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iled IT #7]사용자의 머릿속에서 물음표를 지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UX Writer를 만나다

Doori Kim
wwcodeseoul
Published in
24 min readDec 1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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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iled IT(a.k.a 대신 해주는 커피챗)는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IT인들을 만나 커피챗을 하며 인터뷰를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UX Writer 정서우님과 함께 하는 대신해주는 커피챗, Nailed IT 일곱번째 이야기

UX와 UI. 최근 IT 업계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키워드들인데요! 서비스를 운영할 때 사용자 경험을 고려해서 만들어야 좋은 서비스라고 할 수 있겠죠? 지난번 IOS 개발자 인터뷰에 이어 이번에는 UX Writer 직군에 대해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Q. 안녕하세요. 서우님! 지난번 WWCode Seoul 하프타임 행사에서 “UX Writer, 뭐하는 사람이에요?”라는 주제로 처음 만나뵜었죠! 그때 UX Writer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또 UX Writing은 무엇인지 아낌없이 공유해 주셨는데요. 유튜브에 세션 영상이 공개되었지만, 좀 더 많은 얘기를 전달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 Nailed IT 인터뷰를 제안드렸습니다. 이렇게 흔쾌히 인터뷰를 수락해 주셔서 감사해요. Nailed IT 인터뷰를 통해 서우님을 처음 만날 독자님들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UX Writer 정서우입니다. 현재 생활서비스 플랫폼 “숨고”에서 UX Writer로 일하고 있어요. 그리고 UX Writing을 알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서 강연도 하고, 인터뷰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그로스 마케터 인턴으로 시작해 콘텐츠 마케터를 거쳐 UX Writer 직무를 맡기까지 서우님의 여정이 궁금합니다. 그 과정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건강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에서 글로벌 헬스케어 회사의 그로스 마케터 인턴이 되기까지

제가 스무 살 때부터 건강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때 어떤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뉴욕에 본사를 둔 ‘noom’이라는 Healthcare 스타트업에 대해 알게 됐죠. 그곳에서는 전 세계에서 모인 직원들이 건강에 대해 활발히 이야기를 나눴어요. 20대 초반에는 또래들과 건강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가 적어서 아쉬웠는데, 방송을 보고 ‘저기다!’ 싶었죠. 그때부터 ‘noom’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던 거 같아요. 그러다 22살이 되고 슬슬 인턴십을 할 때가 되어 찾아보니까 마침 noom 한국지사에서 그로스 마케터를 뽑는 인턴십 공고가 뜬거예요. 그래서 이메일이랑 DM을 보내봤어요. 누구든 지원 가능하다고 답변이 왔죠. 사실 저는 20kg 체중 감량도 해보고, 무라카미 하루히 책을 감명 깊게 읽고 6개월 동안 매일 뛰어보기도 했어요.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어요. 저는 이런 이야기들을 엮어 포트폴리오로 만들었고, noom 한국지사에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회사에서 우리가 찾던 페르소나라며 인턴십 기회를 주셨어요. 공식 인턴 생활은 2개월이었는데요. 인턴십 종료 후 회사에서 대학교 생활을 병행하면서 프리랜서로 일해줄 수 있냐는 제안을 해 주셨어요. 정말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했죠. 학교 수업에서는 실무를 배울 수 없잖아요. 그때부터 일주일에 2일은 학교 수업을 듣고, 나머지 3일은 회사에서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콘텐츠 마케터가 되다

noom에서 프리랜서를 시작하고부터는 프로덕트에 만족한 사용자를 인터뷰했어요. 건강에 관련된 콘텐츠는 Before와 After가 보여야 사람들의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데요. 이런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지려면 일정 부분 사용자의 개인 정보가 공개되어야 하고, 사용자 개개인의 특별한 스토리가 담겨야 해요. 그러려면 사용자의 동의를 얻어야 했고, 저는 인터뷰를 통해 그들과 *라포형성을 하면서 그걸 끌어냈던 것 같아요. 인터뷰를 진행하고 나면 다음 작업이 SNS 채널에 올리거나 블로그 포스팅을 하는 일이라 자연스럽게 콘텐츠 마케팅 쪽으로 제 커리어가 이어졌어요. 다녔던 회사 중에 DS School에서도 비슷한 일을 했고, 현재 다니고 있는 숨고에서도 UX Writer로 직무를 전환하기 전에 2년 동안 콘텐츠 마케터로 일했습니다.

