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Code Seoul 오리지널 콘텐츠 #1] DEI가 IT기업에서 특히 중요한 이유
최근 기업문화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바로 DEI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선도적인 기업 문화를 구축하고 있는 대형 IT 기업 및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DEI가 무엇을 의미하며 어떻게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점점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로서 외국계 기업에 종사하는 나 또한 DEI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가장 진보적인 축에 속하는 미국계 대형 테크기업의 한국 지사에서 근무하면서, 본사에서 말하는 DEI가 도대체 무엇이며 이것을 어떻게 한국 사회에 적용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내 업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DEI가 무슨 뜻인가요?
DEI는 Diversity(다양성), Equity(형평성), Inclusion(포용)의 줄임말로, 꾸준히 관심을 받아 오긴 했지만 2020년 Black Lives Matter 사건 이후 인종차별 문제가 미국에서 큰 이슈로 제기되면서 급물살을 탄 용어다. DEI에 대해서는 많은 기업들이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리고 있지만, 내가 이해한 바를 중심으로 쉽게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다양성이란 말 그대로 나이, 출신, 배경, 장애 여부, 성별, 인종, 종교, 성적 지향성 등이 서로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상태를 뜻한다.
형평성은 큰 범주에서 평등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형식적 평등과 실질적 평등 중에서 실질적 평등을 추구하는 것에 가깝다. 아래 그림이 이 개념을 설명하는 데 가장 널리 사용된다.
마지막으로 포용은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단순히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해하고 받아들여지며 특히 소수자들까지도 외면되거나 배제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이와 같이 DEI는 상당히 넓은 범주로 이해될 수 있고, 정답이 없으며, 언제나 진화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기업 문화 및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은 물론이고 임원과 직원들의 꾸준한 참여와 피드백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여긴 ‘한국’인데
단, 이 개념을 한국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한층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위의 설명을 읽은 한국인이라면 모두 약간의 이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나 또한 이 개념을 그대로 현재 한국 사회에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특히 다인종이 높은 비율로 섞여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의 인종 다양성은 제한적이고, 종교 갈등도 상대적으로 적으며, 성적 지향성에 대한 논의도 크게 발달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 성차별에 대한 논의는 이미 남녀 차별과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를 넘어서 제3의 성이나 정의할 수 없는 성, 즉 논바이너리에 대한 차별까지 다루고 있는 상황으로 아직 남녀갈등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한국과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지금 한국 기업이 DEI를 말하는 것이 더욱 큰 의미를 갖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첫 마디를 떼는 이에게는 후발 주자들에 비해 훨씬 큰 용기가 필요하기에, 아직은 보수적인 기업 문화와 혐오와 갈등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국내 기업들이 소수자와 소외된 이들에 관해 인지하고 이해하는 문화를 추진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특히 단어나 이미지 하나에도 기업의 의도가 쉽게 곡해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집단으로 공격받는 최근의 분위기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DEI는 세계적 트렌드이자 거스르기 힘든 흐름이라고 생각하며, 하루라도 빨리 DEI를 공부하고 이해하며 받아들이는 기업일수록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트렌드까지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나는 여러 기업들 중에서도 기술 기반의 IT 기업들이 DEI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내의 많은 IT 기업들이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기술과 솔루션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우수한 인력들이 발휘하는 기술 경쟁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혁신적인 도약을 꿈꾸는 기업이 있다면 나는 기업 문화를 점검할 것을 권하고 싶다. 특히 구조와 정책이 DEI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부족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면, 우리도 모르게 잠재된 무의식 속의 틀을 깨고 한계를 벗어나는 계기가 되어 큰 도약의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처럼 DEI가 국내 IT 기업에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국내 IT기업에 DEI반영이 중요한 이유
첫째, 소비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 모든 사업의 소비 계층은 이전에 비해 다양해졌지만, 기술만큼 소비자의 다양성이 급증한 업계는 없다. 특히 오늘날의 기술 솔루션 및 서비스는 거래의 한계가 없다. 즉 성별이나 연령 등은 물론이고 국경도 쉽게 넘나들며 시공간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특히 소비자를 빠르게 사로잡아야 하는 IT 서비스 업계의 경우 비즈니스 성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소비자들의 특성을 최대한 잘 이해하고 많은 소비자들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내부에서부터 DEI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기업 내부에 다양한 인력이 존재해 제품과 서비스 개발 단계에서부터 출시에 이르기까지 참여하고, 이들이 형평성을 갖춘 환경에서 충분히 능력을 발휘하며, 소수자들의 의견이 소수 의견으로 취급받지 않고 포용된다면 보다 넓은 시각으로 다양한 소비자를 아우르는 훌륭한 제품을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둘째, 기업 브랜딩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오늘날 젊은 소비자들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단어 중 하나가 바로 가치소비이다. 그만큼 오늘날 소비자들은 제품을 소비할 때 제품 자체보다도 브랜드가 가지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특히 브랜드로서 기업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사회적인 의미까지도 고려한다. 환경과 사회를 위한 기업의 노력을 일컫는 ESG 또한 같은 맥락에서 최근 중요한 비즈니스 운영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이 대내외적으로 DEI를 추구하며 다함께 살아가는 더 좋은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커뮤니티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한다면, 소비자들 또한 기업을 단순히 제품을 공급하는 가상의 주체가 아닌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며 나아가 브랜드로서의 기업을 더욱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우수한 인력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다.
기업이 찾는 우수한 인력은 얼핏 생각하면 좋은 환경에서 좋은 학교를 졸업한 균일한 집단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는 누구나 서로 다른 기준에서는 모두 소수자다. 특히 소수자로서 무시, 소외 또는 배제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대로 소수자로서 존중 받는 경험을 했을 때 그 배려와 지지가 얼마나 값진지 알고 있을 것이며, 이 경험들은 기업 공동체를 더욱 견고하고 강하게 만든다. 또한 뛰어난 역량을 갖춘 인력일수록 자신의 능력이 차별이나 소외 없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선호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DEI를 갖춘 기업 환경은 누구에게나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지만, 특히 기업이 원하는 우수한 인력을 더 많이, 오래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금보다 더 좋은 타이밍은 없다
이 모든 이유들은 DEI가 왜 현재 글로벌 기업에서 이토록 핫한 키워드인지를 충분히 설명한다. DEI는 단순히 좋은 문화가 아니라, 기업이 더 나은 시장 경쟁력을 갖추고 우수한 제품을 출시하는 데 도움이 되며, 궁극적으로 비즈니스 성장도 견인하는 강력한 혁신의 씨앗이다.
특히 아직 다양성에 대한 논의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국내 시장에서라면 DEI를 받아들이기에 지금보다 더 좋은 타이밍은 없다. 더 많은 국내 IT 기업들이 DEI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라 본다.
글쓴이 신지은
해당 글은 WWCode Seoul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