실히 덕업일치를 목표로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회사에 처음 갔는데 지브리 애니메이션 피규어나 포스터를 자리에 걸어놓은 분이 많았어요.

심지어 저희는 웹툰 팀이니까 웹툰 굿즈가 가끔 남아돌아요. 그래서 거의 약간 바자회처럼 그냥 안에서 나눔을 하기도 하거든요. 거기서 받아온 피규어를 막 이렇게 일렬로 늘어놓으신 분들도 있었고요. 근데 요즘은 서비스가 워낙 커지기도 했고, 이제는 약간 웹툰이 북미에서 더 크게 성장하려고 준비를 많이 하고 있는 단계다 보니, 덕업일치를 목표로 한다기보다는 글로벌 서비스를 개발해 보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 오는 분들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생각보다 웹툰 개발자라고 해서 웹툰을 꼭 많이 보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일단 제가 웹툰을 좋아해서 이 서비스에 왔으니까 그게 뭔가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던 시기가 주니어 때는 있었거든요. 내가 개발한 앱을 일상에서 내가 계속 써야 한다고 생각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업무로 보고 있어요. 꼭 그냥 일상에서 많이 쓴다고 그게 일에 뭔가 도움이 되고 하는 것도 사실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iOS 개발자의 커리어 이야기

Q 그럼 이번에는 iOS 개발 이야기를 해볼게요. 어떻게 iOS 개발자가 되셨나요? iOS 개발자란 선영 님께 어떤 느낌인가요?

WTM 발표 때도 그랬고 면접관으로 들어갈 때도 그렇고 어떻게 ios 개발자가 되었느냐 ios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 뭔가를 노력하셨나요? 이런 질문들을 많이 받는데, 요즘은 신입분들이 지원하면 안드로이드/iOS/서버 이렇게 분야가 나뉘어 있고 그 분야로 지원하시잖아요. 저는 그런 세대가 아니었어요. IT 직군으로 뽑아놓고, 팀 안에서 교육을 시키던 마지막 세대였던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IT 직군으로 들어가서, 면접 볼 때 안드로이드나 iOS 해보신 적 있냐는 질문에 “아니요”밖에는 대답 못했어요. 결과적으로 운 좋게 입사했고, 들어와서 한 달 동안 서버 분야로 신입 교육을 받았어요. 그리고 신입 연수 다 마치고 팀에 돌아온 첫날 팀장님이 저를 앉히고 팀 사정상 iOS 개발을 해주었으면 한다고 하시면서, iOS 개발자의 장점을 1시간 동안 설명해 주셔서 그때부터 처음 Swift를 Hello World부터 시작했어요. 그래서 사실 요즘 지원하시는 분들은 다 이미 iOS라는 분야를 정해서 샘플 App 정도는 만들어 보고 지원하시잖아요. 저는 “너무 대단하다.” 이렇게 박수 치면서 보고 있거든요. 저는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이었어요.

“최신 버전 아이폰이 나왔을 때 마냥 기쁘지는 않은 사람”

“iOS 개발자를 한 줄로 표현하면”이라는 질문받고 제일 먼저 무슨 생각을 했냐면 “최신 버전 아이폰이 나왔을 때 마냥 기쁘지는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iOS 개발자가 아니지만 애플 프로젝트에 관심 많은 분이 매년 WWDC 행사를 보면서 되게 두근거리는 마음 그걸 기다리시잖아요. 이번에 어떤 기능이 나오고 새 아이콘은 어떻게 생겼을 것인가 이런 것들을 보시는 저는 “제발 이상한 것 좀 하지 마라”라는 생각해요.

  • WWDC : 매년 애플사가 개최하는 개발자 컨퍼런스

저는 사실 iOS를 “제가 하겠습니다!” 하고 고르는 게 아니었다 보니, 불안이 가끔 있을 때가 있거든요. 애플이라는 사기업에 너무 많이 의존하는 거예요. 애플이라는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내 직업도 같이 문제가 생기는 거니까 이건 좀 불안하다고 느낄 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사실 플랫폼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거로 생각하고 있어요. 실제로 지금 iOS에 리드 급으로 계신 분 중에 커리어 시작을 iOS를 하신 분은 거의 없어요.