  • 라포(rapport):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상호신뢰 관계를 말하는 심리학 용어. 서로 마음이 통한다든지 어떤 일이라도 터놓고 말할 수 있거나, 말하는 것이 충분히 감정적으로나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상호 관계를 말함. 원래 프랑스어의 ‘가져오다’, ‘참조하다’에서 나온 말이다. 특히 심리치료, 교육, 치료 상담 등에 많이 적용되는데 예를 들어 기자가 취재 대상과 ‘라포’를 형성하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출처: 위키백과)

콘텐츠 마케터, 정말 나에게 맞는 일일까?

그런데 콘텐츠 마케터로 일한지 4,5년차 쯤 되었을 때 이 일이 진짜 나랑 잘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아서 자연스럽게 콘텐츠 마케터가 됐어요. 최소 200명 이상 인터뷰를 진행했죠. 그런데 사실 저는 SNS를 그렇게 자주 하지 않아요. 하지만 콘텐츠 마케터라면 SNS 채널 관리는 필수로 해야해요. 그리고 콘텐츠 마케팅을 하려면 채널 특성에 맞는 예쁜 문장들을 자주, 잘 써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 인터뷰 하는 장소를 생각해보면 “한옥의 정취가 느껴지고, 새 소리가 들리는…” 이런 미사여구를 써야하는데 저는 그게 어려웠어요. (웃음) 뉴스레터 작업을 할 때 크게 느꼈죠. 제 성격상 너무 어려운 작업이었죠.

Q. 혹시 MBTI T인가요? 네, 제가 원래 T인데 인터뷰를 많이 진행하다 보니 조금 사회화된 T가 된 것 같아요. (웃음) 왜냐하면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사용자에게 유선상으로 그 사람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이끌어내야 했는데, 그러려면 공감을 많이 하고 적극적으로 라포 형성을 해야했어요. 그래서 F 성향이 많이 발달하게 된 거 같아요.

숨고 최초의 UX Writer가 되다

그렇게 커리어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에 시니어 콘텐츠 마케터 분께서 퇴사를 했어요. 그 당시 숨고의 UX Writing은 아주 어색했는데요. 국문과를 전공한 시니어 콘텐츠 마케터분의 입장에선 당시 상황이 참 답답했을 거예요. 그분께서 비공식적으로 숨고의 UX Writing을 알음알음 다듬어주고 계셨죠. 그런데 퇴사할 때 그 일을 누군가에게 넘겨줘야 하잖아요. 퇴사하면서 저에게 한번 해보라고, 네 성향과 성격에 잘 맞을 거 같다고 해서 그 일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UX Writing 세계에 입문하게 됐네요. (웃음) 길고 어색한 문장을 짧고 직관적으로 고치고 나니 너무 시원했어요. 그리고 사용성을 고려해서 적절한 화면에 문구를 배치하는 것도 너무 재미있었죠. 논리적이었어요. 무엇보다 필요 없는 문장은 다 날려버리고 감성과 감정을 제거하는 글쓰기를 하다 보니 이게 나한테 맞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확 들었어요! 이렇게 시원함을 맛본 후, 작년 1월부터 UX Writing 스터디를 운영하면서 점점 UX Writing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회사에 직무를 전환하고 싶다고 요청했어요. 그리고 제가 UX Writer로 자질이 있는지 검증하는 기간을 철저히 거쳐서 아예 직무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숨고에는 UX Writer가 없었는데요. 이런 과정을 통해 제가 숨고의 첫 UX Writer가 되었네요. (웃음)

Q. UX Writing, 대체 어떤 직무인가요? 일반적인 콘텐츠 작성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최근 몇 년간 실리콘밸리 쪽에선 점점 더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선 생소한 것 같아요.

UX Writing이란 무엇일까요?

UX Writing은 프로덕트 안에 들어가는 글을 다루는 일이에요.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얘기하면, 사용자는 늘 어떤 목적을 갖고 프로덕트를 사용해요. 그런데, 프로덕트에 아이콘과 글귀가 하나도 없다면 사용자는 프로덕트를 잘 사용할 수 있을까요? 전혀요. UX Writer는 사용자가 프로덕트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프로덕트에 들어가는 문구의 위치를 설계하고 문구를 디자인합니다. 좋은 프로덕트는 자연스러운 흐름과 사용성이 중요해요. 그래서 프로덕트에 들어가는 문구는 일관성 있고 직관적이고 간결하고 명확해야 합니다. 예쁜 말 같은 것은 필요가 없어요. 그렇다 보니 무조건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해요. 왜냐하면 사용자가 프로덕트를 사용할 때 작은 어색함 하나 없이 물 흐르듯이 써야 하거든요. 뭔가 하나라도 거슬리는 부분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사용자의 입장에서 프로덕트를 자연스럽게 쓸 수 있도록 글을 작성하는 사람이 UX Writer인 거죠!

Q. 그러면 콘텐츠 작성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콘텐츠 작성은 광범위한 개념이에요. 콘텐츠 작성안에 UX Writing이 있을 수도 있는 거라서요.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이전에 했던 콘텐츠 마케팅과 비교를 해볼게요! 하나의 기획전을 위해 뉴스레터나 콘텐츠를 작성한다면 한 페이지에 특정한 주제로 글을 써서 글을 읽는 사람에게 정보를 주면 돼요, 그 이전 플로우와 이후 플로우는 상관하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인 기획전에 대해서만 글을 쓰는 것이죠. 반대로 UX Writing은 하나의 특정 페이지만 고려해서는 안 되고 전후 관계를 잘 살펴야 해요. 프로덕트를 물 흐르듯이 쓸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맥락이 훨씬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자주 드는 비유인데, Copywriting은 소비자를 프로덕트에 인입시키는 것이 목표기 때문에 사람을 조금 홀려야 하는, 썸을 시작하기 위한 멘트라고 생각해요. 반면에 UX Writing은 이미 홀려서 들어온, 그러니까 썸을 다 타고 사귀는 상황인 거죠. 어떻게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갈까 배려하면서 쓰는 말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Q.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좀 더 확 와닿는 것 같아요! 그러면 아까 UX Writer로 직무 전환하기 까지의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과정에서 동료들을 어떻게 설득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정말 어려웠어요. 저조차도 처음에는 확신이 없었어요. 저는 마케팅팀 소속인데 UX Writing은 프로덕트 팀의 업무였고, 그분들이 UX Writer가 필요한지도 알 수가 없는 상태였죠. 그래서 우선 프로덕트 팀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어요. 제가 지난 기간 동안 했던 결과물에 대해서 피드백을 달라고 했고, 우리 회사에 UX Writing이 필요한 것 같은지, 왜 필요한 것 같은지, UX Writer가 있다면 어떤 부분을 바라는 지 등의 질문들로 열일곱 분께 설문지를 돌렸어요. 답변을 받아서 취합해 보니 회사에서도 일관성, 가이드라인 잡기 등의 UX Writing 컨설팅이 필요해 보였어요. 그래서 내용을 다 정리해서 설문지에 답변을 해주신 분들 앞에서 발표했어요. UX Writing 작업을 하려면 앞단에서부터 협업해야 하고, 앞으로 어떤 프로세스로 일을 진행할 것인지 말씀드렸죠. 그렇게 프로덕트 팀원들과 UX Writing을 대하는 온도를 비슷하게 맞췄습니다. 그래서 2022년 4분기부터 UX Writing 일감이 엄청나게 들어왔어요.

근데 그때까지도 저는 마케팅팀에서 콘텐츠 마케터 직함으로 UX Writing 업무를 하고 있었어요. 회사에 프로덕트 팀으로 팀을 옮기고 UX Writer로 직무를 아예 바꾸고 싶다고 이야기했죠. 그런데 제가 직무 전환을 하게 되면 저를 대체할 콘텐츠 마케터를 한명 더 채용해야 했었어요. 회사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더 들어가는 상황이 되는 거죠. 그래서 테스트 기간을 가지면서 동료들이 주는 일감 말고 제가 스스로 UX Writing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일감을 발굴하고 전환율을 높여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사실 전환율 높이는 것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회사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UX Writing을 개선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회사 매출에 크게 영향을 줄 거 같고, UX Writing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 부분을 나열해 보니해보니 10개 정도의 일감이 나왔어요. 그 당시 회사에 7개의 스쿼드가 있었어요. 제가 발굴한 일감 10개는 7개와 스쿼드와 전부 협업해야 했었어요.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저는 많은 스쿼드와 협업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저의 주도하에서요. 가장 먼저 한 일은 PO 분들을 설득하는 거였습니다. 제가 기획한 UX Writing 실험이 왜 필요한지,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설득했죠. 일곱 분의 PO 분들을 한 분씩 찾아가서 그분들이 담당하는 일감과 피처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요. 대화를 나누고 나서 예상 가설을 세우고 어떤 부분이 전환율에 도움이 될지 설득하는 데만 거의 3, 4주를 썼던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 본격적으로 Writing 작업을 했고, A/B Test를 돌려보니 7개 중의 5개에서 유의미한 전환이 있었어요. 월 2,000만 원의 매출 매출 상승이 있었던 거죠.