iOS가 국내에 그렇게 인기가 있어진 게 얼마 되지 않기도 했고요. 보통은 이제 서버나 웹이나 다른 걸 하시다가 어느 날 회사에서 우리 “iOS를 할 건데 혹시 관심 있는 사람?”이라고 했을 때 손 들어서 그때부터 시작하신 분들이 대부분이란 말이에요. 리드급들이 다 그런 식으로 시작하셨으니까 저 또한 어느 날 갑자기 애플이 더 이상 메이저가 아니고 새로운 플랫폼이 또 나올 수 있는 거로 생각해요. 갑자기 블랙베리 열풍이 돌아올지도 모르는 거고. 모르는 일이니까 그때는 또 다른 플랫폼으로 언제든지 옮겨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긴 해요.

Q 그렇다면,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한 iOS 신입 개발자를 포함해 iOS 개발자로 진입/전직을 꿈꾸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나 조언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되게 진부한 답변이긴 하지만 저는 결국 컴공과 학부에서 배우는 기초 지식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은 들거든요. 왜냐면 그게 iOS든 안드로이드든 어쨌건 플랫폼이나 언어는 다 수단이고 언제든 트렌드에 따라서 바뀔 수 있는 부분이고, 그러면 바뀌었을 때 또 적응하는 역량이 필요한 거니까 그건 결국 그냥 기초적인 부분이 탄탄해야 다른 결정을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한 것 같아요.

특히 신입분들 지원자분들 면접을 보면 사실 그분들은 이제 내가 이렇게 아주 다양한 것을 해봤는지를 어떻게든 어필하고 싶어 하시잖아요. 물론 요즘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너무 잘 알지만요. 사실 그분들한테 iOS 질문을 해서 답변을 못 했다고 해서 이분은 iOS를 못 한다고 떨어뜨릴 수는 없는 거잖아요. 이분들은 신입이고, 경력이 아니니까 결국은 대학교 학부 지식에 대한 거를 많이 물어보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이제 면접 끝나고 나면 “이제 지원자분께서 저한테 궁금해하시는 거 물어보셔도 돼요.”

하는 타이밍을 한 1분 정도 드린단 말이에요. 그러면 그때 나오는 게 저는 iOS 개발이니까 팀 프로덕트에 SwiftUI를 얼마나 적용했느냐 이런 질문들이 나와요.

SwiftUI가 iOS에서 가장 최신 기술이어서 그런데 일단 SwiftUI가 iOS 15까지도 안정적이지가 않아요. (웃음) 기존의 Swift와 시스템이 너무 많이 바뀌어서 이게 기존 Swift와 SwiftUI를 병행하면서 가져가기 어려운 구조이기도 하거든요.

저희는 이제 막 iOS 최소 버전*을 14로 올렸는데 15는 아주 까마득하기도 하고 그래서 “아직은 그 도입 계획이 없다.”라고 말하면 약간 실망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왜냐하면 그분들은 그걸 최신 트렌드로 알고 졸업하고 계시니까.

iOS 공부를 할 때 요즘은 다 SwiftUI 공부를 하고 오실 텐데 사실 서비스를 오래 한 곳에 가면 Objective-c 코드가 남아있는 경우도 있거든요. 근데 그거를 새로 들어온(올) 분한테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분들은 이제 글로벌이고 뭔가 요즘 잘 나가는 서비스라고 하니까 굉장히 최신 기술을 막 열심히 다룰 수 있을 줄 알고 왔는데 사실은 요즘 잘 나가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더더욱 최신 기술을 함부로 도입 못 하는 타이밍도 있잖아요.

안정화가 됐다고 판단되기 전까지는 도입하지 않는 게, 어쨌거나 저희는 안정성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트렌드를 도입할 때 이게 최신이니까 도입하자 라기에는 서비스 규모가 너무 큰 경우가 있어요.

Q 앞서 테크 리더로서의 경험을 들려주기도 했어요. 이런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의 최근의 고민이나 앞으로의 생각들도 궁금합니다.

지금 파트 리더 직함을 달고 있지는 않지만 연차가 연차인지라, 프로젝트를 할 때가 되면 점점 리딩하는 포지션을 요구받는 것 같아요. 그 포지션으로 아예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은 하는데 근데 그건 그것대로 또 어려운 부분들이 있으니까 마냥 재밌겠는데요 하고 도전할 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아요.