직무 전환을 위해 첫 번째로는 설문조사를 통해 피드백을 듣고, 발표를 통해 설득했어요. 두 번째로는 전환율이라는 수치를 통해 증명했습니다.

Q. 쟁취해 내신 거네요! 정말 멋있습니다. 지금같이 스타트업 시장이 어려운 시기에 회사를 설득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 대단한 일인 것 같아요.

진짜 힘들었어요. 슬램덩크 영화를 보러 갔는데 제 상황과 비슷했다고 생각해서인지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웃음)

Q.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게요. UX Writer로서 처음으로 어떤 업무를 맡으셨고, 해당 업무를 해나가면서 어려웠던 점과 뿌듯했던 점을 공유해주실 수 있나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회사에서 정식으로 UX Writer로 일을 하기 전에 알음알음 일감을 받아서 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특정 피처에 상품 등록 부분에서 사용자가 등록한 상품들이 자꾸 반려가 나는 이슈가 있었어요. PO 분께서 생각하기엔 어느 한 페이지의 문구가 이상해서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업무를 받아서 보았는데요. 상품 등록 페이지에서 흐름이 완전히 꼬여있더라고요. 처음엔 하나만 고치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제가 상품 등록하는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가는 모든 여정을 스크린샷을 찍어가며 피그마로 정리를 하고 있더라고요. 쭉 정리하다 보니 일관성이 하나도 없었고, 사용자가 화면을 이해하기에 너무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뜯어고치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 새벽 3시인 거예요. 그때 ‘와, 내가 요근래 이렇게 몰입을 한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뿌듯했어요. 그러면서 UX Writing에 더더욱 확신을 가지게 되었죠.

어려웠던 점은 전체 프로세스를 파악하는 점이었어요. 초반에는 피처가 개발될 때 어떤 과정을 통해 개발되는지 몰랐어요. UX Writing 작업이 언제 들어가야 최고의 협업이 될 수 있는지 감이 안 잡혔죠. 그냥 제가 컨설팅을 해주고 피드백을 드리면 다 자연스럽게 반영이 되는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개발자분들을 설득도 해야 하고, 중간에 문구를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개발 과정, 배포 과정 등 전체 프로세스를 알고 난 후에는 UX Writer라면 반드시 이런 과정을 다 알아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오히려 직무 전환을 하면서 시야가 좀 더 넓어지신 거네요! 그러면 출근부터 퇴근까지의 UX Writer의 일상 업무 과정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UX Writer는 보통 어떤 업무 프로세스를 수행하는지 궁금합니다!

UX Writer는 출근하면 어떤 일을 하나요?

짧고 굵게 말하자면 출근 해서 회의, 회의, 회의하고 Writing 작업하고, 끝이에요. 회의가 진짜 많아요. 저희 회사 스쿼드가 7개인데 UX Writer는 저 한 명이거든요. PO나 디자이너는 이미 개발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와이어 프레임을 만들었으니까, 이해도가 높아요. 그런데 저도 그들만큼 피처에 대한 이해도를 끌어올려야 최적의 UX Writing 작업을 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회의를 통해 맥락을 맞추면서 어떤 식으로 작업해야 할 지 대부분의 가닥을 잡아요. 그래서 UX Writer에겐 회의가 정말 정말 중요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중요해요. 회의를 통해 맥락을 파악하고 제일 중요한 마감 일자 정한 다음에 UX Writing 작업에 들어갈 수 있는 거죠!

Q. 회의가 많다 보면 UX Writing 작업하는데 시간이 좀 부족하지 않나요?

초반 3개월에는 어쩔 수 없이 야근을 많이 했어요. 그렇지만 모든 스쿼드와 협업하고, 모든 프로덕트의 피처 UX Writing 작업을 한 후에는 일감이 갑자기 들어와도 빠르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대부분 제가 UX Writing을 했기 때문에 맥락을 이미 다 파악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 이후론 작업하는데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던 것 같아요.