요즘 가장 고민되는 지점은 이게 제가 작업하는 게 더 빠르고 효율적일지언정 팀원분한테 맡겨서 그분이 익숙해지게 하는 게 리더의 역할 중에 하나잖아요. 근데 다른 분한테 맡겼을 때 믿고 맡기는 선과 개입하는 선이 어디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는 점이에요. 이게 “해주세요”라고 맡기고 분명 일주일에 한 번이든 스크럼 하는 그런 시간을 가지면서 잘 되고 있는지를 물어보면 그분은 잘되고 있다고 말하는데 나중에 이렇게 PR이 올라온 걸 짠- 하고 보면 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많거든요. 그래서 주니어분들을 위해서라도 어느 순간 인터럽트가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게 과연 언제인가가 아직은 어려운 것 같아요.

저는 외부에 기술 공유를 많이 나가고 발표를 많이 하고 기술 자체를 파고드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어쨌든 기술은 수단이고 그걸로 내가 개발하는 서비스 내가 만나는 사람에 더 관심이 있는 편이에요.

제가 네이버 밴드에 처음 입사했을 때 입사 동기가 저 포함 4명이었는데 나머지 3명은 다 그 팀에서 막내 역할을 꽤 오랫동안 했거든요. 근데 저는 1년 반 일하고 웹툰으로 옮기고 나서 팀장님이랑 둘이 일을 하다가, 그 팀장님이 퇴사하신 이후로는 제가 약간 팀에 역사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중추 역할을 일찍 시작했단 말이에요. 그래서 사실 다른 동기들은 그런 역할을 요구받지 않는데 제가 약간 빨리 그 리더 역을 요구받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그게 인정해 준다는 관점에서는 좋은 일이긴 하나 시작이 빠르면 끝도 빠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잖아요. (웃음)

새로운 기회가 생겼을 때 그 기회를 원하는 개인의 의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회사의 팀 입장에서는 저 자리에 누구를 뽑고 이 자리에 누구를 뽑았을 때 제일 효율이 잘 나온다고 계산해야 하잖아요. 근데 그 계산을 하다 보면 저는 결국 어쨌건 이 팀에 대해서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니까 너는 약간 모두를 아우르는 역할을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라는 쪽으로 쏠릴 때가 많은 거예요. 맡고 있는 역할 때문에 개인적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것들을 하지 못했다기보다는, 그런 여론에 저도 영향을 받긴 받으니까 이대로 가도 괜찮은가에 대한 불안을 약간은 안고 있는 것 같긴 해요.

Q 선영 님은 그럼 이런 고민을 어떻게 해결하시는 편인가요? 커뮤니티 활동이나 발표도 그중 하나일 것 같아요.

제가 남들 앞에서 막 발표하고 제 의견을 내세우고 하는 걸 잘 못한다는 걸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 보니 그런 걸 좀 더 키워야겠다는 게 늘 새해 다짐 중의 하나였거든요. 그래서 일단 일을 벌여놓으면 저는 끝까지 하는 편이어서 일단 벌여놓으면 미래에 내가 어떻게든 해주겠지 하고 1월에 WTM에 지원서를 냈어요.

그게 사실 제가 올해 나이가 30이거든요. 근데 이제 서른이 되니까 뭔가 나이 앞 글자가 바뀌었으니 새로운 다짐을 해야 것 같은 어떤 두근거림도 있고 해서 올해 1월 1일에 처음 생각했던 게 그냥 다양하게 굴러보자였어요.

사실 도전이라는 단어도 좀 부담일 때가 많잖아요. 도전도 필요 없고 성공도 필요 없고 그냥 이거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망설이지 않고 고를 하는 거를 올해 1년 동안 해보자가 목표였거든요. 그 결과 지금 온갖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 같아요.