Q. 다른 부서와의 협업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떤 직군과 어떻게 협업하시나요? 특히나 UX 디자이너(프로덕트 디자이너)와 협업을 할 때 업무의 범위가 많이 겹칠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UX 디자이너분들은 사용자의 관점에서 생각하시는 분들이고 저도 그렇다 보니까 의견이 잘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PO 분들과는 가끔 의견이 상충할 때가 있죠. PO 분들은 매출을 중점적으로 보셔야 하는 분들이고, 회사가 NGO가 아니기 때문에 저도 그 부분을 깊이 이해하고 있어요. 그래서 UX 디자이너분들과 PO 분들과 협업할 때는 적어도 10개 정도의 다양한 안을 가져가고, 이 옵션 중에 어떤 것이 가장 적합한지 충분한 논의 후 결정하고 있어요. 각자가 생각하는 게 다 다르고, 그 생각을 하나로 모아 최선의 안을 내려고 노력하는 이 모든 과정이 저는 굉장히 재미있어요.

Q. 그러면 서우님께서는 UX Writing 업무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사용자가 고민하지 않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어?”라는 작은 물음표 하나라도 생기면 안 된다는 생각이에요. 왜냐하면 사용자 입장에서 물음표가 생긴다는 것은 사용성 측면에서 명확하지 않고, 간결하지 않고,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거든요. 서비스 측면에서 가이드를 제대로 못 해줬다는 거죠. 20년 경력의 PO 분께 들은 이야기인데요. 어떤 게 좋은 UX인가 하는 질문을 들었을 때 좋은 UX인지 나쁜 UX인지 구분을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흐름이 생길 때가 제일 좋은 UX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용자 입장에서 정말 내가 모르는 사이에 과정이 다 끝나있고, 사용자가 따로 생각할 필요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Q. 혹시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어떤 웹사이트의 사용자 경험이 가장 어렵거나 불편했던 기억이 있나요?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베트남 항공사인 밤부 에어라인을 이용한 적이 있는데요. 항공사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해서 예매한 티켓을 확인하려고 했어요. 회원가입 과정을 다 끝냈는데 비밀번호 입력하는 과정이 없어서 좀 의아했거든요? 그런데 회원가입을 다했는데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하는 거예요. 베트남어가 아닌 영어로 했는데도 전혀 못 찾겠어서 다시 회원 가입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확인해 보니 회원가입 후 아주 작은 글씨로 안 보이는 곳에 이메일에서 회원 가입 확인을 하면 비밀번호를 설정할 수 있는 거더라고요. 정말 제가 최근에 경험한 사이트 UX 중에 제일 이상했어요.

Q.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글을 쓰고 읽는 것 외에도 어떤 활동이나 공부를 통해 영감을 얻나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UX Writer 들과 네트워킹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UX Writer 분들과 대화하면서 제가 옳은 방향으로 가는 지를 확인할 수 있고 또 제 머릿속에 있는 UX Writing에 관한 생각이 더욱더 명확해지는 걸 느낄 수 있어요. 네트워킹을 통해 받은 영감을 제 업무 프로세스에 녹이기도 합니다.

UX Writer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인사이트를 많이 얻고 있어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UX Writer는 단순히 앉아서 혼자 글 쓰는 사람이 아니라 협업을 많이 하는 직업이에요. 그래서 다양한 직군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합니다.

추가로 일상에서 UX적인 부분을 많이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이를 통해 실생활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고 있어요. UX Writing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프로덕트, 웹 또는 앱에만 UX가 적용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삶에 모든 순간이 UX인 것을 점점 더 강하게 느끼고 있어요. 지하철에 탔을 때 스크린에서 아직도 어느 역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엘리베이터는 작동하기 어려운 예도 있죠. 이렇게 지속해서 일상에서 UX적인 부분을 보려고 세상을 열심히 둘러보고 있습니다.

Q. 실제로 일을 할 때 예측했던 UX 플로우 대로 사용자가 잘 따라 가나요? A/B 테스트를 통해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를 만난적도 있나요?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반반(잘 따라가는 것 반, 안 따라가는 것 반)이 아닌, 안 따라가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AB 테스트를 통해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만난 적이 많아요. 예를 들면 기존보다 특정 요소를 강화해 피처의 사용성을 더 높였어요. 사용자의 반응이 더 높아질 거로 생각했고, 새로운 피처를 만들었는데 오히려 지표가 하락하기도 하더라고요. UX Writing만 단독 실험을 했을 때 그런 결과가 나오면, UX Writing이 제 자식처럼 느껴지기에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Q. UX Writing에 있어서 서비스 초기에 가이드를 만들어나가는 것과 기존 서비스의 UX를 업데이트하는 것 중 어떤 업무가 더 재미있으신가요?

초기에 가이드를 만드는 것은 0에서 1을 만드는 것이고 기존 서비스의 UX를 업데이트하는 것은 1에서 10을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는 데 저는 0에서 1을 만드는 것을 더 좋아해요. 물론 둘 다 재미있는데 원점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 때는 PO, 디자이너 분과 치열하게 논의를 해야 해요. 그중 와이어 프레임 단계에서 UX Writing 문구뿐만 아니라 위치, 인터페이스 등 여러 의견을 드릴 수 있고 UX Writing의 영향력을 좀 더 발휘할 수 있어서 더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기존 서비스 업데이트에 있어서는 UX적 디벨롭은 이미 크게 맥락이 잡혀 있기에 문구적인 디벨롭이 많습니다.

Q. 서우님께서는 Capturephrase라는 UX Writing 뉴스레터 발행에도 참여하고 계신걸로 아는데 이 활동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Capturephrase는 영문 UX Writing 아티클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매주 금요일마다 발행하는 국내 최초 국내 유일 UX Writing 뉴스레터입니다. 저는 콘텐츠 전략가 겸 대외협력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웃음) 아직 한국에는 UX Writer가 별로 없고 UX Writing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 국내에선 자료 찾기가 어려워요. 국내보다 UX Writer가 많은 해외에 영문으로 된 유용한 아티클들이 훨씬 많죠. 그래서 국내 UX Writer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번역하고 매주 뉴스레터로 발행하고 있습니다.

Capturephrase의 메인 콘텐츠는 영문 UX Writing 아티클 번역이고, 추가로 하단에 짧게 내보내는 스낵 콘텐츠가 있는데요. 처음부터 끝까지 Capturephrase 팀이 직접 제작하고 있어요. 매주 발행하기 위해 저 포함 4명이 함께 열심히 활동하고 있으며 스낵 콘텐츠를 하다 보니 개편에의 욕심도 생겨 설문도 진행하고 다른 UX Writer의 사연을 받아보면 어떨지 아이디어를 내고 있습니다.

Q. 이제 주제를 좀 돌려볼게요. 서우님은 평소에 어떻게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시나요? 즐겨하는 취미가 있으신가요?

저는 에너지를 발산해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사람이에요.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해서 매일 아침 1시간씩 운동하고 출근해요. 어떻게든 몸을 풀어주려고 노력하죠. 운동뿐만 아니라 네트워킹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해요. 멋진 사람들을 만나고, 그분들이 주는 동기부여는 제게 비타민과도 같아요.

음악 듣는 것도 좋아해서 콘서트도 다니고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음악 탐험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바타2를 통해 생긴 취미 중 하나인데, 영화 하나를 여러 번, 다양한 상영관 도장 깨기를 도전하고 있어요.

Q. UX Writer 직군도 커뮤니티 혹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따로 있나요?

제일 먼저, 국내 최초이자 국내 유일인 “Capturephrase” UX Writing 뉴스레터라고 바로 자신있게 말씀 드릴게요. 그리고 커뮤니티 중에는 UX Writers in Korea, holics앱의 “UX Writer로 성장해볼까요?” 이 두 곳이 UX Writing 쪽에서 크고,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Q. UX Writer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서우님이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나 공부 방법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UX Writing을 잘 하려면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할까요?

UX Writing을 잘하려면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할까요?