그 발표도 올해 꼭 뭔가 발표 같은 걸 해봐야지라고 결정을 해서 한 것은 아니에요. 함께 하는 자리에서 열심히 놀다가 “선영 님 혹시 발표해 보실 생각 없어요?” 해서 그래요에서 시작된 것이 그 발표에서 이 인터뷰까지 지금 왔으니, 지금 되게 다양한 것들을 막 찔러보고 있고 거기서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경험을 올해 1년 내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커리어 측면에서 앞으로 어떤 걸 이루고 싶으신지, 이번 하반기는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일단 회사에 하반기 과제가 많이 쌓여 있어요. 저희는 내년에 미국 상장하려고 계속 스퍼트를 달리고 있거든요. 아예 상장 목표를 찍고 하고 있다 보니 조금이라도 비용 줄이고 조금이라도 돈 많이 벌고 조금이라도 결제 모델을 늘리는 방식의 일을 하고 있어 가지고 하반기에 그런 과제가 왕창 열려 있어요. 사실 이미 하반기에 예정된 것들이 많이 있고, 이걸 하다 보면 분명히 내년 상반기에도 또 새로 일들이 생길 거로 생각해요.

중장기 계획에 저랑 안 맞는다는 생각도 약간 들어요. 그런 계획을 세워놓고 달려가는 게 되게 잘 맞고 어울리는 분이 있는가 하면, 저는 그냥 매일매일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하다 보면 또 내일은 새로운 일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같아요.

그리고 그동안 제가 했던 중요한 결정들이 그런 중장기적인 인사이트로 나온 게 거의 없었어요. 그냥 어느 날 팀이 커져서 어느 날 파트 리더가 필요하다고 해서 “너 할래?” 하길래 “알겠어요”라고 했더니 그걸로 뭐가 많이 바뀌었죠. 그래서 그냥 주어진 대로 앞으로 가는 것 같아요.

Q 이번 인터뷰가 마무리되기 전, 혹시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미처 이야기하지 못한 팀 문화도 좋아요!

팀 문화, 그것도 참 면접 자리에 단골 질문이잖아요. 그러면 이제 준비해 놓은 “스터디와 공유”라는 말을 하지만, 사실 저는 5분 스피치라는 문화를 좀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저희 개발팀뿐만 그냥 네이버 웹툰의 개발 직군이면은 다 연말에 하시는 건데 그냥 간단해요. 본인이 지난 1년 동안 뭘 고민했고 어떻게 해결하고 싶었고 그래서 뭘 시도했다 같은 것들을 5분 동안 발표를 하는 거예요.

제한 시간이 정확히 5분이고, PPT가 금지예요. 보통은 그냥 마크다운 문서에 개조식으로 써서 오시거나, 시니어분들은 그냥 그런 것도 없이 토크로만 5분 하고 끝내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그게 꼭 기술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는 자리가 아니어서 저는 그냥 팀 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웠던 부분 이런 거 얘기하고 끝낸 적도 있거든요.

하다 보면 이제 다른 개발자분들은 지난 1년 동안 무슨 고민을 하면서 지냈나를 들을 수 있는 자리여서 좋습니다.

Q 그럼 선영 님의 상반기 회고를 들으며 인터뷰를 끝내볼게요.

저는 사실 이번 상반기 올해 전체가 아마 회사 밖에서 에너지를 많이 얻고 그걸 일을 하는 데 썼던 것 같아요.

회사에서 하는 업무는 사실 이제 어느 정도 루틴이 정해져 있고 일한 지도 꽤 오래되었다 보니 어떤 새로운 과제를 받아도 이거 대충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면 되겠네-가 그냥 머릿속에 그려지는 순간이 많거든요.

그래서 일은 그냥 평소대로 하고 놓치는 거 없이 하되 뭔가 새로운 걸 할 만한 에너지는 회사 밖에서 얻어보자. 그러면 또 그게 어느 순간 회사 안에서 또 다른 형태로 발현될 것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인터뷰를 만든 사람들☕️:

인터뷰어: 유정원
인터뷰이: 황선영
썸네일, 카드뉴스 제작: 강보현
글 & 발행 : 유정원
검수: 강보현

Special Thanks to:
사진 촬영 : 윤지형

여기까지 위민후코드 서울이 대신 해주는 황선영 님과의 커피챗이었습니다. 독자분들께 유익한 콘텐츠가 되었길 바라며, Nailed IT 다음 시리즈는 숨고에서 UX Writer로 근무 중인 정서우님의 인터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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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gwon Yoo | Hannah
wwcodeseoul

Creative Technologist | Lifelong learner | 🏳️‍🌈 👩🏻‍💻 wit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