우선 UX Writing에 대해 한국어로 발간된 책이 많이 없기에 시중에 나온 UX Writing에 관한 책은 모두 다 읽으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UX Writing을 공부하기 위해 제가 다른 분들과 스터디를 진행한 방법을 소개해 드릴게요. 책에 나온 실제 사례 부분을 또 다른 웹이나 앱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다양한 서비스들에서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고 있는지를 직접 찾아보면서 감각을 익히는 것이 저에게는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UX Writing을 잘하기 위해서는 첫째, 한국어를 잘하고 글을 잘 쓰는 것이 기본입니다. 다만, 본인 생각이 들어가는 글쓰기보다 정말 귀한 한 톨을 남기기 위해 자르는 것을 잘해야 하는 것이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의사소통 능력입니다. UX Writer는 본인이 작성한 안에 대해 고집을 부리는 것이 아닌, PO와 디자이너가 그 안을 보고 서비스를 더 좋게 만드는 데 생각을 확장시켜주는 것이 주요한 역할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가이드라인, 규칙을 잘 만들어야 합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 한 명당 UX Writer 한 명이 붙을 수 없기 때문에 UX Writer가 일일이 손을 대지 않도록 일정 이상의 퀄리티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규칙화할 수 있는 역량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UX Writer로서 자주 쓰는 툴이나 이 툴은 꼭 써야한다! 라는 것이 있다면 공유 부탁드립니다. 서우님께서 툴을 접하면서 느끼신 솔직한 감상평도 좋습니다~

우선, Figma는 필수로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분들과 협업하는 데 있어 필수 도구고 와이어 프레임이 없는 단계에서 모달 작업도 가능해서 굉장히 편리하다고 많이 느꼈어요.

Q. 사전 질문 중에 UX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필요한 증명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할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이 있었어요. 저도 정말 궁금한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해서는 김영욱 PM께서 “UX는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읽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심리학을 가장 기본부터 공부하고 글로 정리하라”는 조언을 해주셨어요. 심리학을 이해하기 전에 UX 리서치만 하면 어떤 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구분이 어렵기 때문이에요. 이 조언을 듣고 제가 브런치에 글을 썼어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Q. 또 다른 질문으로는 사용성을 최우선으로 고민한, 사용자에게 익숙한 UX와 사용자가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능적으로 효율이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UX 둘 중 어떤 게 좋은 UX 일까요? 라는 질문도 있었어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전자라고 생각합니다. 익숙한 것이 좋은 것을 보장하지는 않잖아요? 그렇기에 사용성을 최우선으로 고민하고, 사용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UX가 좋은 UX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사용하려는 의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응하는 데 시간이 소요된다면 그 또한 좋은 UX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Q. 요즘 말이 많은 키오스크 논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키오스크는 ChatGPT와 같이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 생각하지만, UX가 좀 더 친절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키오스크에 적응할 수 있도록 초반에는 안내 인력 투입이 필요하고요

Q. 마지막으로 UX Writer를 한 문장으로 표현해주세요!

한 마디로 멀티테스커입니다.

  • 다양한 직군을 설득해야 하고
  • 사용자의 사용성을 고려해야 하고
  • 기능을 충분히 이해해야 하고
  • 글을 잘 써야 하고
  •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계속해야 해서

UX Writer는 멀티태스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네요.

Q. 오늘 인터뷰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서우님의 도전기를 들으며 덕분에 많은 에너지를 얻어갑니다. 인터뷰를 이대로 끝내기 너무 아쉬워서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질문드릴게요. 서우님에게 UX Writing이란 무엇인가요?

서우님에게 UX Writing이란 무엇인지 표현해주세요!

저에게 UX Writing이란 가스 활명수에요! 하면 할수록 속이 시원하고 재밌는!

글을 쳐내고 잘라내서 완성본이 나왔을 때 생생한 쾌감을 느끼고 UX Writer로서 살아남기 위해 지속해서 공부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치열하게 사는 것이 너무 재밌습니다.

이 인터뷰를 만든 사람들☕️:

인터뷰어: 김두리, 서지연
인터뷰이: 정서우
썸네일 제작: 김민수
글 & 발행: 김두리, 서지연, 김민수
검수: 다같이

여기까지 위민후코드 서울이 대신 해주는 정서우님과의 커피챗이었습니다. 독자분들께 유익한 콘텐츠가 되었길 바랍니다.

공지

안녕하세요. Nailed IT의 소중한 독자 여러분!
올 한 해 동안 Nailed IT에 주신 관심과 성원에 감사합니다.
벌써 2023년 한 해가 저물어 가네요.
올 한해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희는 이번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인터뷰의 발행을 잠시 멈추고, 재정비 시간을 거쳐 2024 상반기 이후 더욱더 알찬 IT 직군 여성분들과의 인터뷰 콘텐츠로 돌아오려고 합니다.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모두 건강하세요!
모든 IT 직군의 여성분들을 응원합니다. 💪

-Nailed IT 편집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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